At the first day of my life in living alone, a portal opened RAW novel - Chapter 263
263. 주체
“하아아아, 그랬군요. 정말 다행입니다.”
마이패드 화면 너머의 구정석이 가슴을 쓸어내리며 웃었다.
“갑자기 현백이랑 연락이 안 돼서 걱정했거든요.”
“그럼요. 걱정하시는 게 당연하죠.”
내 옆에 있던 현백이가 화면 너머의 구정석에게 사과했다.
“죄송해요. 핸드폰 챙길 생각을 못 했어요. 마력으로 옷은 재구성할 수 있지만, 핸드폰까지는…….”
마리나항에서 드래곤의 모습으로 변한 현백이는 그대로 휴대폰을 잃어버린 채 휴도까지 왔다.
현백이가 잃어버린 휴대폰은 연구소 측 직원이 찾았다.
“다음부터는 꼭 미리미리 얘기해줘. 다들 걱정하니까.”
구정석의 말에 현백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꼭…! 꼭 그럴게요.”
이미 걱정 따위를 할 단계는 아니었지만, 내심 안심하고 있었다.
연구소에서는 현백이를 한 사람으로서 대했다.
계속해서 감시하고 있지도 않았고, 추적기 따위를 부착하지도 않았다.
애초에 현백이가 동의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긴 했지만.
“아무튼 레오가 가고 있으니까 같이 돌아오면 되겠네.”
구정석의 말에 현백이가 눈을 살짝 크게 떴다.
“저 혼자 가도 되는데.”
나도 웃으며 말을 보탰다.
“내가 데려다줘도 되고.”
구정석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대표님께 폐를 끼칠 수는 없죠. 원래는 제가 갈까 했었는데, 웬일로 레오가 직접 나서더라고요.”
지율이가 통화에 끼어들었다.
“그럼 지금 레오 오고 있는 거예요?”
구정석이 환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아마 금방 도착할걸?”
그때 구정석이 옆으로 고개를 돌렸다. 옆에서 누군가 말하는 듯했다. 다시 우리 쪽을 돌아본 구정석이 웃어 보였다.
“잠깐 오순이 좀 바꿔드릴게요. 잠깐, 괜찮으시죠?”
나는 헛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당연하죠.”
지율이는 만세를 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좋아요! 오순아아아아!”
구정석이 옆으로 비킨 뒤.
화면이 황갈색과 검은색으로 뒤덮였다.
“응?”
“에에?”
나와 지율이가 화면을 들여다보는데 옆에서 현백이는 뭔지 알고 있는지 키득키득 웃었다.
화면에 완전히 달라붙어 있던 황갈색과 검은색이 점점 멀어졌다.
곧 화면을 덮었던 게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고양이였다.
오순이가 활짝 웃으며 양손으로 고양이를 들고 있었다.
길에서 인연을 맺어 연구소에서 키우게 됐던 아기 고양이는 콩가루 위에 굴린 것 같았다.
새까만 아이는 고양이 카페에서 데려오게 된 까미였다.
“둘이 사이도 너무 좋고 잘 지내요. 매일 서로 씻겨준다고 얼마나 난리인지 몰라요.”
오순이는 두 고양이를 보이며 한참 동안 이야기를 늘어놨다.
지율이는 고양이 이야기가 뭐가 그리 흥미로운지 눈을 반짝이며 경청했다. 그리고 무룩이에 대한 이야기를 실컷 늘어놓으며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로 꽃을 피웠다.
무룩이는 자신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다른 곳에 시선을 두면서도 귀를 쫑긋거렸다.
“그래서 마지막에 무룩이가 청룡의 머리 위에 올라가 있었어. 그리고 다 같이 밥 먹고 집에 갔어.”
어느새 고양이 이야기는 무룩이의 활약에 대한 것으로 변해 있었다.
오순이는 이해하기 어려운지 조금 어색하게 웃으면서도 지율이의 말에 끝까지 귀를 기울였다.
“그럼 다음에 보자!”
지율이의 인사에 오순이는 활짝 웃으며 두 고양이의 앞발을 살짝 들어 보였다.
“안녀어어어엉.”
무룩이라면 상상도 못할 일이다. 저렇게 앞발을 잡고 흔들게 놔두지 않을 테니까.
그렇게 통화를 마치자마자 날갯짓 소리가 위에서 울렸다.
레오가 팔짱을 낀 채 천천히 날갯짓을 하며 내려오고 있었다.
* * *
앞마당.
가운데 테이블을 두고 모두 앉아 있었다.
“미안해요.”
현백이가 작게 웃으며 말하자 레오는 눈썹을 찡그리며 말했다.
“너답지 않았군.”
“저도 가끔 그럴 때가 있을 수도 있죠 뭐.”
“아니.”
레오는 현백이를 뚫어져라 바라보며 말했다.
“인간의 물이 빠지는 거지.”
“네?”
“너는 드래곤답지 않게 너무 말을 잘 들었지. 마치 착한 인간 어린이처럼.”
“…….”
“하지만 오늘은 제법 드래곤다웠다.”
레오가 자랑스럽다는 듯이 씩 웃으며 말했다.
“잘했다. 마음에 들었어.”
“잘했… 다고요?”
“그래. 드래곤이라면 기분 내키는 대로 하는 것이 있어야지.”
레오는 손을 펼쳐 보이고는 마력을 드러냈다. 마력이 아지랑이처럼 피어올랐고, 지율이가 호기심을 보였다.
“우와아, 예쁘다.”
레오는 그걸 기다렸다는 듯이 낚아챘다.
“보아라, 우리는 가장 우월하다.”
레오가 이리저리 손을 움직여 마력을 퍼트렸고, 지율이는 이리저리 손을 휘둘러 잡으려고 애썼다.
그게 재미있어 보였는지 무룩이도 합세하여 손짓을 했다.
가만히 지켜보던 곰곰이와 삐삐도 결국 폴짝폴짝 뛰었고, 핫도그도 헥헥거리며 꼬리를 흔들었다.
“알겠는가?”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간 레오는 턱을 살짝 들어 올린 채 말했다.
“무엇이든 마음껏 해라. 마음 내키는 대로 말이야. 넌 아주 잘하고 있다.”
조금은 나아진 줄 알았더니, 역시 레오는 레오다.
레오가 레오했다.
“아니에요.”
현백이가 단호하게 말했다.
“저는 그렇지 않아요.”
“뭐가 그렇지 않다는 거냐? 넌 훌륭한 드래곤이야. 아주 드래곤다웠어.”
“아니라고요.”
강한 부정.
착 가라앉은 분위기를 모두 감지했다.
어느새 아이들도 손을 멈췄다.
레오의 손에서 피어오르던 마력도 멎었다.
“저는 달라요. 다른 드래곤들하고 다르다고요. 저는 인간사회에서 사람으로서 살아가고 있어요. 그게 마음에 들고요.”
“하지만 너는 드래곤이다. 그게 당연한 거다. 오늘도 드래곤다웠고.”
“아니에요.”
“아니라고? 스스로 드래곤의 모습을 하고 여기까지 날아왔으면서?”
“그건…….”
더 이상 현백이는 말을 잇지 못했고, 레오는 그것 보라며 웃었다.
“하지만 저는 드래곤보다는…….”
현백이의 시선이 지율이에게로 향했다.
서로의 첫 번째 친구.
그래서 현백이는 더욱 드래곤보다는 사람이고 싶을지도 몰랐다.
“현백이는 현백이야.”
지율이의 말에 레오가 인상을 썼다.
“이름 얘기를 하는 게 아니다. 드래곤과 인간 사이의…….”
“현백이는 드래곤이지만 사람 같기도 해. 그리고 지금 레오도 사람처럼 하고 있잖아.”
“그건 잠시 편의를 위해…….”
“그러니까 둘 다일 수 있잖아.”
지율이는 지금의 고민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미소로 단번에 날려버렸다.
“현백이는 현백이야.”
레오는 여전히 심술이 잔뜩 난 얼굴이었다.
“편리한 대로 갖다 붙인다고…….”
하지만 이미 현백이에게 고민은 없었다. 지율이를 바라보며 활짝 웃어 보였다.
“맞아. 나는 나야. 지율이는 지율이고.”
나는 레오를 살폈다.
인상을 구기고 있었다.
역시 어쩔 수 없나 싶은 찰나였다.
레오의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저게 본심일까.
“어이, 인간.”
레오가 갑자기 나를 향해 툴툴거렸다.
“또 뭐?”
“너는 손님이 왔는데 아무것도 내오는 게 없느냐? 내 선물은 어디에 잘 모셔뒀겠지?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기억할 테고.”
“뭐어…?”
“요리사면 요리사답게, 뭐라도 내와야 할 것 아닌가?”
“참나…….”
레오는 반쯤 누운 자세로 선베드에 자리를 잡고 말했다.
“허기가 지는 것은 아니니 후식 같은 게 있으면 좋겠는데. 뭐라도 준비해보는 게 어떻겠나? 이렇게까지 말하는데, 아직도 더 직접적으로 얘기를 해야 하나?”
저 건방진 녀석.
“얼른. 먹고 나서 저 녀석을 데리고 갈 테니.”
레오가 눈짓으로 현백이를 가리켰다.
“후식이라…….”
중얼거리는 찰나, 싹이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시원하고 단 것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자 다른 아이들도 동의한다는 듯이 눈을 반짝였다.
“안 돼. 오늘 다들 아이스크림 먹었잖아.”
나의 단호함에 지율이가 양손을 모으고 눈썹은 꼭 무룩이처럼 팔(八)자로 만들었다.
“하나만. 하나만 더. 응? 빠아아아.”
이런. 너무 강력한 공격이다. 버틸 수가 없다.
사실 지율이는 빙산을 먹어도 배탈과는 거리가 멀 텐데.
이런 큰일이다. 합리화가 시작되고 말았다.
“손님이 왔군.”
싹이가 중얼거리듯 말했다.
“응? 손님?”
“그래. 곧 알게 될 거다.”
누군가 투명 장막을 지나오는 듯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촤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허공에 생긴 얼음길.
그 위를 고성우가 멋지게 미끄러지며 다가오고 있었다.
양반은 못 된다.
어떻게 아까 얘기를 꺼내자마자 오는지 참.
타탁!
고성우가 바닥에 착지했고, 지율이가 활짝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삼초오오오오온!”
“그래! 삼촌 왔다!”
“삼촌!”
“응!”
“빙수 줘!”
“응?”
고성우의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래, 너는 모르고 있었겠지.
사실 너는 휴도에서…….
“고오오옴!”
“삐삐! 삐삐삐삐!”
“헥헥헥헥헥헥!”
곰곰이, 삐삐, 핫도그도 고성우를 반겼다.
“아무래도 후식은 정해진 것 같구나.”
싹이가 확신에 찬 목소리를 조용히 냈다.
고성우는 모두를 둘러보다가 인상을 찡그리고 말했다.
“뭐야, 다들 나를 빙수기계 정도로 생각하는 거야?”
지율이가 고개를 크게 가로저었다.
“아니야! 삼촌은 삼촌이지!”
“그렇… 지?”
“응! 빙수 만들어주는 삼촌!”
“어?”
“삼촌! 빙수 먹자! 빙수 먹고 싶었어!”
“아니, 빙수 만드는 게 어려운 건 아닌데 아무래도 좀…….”
기분이 묘한 모양이다.
자신을 반기는지 빙수를 반기는지.
“성우야.”
내가 부르자 고성우가 고개를 돌렸다.
“어?”
나는 현백이와 레오를 가리키며 말했다.
“얘들 얼른 먹고 가야 되거든. 빙수 먹자.”
* * *
“후식은 썩 훌륭했다.”
레오는 고성우를 보며 말했다.
“너는 디저트 담당을 하면 되겠군.”
“누가 디저트 담당…!”
고성우는 인상을 찡그리다가 한숨을 내쉬며 손을 바깥쪽으로 저었다.
“어휴, 마음대로 해라. 얼른 가, 늦었다며.”
“내게 명령하지 마라. 내가 가고 싶을 때 갈 것이니까.”
레오는 약 3초 정도 멈춰 있다가 다시 말했다.
“이제 됐다. 가겠다.”
대체 무슨 차이인지.
고성우도 눈이 빠져라 눈을 크게 뜨고 입도 쩍 벌린 채 몇 번이나 내게 시선을 보냈다.
나는 이해한다는 의미로 등을 가볍게 두드렸다.
“너는 날개만 펼칠 수는 없지?”
레오의 물음에 현백이가 대답했다.
“아직은요.”
“별수 없지.”
레오가 날개를 펼친 뒤 현백이를 안아올렸다.
“그럼 가겠다.”
“다음에 또 뵐게요.”
그렇게 레오와 현백이가 날아올라 천천히 멀어졌다.
레오는 사람의 형태를 유지한 채로 날개만 펼쳤다.
인간도, 드래곤도 아닌 모습.
“레오도 레오네.”
지율이가 말했다.
“그러게.”
나는 웃으며 지율이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으며 멀어지는 레오와 현백이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 * *
아이들은 전부 네모집 2층에 있었다. 아마 몇몇은 벌써 잠에 들었을 듯했다. 지율이는 싹이와 함께 책을 읽고 있겠지.
나는 고성우와 나란히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맥주는 없어?”
고성우의 물음에 나는 피식 웃으며 말했다.
“먹고 싶으면 사왔어야지. 그리고 사와도 애들 보는 데서는 못 먹는다.”
“그런가. 암만 그래도 곧 잘 자리에 커피를.”
“커피 마신다고 잠이 안 오기는 해?”
“그렇긴 하네. 거의 카페인 면역이야.”
나는 입가에 미소를 머금은 채 하늘을 올려다봤다.
“이 풍경은 질리지가 않아.”
휴도에서의 하늘은 특별하다.
언제나.
“그러게. 나도 가만히 하늘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져.”
“그래서, 할 말은 뭔데?”
나의 물음에 고성우는 조금 놀라더니, 멋쩍게 웃었다.
“알고 있었냐?”
“갑자기 찾아와서 뭔가 말하려고 하는데 뻔하지.”
“뭔데 그래?”
고성우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신 다음 말했다.
“내일 일본 갈래?”
귀촌 첫날 차원문이 생겼다 264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