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first day of my life in living alone, a portal opened RAW novel - Chapter 268
268. 끝까지 (4)
“이, 이거…!”
무사시는 놀란 목소리를 내면서도 자연스레 허리춤에 손을 가져가고 있었다.
“마수…?”
고성우 역시 양손에 마력을 모으며 발밑을 경계했다.
쿠르르르르르르르르륵.
바닥이 출렁거렸고, 우리는 내던져지듯 위로 떠올랐다.
강렬한 마력이 느껴졌다.
확실히 살아 있었다.
정확히는 바닥이 살아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마수의 등을 바닥인 줄 알고 있던 거였다.
몸을 들썩인 것뿐인데 나는 수십 미터 떠올랐다.
일부러 멈추지 않았다면 더 멀리 밀려났겠지.
“이 힘은…….”
어느새 무사시는 오른손에 마검을 빼들고 있었다. 그리고 아무것도 쥐지 않은 왼손에서도 마력을 일렁였다.
“아직 눈에 제대로 들어오지도 않아.”
고성우가 인상을 찡그리며 중얼거렸다.
모든 마수들이 크기에 비례하여 힘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하지만 크면 강하다.
아주 단순하게도 커다란 만큼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다.
마수는 1톤이 넘어가면 중형으로 친다.
5톤 이상은 대형, 20톤 이상은 초대형, 그 다음부터는 무제한급 내에서 따로 측정을 한다.
유해와 무해를 넘어서서 유익한 마수 하늘혹등고래 정도를 제외하면 무제한급 마수는 흔치 않다.
그나마 소수의 드래곤들이 그런 경우가 있는 정도다.
그만큼 초대형을 넘어서는 마수는 흔치 않다.
그리고 초대형 마수는 마력의 크기와 무관하게 강하다.
거대하면 강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해저에서 자고 있던 마수는 웬만한 드래곤보다 거대한 마력과 하늘혹등고래의 평균을 훨씬 웃도는 몸집을 가졌다.
쿠궁…! 쿠구구구궁…!
바닷속 전체가 울리는 듯했다.
거대한 놈이 고개를 들고 몸을 일으켰다.
시커멓고 거대하며 쭈글쭈글한 마수는 한마디로 표현할 수 있었다.
마치 육식공룡과 같은 모습. 그중에서도 티라노사우루스와 비슷했다.
등에는 납작하고 끝이 깨진 듯한 뿔이 돋아 있었다. 일종의 산호초 같기도 하고, 스테고사우루스의 뿔을 연상케 했다.
“어? 저거 꼭 그 영화…….”
고성우가 운을 뗐다.
“아니야.”
내가 말하자 고성우는 인상을 찡그렸다.
“아니긴 뭐가 아니야? 누가 봐도…….”
“그건 영화잖아. 실제 마수니까 다르지.”
그때 무사시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내가 어렸을 때 봤던 영화의 괴수와 완전히 같소이다! 고……!”
내가 선수를 쳤다.
“저 거대한 마수의 이름은 갓질라라는 게 어울리겠군요. 그런 느낌이 전해집니다. 겉모습과 전해지는 힘으로 미루어봤을 때 가히 신적인 수준이라 할 수 있으니까요.”
“아, 예. 옳으신 말씀입니다. 토일 님께서 그리 생각하신다면, 그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원래 있는 것과 비슷하면서도 분명히 다르니…….”
세계 최초로 갓질라와 마주하고 있는 순간.
“그나저나…….”
내가 눈짓을 했고, 무사시가 방사능 측정기를 확인했다.
“맞습니다. 방사능이 전부 저놈에게로 빨려들어가고 있습니다.”
고성우는 갓질라를 내려다보며 헛웃음을 쳤다.
“그래서… 저건 뭐 어떻게 해야 되는 거야?”
그때 갓질라가 눈을 떴다.
지금까지 눈을 감고 있는 줄도 몰랐다.
갓질라의 두 눈에 마력이 가득 차올라 푸르게 빛나서 알 수 있었다.
쿠르르륵.
갓질라가 입을 살짝 벌렸다.
포효.
그 어떤 짐승도 따라 할 수 없을 듯한 포효였다.
아마 포효만으로도 웬만한 헌터들은 전의를 상실할 듯했다.
방사능이 더욱 빠르게 갓질라에게로 흘러들어가고 있었다.
“이런…….”
갓질라가 방사능을 흡수할수록 마력의 크기가 커졌다.
놈에게 마력은 방사능이고, 방사능은 마력이었다.
아까 왔다 간 엘프 덕분에 상황 해석이 가능했다.
차원 겹침 현상이 발생했고, 그곳에서 우연히 원전 사고가 일어났다. 그리고 차원 겹침 현상 와중에 다른 세상에서 잠들어 있는 갓질라를 이쪽 세상으로 데려왔다.
잠들어 있던 갓질라는 방사능의 영향으로 기력을 되찾으며 잠에서 깨어난 상황.
나는 갓질라에게서 광인을 마주했을 때와 비슷한 압박감을 느꼈다.
그만큼 압도적이었다.
고성우도 비슷한 감정을 느끼는 눈치.
어느새 무사시는 양손에 마검을 쥔 채 인상을 구기고 있었다.
양손에 검을 쥔 모습이 무사시다웠다.
“지켜야 해…….”
무사시는 물러설 생각은 없는 듯했다.
“지킬 수밖에 없다.”
당연하다.
사랑하는 아내와 세 딸이 있으니 지켜야만 할 것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갓질라가 얼마나 강하든 맞서야 한다.
지율이가 기다리고 있기에 갓질라를 제압하고 돌아간다.
“그래야죠.”
내가 말하자 무사시가 흠칫 놀라며 쳐다봤다. 그리고 입가에 옅은 미소를 머금으며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예. 반드시.”
고성우는 심호흡을 하고는 전신에서 냉기를 뿜어내기 시작했다.
녀석의 주변으로 바닷물 일부가 얼었다가 녹아내리며 사방으로 번졌다.
우리가 전투태세를 갖춘 순간이었다.
갓질라가 전신을 빛내기 시작했다.
마치 전기회로처럼 푸른빛이 여기저기 퍼졌고, 뿔에 모여서 번쩍거렸다.
갓질라의 벌어진 입 안쪽에서 마력이 휘몰아쳤다.
“선수필승.”
무사시가 양손에 쥔 검을 휘둘렀다.
촤, 촤아아아아아악!
찰나의 순간, 기적을 본 기분이었다.
바다 깊은 곳에 있었는데, 무사시는 바다를 십(十)자로 갈랐다.
바닷속에서 잠시 틈이 생겼고, 십자 형태의 참격은 그대로 갓질라를 덮쳤다.
퍼엉! 쿠르륵, 쿠르르르르릉!
갓질라의 주위로 어마어마한 양의 물거품이 일어났다.
잠시 갓질라를 가려버릴 정도였다.
“이거…! 야, 이거…!”
양손에 마력을 모으던 고성우가 눈을 크게 뜨며 목소리를 냈다.
아래서부터 어마어마한 양의 마력이 느껴졌다.
곧 똑바로 쳐다보기도 어려울 정도로 강렬한 푸른빛이 아래서부터 우리를 덮쳐왔다.
브레스였다.
갓질라의 마력과 방사능이 뒤섞인 푸른빛의 브레스.
나는 본능적으로 전력을 다해 아래로 거센 바람을 일으켜 장막을 만들었다. 동시에 정화 능력도 사용했다. 갓질라의 브레스 위력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테니까.
하지만 혼자서 막아낼 수 있는 브레스가 아니었다.
혼자였다면 그랬다.
“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고성우는 실시간으로 계속해서 얼음벽을 세워 방어하고 있었다.
쿠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
푸른빛의 마력과 방사능 덩어리.
그대로 맞았다가는 증발할 듯했다.
어느새 무사시는 옆으로 벗어나 브레스를 공격하고 있었다.
옆에서 기세를 자르듯 브레스를 향해 참격을 날리고 있었는데, 미친 사람처럼 검을 휘둘렀다.
그야말로 검에 몸을 맡겼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다.
계속해서 베어내 위력이 약화된 브레스는 나의 바람 장막과 고성우의 얼음벽에 막혀서 위로 뻗어나가지는 못했다.
쿠르르르르르르르…….
브레스를 멈춘 갓질라가 우리를 올려다봤다.
우리 모두 숨을 헐떡이며 긴장하는데 갓질라가 다시 입을 벌렸다.
소모전으로 들어갈 듯했다.
브레스를 몇 번이나 뿜어낼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놈도 살아 있는 생물이니 언젠가는 지칠 터.
“얼음벽 더 만들 수 있지?”
나의 물음에 고성우는 미간을 좁히면서도 입가에 옅은 미소를 머금어 보였다.
“당연하지.”
문제는 무사시.
내가 고개를 돌리자 무사시가 양손에 쥔 검을 X자로 교차해 보였다.
가슴이 철렁였다.
무사시가 중간에서 흐트러트리는 것도 역할이 큰 탓이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무사시는 여전히 양손에 쥔 검을 교차한 팔을 움직였다.
“제 양팔이 떨어지는 한이 있더라도, 두 분께 브레스가 닿을 일은 없게 할 것이오!”
진지해지면 말투가 희한해지는 무사시.
“그럴 때는 엑스자로 교체하면 안 되죠! 놀랐잖아요!”
고성우가 소리치자 무사시는 그제야 자신이 양손에 쥔 검을 보고는 머쓱하게 웃었다.
“하하하하! 미안하오!”
긴장은 풀 만큼 풀었다.
이제 갓질라의 다음 공격을 받아낼 차례.
쿠아아아아암.
입을 벌렸던 갓질라가 쩝쩝거렸다.
“저놈 지금 설마…?”
고성우가 운을 뗐고, 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쐐기를 박았다.
“하품했어. 자다 깬 건 확실해 보이네.”
“그럼 지금이 기회 아니겠소이까!”
무사시가 양손의 검을 교차하며 각을 좁혔다. 그대로 고질라의 목으로 날아들 기세였다.
“기필코…!”
그때 갓질라가 눈을 번뜩이더니 다시 입을 벌리고 브레스를 준비했다. 이번에는 무사시의 방향이었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
무사시가 날아들려는 찰나, 갓질라가 먼저 브레스를 뿜었다.
나와 고성우는 얼른 무사시 쪽으로 날아들어 함께 방어했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전력을 다해야 겨우 방어만 가능한 상황.
어떻게 하면 갓질라를 막아낼 수 있을까 고민했다.
또다시 나는 바람 장막을, 고성우는 얼음벽을, 무사시가 참격을 날려 방어하고 있을 때였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기세가 줄지 않았다.
“잠깐, 이거 설마…….”
고성우가 헛웃음을 쳤다.
“아무래도 우리를 죽일 때까지 뿜어낼 거 같은데.”
내가 말했다.
“대체…! 어떻게 해야…!”
무사시는 인상을 구긴 채 계속해서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우리 셋 중 하나라도 빠지면 브레스를 완벽하게 막아낼 수 없을 것 같았다.
궤도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저 브레스가 어디까지 날아가 어떤 피해를 일으킬지 몰랐다.
그렇게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쿠르르르르르르릉…!
무언가 거대한 미사일 같은 것이 날아들었는데, 끄트머리가 좌우로 흔들렸다.
터어어어어엉!
거대한 미사일이 갓질라의 옆에 부딪혔다.
갓질라의 브레스가 멈췄다.
“상어야!”
내가 반가운 목소리를 높였다.
갓질라의 옆으로 날아든 미사일 같은 것은 퀸에게 안내해줬던 거대상어였다.
거대상어는 나를 향해 커다란 톱날 같은 이빨들을 드러냈다. 마치 미소를 지어 보이는 듯했다.
쿠르릉, 쿠르르릉!
거대상어가 갓질라를 향해 입질을 했다.
하지만 거대상어도 갓질라에 비하면 한참 작았다.
잠깐 거슬리게 하는 정도는 가능했지만, 갓질라는 양 앞발로 거대상어를 잡아서 던져버렸다.
또다시 바다를 뒤흔드는 포효.
갓질라가 거대상어를 향해 브레스를 뿜을 기세였다.
“막아야 돼!”
내가 바람을 일으키려는 찰나였다.
“저, 저건 무슨…?”
무사시가 당황한 목소리를 냈다.
갓질라의 뒤로 거대하고 검은 문어발들이 움직였다.
“저건…….”
고성우가 중얼거렸다.
촤악!
거대한 문어발들이 갓질라를 붙들며 잡아당겼다.
문어공주 퀸이었다.
“괜찮으세요?”
퀸은 문어발들로 갓질라를 붙잡으며 물었다.
“어, 어…! 어떻게 여기에…?”
내가 되묻는데 퀸이 다급한 목소리를 냈다.
“그런 얘기는 나중에 하고요!”
“아, 미안!”
그때 옆에서 고성우가 작게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바다의 여신이 나를 구하러 오다니…….”
어이가 없어서 고개를 돌려 고성우를 쳐다봤다.
순간 고성우의 두 눈 모양이 하트로 변해 있는 것 같았다.
빛나는 눈동자도 하트 형태인 것 같았고.
지금 이럴 때가 아니지 않나.
나는 어이 없어 하면서도 지금 상황을 어떻게 해결할지 고민했다.
“어떻게 하면 되오? 큰 공격을 하기가…!”
퀸이 갓질라와 엉켜 있는 탓에 무사시는 공격할 엄두를 내지 못햇다.
“오래 못 버텨요!”
퀸이 다급한 목소리를 높였다.
갓질라는 퀸마저 밀어내며 힘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었다.
나도 어떻게 할지 고민하는 찰나였다.
“응?”
티셔츠 안쪽이 간지러웠다.
“뭐…?”
옷을 당겨서 안쪽을 들여다봤다.
복부와 가슴을 타고 덩굴이 올라오고 있었다.
그 순간에는 갓질라와 맞서고 있다는 사실마저 잊어버렸다.
대체 뭐야? 어디서 뭐가 자라는 거야?
귀촌 첫날 차원문이 생겼다 269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