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first day of my life in living alone, a portal opened RAW novel - Chapter 49
49. 여름이 가기 전에
살면서 중요한 걸 잃어버린 적은 거의 없다. 아마 7만 원 정도 들어 있는 지갑을 잃어버렸던 게 최악의 경험. 어릴 때부터 없이 살았고, 덕분인지 내 물건은 기가 막히게 챙기는 편이었다. 지갑을 잃어버린 것도 거친 현장에서 벌어진 불가항력에 가까운 일이었고.
그런데 섬이 통째로 사라졌다. 이게 말이 되나? 다시 한번 내가 다다른 곳을 확인했다. 휴도의 위치가 맞았다. 한두 번 오간 것도 아니고 틀릴 리가 없었다.
“우와! 집이 안 보이네!”
해맑은 지율이의 미소에 나는 헛웃음을 쳤다.
“그렇게 태평하게 굴 때가 아니야.”
나도 참 신기하지. 지금 이 순간에도 웃음이 나오다니. 지율이와 있으면 그냥 근원을 알 수 없는 편안함이 솟아오른다.
“그래도 신기하잖아!”
지율이도 휴도 근처인 것을 확실히 인지하고 있다.
“안 보여! 아하하핫!”
“……여기 우리 집 근처 맞지?”
“응! 맞아!”
본섬은 물론, 시선을 멀리 둬봤지만 부섬도 보이지 않았다.
우르르르르릉……! 콰광!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쳤다. 휴도가 있는 쪽이었다. 마치 그대로 있다고 말하는 듯했다.
“일단 가까이 가볼까…….”
내가 중얼거리자 지율이가 손을 앞으로 뻗었다.
“집 찾으러 출바알!”
나는 피식 웃다가 주먹을 쥐고 위로 들었다.
“그래, 집 찾으러 출발!”
요트를 움직이며 휴도를 찾는 데 신경을 쏟았다. 지율이는 처음부터 끝까지 앙글방글 웃고 있었다.
천천히 휴도가 있어야 할 자리로 향하는데 무언가 느껴졌다. 마치 뺨의 솜털 위를 가볍게 스치는 듯한 감각. 온 신경을 쏟아야만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마치 지율이나 무룩이에게 마력이 거의 느껴지지 않는 것과 비슷했다. 마력의 흔적이 스치듯 남은 부산물보다도 훨씬 적은 양.
그게 허공에서 느껴졌다. 나는 마른침을 꿀꺽 삼키고 요트를 움직였다. 그리고 전진하는데 허공이 일그러졌다.
“음?”
뱃머리가 보이지 않는 장막에 막혔다. 장막은 탄력이 있었고, 요트의 속도를 늦췄다. 튕겨내지는 않았다. 실눈을 뜨고 자세히 보면 아지랑이처럼 허공이 일그러졌다. 쭉 늘어나며 요트를 막아내던 장막에서 희미한 마력을 느낄 수 있었다.
“이거 뭐야?”
지율이는 해맑게 웃으며 보이지 않는 장막에 손을 가져다 댔다.
디용. 디요옹.
“아하하하핫! 웃긴 느낌이야!”
지율이가 손을 움직이자 물컹한 게 튕기는 소리가 계속 울렸다.
됴됴됴됴둉, 디용, 디요오오옹.
수차례 튕기는 소리가 울렸고, 장막은 계속 길게 늘어났다.
푝.
비눗방울처럼 장막이 터지더니 요트가 앞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예상대로 휴도의 모습이 드러났다.
“우와아! 집이다!”
지율이가 양손을 들며 나를 쳐다봤다.
“와아! 집 찾았다!”
일단 만세를 했다.
휴도에 스텔스(stealth) 기능이 생긴 모양이다. 매일매일 온갖 신기한 것들과의 만남이 있는 곳이기에 새삼스럽지도 않다.
“그래, 뭐…….”
나는 선착장에서 기다리고 있는 곰곰이와 삐삐 그리고 무룩이를 보며 중얼거렸다.
“그럴 수도 있지.”
말도 안 되는 일도 자연스레 받아들일 수 있는 곳이 휴도다.
존재 자체가 기적 같은 우리 집이다.
* * *
“왜 이렇게 늦었냥?”
우리가 육지에 다녀올 때마다 무룩이는 바가지를 긁었다.
“빨리빨리 다녀야 될 거 아니냥!”
지율이는 무룩이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었다.
“다음에는 같이 가자!”
“그건 싫다냥!”
“갈비도 먹을 수 있어!”
“갈비냥? 그게 뭐냥?”
지율이는 갈비에 대해 열심히 설명했고, 얘기를 전부 들은 무룩이는 고개를 홱 돌렸다.
“난 여기서 먹는 게 더 좋다냥!”
“삐삐삐삐!”
당연하게도 삐삐는 갈비에 관심이 없었다.
“고오옴! 고오오오옴!”
고기인데 제법 달달한 맛도 난다고 하니 곰곰이는 궁금한 모양이었다.
짐 정리를 마친 나는 수레를 밀면서 말했다.
“자, 가자.”
아직도 머릿속은 의문으로 가득했다.
휴도가 갑자기 투명화 기능을 가지게 된 연유를 알고 싶었다.
대체 어떻게 된 거지?
계속해서 의문을 가진 채 수레를 밀어 컨테이너로 향했다.
그러고 보니 집 짓기는 시작도 안 했네. 섬이다 보니 집을 어떻게 지을지도 고민이다. 돈만 있으면야 자재들을 나를 수는 있다. 보통 섬이라면 그렇다.
하지만 휴도에 외부인을 들이는 것은 곤란하다. 스텔스 기능까지 생긴 지금은 더 그렇다. 결국 혼자 해내야 되는 일이다. 장기적인 목표가 되겠지.
지율이의 출생신고도 마쳤으니 차근차근 계획을 세워서 나아갈 생각이다. 이제 자금에도 여유가 생겼으니 하기만 하면 된다.
사실 컨테이너에서 지내는 것도 큰 불편함이 없어서 서두르지 않는 것도 있다.
“아, 맞다!”
길을 걷던 지율이가 갑자기 수레 앞을 뒤적거렸다.
“왜 그래 지율아?”
“무룩이랑 곰곰이 밥 주려고!”
그 말에 무룩이와 곰곰이가 몸을 틀고 눈을 반짝거렸다.
지율이가 꺼내 든 것은 비닐봉지에 들어 있는 소뼈였다.
“원래 내가 먹으려다가 양보하는 거야! 많이 먹어!”
“고, 고오오옴…….”
곰곰이는 울상을 지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싫어?”
“고오옴!”
“그래?”
지율이는 무룩이 앞으로 소뼈를 내밀었다.
“그럼 무룩이 많이 먹어.”
무룩이가 앞발로 소뼈를 후려쳤다.
“안 먹는다냥!”
“왜 안 먹어?”
“이걸 어떻게 먹냥! 뼈밖에 없다냥!”
“이렇게 먹으면 돼.”
지율이는 아무렇지도 않게 소뼈를 한 입 씹으려고 했다.
“잠깐, 잠깐.”
나는 지율이를 멈추고, 소뼈를 다시 봉지에 넣었다.
“이건 싹이 준다며.”
“맞아!”
“무룩이, 곰곰이, 삐삐는 다른 거 줄 거니까 조금만 기다려. 알았지?”
무룩이는 심통이 잔뜩 난 얼굴을 한 채 대답했다.
“알았다냥! 맛있는 걸 줘야 한다냥!”
“고오오옴!”
“삐삐이!”
그렇게 다시 컨테이너로 향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우와! 싹이 많이 컸네!”
지율이가 몸을 틀고 손을 흔들었다.
고개를 돌린 나는 눈을 휘둥그레 뜨며 고개를 들었다.
“뭐야……?”
그새 싹이가 엄청나게 자랐다. 대충 봐도 10미터는 됐다. 굵기도 엄청났고. 초록빛에 덩굴로 이뤄진 모양새는 여전했다.
“잭과 콩나무 같네!”
지율이가 활짝 웃으며 말했다.
“콩나무는 하늘에 닿을 만큼 높았는데. 얼른 더 커져!”
나는 수레를 손에서 놓고 몸을 틀었다. 싹이의 정원에 들어서려는 찰나였다.
“왔는가?”
싹이의 목소리가 울렸다.
“어?”
지금까지는 싹이와 접촉이 있어야 대화가 가능했다. 대화의 방식도 실제로 귀에 들리는 것과는 조금 달랐다. 공기 중에 울린 소리가 귀를 통해 고막을 두드리는 게 아니라, 고막 안쪽에서부터 퍼지는 것 같았다.
지금은 싹이와 닿아 있지도 않았고, 대화도 사람과 하듯이 가능했다.
“어떻게 된 거야?”
“너희들 덕분이다. 수고했다.”
“그래? 잘됐네. 그럼 혹시…….”
지율이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그럼 이제 다 자란 거야?”
싹이의 가느다란 줄기 하나가 길게 다가와서는 좌우로 움직였다.
“그럴 리가. 나도 한계를 모르거늘. 이 정도에서 멈출 리는 없다.”
“그럼 계속 먹을 거 많이 줘야겠네?”
“그렇지. 강요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너희들이 성장을 도와준다면, 나 역시 보답할 수 있을 것이다.”
“자, 이거 먹어!”
지율이가 비닐봉지에서 뒤집어 바닥에 소뼈를 쏟아냈다.
“이, 이건…….”
싹이의 목소리에 당황스러움이 묻어났다.
“먹어!”
“어…….”
“소갈비 뼈야! 고맙지?”
“그…… 래……. 고맙…… 구나.”
지율이는 잔뜩 기대하는 눈빛으로 싹이를 바라봤다.
“왜, 왜 그러지?”
“빨리 먹어! 맛있어!”
“알았…… 다.”
이내 싹이는 줄기 몇 개를 뻗어 뼈들을 휘감아 자신의 뿌리 쪽으로 옮겼다.
“……시간이 조금 지나면 영양분을 흡수할 것이다.”
“그래! 많이 먹어!”
지율이의 눈빛에 기대감이 꺼지지 않았다.
“……보답을 기다리는 건가?”
싹이의 물음에 지율이가 고개를 빠르게 끄덕거렸다.
나는 웃으며 지율이에게로 다가섰다.
“지율아…….”
보답을 받는 것에 대해 가르쳐야겠다고 생각했다. 싹이가 보답을 주는 것도 자유자재는 아닐 거라는 점도.
“이거라도…… 괜찮겠나?”
싹이가 지율이 앞으로 줄기를 내밀었다. 줄기 끝에서 자그마한 보랏빛 꽃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새끼손가락 한 마디 크기의 꽃봉오리가 올라왔다. 꽃받침은 하얗고, 잎은 짙은 보라색이었다.
꽃이 피기 전부터 라일락과 라벤더가 뒤섞인 듯한 향이 풍겼다.
보랏빛 꽃이 천천히 만개했다.
포근한 향이 우리를 감쌌다. 자극적이지 않고 편안한 냄새였다.
“우와아…….”
“가져가거라.”
“가져도 돼?”
“그래.”
지율이는 꽃을 딸 생각을 하지 않았다. 대신 줄기 앞으로 손을 내밀었다. 그 순간 실제로 들리지는 않았지만, 싹이의 웃음소리가 들린 것 같았다.
줄기에 매달려 있던 보랏빛 꽃이 지율이의 손바닥 위로 떨어졌다.
“고마워!”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
“응! 나도!”
기다리고 있던 나는 줄곧 품고 있던 의문을 꺼냈다.
“혹시 휴도가 안 보이게 된 건…….”
운을 떼자마자 싹이가 답을 내놨다.
“그렇다. 외부에서 보이지 않도록 했다.”
“어떻게 한 거야?”
“네가 지금 내게 물어본 것과 같다.”
“그게 무슨 말이야?”
“네가 내게 물어볼 수 있듯이, 나도 휴도를 보이지 않게 할 수 있었다. 그것뿐이다.”
“그냥 당연히 할 수 있다는 건가.”
“당연하지는 않았다. 이것 또한 너희들 덕분이지. 단지 안전하게, 잘 성장하기 위해서, 이곳이 외부인으로부터 보호받아야 된다고 판단했을 뿐.”
싹이는 자신도 성장의 한계치를 모른다고 했다. 휴도에 있는 커다란 산으로도 가릴 수 없을 만큼 높아진다는 뜻이겠지. 아마 잭과 콩나무에 나오는 마법의 콩나무처럼, 하늘에 닿을 듯이 커질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 * *
“참…….”
짐을 정리하면서 혼자 헛웃음을 쳤다.
휴도 전체가 보이지 않게 된 것이 다시 생각해도 어이가 없었다.
대체 휴도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딩동댕! 정답입니다!”
마이패드에서 울린 소리였다.
“정답입니다!”
지율이가 손뼉을 치며 따라 말했다.
교육용 앱이었다. 매일 숙제를 하듯 여러 가지 문제들이 나오고, 그걸 풀면 포인트가 쌓인다. 쌓인 포인트로는 게임을 할 수 있다.
“다 풀었다!”
문제를 다 푼 지율이는 앱을 끄고는 아이튜브를 켰다.
“게임 안 해?”
나의 물음에 지율이가 고개를 들고 대답했다.
“응!”
“왜?”
“재미없어.”
“그럼 문제는 왜 풀어?”
“문제 푸는 건 재밌어.”
난 공부라면 질색이었는데.
“그래?”
“응!”
“이제 뭐 할 거야?”
“이거 볼 거야!”
어린이용 애니메이션이었다.
“아빠는?”
“아빠는 성우 삼촌한테 잠깐 전화 좀.”
“그래!”
나는 가족증명서 사진을 찍어서 고성우에게 보냈다. 그리고 바로 전화를 하려고 했는데, 고성우가 먼저 전화를 걸어왔다.
“여보세요?”
―제대로 됐네!
“그러게. 다 네 덕분이다. 고맙다.”
―고맙기는.
“고맙지.”
―사실 그렇긴 해. 고맙긴 하지?
“그래. 조만간 밥 살게.”
―제대로 사야 된다.
“맨날 살게.”
―됐어, 그냥 하는 말이지.
“바로 전화하는 거 보니까 한가한가 봐?”
―아니야, 바로 작전 들어가야 돼.
“작전?”
고성우가 웃음 섞인 목소리를 냈다.
―응. 나쁜 놈들 좀 잡으러 왔거든.
마수 사냥과 범죄자 체포.
무엇이 더 위험하다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
사상자 발생의 빈도수는 범죄자 체포에서 더 많이 일어난다.
반면에 마수 사냥은 사고가 한번 터지면 크게 나는 편이다.
“조심해서 해.”
―별걱정을 다 한다. 나야.
“냉장고?”
―에라이……. 아무튼 또 연락할게.
“그래. 고맙다.”
―됐어, 고맙단 말 그만해. 지율이한테 안부 전해주고.
“잠깐 통화할래?”
―아니야, 지금 바로 들어가야 돼. 끊는다.
내게 과분한 친구다.
‘내가 지금까지 제대로 살았구나’보다는 ‘운이 좋았구나’ 싶다.
* * *
마이패드를 슥슥 넘기며 동화책들을 살피던 중이었다.
“버전이 여러 개네.”
잭과 콩나무의 중간 설정이나 결말이 여러 개로 나뉘었다. 거인이 죽지 않는 버전도 있었고, 아예 사악하게 그려내기도 했다.
동화 원작과 어린이들이 읽는 게 다르다는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생각 이상으로 그 종류가 다양하게 나뉘었다.
동화는 원래 인간 세상의 본질을 알려주는 교재로써 마냥 아름다운 이야기만을 담고 있지는 않았다.
“오늘은 동화 안 읽을 거야?”
나의 물음에 지율이가 고개를 끄덕거렸다.
“응! 아까 두 개나 봤어!”
키즈채널의 동화를 애니메이션으로 구성한 영상을 본 상태였다.
“지금은 무룩이랑 놀 거야.”
지율이가 옆에 늘어져 있던 무룩이를 끌어안았다.
“애옭?”
“지율아, 살살. 살살 안아야지.”
무룩이도 가끔 압박은 느껴도 싫지는 않은지 가만히 있었다.
“고오오옴!”
“삐삐이!”
곰곰이와 삐삐는 자기들도 예뻐하라는 듯이 다가왔다.
“그래! 다 같이 놀자!”
지율이가 양손을 뻗어 곰곰이의 앞발과 삐삐의 손을 잡았다. 곰곰이와 삐삐는 서로를 힐끗 쳐다보더니 무룩이에게로 앞발과 손을 움직였다. 곰곰이와 삐삐도 무룩이의 양 앞발을 붙들었다.
“애오옭?”
지율이가 까르르 웃으며 옆으로 뛰기 시작했다. 곰곰이와 삐삐도 움직였고, 자연스레 무룩이도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애오오옭! 이게 뭐냐옹! 뭐냥! 뭐 하는 거냥!”
하지만 지율이는 멈추지 않았고, 자그마한 강강술래가 펼쳐졌다.
“아빠도 낄래!”
나도 끼어들어 손을 잡았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손을 잡고 돌기에는 공간이 부족했다.
“나가자!”
내가 목소리를 높이는 순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밖으로 향했다. 무룩이만 빼고.
“귀찮다냥! 난 가만히 둬라옭……!”
어두운 밤, 하늘에는 노랗게 빛나는 보름달이 떠 있었다. 유난히 밝은 보름달은 낮의 빛을 전부 빨아들여 밤을 밝히는 듯했다.
“아하하하하핫! 재밌어! 꺄하하하핫!”
“고오옴! 고오오오옴!”
“삐삐삐삐삐삐삐!”
“냐아아아앙! 그만 좀 해라냥!”
“무룩아 조금만 참아! 나름 재밌잖아!”
우리는 그 아래서 한참 동안 강강술래를 했다.
* * *
이른 아침.
여름도 얼마 남지 않았다.
“지율아!”
“응!”
“여기 앉아!”
내가 침대를 손으로 가볍게 탁 치자,
“응!”
지율이는 곧바로 풀썩 앉았다.
우리는 결의에 찬 눈빛을 반짝였다.
“여름이 가면?”
“가을이 와!”
“아빠가 여름이 가기 전에 뭘 해야 한다고 했지?”
“냉면을 먹어야 돼!”
“냉면이 뭐라고?”
“차가운 면!”
“그리고 또 뭘 해야 된다고 해지?”
“물놀이를 가야 돼!”
여름이 가기 전에 지율이와 냉면도 먹고 계곡에도 갈 생각이었다.
“고오오오옴!”
“삐삐이!”
곰곰이와 삐삐는 당연히 자기들도 간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당연히 데려갈 생각이었지만, 녀석들도 원한다는 게 귀여웠다.
“순찰이냥? 안 그래도 그쪽을 둘러봐야겠다고 생각했다냥.”
무룩이는 오해를 하는 건지, 아니면 자존심 때문에 순찰 핑계를 대는 건지.
“물놀이다!”
내가 목소리를 높이자 지율이가 만세를 했다.
“물놀이다!”
“고오오옴!”
“삐삐이!”
“수상한 녀석을 발견할지도 모른다냥. 지난번에 수상한 그림자를 봤다냥.”
아무래도 무룩이의 순찰은 진심인 듯하다.
귀촌 첫날 차원문이 생겼다 50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