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torney Kang Tae-hoon RAW novel - Chapter 110
110
변호인 강태훈 110화
“증인은 분명 피해자 이유지 양의 가족으로서 대중에 알려진 사실보다 더욱 많은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요?”
“네.”
범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또한, 피고인과 피해자에게서 도망쳤었던 이유지 양의 진술 역시 들은 것이 있습니다.”
범현의 눈이 찌푸려졌다. 그는 설마 하는 표정으로 태훈을 보았다.
“증인. 증인은 과거 저에게 누나 이유지 양에 대하여서 이야기하면서 누나가 도망갈 수 있게 도와준 범인이 있었다고 말하지 않았습니까?”
태훈의 말에 범현은 눈을 크게 떴다. 그 사실을 이 자리에서 태훈이 밝혔다.
범현의 입이 꾹 다물어졌다. 태훈도 답답한 심정이었지만 핵심적인 한방이 되어줄 것이다.
“대답해 주세요. 증인. 그렇게 말씀하신 적이 없었습니까?”
범현의 입은 좀처럼 열릴 줄 몰랐다. 판사에게도 그것은 중요한 이야기였다.
“대답하세요. 증인.”
판사의 촉구에 범현의 입술이 질끈 깨물어졌다. 이렇게 물으면서도 태훈도 가슴이 아프고 힘들었다.
그러나 어서 빨리 이 사건을. 자신과 범현 사이를 갈라놓으려는 이 일을 끝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맞습니다.”
“보시던 바와 같이 20년 전 그 사건의 범인은 총 두 사람이었습니다. 한 사람이 피해자인 우원도 씨이며 한 사람이 가해자로써 피고인 자격으로 이곳에 앉아 있는 강문헌입니다. 이중 피고인 강문헌은 전적으로 그 당시 우원도의 협박과 강요, 그리고 생활적 환경에 의해 범행을 저지르게 되었고, 결국 납치 감금한 지 2주 만에 피해자 이유지 양이 도망칠 수 있게 도와주었습니다.”
“변호인. 우원도가 도와주었고 강문헌이 반대였다면요?”
차 검사는 의문을 제기했다. 기다렸다는 듯이 갑 2호 증과 3호 증을 제시했다.
우원도가 강문헌에게 함께 납치를 모의하지 않으면 세상에 까발리겠다는 문자 내용과 녹음이 내용이었다.
그 내용은 전적으로 강문헌이 강요와 협박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였다.
“20년 전에는 강문헌이 반대로 우원도를 협박, 강요했다고 생각할 수 있을까요?”
심증적으로도 태훈이 주장하는 바가 맞았다.
“갑 5호 증을 제시합니다. 피고인 강문헌의 딸의 사망진단서입니다.”
사망진단서를 흩어본 판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망진단서에는 7살 아이로서는 겪기 힘든 병이 적혀 있었다.
“그 당시 강문헌의 딸 강지윤 양은 유방암 진단을 받았고 수술을 하지 않으면 생명이 위태로울 정도였습니다. 그 수술비는 만만치 않았고 결국 강문헌이 사건에 가담하게 된 계기가 된 것입니다.”
판사는 고개를 끄덕거리는 한편, 확실한 이야기가 듣고 싶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이 법정의 방청석의 이들도 다른 이들도 그 이야기를 듣고 싶은 듯 보였다.
“피고인 가능하다면 그 당시의 상황에 대해 상세하게 진술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네.”
* * *
모든 이야기를 들은 법정의 사람들은 잠시 침묵했다. 분명히 딱한 이야기였다.
그러나 20년 전의 사건이었고, 자신의 범행을 순화하기 위해 거짓말을 감미했을 수도 있었다.
그렇지만 태훈의 말이 핵심이었다.
이범현은 분명히 증인석에서 20년 전 누나 이유지를 도와 도망치게 한 사람이 있었다는 것을 인정했다.
그것은 분명히 핵심이었다.
“이처럼 피고인은 그 당시 이유지 양을 구하기 위해 피해자 우원도와 격투를 벌였었고 끝내 다리 하나를 잃는 아픔을 겪게 되었습니다.”
재판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그는 진중하게 양측을 보았다.
과연 그렇다고 한들. 강문헌의 죄가 용서될 수 있을 것인가.
감형이 마땅한가. 아니면 더욱 높은 형이 마땅한가.
최종변론의 시간이었다.
검사 측이 먼저 말을 이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지금 변호인 측은 피고인 강문헌이 그 당시 납치사건을 벌인 것은 맞지만 다시 죄책감을 느껴…… 이것은 말도 안 되는…… 대한민국 법에 의해…… 안타까운 사연을 가지기는 하였으나 분명히 납치뿐 아니라. 이번 살해사건을 관련하여…… 높은 형을 구형하여…… 여론을 위해서라도…… 하시기 바랍니다. 이상입니다.”
“변호인 측 최종변론 해주시기 바랍니다.”
“네.”
태훈도 몸을 일으켰다. 범현의 시선이 그에게 향해 있었다. 태훈은 애써 외면했다.
그는 자신의 의견을 모두 토해냈다.
판사가 퇴정을 말하기 전이었다.
강문헌이 입을 열었다.
“할 말이 있습니다.”
“피고인.”
태훈은 그를 작은 목소리로 불렀다. 강문헌은 태훈을 보며 씁쓸하게 웃었다.
문헌은 판사를 보았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허락합니다.”
“알다시피 전 20년 전 그 사건도 이번 살해사건에서도 모두 죄를 지었습니다. 저는 이 자리에 형을 감면받기 위해 나온 것이 아닙니다. 자수해서 광명 찾자고 나온 것도 아닙니다. 그 아이의 가족에게 용서를 받고 싶었습니다. 20년간 한 번도 그 얼굴이 눈앞에서 떠나질 않았습니다.”
그의 눈에서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저도 제가 이기적인 건 압니다. 용서를 받고 싶다니요. 살해범에, 납치범이 용서라니 어처구니없는 것은 압니다. 그렇지만 제가 원하는 용서는 이만 그 유족들이 편해지면 하는 겁니다. 그게 제 용서의 기준입니다.”
강문헌은 범현을 보고 있었다. 그는 여전히 분노에 찬 표정으로 문헌을 보고 있었다.
“사형이요? 무기징역이요? 그게 저의 죗값이라면 다 받겠습니다.”
“피고인……!”
태훈은 당혹한 표정으로 그의 팔을 잡았다. 그러나 그는 강경했다.
그는 몸을 일으켰다.
“내가 진 죗값 다 받을 테니까. 그만 편해지십시오. 이제 그만 떠나보내십시오. 제가 이런 말 해서는 안 되는 건 압니다. 그렇지만 떠나보내십시오. 이런 절 용서하십시오.”
그는 법정의 중앙으로 걸어나갔다. 법정 경위가 진압봉에 손을 뻗으며 한 걸음 나섰지만 판사가 손을 들어 제지했다.
절뚝이는 발로 걸어 나온 문헌은 계속해서 범현에게 고개를 숙여 보이며 되풀이하며 외쳤다.
“용서해 주십시오. 부디 용서해주십시오. 이 죄를, 뭐든 다 달게 받을 테니. 용서하십시오. 부탁입니다. 제발, 모두 떠나보내고 이제 가슴 아파하지 마십시오.”
범현은 주먹을 꽉 쥐었다. 그는 표정 변화 없이 그 모습을 차갑게 보고 있었다.
판사는 곧 준비하고 있던 법정 경위에게 눈짓했다. 그가 다가가 강문헌을 이끌었다.
“용서하십시오! 제발 나를 용서해주십시오!”
법정 경위 두 사람이 그를 이끌었다. 그가 나서고 곧 법정에 차가운 냉기가 감돌았다. 그 침묵을 깬 것은 판사였다.
“다소 소란스러웠던 점을 양해 부탁드립니다. 모두 퇴정하셔도 좋습니다.”
그 말과 함께 모두 몸을 일으켰다. 태훈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한숨을 쉬었다.
* * *
한 달이라는 시간이 훌쩍하고 지나갔다. 물론 강문헌의 사건도 종결되었다.
그가 받은 죄의 값은 25년 형이었다. 결국, 법정은 여론의 힘을 무시할 수 없었고, 딱했다지만 정상참작을 통해서 그만큼 낮은 형을 줄 수 없었던 것이다.
25년 형이면. 문헌의 지금 나이를 감안한다면 그에게는 무기징역과 다를 것이 없었다.
외롭게 그 안에서 그는 죽음을 맞이하게 될지도 몰랐다.
때문에 태훈은 문헌에게 항소하자고 말했다.
그렇지만 문헌은 고개를 저었다.
항소하고 싶지 않다고 그는 말했다.
판결이 난 후에도 태훈과 범현은 연락 한 번 하지 않았다.
태훈도 먼저 연락할 수 없었고, 범현에게서도 연락이 오지 않았다.
이대로 자신들 사이가 틀어져 버린 걸까 하고 태훈은 하루하루 자신을 한탄하고 범현과의 관계를 호전시킬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괜한 걱정이었다. 문헌과 범현이 나눈. 태훈이 모르는 이야기가 있었다.
판결이 나고 3일 후.
이범현은 강문헌을 직접 찾아왔다. 면회실로 들어온 범현을 보며 문헌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수화기를 든 범현은 아무런 표정도 없이 그를 보며 입을 열었다.
“저희 아버지는 그쪽을 용서하신 것 같더군요.”
용서라는 말의 의미를 범현은 잘 알지 못하겠다. 아버지는 유지의 일을 딛고 잊고서 산 사람은 모두가 살자. 라고 말씀하고 계셨다.
그것이 문헌식으로는 용서가 될 것이다.
“어머니 역시도요.”
그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그러고 보면 20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잊히기 충분했다. 아무리 그녀를 그리워한다고 할지라도 그녀가 살아서 돌아오는 것은 아니었다.
이미 그녀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버렸으니까.
“그래서 나도 당신을…… 용서할까 했는데. 그게 마음처럼 잘 안됩니다.”
범현은 입술을 질끈 깨물며 흐느꼈다. 아버지도 태훈도, 강문헌도 잊어주길 바라고 있었다.
그리고 그 사건의 가해자 중 한 사람은 이제 고인이 되었고 한 사람은 어쩌면 감옥 안에서 죽을 때까지 있을지도 모른다.
그 죗값은 어쩌면 충분할지도 몰랐다.
그러나 중요한 건 범현의 마음이었다.
그는 한참이나 생각했었다.
“그런데. 다른 사람 말처럼 생각해 보니까. 누나는 오히려 그걸 더 바랄 것 같습니다. 누난…… 당신은 원망하지 않았거든요. 누나가 그랬습니다. 그중 한 아저씨는 어쩔 수 없었다고.”
범현이 꺼내는 이야기는 유지가 부모님에게도 경찰에게도 누구에게도 하지 않은 이야기였다.
자신만이 알고 있던 이야기였다.
“불쌍한 사람이라고. 슬픈 눈을 가졌다고. 그 아저씨는 어쩔 수 없었다고. 자기 딸을 살리기 위해서였다고.”
누나는 분명히 강문헌을 걱정했었다. 그 당시 도망치면서 우원도가 휘두르는 낫에 다리를 다치는 것을 보았고 그러면서도 도망가라고 손짓하던 모습 역시 보았다.
우원도와 격투를 벌이던 모습 역시 숨어서 끝까지 지켜봤었다.
그녀는 분명 강문헌을 크게 걱정하고 있었고, 그가 잡힐 것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누나는 애초에 당신은 원망하지 않은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용서합니다. 그러고 싶지 않지만. 용서합니다. 누나를 위해서 용서하겠습니다.”
“고맙네.”
강문헌은 작게 웃었다. 20년간 가슴속에 맺혔던 뜨거운 무언가가 싸하고 사라지는 느낌이었다. 힘겹게 그 말을 마친 범현은 눈물을 닦아냈다.
“강태훈 변호사는 자네를 위한다네. 그러니 용서해 주게.”
그 말에 범현은 실소를 흘렸다. 그는 고개를 저었다.
“용서요? 애초에 강태훈 변호사가 저한테 용서를 받을 죄를 지은 적이 있나요?”
“원망하고 있지 않나?”
“친구를 원망하진 않습니다. 단지, 지금 제가 인정 못 하는 것이지요.”
범현은 힘겹게 웃었다. 스스로, 무엇이 잘못되었고 무엇이 옳은 것인지 머리는 인식하지만, 몸이 그러지를 못해 태훈의 앞에 나서지 못하고 있었다.
진정이 된다면 태훈에게 자신이 먼저 다가갈 것이었다.
“이만 가겠습니다.”
범현은 면회실로 나왔다. 문을 여는 순간 그는 우뚝 멈춰 섰다.
‘이제 모두 잊겠어. 누나. 그게 낫지?’
그는 먼 허공을 보았다. 오늘따라 하늘이 더럽게 파랬다. 그 허공으로 누나의 얼굴이 보였다. 이제 그만 잊자.
사랑하던 누나를 보내주자.
그는 싱긋 웃었다. 누나, 잘 가.
* * *
이범현은 지청장과 마주 앉았다. 지청장은 여우 같은 눈빛을 번뜩이고 있었다.
얼마 전 범현에게 그 사건이 있었던 후 이범현이 접견실에서 난동을 피웠다는 둥 법정 안에서 소리를 질렀다는 등의 이야기가 들려오고 있었다.
단단히 입막음시켰지만, 실체는 밝혀지지 않은 채 조금씩 이야기가 흘러들어오고 그것은 유언비어처럼 부풀어지고 있었다.
그리고 이중, 지청장은 진실이 무얼까 생각하며 범현을 좌천시켜 그의 고향 땅인 전주로 보내버릴 계획을 세우고 있는 중이었다.
“자네가 법원 안에서 소리를 질렀다는 이야기가 있던데. 뭐 강태훈 변호사하고 소리를 빽빽 질러대며 싸웠다며? 허참. 자네는 검사라는 직급을 가지고 있네. 대한민국 국민들의 신분 그대로를 드러내는…….”
“거참. 서론이 깁니다.”
이야기를 듣던 범현은 못 듣겠다는 듯이 귀를 후벼 팠다. 그 건방진 태도에 지청장의 얼굴이 붉어졌다.
아무리 그래도 최소한의 예의는 지켰던 놈이다.
범현은 품에 손을 넣었다.
그리고 하얀 정체 모를 물건을 꺼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