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torney Kang Tae-hoon RAW novel - Chapter 79
79
변호인 강태훈 079화
24장 반격. 진짜 법조인들
108호 검사실. 안도혜 역시도 강태훈의 기사가 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녀의 얼굴은 심각했다.
그 당시 사건을 담당했던 검사가 자신이었고 강력반 형사와 자신이 있었다.
그리고 조용히 넘어갔다.
이유는?
강태훈의 그 행위로 자신의 잘잘못을 인정하지 아니하고 논란을 만들며 계속 의아한 진술만 펼쳐대던 조태석이 제대로 된 진술을 하기 시작하는 결정적인 일이 되었기 때문이다.
이것은 강태훈이 이번 ‘오피스텔 살해사건’을 맡지 못하게 하겠다는 압박이 눈에 선하게 보였다.
문이 열리며 이범현이 들어왔다.
“올 줄 알았어.”
“내 친구가 곤란한 일을 당했어.”
범현은 씁쓸하게 웃었다.
그녀를 찾아온 이유는 그녀가 그 사건을 담당했기 때문이다.
“도와줘.”
“닥쳐.”
그녀는 짧고 굵게 말했다. 범현의 입이 삐죽 나왔다.
“네가 그 말 안 해도 그러려고 했으니까.”
이어진 안도혜의 말에 범현은 역시나 하는 표정으로 웃었다.
“그 사람이 예뻐서 도와주려는 건 아니야. 이건 분명한 비리야.”
“정말?”
이범현이 장난스럽게 웃자 일어났던 안도혜가 다시 자리에 앉았다.
“싫으면 말아라.”
“내가 잘못했다. 부탁한다. 안 검사.”
범현이 그녀의 손을 잡으려 손을 뻗었다. 그녀가 왼손으로 짝 소리 나게 쳐냈다. 범현이 자신의 손을 어루만지며 웃었다.
“조사관님.”
“네, 검사님.”
“송대현 기자 좀 불러주세요.”
“네.”
얼마 지나지 않아 송대현 기자가 왔다.
믿음직한 기자로서 도혜와 안면이 깊었다.
기사를 살펴본 송대현은 도혜에게 여러 가지를 물었다.
강태훈의 행위가 정말 그와 웃고 떠드는 것이었고 담배를 피운 행위 역시도 그와 즐겁기 위해서였는지.
도혜는 고개를 저었다.
“그 당시 강태훈 변호사의 행동은 조태석이 좋아서가 아니라, 그와의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변호를 위해서였습니다. 계속 자신의 혐의를 의아한 표현으로 물고 넘어지던 조태석이 그때 이후로 차근히 진술을 시작했습니다.”
“그렇다면 조작이군요. 나쁜 말만 쏙 붙여놓고, 정작 중요한 건 빼 먹은 거네요. 근데 이거 강태훈 변호사면 혹시…….”
“맞아요.”
기자들에게 들려오는 소문이 있었다. 태일기업이 이번 살해사건에 관심을 두고 있다고.
송대현 기자가 아는 강태훈 변호사는 정직한 변호사였다.
외압에 물러서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편집국에 태일기업이 압력을 행사했을 수도 있겠군요. 생각이 있다면 이런 기사 낼 수가 없어요.”
“그런가요?”
안도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 웃음을 흘렸다.
“그럼 송대현 기자님도 특종 하나 쓰세요.”
“특종이요? 안 검사님 설마.”
“네, 반론 기사입니다. 저의 인터뷰 내용을 적어주세요. 사실 확인이 충분히 되었으니 편집국에서도 승인하겠지요?”
“괜찮겠어요?”
담당했던 검사는 안도혜였다. 즉, 그녀가 반론 기사를 내면 그 당시 담당했던 검사는 뭘 했냐는 이야기가 나올 것이다.
분명 강태훈의 행위가 사건 진행을 위해서라는 의사를 내놓는다면 그에 대한 이미지는 완화가 되겠지만 되려 도혜가 피해를 볼 수 있었다.
“아닌 건 아닌 거잖아요. 어차피 크게 건드리지도 못할걸요.”
도혜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머금었다. 그랬다. 아무리 자신이 담당했던 사건이었어도 이 정도 사건으로 자신을 어찌하려 들지는 못할 거다.
“휴가 잘릴 텐데?”
범현이 쓰게 웃었다.
“내가 휴가 가는 거 봤어.”
“아니.”
휴가를 받아도 일하는 도혜이다. 범현은 멋쩍게 웃었다.
“이 일을 계획한 사람 중에 유원호도 있겠지? 그 새끼 옷 벗겨야 하는데.”
범현의 거친 목소리에 안도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 모습을 보며 송대현은 픽 웃었다.
“유원호 검사는 두 분 옷 벗기고 싶어 안달일걸요?”
“그런가.”
“하긴.”
두 사람은 동시에 고개를 끄덕였다.
검찰청에서 아무도 말릴 수 없는 두 꼴통 남녀였다.
* * *
기사가 터지고 바로 다음 날.
안도혜의 인터뷰를 넣은 기사가 다시 전국을 강타했다.
안도혜는 그 당시 태훈의 행동이 ‘피의자와의 심문’을 위한 것이었고 ‘그’ 덕분에 ‘원만한’ 이야기가 진행되었다고 밝혔다.
한편으로는 현재 난 신문기사가 ‘모순’으로 가득 차 있다고 지적하였다.
국민은 그 두 개의 기사에 작은 혼란에 빠졌다.
한편으로는 안도혜의 경우 스스로가 인터뷰하고 그것을 기사로 낸 것이고 어제 났던 기사의 경우는, 거의 추측성에 의한 글들뿐이었기 때문에 도혜의 쪽으로 크게 기울었다.
하물며 이 알쏭달쏭한 사건에 강태훈이라는 이를 검색해 보았던 네티즌들은 하나둘 그에 대한 이야기를 퍼 나르기 시작했다.
다양하게 힘없는 사람들을 도와줬던 이야기들은 태훈에게 힘을 실어주고 있었다.
더불어서 트위터에 글 하나가 올라왔다.
이종탁의 누나이자 출판사 대표인 이현지가 올린 글이었다.
– 어제 터진 국선 변호사 담배사건. 오늘 터진 검사님의 신문기사. 누가 봐도 강 씨는 손색없는 최고의 변호사다. 그는 이 시대의 몇 없는 진짜 변호사다.
어느 정도는 이현지의 동생이 성 소수자고 그로 인해서 태훈이 강제 징벌방에 대해 싸운 것을 알았다.
순식간에 전세는 역전되었다.
옹호의 글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지막 큰 한 방.
한수영이 글을 올렸다.
– 강 씨라는 변호사와 선후배 사이였습니다. 강 씨는 남을 위해 희생하는 사람이지 남을 비웃는 사람이 아닙니다. 이 시대의 몇 없는 진짜 변호사를 네몰지 마세요. 그마저 사라진다면 이 시대의 정의는 사라질지도 몰라요.
수영이 올린 글은 무척 큰 한방이었다.
그녀는 한류스타였다. 그녀의 그 글은 단숨에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다.
실시간 검색어 1위는 ‘담배 변호사. 천사설’이라는 글이 올라왔는데. 검색하고 들어가면 한수영, 이현지, 안도혜가 올린 글들이 묶어져서 기사로 나와 있었다.
태훈은 기사를 확인하고는 멋쩍게 웃었다.
사람이 착하게 살면 복이 온다고 했던가.
수많은 사람이 자신을 돕고 있었다.
태일기업이라는 그 거대한 장벽 앞에서 그들은 자신의 편이 되어주고 있었다.
사무실 문을 열고 깔끔한 정장 차림의 남성들이 들어왔다.
한국 변호사 협회에서 나온 조사위원회 인원들이었다.
“강태훈 변호사?”
“예.”
“들어오지.”
기존에는 상담실로 쓰이던 곳으로 조사위원회 이들과 함께 들어갔다.
사무실 내의 변호사들은 긴장감에 찼다.
태훈이 앉고 조사위원회는 태훈을 흩어보았다.
중앙에 앉은 남성은 싱긋 웃었다.
“긴장하지 않아도 되네.”
조사위원회는 변호사 징계위원회가 열리기 전 수사하러 오는 인원들이었다. 흔히 검찰과 경찰의 비리를 잡아내는 ‘감찰부’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한마디만 하자면 나는, 그리고 여기 있는 친구들은 태일기업 편이 아니네.”
그 말에 태훈의 얼굴이 활기가 띠었다. 아마도 우재석 협회장님께서 선출하여 보낸 것 같았다.
“상황이 재밌게 돌아가고 있어. 국민들은 자네를 지지해. 오늘 온 건 형식상이고 자네 얼굴이나 한번 보기 위해서라네.”
그 말에 태훈은 의아한 표정이었다.
“그 말씀은…….”
“징계위원회는 기각될 거네. 물론 접견실에서 흡연 음식물 반입을 했다는 것은 문제가 되지만. 그렇게 꼬투리 잡으면 안 나오는 게 다른 사람들에게 있기는 하겠는가? 그리고 지금 자네에게 징계를 내리면 우리가 난처해질 것 같거든.”
만약 반대 기사나 태훈에 대한 지지 글이 올라오지 않았다면 징계위원회는 열렸을 것이다.
분명 그 부분만 잡고 본다면 문제의 야기는 분명하게 발생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지금 그에게 징계가 내려진다면 국민의 비난의 목소리가 형성될 것이 분명한 상황이었다.
또한, 협회장의 압력이 그것과 합쳐져서 징계위원회는 무마되는 것이다.
“자네한테 기대되는 게 많아. 우리나라에는 썩은 법조인들도 많지만, 아직 정의를 실천하는 법조인들도 있다는 걸 알아주게.”
“네, 따뜻한 말씀 감사합니다.”
앞의 이들은 태훈을 보며 자랑스럽다는 표정이었다.
태일기업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게 의뢰인을 위해 움직이는 그의 모습이 내심 감탄이 나온다.
얼마 지나지 않아 조사위원회 이들은 사무실을 나섰다.
“무슨 이야기를 했나?”
“징계위원회가 기각될 거라고 하더군요.”
그 말에 안효성이 손가락을 따악 튕겼다.
“그렇지! 강태훈 변호사한테 징계라니 얼토당토않은 헛소리지!”
자신들이 아는 강태훈 변호사는 대통령 상장을 받아도 모자란 변호사였다. 그런 그에게 징계라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 * *
“안도혜 검사라는 사람 도대체 뭡니까!?”
오중주는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윤달호에게 입김을 불어 넣고 징계위원회가 열리면 그가 징계를 받고 국선 변호사직을 박탈당하게 하는 것이 목표였다.
그렇게 되면 변호는 자연스럽게 다른 사람이 맡게 될 것이었으며 그 당시 술집에서의 그 오만했던 모습이 일그러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 말을 해도 듣지 않는 여자입니다. 자신의 피해까지 감수하면서 그런 인터뷰 기사를 작성할 줄이야…… 상황이 생각처럼 풀리지 않는군요.
그와 통화를 하고 있는 이는 유원호였다. 유원호 역시도 뜻대로 일이 풀리지 않자 가슴이 답답할 지경이었다.
아직 공판을 시작하진 않았지만 이제 곧 첫 공판일이 다가온다.
강태훈은 정상참작 받을 자료들을 제출할 것이다.
“젠장!”
통화를 끊은 오중주는 거친 욕을 토해냈다.
단순히 변호사 한 사람 붙잡는 것이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가슴 속 응어리가 있었다.
그 당시 오중주가 태훈에게 하였던 말. 이주한을 자신이 키웠다.
그건 사실이었다. 그 때문에 오중주는 더 화가 났다.
자신이 태일기업 회장보다도 더욱 가슴이 아팠고 하예지에게 큰 죗값을 내리고 싶었다.
그리고 이 일을 회장이 만족하지 못하면 자신은 해고였다.
반대로 원하던 바를 쟁취해주면 승진을 하게 될 것이다.
‘어떻게 해야 하나.’
그는 눈을 감고 생각에 잠겼다.
그러나 이렇다 할 뚜렷한 수가 생각나질 않았다.
그의 입에서 얕은 신음이 흘러나왔다.
* * *
첫 공판이었다.
태훈의 옆구리에는 이제까지 자신이 하예지를 위해서 소중히 모은 자료들이 한 아름 들어 있었다.
법정에 온 그는 문을 열었다가 익숙한 얼굴을 마주할 수 있었다.
무척 오래간만이었다.
그는 다름 아닌 이환이었다.
“잘 지냈어?”
“네, 강 변호사님도요?”
이환은 ‘변호사’라고 그를 부르는 것이 어색했다. 본래 그는 사법연수원 상위권 클래스가 가져가야 할 판검사가 되어야 하지 않았나 싶다.
“나야 잘 지냈지. 이번 재판. 공정하게 부탁해.”
태훈은 손을 내밀었다. 그가 주심 판사를 할 짬은 아니었지만 좌배석 판사였다. 이환은 그의 손을 마주잡아 주었다.
화장실을 갔던 태훈은 이번에는 달갑지 않은 얼굴을 마주했다.
유원호 검사였다.
샤야아-
물을 틀어 손을 씻는 그는 소변기 앞에 선 태훈을 흘겨보고는 웃었다.
“준비는 잘 했나?”
“네, 하마터면 이상한 기사 때문에 망칠 뻔했지만 잘 했습니다.”
“그래, 다행이구만.”
그의 속에서는 열불이 끓었다. 안도혜만 아니었으면 징계위원회가 열렸을 것이고 최소한. 그가 이번 사건에서 손 떼게 하게는 할 수 있었을 것이다.
위이이잉-
유원호는 손 건조기 앞에 태훈은 세면대 앞에서 손을 씻었다.
“그 기사 때문에 저도 고소장 하나 작성하려고 합니다. 들어보니 원래 그렇게 사실 여부 확인이 안 된 기사는 편집국에서 통과를 시키지 않는다는데 말이죠.”
태훈은 능청스럽게 그를 돌아보며 싱긋 웃었다.
“참 희한한 일입니다.”
그 웃음에서 강한 적대감이 번져 나왔다.
“뭐 잘 해결되었으니 된 거 아닌가.”
유원호는 빙긋 웃고는 밖으로 나섰다. 밖으로 나선 그의 얼굴이 일그러지더니 곧 웃음을 흘렸다.
“한번 보자고.”
* * *
오중주와 유원호에게는 상황이 안 좋게 돌아갔다. 강태훈은 첫 공판에서 증거자료로써 이주한이 기사를 불러 문을 따는 장면. 하예지가 불법 낙태를 한 의사의 소견서.
그리고 불법 낙태를 진행한 의사를 증인 신청했다. 그에 그치지 않고 오피스텔의 이웃 주민.
평소 예지와 친하게 지냈던 직장 동료 등을 증인으로 신청한 상황이었으며 전치 2주의 진단서 역시도 제출했다.
이대로 진행된다면 ‘강간행위’를 통해서 정당방위에 힘이 실릴 것이고 징역 5년을 받아낼 수도 있는 노릇이다.
그렇게 되어서는 안 되었다.
고급 일식집의 미닫이문이 열렸다.
이미 안에는 오중주와 유원호가 앉아 있었다.
두 사람은 들어오는 이들을 보며 정중하게 고개를 숙여보였다.
이번 재판을 맡은 판사 세 사람이었다.
주심 판사, 우좌배석 판사들.
“앉으시지요.”
오중주는 빙긋 웃으며 앉을 것을 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