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torney Kang Tae-hoon RAW novel - Chapter 78
78
변호인 강태훈 078화
깨끗한 돈이라는 부분은 거래 기록이 남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했다.
참 대단한 기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든 하예지에게 복수를 하겠다는 심정으로 돈 5억을 변호사에게 선뜻 건네다니.
“그 슬픔 잘 알겠습니다.”
태훈은 물로 입술을 축였다.
어린 시절의 이주한을 그렇게 키웠다면 오중주 비서도 가슴이 답답하긴 할 것이다. 오랜 시간을 보았던 사람이니까.
“그리고 하예지 씨는 분명 큰 죄를 지어 그 죗값을 받아 마땅하지요.”
태훈의 말에 오중주의 얼굴이 웃음을 머금었다. 태훈이 손을 뻗어 5만 원짜리 묶음 하나를 꺼내 들어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그러더니 툭 하고 다시 가방 위로 던졌다.
“그러니 법대로 하십시오.”
“……예?”
“무기징역 받을 만큼의 건수가 있다면 무기징역을 받겠지요. 그 슬픈 마음 저도 헤아리고 의뢰인을 대신해 사과드립니다.
그러니 법대로 하셔서 원하는 결과 얻어 보시길 바랍니다.”
“그게 무슨.”
“돈은 넣어두십시오.”
태훈은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한 젓가락 음식을 입에 대지 않았다.
그는 몸을 일으켰다.
미닫이문 앞에 선 그는 오중주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홍길동전에서의 홍길동은 호부호형(呼父呼兄) 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다른 사람을 위해 사는 정의로운 사람이었습니다.”
비교할 걸 비교하라는 음성이었다.
태훈이 나서고 안경을 벗은 오중주의 얼굴은 조금 전 그 순한 얼굴이 사라지고 악랄하게 일그러졌다.
“감히. 어디 앞이라고.”
그는 쿵! 하게 테이블을 내리쳤다.
“어떻게 되는지 한번 보자고.”
거칠게 술잔을 채운 그는 들이키고는 분노를 머금었다.
* * *
다시 오피스텔로 돌아온 태훈은 관리자를 만났다. 그와 함께 오피스텔 복도에 설치되어 있는 CCTV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사건이 벌어진 당일 날 위주로 CCTV는 돌아갔고 곧이어 피해자 이주한이 모습을 드러냈다.
문고리를 잡고 흔들어대던 그는 곧 성난 모습으로 전화를 어딘가로 하고 15분 후 설치 기사가 그에게 다가가 뭐라 이야기를 하다가 지갑을 꺼내고 100만 원짜리 수표를 건네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크게 건졌군.’
피해자였던 이주한은 이미 여기에서 ‘특수주거침입죄’가 발생한다.
또한, 직원에게 돈도 건네는 장면이 있었다.
두 사람의 만남이 결코. 서로가 원해서가 아니었다는 결정적인 증거였다.
“됐나요?”
“네.”
확인한 태훈은 싱긋 웃으며 증거자료를 복사해서 챙겼다.
그는 곧장 도어락을 해제한 업체로 걸음 했다.
사무직원 몇 사람이 있었고 가끔 설치 기사들이 왔다 갔다 하고는 했다.
“무슨 일로 오셨죠?”
뚱뚱한 체격의 안경을 낀 남성이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얼마 전에 ‘하늘 오피스텔’ 402호 설치 기사 왔었지요?”
“잠시만요. 조회해 보겠습니다.”
남성은 별 의심 없이 컴퓨터로 두들겼다.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칠석 기사님이 가셨었네요.”
“전화번호 좀 알 수 있을까요?”
“네.”
그는 몸을 일으키더니 명함 한 장을 들고 왔다. 이칠석 기사라고 적혀져 있었다.
“지금 기사님 다른 곳 문 따러 가셨어요.”
“네.”
아마도 집주인들이 비밀번호를 까먹고 꽤나 기사들을 자주 부르는 듯싶다.
설치 기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뼈대 있는 이야기가 아닌 언제쯤 사무실에 오냐고 물었고 20분이면 된다고 했다.
담배 한 대 피우고 커피를 한잔하자 그가 왔다.
“전화 주신 고객님 맞으신가요?”
“네. 일단 이야기 좀 하시죠.”
그는 나쁜 사람 같지는 않았다. 투박한 표정으로 웃는 그는 태훈이 고객이라고 생각한 듯싶다.
실적 하나 또 땄다고 생각하는 그 얼굴에 침 뱉기는 조금 꺼림칙했지만 어쩔 수 없다.
“얼마 전에 ‘하늘 오피스텔 402호’ 도어락 장치 해제하셨죠?”
402호 이야기가 나오자 그는 말문이 턱 막혀 버렸다.
그 당일 날 살인사건이 일어난 건 그도 알았다.
자신에게 수표를 건넸던 남자가 죽었다.
“집주인이 아닌 걸 아셨죠?”
“제, 제가 그런 게 있나요…… 그냥 고객님들이 따 달라고 하면 따주는 거죠.”
“CCTV를 확인해 보면 수표를 주고받는 모습이 있었습니다.“
그는 말문이 막혀 눈앞이 아찔해졌다.
당장 문 한 번 따는데 100만 원을 준다는데 그러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또 그렇게 당당히 도둑질할 사람은 아닌 것 같았고 살고 있는 이와 친분이 있는 이라고 여겼다.
“수표를 건네준 분께서 살해당하신 것도 알 테고.”
“거, 검사님이신가요?”
기사의 물음에 사무실 내가 순식간에 싸해졌다. 대한민국 검사들이 의외로 힘이 있었고 그를 무서워하기 마련이다.
“정반대입니다. 피고인의 변호사입니다.”
그나마 그 말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래도 스스로가 하신 행위가 ‘주거침입죄’에 해당함은 아시죠?”
그는 말문이 막혔다.
“어쩌면 사건이 일어나게 방조한 죗값도 물을 수 있을 겁니다.”
“변호사님. 저도요. 그런 일이 일어날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요.”
순박하게 파르르 손이 떨리는 그를 보며 태훈은 머리가 아득해졌다.
정말 그저 평범한 사람이었다.
그렇지만 자신은 지금 의뢰인을 최선으로 생각해야 한다.
“크게 법적으로 구속하려고 하지는 않을 겁니다. 물론 벌금형 정도는 맞을지도 모르지만 그렇게 큰 형량을 묻지는 않을 겁니다. 스스로는 그 문을 연 건 인정하신다는 거군요?”
“네. 그 돈이요, 돌려드릴게요.”
“아, 저한테 돌려주실 필요 없습니다.”
태훈은 머쓱하게 웃으며 몸을 일으켰다.
그를 증인으로 신청할 생각은 없었다.
자신에게는 이미 CCTV 자료 화면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곳으로 온 이유는 만약을 대비해 그가 맞는지 확인하기 위함이다.
그는 곧 그곳을 나섰고, 이칠석은 한숨을 크게 푹 쉬었다.
* * *
접견을 온 태훈은 자신을 보며 웃고 있는 유원호를 무시하고는 안으로 들어갔다.
“병원에서는 예상대로 낙태 수술한 적이 없다더군요.”
“네?”
“아시겠지만 하예지 씨가 받은 수술은 불법 낙태였습니다. 모자보건법 제14조에 해당하는 사유가 있을 때만 우리나라는 낙태를 인정하니까요.”
“그럼 제가 낙태를 했다고 확인할 방법이 없는 건가요?”
그녀는 걱정 어린 목소리였다.
태훈은 빙긋 웃었다.
“완전히 없는 건 아닙니다. 다른 산부인과도 많아요. 낙태의 흔적을 찾아내면 됩니다. 계속 병원 측은 부인하기는 하겠지만…….”
꽤나 난처해진 일이었지만 헤쳐 나가보면 길은 열릴 것이다.
“그 당시 이주한 씨에게 잠금장치 기사가 문을 따는 장면이 있는 CCTV 자료도 확보했습니다. 앞으로는 피해자로 인해 피고인이 헤어진 후에 정신적으로 시달렸다는 것을 조사할 겁니다. 예를 들어 하예지 씨의 지인분들을 통해서 그런 증언을 확보할 것이고요.”
그 말이 끝나자마자 예지는 자신이 다녔던 직장에서 친했던 이와 친한 친구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불러주었다.
“다음에 또 오겠습니다.”
“네.”
그녀는 한결 안도한 모습이었다.
자신의 변호를 맡아준 변호사가 자신을 위해 힘껏 뛰어다니고 있었다.
국선 변호사들, 건성이 많다던데 강태훈이라는 변호사는 아니었다.
돈 들인 변호사보다 훨씬 나았다.
밖으로 나온 태훈은 삐딱하게 서 있는 유원호와 마주할 수 있었다.
“수고했네.”
태훈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 수고했네. 라는 말뜻에서 의미모를 위압감이 느껴졌다.
떨떠름한 표정의 그는 밖으로 나섰다.
그가 나서고 유원호는 히죽- 하고 웃었다.
“증거자료를 다 물 말아 잡수시게 생겼는데 어쩌려나.”
그도 윤달호가 협회장에게 압박당한 것도. 오중주가 건네는 수억을 거부한 것도 알고 있었다.
그렇다면 다른 방법은 얼마든지 있었다.
끈끈하게 이어진 자신들은 얼마든지 강태훈이라는 변호사를 압박할 힘이 있었다.
* * *
사무실로 돌아온 태훈은 다급히 그에게 다가오는 한기에 의해 고개를 갸웃했다.
“자네, 이거 사실인가?”
“어떤 거 말씀이십니까?”
그는 고개를 갸웃했다. 사무실 변호사들도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태훈은 그가 돌려놓은 노트북을 확인했다.
노트북의 실시간 검색어에 ‘접견실 담배’라는 이름이 떠오르고 있었다.
그는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기사를 클릭했다.
기사를 클릭하고 빠르게 읽어 내려가던 태훈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 국선 변호사 강 씨. 연쇄살인범 조태석과 접견실에서 담배 피우며 웃고 떠들어…… 최고 일보 오하늘 기자.
남성 다섯을 무참하게 살해한 연쇄살인마 조태석과 그를 변호했던 국선 변호인과의 이야기가 퍼져 관심이 뜨겁다.
그 당시 사건을 담당했던 강동구 강력계 형사 이 모 경사는 연쇄살인마 조태석의 변호를 맡았던 국선 변호인 강 씨가 접견을 오면 그와 하하호호 웃으며 떠들고는 했고, 먹을 것을 마음대로 반입해 먹거나 심지어 조태석에게 담배를 주고 흡연을 했다고까지 알려왔다.
이에 반응이 심상치 않다. 국민은 그 당시 변호를 맡았던 국선 변호사 강씨가 연쇄살인마 조태석과 함께 웃고 떠들며 담배까지 핀 것에 대해 눈살을 찌푸리고 있다.
한편 국선 변호인 강 씨는 서울대학교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군법무관으로 근무했으며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공익 인권 변호사 단체에서 활동했던 이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기사를 읽은 태훈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댓글로 향했다.
– 미친 거 아니야? 연쇄살인마 새끼하고 담배를 피워?
– 이 사람 원래 되게 좋은 사람이라던데…….
– 지랄, 좋은 사람인 걸 떠나서 접견실에서 담배, 음식물 반입 자체가 말이 되냐. 그것도 살인마 새끼한테. 이 새끼 옷 벗겨야 해.
– 대한민국 참 가지가지 하는구나. 이젠 국고를 먹는 변호사가 살인마한테 담배 주면서 맞담 하냐? 어히구! 꼬라지 하고는.
태훈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이것이 이런 식으로 문제가 제기될 이유가 없었다.
변호사들이 접견을 하면서 긴장을 풀어주고 또한 실토하게 하기 위해서 음식을 주는 행위 같은 경우는 아예 없지는 않은 경우였다.
이렇게 태훈의 행위만 수면 위로 드러났다는 것은 분명 누군가 손을 썼다는 거다.
“사실인가?”
“……네.”
“큰일이구만. 아주 크게 꼬리를 밟혔어.”
김한기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일단은 이것이 사실이라는 것에 주목되어야 했다.
그렇지만 한기도 느꼈다. 이것은 분명 태훈이 이 일에서 손 떼기 위한 계략의 일종이었다.
따르르릉-
기다렸다는 듯이 전화가 울렸다.
“내가 받지.”
다른 변호사가 받기 전에 한기는 자신이 움직여 받았다.
발신자는 윤달호였다.
– 자네 사무실 강태훈 변호사 생각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응? 연쇄살인마하고 담배를 피우고 웃고 떠들어? 지금 이게 변호사로서 자격지심이 있기는 한 건가!?
한기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일단은 뭐라고 할 말이 크게 없었다.
– 최소한! 국선 변호사 자리는 내놓아야 할 것이야. 변호사 징계위원회가 열릴 것이네. 한 번 그때 보도록 하지!
윤달호는 전화를 끊었다.
한기는 한숨을 크게 쉬었다.
역시나 일이 터지자 기다렸다는 듯이 달려드는 꼴이었다. 제대로 그들이 파놓은 덫에 걸려든 셈이다.
“변호사 징계위원회가 열릴 것 같네.”
태훈의 눈앞으로 하예지가 아른거렸다.
잘못하면 그녀의 변호를 못 서게 될지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