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ra of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202
데렉의 클래스가 그 자신의 대단한 연기력을 바탕으로 한, 어디서도 배우기 힘든 노하우를 전수하고 있었다면,
나탈리의 클래스는 배우들 개개인의 역량에 맞추어 엄격하고도 세심하게 지도한다는 특징이 있었다.
조지의 클래스는 감독이라는 특성을 살려, 배우들에게 전체의 흐름을 보는 눈을 가르쳤다. 그의 클래스엔 기성 배우들이 대거 들어가 있었는데, 헐리우드의 유명 감독 눈에 들어 놓으면 나중에 조연 배역이라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꿍꿍이가 있는 듯 했다.
그리고 에바의 클래스는···
[그녀는…좀 정신이 나갔어.(*out of mind)] [왜? 수업이 이상해?] [아니, 수업은 좋아. 작가로서의 경험담을 잘 살렸어. 대중이 끌리는 캐릭터는 어떻게 탄생되는지, 배우로서 배역에 매력적인 캐릭터를 어떻게 부여할 수 있는지를 배우고 있거든.] [오, 그거 나도 듣고 싶네. 그런데 뭐가 문제야?] [수업 중간에 자꾸 허공을 응시하고 멍하게 한숨을 쉬어. 얼굴이 발그레지기도 하고, 눈이 반짝거리다가 갑자기 종이에 무언가를 미친듯이 써내리기도 하고…] […흠, 역시 작가란 알 수 없는 생물이야…]그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에,
왠지 불퉁한 표정이던 잭슨이 불만을 터뜨렸다.
[그런데, 좀 공정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 [왜? 데렉의 클래스에서 무슨 일이 있었어?] [편애가 너무 심해.] [누구? 아, 그 조에 신유명이 있지. 데렉이 그를 편애해? 티가 날 정도로?] [티가 날 정도가 아니라…그냥 대놓고야. 아예 태도가 달라. 다른 조원들이 과제를 시연하면 물어뜯을 것처럼 관찰하는 사람이, 그가 시연하면 그냥 사르르 녹아 있다고.]잭슨의 불평에 앙투안이 이맛살을 찌푸린다.
[잭슨, 쓸데없는 소리 하지말고, 그게 불만이면 너도 그만큼 하면 되잖아.] [아니, 말도 못하냐···] [말같은 말을 해야지. 너 처음 여기 왔을 때 뭐라고 했는지 기억나? 호주에서 같이 연기하던 배우들이 다 연기력이 짜쳐서 갑갑했는데, 우리를 만나니 속이 시원하다고 했지.] [……] [지금 데렉도 그런 심정일걸. 네가 과제하는 걸 보다가 그가 하는 걸 볼 때면.]말투만 부드럽지 송곳같은 팩트폭력에, 잭슨이 발끈하여 반박했다.
[그럼 너는!!] [나도 아니라고 하지 않았어. 데렉에게 우리는 한참 가르쳐야 할 제자들인 반면, 그는 대등하게 연기를 두고 토론할 수 있는 동료인 거지. 어떻게 대우가 같겠어.]잭슨의 얼굴이 시뻘개지고, 옆에 있던 마르타가 묻는다.
[그 정도야?]앙투안은 마르타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그 정도야. 나는 최소한 그들이 한수 위라고 인정하고 발버둥치고 있어. 이 오디션이 끝나기 전에 그들의 수준에 조금이라도 근접하고 싶거든.] [그 날의 연기를 생각하면 이해가 가기도 하지만…앙투안이 그렇게 말할 정도라니. 역시 데렉의 클래스로 갈 걸 그랬나봐.] [언젠가는 마주치지 않겠어? 마르타라면…혹시 승산이 있을지도 모르지.]그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이 경연이 끝나기 전에, 누군가 신유명의 독주를 저지할 사람이 있다면, 그건 마르타 정도.
혹은···
‘만약에 ‘그’가 정신을 차린다면···’
예선에서 놀랍게 반짝이던 한 배우를 떠올리며 그런 생각을 언뜻 하던 앙투안은 고개를 휘휘 저었다.
지금 현재 그의 상태를 보면, 그건 너무 과한 기대다.
앙투안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과제 연습하러 나는 이만.] […나…나도 같이 가!]잭슨이 졸레졸레 따라왔다.
*
데렉의 클래스는 숨쉴 틈 없이 진행되었다.
바쁜 그가 직접 봐주는 것은 하루 세네 시간 정도였지만, 나머지 시간에도 모두는 쉴틈없이 연습을 거듭했다. 조금만 기대에 못 미쳐도 신랄하게 튀어 나오는 그의 독설에, 모두의 긴장도는 최고치를 달리는 중이었다.
{그렇게 재밌냥.}
‘응, 미호도 재밌잖아.’
하지만 유명은 꽤 신이 나 있었다.
그도 그럴것이, 처음으로 대등한 수준이라고 할만한 배우를 만난 것이다.
자신과 비슷한 방법론, 비슷한 정교함으로 연기에 접근하는 배우를 만나 교류하는 것은 굉장한 자극이었다.
{엄청 집요한 성격의 인간이당. 너같이 존재감이 비정상적으로 낮은 특수 상황을 겪은 것도 아닌데, 이미 최고의 위치에 있으면서도 그 이상의 연기를 추구한다는 건 원래의 성격에 강박적인 면모가 있다는 거징. 그걸 헐렁해 보이는 태도로 순화할 뿐.}
유명도 그렇게 생각했다.
그냥 티비에서 볼 수 있는 데렉 맥커디라는 배우는 타고난 스타였다. 손짓, 발짓, 거들먹거리는 말투까지.
보는 사람들은 첨엔 살짝 재수 없다고 느끼다가, 그 다음엔 조금 웃긴가 싶더니, 어느덧 그의 매력에 허우적거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게 그의 미친 매력인가 보군. 나도 당해버렸네.’ 하고 혀를 빼물었겠지.
하지만, 배우로서 만난 배우 데렉 맥커디는 달랐다.
가지고 오는 과제들은 흥미로웠으며, 그걸 분석하는 눈은 날카로웠다.
자신이 준 작은 변주 하나하나를 모두 눈치채는 상대가 있었기에, 유명은 어느 때보다 활기차게 과제를 수행하고 있었다.
{그나저나, 이제 슬슬 따라올 놈들과 나가 떨어질 놈들이 보이넹.}
‘응···’
데렉이 내는 과제들 중엔 쉬운 게 없었다.
대부분 배우로서 자신의 한계를 넘어서기를 요구하는 과제들.
그런 미션을 매일같이 수행하는 조원들의 격차는 점점 분명해졌다.
따라서 데렉이 신랄하게 평가하는(=기대를 놓지 않은) 배우들의 범위는 점점 축소되어 갔는데, 가장 심하게 당하는 사람은 언제나 카이와 효준이었다.
-고작 그것밖에 못 해요? 어떻게 그 실력으로 본선까지 온 거지?
-그래도 어제보단 훨씬 좋아졌네. 카이는 많이 부족하지만, 하나를 얘기하면 그 하나는 반드시 만들어 오는군요. 가르치는 보람이 있어요.
두 사람의 차이라면,
수업 중에 떨어지는 즉흥적인 미션에 대해선, 늘 효준은 인정받고 카이는 혼이 나는 반면,
하루 전에 내준 과제를 시연하는 과정에선, 늘 효준이 혼나고 카이가 인정을 받는다는 것이다.
-또 제자리걸음이네. 할 마음이 있긴 있어요?
-이게 진짜 homework(*숙제)인 줄 알아요? 딱 떠오른 걸로 대충 해놓고 이 정도면 됐지-라고 생각한 거죠? 도효준씨에겐 향상심이라는 게 없나?
그것이 반복되면서, 효준의 표정은 점점 침울해져 갔다.
그리고 점점 카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신경질적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같은 방을 쓰면서도, 언젠가부턴 카이에겐 눈인사조차 하지 않았다. 가끔씩 유명의 시선 안에서 말을 붙여주길 바라는 것처럼 얼쩡거리는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과연 데렉이 먼저 나가떨어질깡, 그가 먼저 도망갈깡…}
‘미호라면…그의 버릇, 고칠 수 있을 것 같아?’
{심뽀 문제는, 본인이 고쳐먹지 않으면 어렵징. 남이 관여해서 변화시킬 수 있는 건 유치원 때까지당. 지금은 오디션이라는 특별 상황이니까 데렉이 저만큼이나 관여하는 거징.}
‘…그렇지?’
유명은 그에게 신경쓰지 않으려 눈을 돌렸다.
‘그런데 왜 데렉은…같이 연기해보자는 얘기를 안 할까?’
{그러겡. 저 성격이면 클래스 시작하자마자 덤비지 않을까 생각했는뎅···}
‘후…어서 같이 연기해보고 싶은데···’
데렉 클래스를 지원한 이유.
유명은 데렉와 함께 연기할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는 이상하게도 마주 설 기회를 만들지 않고 있었다.
*
[나탈리. 거기서 뭐해?] [클래스 전에 짧은 휴식.]오늘, 액터스 하우스에 클래스가 있는 데렉과 나탈리가 입구의 정원에서 마주쳤다.
캘리포니아의 따가운 아침햇살 아래, 푸르른 정원의 벤치에 앉아 캔음료를 꿀꺽꿀꺽 넘기는 나탈리의 모습은 CF를 방불케 했다.
[바빠요? 데렉도 한 잔 할래요?] […염탐인가?] [절반쯤은?]데렉이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그녀의 옆에 앉았다.
나탈리의 매니저가 밴으로 달려가더니, 음료를 잔뜩 가져와 종류별로 내밀었고, 그는 그 중 하나를 집어들었다. 땡큐- 하고 건네는 산뜻한 인사에 매니저의 얼굴이 화르륵 불타오른다.
[하여간 죄 많은 남자야.] [타고난 원죄라, 어쩔 수 있나.]언제나 견고한 그의 오만함에 나탈리는 못 들은 척 스윽 무시한다.
그리고 궁금하던 것을 묻는다.
[어때요, 그는?] [볼수록…끓어오르네. 어디서 저런 물건이 나타났지?] [하하. 진짜 데렉 맥커디의 여러 모습을 보네, 요즘. 설마 신유명씨 앞에서도 그래요? 연기 가르칠 때 칭찬하는 거 아니라면서? 버릇 나빠진다고.] [자기 자신에게 그만큼 엄격한 사람한텐 칭찬해도 돼. 어차피 내가 칭찬하든 비판하든 신경도 안 쓸걸. 만족의 기준이 자기 자신에게 있는 사람이니까.]데렉의 말에, 나탈리가 실소를 터뜨린다.
[그래도 그렇지, 데렉 맥커디의 말에 신경을 안 쓸리가요.] […두 번 걷기를 시켰거든.]그가 갑자기 꺼내는 이야기, 나탈리는 호응하며 귀를 기울였다.
[아, 그거. 나도 많이 당했죠 그걸로.] [내 수준으로 완벽하게 다른 인물이 되어 걷더라고.] [와…정말요? 데렉 맥커디가 자신의 수준이라고 인정했다고?] […놀라운 포인트는 그게 아니야. 그래서 나는 당연히 그가 예전에 연기한 배역이겠지 했거든, 그런데 자신의 배역이 아닌 상대방의 배역을 연기했더라고.] […왜요?]나탈리가 이해를 하지 못한듯이 묻는다.
그리고 데렉의 설명에, 소름이 오싹 돋는다.
[그래서…기존 배역으로는 연습이 되지 않아서, 일부러 해보지 않은 배역을 택해서 연습했다구요?] [끔찍하지?] [와…진짜 끔찍한 배우네.]나탈리가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그래서, 같이 연기는 해 봤어요?] [아니, 아직.] […당신이라면 바로 덤벼들었을 줄 알았는데.] [죽을 힘을 다해 참고 있지.] [왜요?] [지금 내가 그를 지명해서 연기하면, ‘데렉 맥커디에게 선택받은 지원자’라는 수식어가 붙을 거잖아.] [실제로 그렇잖아요. 그게 어때서요?] [그럼 그가 앞으로 이루는 결과에 내 이름이 묻을 거거든. 그건 미안한 일이니까.]그 말에 나탈리는 조금 머리가 띵했다.
[당신…이렇게 진지한 모습 처음 보는데…진짜 적응 안 되네.] [그야 그 전엔 나만큼 연기에 미쳐 있는 사람을 본 적이 없었으니까.]나탈리도 연기에 누구 못지않게 열중해 왔지만, 데렉의 말만큼은 반박할 수 없다.
우스갯소리로 그를 미친 데렉이라고 부르지만,
그녀만큼은 그가 ‘연기에’ 미친 데렉임을 알고 있다.
[그의 이름에 ‘연기’ 말고 다른 수식어가 붙게 하고 싶지 않아.클래스 진행 중에 그와 연기한다면, 보는 눈이 없는 사람들은 ‘지도연기’라는 수식어를 붙일텐데, 생각만 해도 민망하군.]
그런 그가 허세를 뺀 담백한 목소리로 인정하는, 어떤 배우.
[…그래서, 그와 맞붙는 걸 계속 피할 생각이에요?] [그건 아니지.] […?] [데니스에게 심사위원을 상대로 연기하는 걸 본선 중에 미션으로 넣어 달라고 할 거야. 그럼 공정하게 그와 한 무대에 설 수 있겠지.]그런 그의 말에 나탈리가 장난을 쳤다.
[어? 심사위원이면 나도 포함되잖아요. 내가 신유명씨와 붙겠다고 해야지.] [어어…그건 봐줘. 그러면 나 울 거야.]그가 울먹울먹한 표정을 지어 보인다. 그 모습까지도 얄밉도록 섹시하다.
평소의 데렉으로 돌아온 것을 알고, 나탈리가 그제서야 웃음을 짓는다. 역시 그에게는 이런 모습이 어울린다.
그것이 7일째의 아침 풍경이었다.
그 날 데렉의 클래스에서는 6명이 아웃되었다. 반박의 여지도 없이 가차없는 손절이었다.
그리고 남은 6명.
유명, 앙투안, 잭슨, 효준, 카이, 시드니.
남은 인물들은 데렉의 인솔 하에 어느 장소로 이동하게 된다.
[여기입니다.]-캘리포니아 스턴트 센터&스튜디오-
그들이 도착한 곳은, 스턴트와 액션 연기를 가르치는 센터,
센터 앞에 서 있는 커다란 대포카메라를 든 카메라맨 한 명이 그들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한 무리의 사람들과 함께였다.
167 액션 ‘연기’
[모두 반갑습니다. 앤디 랜서입니다.]카메라에 삼켜질 것 같은 작고 마른 남자는 눈빛만은 야생동물처럼 번뜩였다.
데렉이 그를 소개했다.
[앤디는 제가 아는 최고의 스포츠 포토그래퍼입니다. 스포츠잡지 의 사진팀장이며, 의 객원 포토그래퍼기도 하죠.] [제가 여러분을 촬영해드릴 겁니다. 그 중 좋은 샷 몇 장을 골라 LA타임즈 연예섹션에 캐스팅보트 특집으로 싣기로 했어요. 멋진 모습 부탁드려요.] [오늘 여러분들은, 액션 연기의 기본에 대해서 배우시게 될 겁니다.]오늘의 수업은 스턴트 액션.
유명의 눈이 진한 흥미로 반짝였다.
시리즈로 액션 배우로도 명성이 높은 데렉이기에, 이런 클래스가 한 번은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던 참이었다.
그들이 들어선 센터 내부에는, 스턴트 액션을 연습하기 위한 시설이 즐비했다.
바닥과 벽에 쿠션 처리가 되어 있고, 기울여진 매트와 높이 쌓인 쿠션들이 장애물 역할을 하고 있다. 트램펄린, 평균대 등도 군데군데 놓여 있었으며, 높은 천장까지 박혀있는 봉은 2층 난간부터 타고 내려올 수 있도록 설치되어 있었다.
‘이런 곳 한 번 와보고 싶었는데···’
먹고 살기 힘들던 단역배우 시절, 유명은 스턴트를 배워볼까 하는 생각도 했었다. 일반 단역보다 스턴트 대역들은 훨씬 나은 페이를 받았으니까.
하지만 그것도 몸이 건강해야 할 수 있는 일, 생기 부족으로 영 비실했던 유명이 할 일은 못 되었다. 스턴트 학원에 다닐 비용조차도 부담되기도 했고.
‘멋지다···’
이번 생에서도 아직 본격적인 액션 연기를 해본 적 없는 유명에게, 이 공간은 무척 새롭고 설레는 곳이었다.
[물론 배우가 전문 스턴트를 할 줄 알아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하지만 액션 영화에서 배우가 몸을 많이 쓸 줄 알 수록, 영화의 리얼리티는 살아납니다. 모든 액션을 스턴트맨에게만 맡긴다면 액션씬 전체를 배우의 얼굴이 보이지 않는 각도로 보여줘야 하니까 긴장감이 떨어지죠, 관객들도 대역이라는 걸 쉽게 눈치채고 몰입이 깨지기도 하고요.]데렉 맥커디는 액션의 많은 부분을 직접 소화하는 배우로도 이름이 높다.
액션 씬에서 배우가 소화하는 부분이 많을수록 롱테이크를 쓸 수 있고, 그것이 긴장감을 바짝 살린다.
데렉이 카메라를 든 앤디와, 오늘 클래스를 촬영하러 온 수잔을 가리킨다.
[저 분들이 여러분들이 액션을 하는 모습을 프로필 샷과 프로필 영상으로 만들어 주실 겁니다. 특히 앤디는 동적인 무브먼트의 정점을 멋지게 포착하기로 이름난 작가죠. 유명 스포츠 선수들도 그에게 개인 프로필을 찍으려면 몇 개월을 줄 서야 해요.]그 말에 배우들의 얼굴에 기대감과,
[사실입니다. 후배를 보내겠다고 했는데 데렉이 막무가내로 우겨서 오늘 제가 직접 왔네요. 여러분들은 아주 행운아들이죠.] [그리고 오늘 찍은 사진과 영상은, 여러분들의 개인프로필로 활용하도록 제공해드릴 예정입니다.]환희가 서린다.
초보 배우들은 좋은 작가에게 프로필을 찍을 기회가 드물다.
[그럼, 시작하죠.]스턴트 클래스가 시작되었다.
*
수업은 무척 재미있었다.
[좋아요, 신유명씨. 그 상태로 균형을 유지하면서 달리다가 점프!]이런 연습이 처음이라 초반엔 조금 헤메었지만, 감각을 습득하고 나자 점점 즐거워졌다.
타인의 생기에 짓눌려 팔다리가 무거운 상태에서 15년을 연기해 왔던 그에게, 자유롭게 몸을 사용하는 감각은 축복과도 같았다.
[역시 몸에 대한 감각이 좋네요. 다음, 카이!]이 날 수업에서 모두를 가장 놀라게 한 것은 카이 누넨이었다.
그는 놀라울 정도로 쉽게 데렉이 보여주는 모든 동작을 따라해냈고, 응용하여 더 어려운 동작을 선보이기도 했다.
놀라운 유연성과 민첩함, 균형감각.
[전에 배운 적 있어요? 이 친구는 나보다 훨씬 낫겠는데?]그렇게 세시간이 지났다.
그 모든 과정에서 데렉이 계속 강조한 것은, 보여지는 몸의 아름다움이었다.
[세 바퀴를 도는 것보다는, 두 바퀴를 멋지게 도는 게 배우에겐 더 중요해요. 못하는 액션파트가 있으면 대역을 쓰면 되지만, 액션이 멋지지 않은 배우는 아예 섭외되지 않거든요.]맞는 말이라는 것은 그를 보면 알 수 있다.
시범을 보여주는 그의 동작동작들은 나무랄데 없이, ‘카메라에 가장 멋지게 보여지는’ 각도나 표정을 계산하여 보여주고 있었다.
‘역시, 배울 점이 많은 배우야…’
[자 이제 마지막으로 프로필을 찍을 겁니다. 여러분은 오늘 배운 액션들을 참고해서 각 1분 정도의 액션을 구성해서 보여주세요. BGM은 세 가지 중 하나를 택하면 됩니다.]액션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BGM.
데렉이 지정한 세 가지는 007, 미션임파서블, 본시리즈의 OST였다. 세 가지 모두 액션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듣기만 해도 전율이 흐를만한 명곡들이다.
‘뭘 택할까···’
잠시 주어진 준비시간, 유명은 각 곡들의 멜로디를 입으로 흥얼거리며 장애물들을 돌아 보았다.
‘하나, 둘, 셋…이쪽 벽에서 평균대까지는 열다섯 걸음.’
그리고 구조물과 구조물 사이의 걸음 수를 측정한다.
[형, 뭘로 할 거에요?] [나는 미션 임파서블. 카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