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ra of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204
데렉과 나탈리는 캐스팅보트에 ‘심사위원’으로 계약서를 썼다.
출연료가 장난이 아니긴 하겠지만, 그들의 네임밸류를 생각하면 예능프로에 흔쾌히 출연할 정도의 거액은 아닐 것이다.
그래서 에바는 그들이 돈 이상의 모종의 조건을 받았을 거라고 짐작했다.
그런데 심지어 쇼프로에서 연기를 하다니.
연기에는 최소한의 연습이 필요한 법이다. 데렉과 나탈리가 본인들의 ‘연기’라는 자산과 연습시간을 투입하는 것은 캐스팅보트 입장에선 어마어마한 수혜일텐데, 그걸 대가도 없이 그 쪽에서 먼저 제의하다니.
이게 다 신유명(보형이!) 때문이다.
그 배우는 이 헐리우드에 어떤 폭풍을 일으키려고 이만한 전조 증상들을 보이는 것일까.
[그래서 대본을…에바가 쓰지 않겠어요?]원래라면 사람을 꽁으로 부리려 하냐고 화를 낼 상황인데,
그 폭풍에 에바도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
[데렉이랑 신유명씨가 연기할 대본요? 제가 써야죠! 다 미루고 그거부터 쓰겠습니다!]그렇게 너무 쉬운 합의가 이루어졌고,
에바의 머리가 팽글팽글 돌아가기 시작했다.
*
캐스팅보트가 6회를 지났을 무렵,
한국에선 여전히 도효준과 비교해 유명을 까내리는 여론이 우세한 상황이었다.
예선 1차에 이어 예선 2차에서도, 유명의 활약은 크게 조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형’을 활용한 연기에서도, 나탈리가 무대에 직접 뛰어올라간 부분은 편집되어 방송되었다.
메인 디쉬를 나중에 선보이기 위한 TW의 템포 조절이라는 것을 눈치챈 사람들도 있긴 했지만, 가끔 흘러나오는 그 주장들은 ‘국뽕’이라는 매도로 난도질을 당했다.
그리고 캐스팅보트 7회가 방영되는 날이었다.
팟-
미국 유학생 윤선희는 TW 채널을 켰다.
그녀는 갓네임드 회원으로, TV를 켠 상태에서 갓네임드 채팅방에 접속해 있었다.
-[나]오오 시작해요 시작해!
-으악, 떨려!!
-태종러버님. 생중계 너무 감사합니다ㅠㅠ
-[나]아니에요. 저도 재밌는걸요. 파일 뜨면 자막 작업도 빨리 해드릴게요.
그녀는 누구보다도 캐스팅보트를 빠르게 번역하여 갓네임드에 뿌리는 일등공신이었다.
-[나]예선에서 본선으로 바로 가는 줄 알았더니, 본선진입과제가 있었네요! 으악, 조모임이다!
-네? 조모임요? ㄷㄷㄷ
-미국 오디션 프로에서 조모임이라니, 한국 대학의 지옥도를 오마쥬한 것인가···
-[나]어? 2차 예선 일자별로 가장 높은 평가를 받은 사람이 조장이 되나 봐요.
-미친…강제 조장…진짜 싫어.
-처음 만난 배우들끼리 팀 짜서 연기하는 거에요? 알력 다툼이 어마어마하겠네요.
그리고 선희는, 뭔가 이상한 낌새를 채게 된다.
-[나]어? 유명이도…조장인 거 같은데요?
-네???
-헐…그럼 2차예선조에서 유명이가 1등한 거?
-아니 그 정도로 잘 했으면 부각이 됐을텐데, 여태 그런 장면들은 전혀 안 나왔는데요?
혼란에 빠진 회원들.
선희도 영문을 몰라 화면과 채팅창을 번갈아 쳐다 본다.
-태종러버님이 잘못 보신 거 아니에요? 유명이가 활약하길 너무 기대한 나머지…ㅠㅠ
-[나]아닌데, 진짜 나왔는데···
그렇게 동공 지진을 일으켰던 선희는,
7회의 마지막에 붙은 8회 예고편을 보고 숨을 크게 들이킨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누구, 이…대본을 이렇게 해석한 사람이 누구인가요!] [당신이죠?] [저는 별로였어요.] [제 정신이에요?]다급한 비명처럼 빨라지는 심사위원들의 목소리 속에,
클로즈업 되는, 선희에게 무척 낯익은 한 얼굴.
그 겸손하면서도 당당한 자태.
그리고…
[나도 해보고 싶은데요.]심사위원석에서 벌떡 일어선 데렉 맥커디.
-[나]이게…이게 무슨 일···
-왜요? 무슨 일 있나요?
-예고편? 예고편? 예고편? 예고편?
[[데렉 맥커디를 무대로 소환한 참가자 발생? 그의 정체는? 다음화에서 계속…]]마지막으로 꽂힌 자막을 보고, 그녀는 확신한다.
다음주에 뭔가…뭔가 터진다.
딸꾹-
너무 놀란 그녀의 입에서 딸꾹질이 비져나왔다.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다시 타자를 치기 시작했다.
169 얕보진 말아야지
[졸업 과제 안내를 드리려고 합니다.]액션스쿨 둘째 주, 간만에 전체 참가자가 소집되었다.
총 24명. 그새 많이 단출해진 인원.
과정 중에 절반을 걸러내는 것은 모든 클래스가 동일했나 보다.
안타깝게도 조지 클래스에 들어갔던 유명의 조원 제프리도 어제 탈락하고, 짐을 싸서 나간 후였다. 유명의 방에는 이제 그와 카이, 효준 셋만 남았다.
[클래스별로 졸업 과제를 따로 하려고 했었는데, 사정이 있어서 변경됐습니다. 전 클래스에 동일한 과제가 부여됩니다.]오늘 앞에서 얘기하고 있는 사람은, 진행자 제리가 아닌 PD 데니스 밀턴.
데렉이 졸업 과제의 변경을 요청해 왔다.
왜 꼭 지금 타이밍에 이 과제여야 하는지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마지막 과제는…진입 과제를 다시 연기하는 겁니다.] […!]모두의 얼굴에 의문이 서렸다.
진입 과제는 조별 과제였고, 같은 조원들 중 이미 떨어진 사람들도 많다. 단체극을 혼자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저…그럼 상대역들은 누가 하나요?] [상대역은 따로 없습니다. 함께 연기 중이라는 가정 하에, 1인극으로 진행합니다. 상대역 대사들은 저희가 섭외한 기성 배우들이 읽어드릴 거에요.]그 말에 한 참가자가 큰 소리로 묻는다.
[이미 했던 건데, 똑같이 연기하면 되는 건가요?] [노노, 그럼 ‘졸업과제’가 아니겠죠.]데니스가 검지를 휘휘 젓는다.
[배역의 해석이든, 연기적인 스킬이든 뭐든 좋습니다. 진입과제 때와 졸업과제 때,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셔야 합니다. 특히 진입과제 때 지적받은 부분을 개선한 걸 볼 수 있다면 더욱 좋은 평가를 받겠죠? 1인극이라 이제 조원들 눈치 볼 필요도 없으니, 마음껏 연기를 펼쳐 주세요.]테마는 성장.
어찌보면 이 과제는 기존에 좋은 평가를 받은 사람일수록 불리할 수도 있다.
연기가 서툴수록 기초적인 지적을 많이 받고, 연기력이 뛰어날수록 쉽게 고치기 힘든 것들을 지적 받았을 것이다.
하물며 지적받은 부분 없이 칭찬만 받은 사람이라면…?
팔짱을 끼고 데니스의 설명을 듣고 있던 데렉이, 두 명에게 시선을 던진다.
한 명은 데렉이 이 과제를 요청하게 만든 사람.
그는 계속 혼나면서도 결정적인 무언가가 바뀌지 않고 있는, 이대로라면 별 볼 일 없는 배우로 끝나고 말 사람이다.
그리고 다른 한 명은, 그 때 이상으로 어떻게 해낼지 상상이 가지 않는 사람.
‘과연…’
데렉은 턱을 한 번 쓸어내렸다.
*
[후…도효준 씨는 발전이라는 게 없습니까?] […열심히 준비해 온 건데요. 이 정도면 괜찮은 편 아닌가요?]또 한 번 연습실의 분위기가 싸늘해졌다.
거의 매일 내려지는 데렉의 질타에 점점 시무룩해져가던 효준은, 오늘은 결국 발끈한 듯 말대꾸를 했다.
[‘이 정도’의 기준이 뭔데요?]그 말에 다시 효준의 입이 합죽이가 된다.
카이나 잭슨, 시드니.
다른 참가자들의 이름을 대기는 너무 치사한 것 같아서이다.
[이건 학교 성적이 아닙니다. 80점이면 적당히 했고, 90점이면 잘한 편이고 그런 식으로 평가하는게 아니라고요. 내가 평가하는 기준은 ‘얼마나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만큼 했는지’입니다. 그리고 도효준 씨는, 후… 더 잘할 수 있잖아요.] [제가 왜 더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지 모르겠는데요.] [이 과제, 10분 주고 연기해보라고 했어도 이만큼 했을걸요, 아닙니까?]효준이 그 말에 뜨끔한다.
[도효준 씨는 10분을 주든, 하루를 주든, 혹은 한 달을 주더라도 결과가 비슷할 겁니다. 왠지 압니까?]데렉이 오늘 날을 잡은 모양이다.
다른 배우들은 숨도 쉬지 못하고 합죽이가 되어 있다.
[똑똑해요. 대본을 보자마자 반짝하고 아이디어가 샘솟을 거예요. 그리고 잘해요. 그 아이디어로 할 수 있는 연기를 뚝딱 만들어낼 겁니다. 그게 독이에요. 그러니까 더 이상 고민하지 않는 습관이 든 겁니다.] [……] [영리해요. 효율적이죠. 그런데 연기라는 게, 주어진 시간 내에 최소의 자원으로 최대를 뽑아내는 게 목적인 ‘업무’인가요?]괜히 되로 말대꾸를 했다가 말로 돌려받고 있는 효준이 입술을 물어뜯는다.
[연기는 가성비가 좋은 공산품을 만드는 게 아니에요. 장인이 혼을 쏟아서 명품을 만드는 거죠. 무슨 일이든 80%의 완성도를 가지는데 필요한 노력이 10이라면, 거기서부터는 1%를 올리는 데마다 노력이 1, 5, 10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겁니다.80%를 만들려면 10만 노력해도 되는데, 90%로 올리려면 50의 노력이 들어. 엄청 비생산적이죠. 그렇다고 80%짜리 두 개를 하는 게 나을까요?]
정상에 선 자가 모두를 내려다보며 단언한다.
[아니, 이게 우습게도 그렇지가 않아요. 군중들은 80% 완성도의 결과물 백 개보다, 99%의 결과물 한 개에 더 흥분하거든. 그리고 99%를 해낼 줄 아는 배우라면? 몸값은 80% 배우의 백 배가 아닌, 천 배, 만 배가 돼.]헐리우드 최고의 몸값을 가진 배우가 말하기에, 더욱 설득력이 넘친다.
[그런데 10의 노력만으로 90%의 완성도를 뽑는 재능을 가진 사람이, 고작 거기에 만족하고 본인 재주를 뽐낼 욕심밖에 없으니, 후…]결국 오늘도 효준의 눈에 눈물이 고이고,
[설마 그런 건 아니죠? 나 공부 안 했는데 머리 좋아서 성적 잘 나온다고 과시하는 부류. 그런 건 이쪽 바닥에선 아무 의미 없어요. 무조건 결과. 결과물의 완성도로 승부하는 겁니다. 남들보다 둔해서 200, 300의 노력을 들이더라도 완성도를 1%라도 더 올리면 그게 더 좋은 배우인 거예요. 이건 도효준 씨뿐만이 아니고, 여러분들 모두에게 하는 얘기입니다.]뚝- 떨어졌다.
데렉은 기분이 좋지 않은지, 그것으로 클래스를 끝냈다.
*
그 날 저녁.
조금 피곤해서 연습을 평소보다 일찍 끝낸 유명이 샤워를 마치고 방으로 들어왔다.
머리를 말리고 있는데, 이불을 뒤집어쓰고 웅크려 있던 형체가 이불을 휙 걷더니 부루퉁하게 말한다.
“형도 나 싫어하죠?”
뜬금없는 질문이었지만, 유명은 잠시 곰곰이 생각해 본다.
예전에 유석이 효준을 싫어하냐고 물었을 때, 유명은 아니라고 했다. 그냥 직장 동료 사이. 좋아하지 않는 것이지 싫어하는 것은 아니라고.
그런데 지금은…
자신의 평소 성격으로 볼 때 누군가 연기에 관해 저 정도로 질타를 받고 있다면, 직장 동료라도 모른 척하지 못했을 것 같다.
그런데 거리를 두고 있는 이유가…그래, 있다.
도효준이라는 사람 자체를 싫어한다기 보다는…
“아니라고 말은 못하겠네요.”
유명이 인정하자, 효준의 얼굴이 더 찌푸려진다.
“형은 나 같은 놈 이해 못하겠죠. 인생 순탄하게 살았으니까.”
유명이 대답을 않자, 효준이 말을 더 주워 섬긴다.
자세히 보니 동굴같은 이불 속에 맥주 캔이 여러 개 뒹굴고 있다.
술을 마셨구나.
“나는 부모 얼굴도 몰라요. 말도 못할 때 미국으로 보내졌거든요. 나 입양아인 거 알고 있죠?”
“……”
“청교도적인 미국 중산층 가정이었어요. 어릴 때부터 상벌이 엄한 환경에서 자랐죠. 피부색과 머리색이 다른 이유를 알고 나서는 버려지지 않으려고, 칭찬만 받으려고 애썼어요. 똘똘한 편이었는지 칭찬을 많이 받기도 했구요.”
요즘 타인의 사연을 많이 듣는 것 같다.
버려지지 않으려고 애쓰던 아이가 또 하나.
“그런데 내가 10살이 넘었을 때, 불임 진단을 받았던 양어머니에게 기적적으로 아이가 들어섰어요.”
기대하지 못한 축복이 도착했음에 모든 사람이 기뻐할 때,
홀로 불안해하던 아이.
“그런데 그 이후로…칭찬도 나무람도 줄어들더라고…”
칭찬을 기대하며 착한 짓을 하던 아이는, 이제 관심을 기대하며 말썽을 부린다.
하지만 꾸중조차 예전과는 온도가 다르다.
그것은 불안함에서 온 아이의 착각이었을까, 혹은 정말로 그러했을까.
관심 없다고 생각해 왔었지만, 유명은 술을 먹고 넋두리처럼 늘어놓는 그의 아픈 과거를, 듣고 싶지 않다고 끊을 만큼 매정한 성격은 되지 못했다.
가만히 듣다 보니, 그가 칭찬과 관심에 집착하는 이유를 알 것도 같다. 부모 이후로 처음으로 그에게 관심과 기대를 보여준 유석에게 집착하는 이유도.
유명이 나타난 후 그에게 관심이 줄어든 유석은,
동생이 생긴 후 그에게 관심이 줄어든 양부모를 떠올리게 하지 않았을까.
“칭찬 좀 받고 싶어하면 안 돼요? 그냥 적당히 즐겁게 하고 싶은데 왜 데렉은 본인 마음대로 나를 높이 평가하고 그거에 못 미친다고 닦달을 해대는 건지.”
부루퉁한 표정.
“형은 왜 또 날 미워하는데요. 내가 비뚤어져서? 노력을 안 해서? 비뚤어진 건 가정 환경 때문이고, 노력은…세상 배우들이 다 그렇게 연기에 인생을 걸라는 법 있어요? 사람마다 살아가는 방식은 다 다른 건데, 좀 이해해 주면 안 돼요?”
후- 한 번 한숨을 내쉰 유명이, 피곤한 눈을 들어 효준을 마주본다.
“왜 나한테 이해를 원해요?”
*
유명의 질문에, 효준의 눈빛이 흔들렸다.
“본인이 그게 맞다고 생각하면 그렇게 살면 되지, 왜 내 이해가 필요하냐구요.”
“…카이에겐 잘해주잖아요.”
이해할 수 없는 답변이 튀어나온다.
“그거랑 그게 무슨 상관인데요?”
“형은 여기저기 다 친절하고, 모두와 사이가 좋은데…나한테만 냉정하니까. 나도 힘들게 살았다고. 좀 이해해 달라고요.”
인간 관계에 지극히 서툰 사람이 내미는 친해지자는 방식.
언제부터인지 모르겠지만 효준이 자신에게 가진 감정이 적의에서 호의로 바뀐 것은 알고 있었다. 경쟁 상대가 아니라, 인정받고 싶은 사람으로.
이유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런 눈치는 빤한 유명이었고,
꽤나 안타까운 사연까지 들었는데도 그 마음을 흔쾌히 받아줄 수 없는 건…
“살아가는 방식은 다 다르다, 맞는 말이죠.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을 응원하긴 하지만, 열심히 살지 않는다고 비난할 생각은 없어요. 하지만,”
유명의 눈빛이 차갑게 변한다.
“얕보진 말아야지.”
“……”
“남이 목숨 걸고 있는 일을, 본인이 뽐내기 위한 수단 정도로만 사용하면서, 상대에게 이해 받고 인정받길 바라는 건가요.”
유명이 효준을 좋아할 수 없었던 이유.
그에겐 목숨보다 소중한 연기를 얕보기 때문에.
“연기를 못하는 건 괜찮아요, 발전하면 되니까. 발전하고 싶어서 노력하는데 나아지지 않는 것도 어쩔 수 없죠, 그건 재능의 영역이니까. 그러다가 지쳐서 발전하기를 포기하고 하던 대로만 연기하는 것도 괜찮아요, 평생을 노력하며 살라는 건 가혹한 주문이니까.”
연기를 못한다고 평가받았고,
발전하려 죽어라 노력해도 변함이 없었고,
지쳐 가면서도 평생을 노력했던 배우의 분노.
“그런데, 나는 노력하지 않아도 남들보다 잘한다고 뻐기면서 연기를 얕보고 있잖아.”
“……”
“연기가 쉬워요? 아니, 제대로 해본 적이 없어서 모르는 거죠. 배역 하나가 한 인간이에요. 그걸 담아내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그래서 자신이 얼마나 부족한지 알면 그럴 수가 없지.
사실은 그걸 어렴풋이 느끼고 있죠? 진심을 다해서 부딪혔는데 자신이 아무것도 아닐까봐, 겁나서 마주보길 피하고 있는 것 아닌가요?”
정곡을 찔린 효준의 눈이 갈 곳을 잃고 헤맨다.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걸 무시하는 사람을 보고도 웃을 사람은 없어요.”
“……”
“정면으로 마주보지도 못하면서 붙으면 내가 이긴다고 큰소리만 칠 거라면, 그냥 다른 길을 찾는 걸 권하고 싶네요.”
그 말을 끝으로 유명은 방문을 열고 나갔고,
효준의 손은 한참동안이나 떨림이 멈추지 않았다.
*
캐스팅보트 7화의 번역본이 풀린 이후로, 한국은 몹시 술렁술렁했다.
예고편의 의미에 관한 갖가지 해석들이 나돌았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우리도 궁금하다!
-조지 하우슬리는 별로라고 했잖아. 그럼 의견이 반반 갈린 거 아닐까?
-일단 심사위원들 표정이 ‘오마이갓’이긴 했잖아. 신유명이 놀래킨 거 아냐?
-놀래키는 게 좋은 쪽도 나쁜 쪽도 있으니까. 아직 단정지을 순 없지.
-데렉은 뭘 해보고 싶다는 거지? 악! 궁금해!!
그리고 여기에 검은 오오라가 풍기는 두 명의 앉아 데스노트를 작성하고 있다.
“신응수…일빠죠?”
“아, 그 새낀 진짜 조져야죠.”
“우정일보에선 옹호 기사 띄웠던데요.”
“거긴 예전에 피터팬 초연으로 특종도 낸 데에요. 면죄부 하나 주죠.”
“매거진Q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