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ra of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305
“친구야. 오래된 친한 친구.”
“거짓말하지 마. 어쩌다 그렇게 영어를 솰라솰라 하게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고등학교때까지만 해도 영어공부라고는 나랑 구몬한 거 밖에 없는 네가 오래된 외국인 친구가 있다고?”
“어…그렉이 한국어를 잘 하니까?”
“아, 그러네?”
지연은 따지던 기세가 무색하게 바로 납득하더니, 미호와 금세 친해졌다.
“휴일을 보내는 가장 꿀같은 방법은 방바닥과 내 몸의 접촉 면적을 최대화 하는 거지.”
“캬…이 오빠 생긴 거도 잘 생겨서 뭘 좀 아시네.”
“오빠?”
“오빠 아니에요?”
“어…맞아 맞아.”
미호는 지연에게서 오빠 소리를 듣고 왠지 기분이 좋아보였다.
“밥 먹자~”
유명의 아버지까지 귀가한 후, 그렇게 오래 한 집에서 살았던 ‘식구들’이 드디어 한 자리에 모였다.
미호가 자연스럽게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오고, 묻지 않고도 화장실 위치를 자연스럽게 찾아가자, 엄마는 그를 신기하게 쳐다보았다.
“저 친구는…우리 집이 참 익숙해 보이네.”
“어? 어어···”
유명은 된장찌개를 맛있게 먹는 미호를 보고 싱긋 웃었다.
이 광경이 무척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
공항에서 그들을 찍은 사진은 순식간에 온 나라로, 그리고 세계로 퍼져 나갔다.
무명 배우의 기막힌 아름다움에 모든 사람은 폭발적으로 반응했으며, 그가 향후 어떤 연기를 보여줄 것인지를 기대해 마지 않았다.
-보는 순간 운명을 느꼈습니다. 오늘부터 그렉도 같이 팝니다.
-둘이 같이 서 있으니 후광이 비치는 것 같네요. 또 작품 같이 하겠죠?
-그래서 살로메 재상연 안 하나요?
그리고 유명은 미호를 데리고 기획사를 방문했다.
건물을 통째로 사서 옮겨 널널해졌던 사옥은, 다시 사람들로 복작거리고 있었다.
굿엔터, 밍기뉴, 윤성엔터를 통합해 로 사명을 변경하고, 영화 제작 사업부, 배급 사업부, 매니지먼트 사업부를 두게 됨으로써 회사가 엄청나게 커진 것이다.
“환영합니다.”
유석은 오랜만에, 팬심을 숨기지 못하는 상기된 얼굴로 그들을 맞았다.
그 살로메를 직접 관람했던 1인이니까, 미호를 보고 흥분하는 것도 당연하다.
“대표님, 이 쪽은 그렉이에요. 에서 살로메와 아덴을 함께 연기했던 배우입니다. 그 ‘천상연’이기도 하구요.”
“알고 있습니다. 실물로 봐도 엄청나네요.”
“그리고 제 친한 친구에요.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내가 잘 부탁해야죠. 말씀드린대로 계약조건은 유명씨와 동일하게 맞췄습니다. 저희 유엔터를 택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능력 있으시다고 얘기 많이 들었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유석이 손을 내밀었고, 미호가 그 손을 맞잡았다.
흐뭇한 광경이었다.
“그래서, 첫 작품은 혹시 원하는 방향이 있으신가요?”
“아, 그건 말씀드릴 게 있는데-”
유명이 슬쩍 끼어들었다.
“사실 제가 수전당을 한 달 예약해 뒀는데요.”
“네?”
“뭐? 언제?”
천제에게 3개월 후 미호를 돌려보내겠다는 약속을 받은 후, 유명은 혜전당 관장에게 연락했다. 공연을 위해 급작스럽게 수전당 대관을 신청했을 때, 8월 이후라면 어떻게 시간을 뺄 수 있을 거라던 그의 말이 생각나서였다.
-관장님, 혹시 최대한 빨리 수전당 대관할 수 있는 날짜가 있을까요?
-그거 혹시···
-네. 살로메 재상연을 하려구요.
-10월! 10월 중순부터 한 달 가능합니다.
-그럼 부탁드릴게요.
-그 배우분은…같이 공연하십니까? 다들 누구냐고 난리던데.
-네. 에 살로메가 없으면 안 돼죠. 돌아와서 함께 공연할 거에요.
단 한 번이라고 생각해, 가진 모든 것을 불태웠던 공연.
그 공연을 그 때처럼 절박하게가 아니라, 즐겁고 행복하게, 하지만 최선을 다해서 다시 연기해보고 싶었다.
그것이 돌아온 미호와 자신의 첫 공연.
“그렉은 어때? 살로메, 한 번으로는 아쉽지 않았어?”
“…아쉽지.”
“한 번 더, 콜?”
미호가 그 맘이 제 맘이라는 듯이 고개를 여러 번 끄덕였고, 유석은 짜릿한 표정으로 의 재상연이 결정되는 광경을 바라보았다.
지금이 9월 중순이니, 이제 한 달.
“배우들이야 벌써 스탠바이 상태지만, 내가 할 일이 많겠네요.”
“대표님이요?”
“그럼요. 이번에는 무대도, 의상도, 음향도, 조명도 모두 갖춘 완벽한 환경에서 공연해야죠. 홍보도 잔뜩 하고.”
그가 신난 표정으로 박수를 짝짝 쳤다.
“첫 일감부터 끝내주네요. 달려봅시다.”
셋은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
10월 15일, 금요일.
돌아온 살로메의 첫 상연일.
유명은 최종 리허설이 끝난 후, 잠시 숨을 돌리며 전화 한 통을 걸었다.
[여보세요.]“류신 형.”
“오늘 크랭크업 했죠?”
[…네. 좀 전에 끝났습니다.]“축하해요. 존 감독님한테도 축하드린다고 전해 주세요.”
류신은 존 클로드와의 신작 촬영을 오늘 마칠 예정이었다. 유명은 그것을 기억하고 축하 인사를 전하기 위해 전화한 것이었다.
수화기 너머에서 다른 목소리가 들린다.
[여어, 나도 있다고.] [데렉! 까메오 촬영이 마지막 날이었어요?] [응. 이 자식은 나날이 쑥쑥 연기가 느네. 재수없게.]데렉이 투덜대더니, 스피커폰을 삑- 누른다.
[재수없다뇨, 사람 앞에 두고.] [칭찬한 거거든?] [데렉은…위고 씨랑 꼭 한 번 같이 작업했으면 좋겠습니다.] [야!!]큭큭-
유명의 웃음이 터졌다.
[공연 얼마나 남았어?] [이제 곧 관객 입장 시작할 거에요.] [초연을 못 봐서 아쉽네. 너랑 ‘그 배우’ 연기라니…진짜 보고 싶은데.] [곧 들어오실 거잖아요.] [네, 여기 정리되는대로 들어갈 겁니다. 미안하지만…초대권 좀 부탁해도 될까요?] [같이 얘기할 때 한국어 쓰지 말라고! 방금 ‘초대권’이라고 했지? 그거 티켓 얘기하는 거 맞지? 내 거도!!]언제 이렇게 개그 콤비가 됐을까.
유명은 키득거리며 당연히 초대권은 준비해 뒀다고 했다. 예전처럼 단발성 공연이 아닌지라 회차마다 초대권 물량이 조금씩은 준비되어 있었다. 그래서 오늘 가족들도 보러 오기로 했고.
[그럼 공연 잘 해요.] [잘 해. 그 배우한테 밀리지 말고.] [하하, 네. 한국 오는 날짜 정해지면 연락 주세요.]툭-
전화를 끊자, 저 쪽에서 허스키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류신이랑 데렉?”
“응.”
다시 공연을 준비하다보니 그가 ‘인간’이 되었다는 것이 여실히 느껴졌다.
그 때처럼 휘리릭 의상을 바꿀 수도 없었고, 분장도 매 장면마다 수정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래서 아쉬워하지 않을까 했지만, 미호는 오히려 재미있어 했다.
-이게 더 재미있네. 한정된 시공간 안에서 무한함을 연기하는 것이 ‘연기’니까.
그래서 오늘 공연에는 살로메와 아덴의 등장 구성이 많이 바뀌었다.
그럼에도 환상적이라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 그 절묘한 연기력만큼은 변하는 것이 아니니까.
19:30
공연 시간이 되었다.
관객들의 흥분과 기대가 무대 뒤까지 느껴진다.
오늘, 초연의 티켓 전쟁은 그야말로 무시무시했다고 한다. 그 전쟁에서 이긴 전사들이 내뿜는 열기가 3500석의 수전당 객석에 흘러 넘치고 있었다.
“시작할까, 살로메?”
“그래, 레오도.”
음악이 흐르고 막이 열린다.
안개가 깔리고 푸른 달빛같은 조명이 은은하게 번진다.
관객들은 숨을 죽였다.
짤랑-
짤랑-
유려한 형체가 무대 위로 바람처럼 날아든다.
모두가 그 수려한 자태에, 정신이 아득해져 시선을 빼앗겼다.
공연이 시작되었다.
안녕하세요. 글술술입니다.
오늘 유명이나 미호가 연기한 미션, 작품, 출연 프로그램들을 정리하기 위해, 1화부터 300화까지 주욱 넘겨 보았습니다. 참 많은 이야기를 해 왔다 싶네요.
1년 내내 밥먹을 때도 운전할 때도 자려고 누웠을 때도, 머리 속을 헤집고 다니던 유명이와 미호를 놓아주려고 하니, 기분이 참 이상합니다ㅎㅎ
첫 작품이다 보니, 서툴고 미진한 부분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지금 1~25화를 읽어보면, 와…이걸 어떻게 봐주셨지 싶기도 합니다;; 그 뒤에도 뇌절이 예상되서 독자님들이 우르르 하차하셨던 구간도 있었고, 지나치게 진지하거나 감정 소모가 심한 구간들도 있었죠.
그럼에도 많은 독자님들이 ‘오직 한 길을 향해 노력하는 주인공’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끝까지 함께 해주신 점, 진심으로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1년을 돌아보니, 참 열심히 썼네요.
나중에 더 재밌는 글, 더 발전한 글을 쓸 가능성은 있을지 몰라도, 다시 이만큼 영혼을 갈아서 쓸 수는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그게 아마 첫 작품이라는 것이겠지요ㅎㅎ
제 1년을 함께 해 주신 모든 독자님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유명이처럼 뜨겁고, 미호처럼 아름다운 내일이 독자님들께 펼쳐지기를.
-글술술 배상
[QnA]1)외전 있나요?
아직 확실히 모르겠습니다. 지금은 하얗게 불태운 기분이라서요ㅎㅎ 조금 쉬면서 뭔가 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생긴다면, 쓰게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2)종이책이나 개인지 예정은?
종이책은 저도 무척 욕심이 나지만ㅜㅜ 기약이 없습니다. 솔직히 어렵다고 봐야 할 것 같네요.
사실 개인지도 알아보기는 했습니다만, 300화, e북으로 13권이라는 장대한 분량을 교정, 편집, 표지 디자인하여 소장가치 있는 실물로 엮어낸다는 게, 보통 품이 들어가고 신경이 쓰이는 일이 아니더라구요.
진행하게 되면 제가 몇 달 간 아무것도 못하고 매달려야 할 것 같고, 책을 낸 후에도 디자인이 마음에 안 들거나 오타가 보이면 e북과 비교가 안 되게 신경이 쓰일 것 같습니다.
저도 슬프군요…ㅠ
3)이 글을 써야겠다고 결심한 계기나 영감
원래 자유연재에서 일반연재 승급을 위해 쓴 습작이 하나 있었습니다. 병맛 판타지였죠ㅎㅎ
33화에서 답이 안 보여서 연재를 멈춘 후, 제가 좀 알고 익숙한 분야를 써야 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때 연기물을 떠올렸죠. 대학 때 연극동아리를 했던 기억이 떠올라서요.
대학 때 ‘자우림’ 공연을 본 적이 있습니다. 김윤아 씨가 2만 명이 들어찬 노천극장을 존재감 하나로 압도하는데, 그 때 ‘연예인의 아우라’를 실감했어요.
일상생활에서도 분명 한 마디만 해도 이목이 집중되는 사람이 있고, 있으나 없으나 잘 티가 안 나는 사람이 있죠.
연기 실력이 있는데, 타고난 존재감이 비정상적으로 낮아 성공하지 못했던 배우가, 어떤 계기로 존재감을 얻는다면? 이라는 생각에서 이 글이 시작되었습니다.
4)연기 관련 일을 했나? 했다면 어떻게 작가가 되었나?
연극 동아리를 했고, 그 쪽 분야와 관계가 없지 않은 전공을 했습니다만, 취업은 다른 쪽으로 했습니다. 부족한 디테일은 책도 보고 검색도 하고 인터뷰도 해가며 보충했습니다만, 미흡한 부분도 있었을 테지요.
원래 하던 일은 글과 무관합니다. 다만 예전부터 뭐든 읽는 걸 좋아했고, 혼자 이것저것 끄적거리는 편이긴 했습니다.
5)극중극 관련 질문
*극중극은 예전 습작을 이용한건지, 이 글을 위해 창작한건지?
극중극은 대부분(중간에 나오는 세익스피어 희곡이나 무무 등을 제외하고) 천재배우의 아우라를 위해 창작된 글입니다.
사실 제가 천배아를 쓰기 전에 판소는 좀 봤는데, 배우물을 본 적이 없습니다. 그래서 극중극을 창작하는 게 드문 일이라는 걸 몰랐습니다.
처음엔 멋모르고 그냥 했다가, 창작 각본을 다들 좋아해주시니 다음 극도 창작해야 하나, 그럼 다음 극도 해야 하나…하다가 대부분의 극중극이 창작이 되어버렸네요;;
*소설속 대본이나 시나리오를 따로 창작하며 힘들지는 않았나?
힘들지 않냐고 물으신다면…당연히 힘듭니다^^;;
극중극 집필과 메인작품 집필을 별개로 진행하는데, 하나의 에피소드가 ⅔ 정도 진행되면, 다음 극중극을 쓰기 시작합니다. 그 때마다 소화불량에 불면증에…부담감이 ㅎㄷㄷ;;
*다른 드라마나 영화 작품 보고 하나? 매번 생각해서 녹여내나?
극중극엔 제가 평생 봐 온 책, 드라마, 영화 등에서 얻은 자양분들이 당연히 포함되어 있겠지만, 특정 작품을 참고하는 일은 없었습니다. 오히려 피해가려고 애썼던 것 같습니다. 글쓰는 입장에서 ‘이거 OOO랑 비슷하다’만큼 가슴이 덜컥하는 말이 없더라구요ㅎㅎ
*작품 속 등장하는 창작물들, 최근의 인격살인이라든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무무 등을 쓰거나 구상할 때 어떤 식으로 그려가는지?
보통 이번 에피에서 건드려야 하는 주제, 꼭 등장해야 하는 인물, 이번엔 어떤 연기적인 wow 포인트를 넣을 것인지를 나열해 놓고 머리 빠지게 고민합니다.
를 예로 들어 보겠습니다.
이 에피의 메인 테마는 ‘유명이가 연기를 통해 미호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하게 된다’ 였습니다.
그걸 위해서 미호를 상징하는 인물(아스)과 유명이를 상징하는 인물(헤티)을 만들고, 유명이가 미호를 닮은 인물을 연기함으로써, 미호의 진짜 심리를 이해한다. 라는 장치를 설계합니다.
그럼 그 인물은, 일반적인 인간의 상식선에서 이해하기 어려운 존재가 되어야겠죠. 그렇기에 신, 혹은 외계인을 상정합니다. 신은 헐리우드 영화스럽지 않아서 빼버리고 외계인으로 낙찰했습니다.
그 외계인이, 아주 초라한 한 인간에게 빠져드는 이유가 무엇일까. 유명의 ‘연기’처럼 헤티에게도 특별한 부분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음악’을 설정합니다. (중략)
보통 이런 식으로 진행이 되었습니다.
유명과 한성 정도 나이차가 걸맞는 역사적인 인물 관계가 무엇이 있을까 찾아보다가, 정몽주와 이방원을 선택해서 려말선초가 나왔고.
유럽여행 중 유명의 성장을 보여주기 위해서, 표현수단이 제한되어 있는 배역이 무엇이 있을까 찾다가 운좋게 무무를 발견했구요.
남2 여1의 배역에, 남자 배역들끼리는 강한 라이벌 관계가 있을만한 이야기가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가, 피터팬이 마지막 순간에 반짝 떠올랐습니다.
즉, 대부분의 극중극은 그 자체적인 스토리라기보다는, 극 중 전개와 어울리는 이야기로 만들어졌습니다.
*극중극 중 일부를 소설로 낼 계획이 있나?
따라서 극중극 중 일부를 소설로 낼 마음은…아마 없는 것 같군요ㅎㅎ
말씀드렸듯이 극중극은 대부분 천배아를 위해서 만들어진 얘기고, 유명과 미호의 대입을 완전히 빼 버렸을 때의 극중극은, 그만한 임팩트가 없으리라 보고 있어서요.
아, 려말선초는 혹시 나~중에 시나리오 공모같은 데 한 번 내볼지도요. 이게 시나리오 자체에 가장 공을 많이 들였던 극중극이었네요.
*극중극 중 가장 좋아하는 작품/독자에게 추천하는 영화나 드라마, 연극
음…고를 수가 없네요…하하;
처음 연기 장면을 쓰는 법을 깨닫게 해 준 것이 Love of his life였고,
가장 각 장면을 갬성에 취해서 쓴 건 발레리나 하이,
쓰면서 가장 재미있었던 건 연예학개론이었고,
가장 시나리오에 공들인 건 려말선초였고,
시작하기까지가 어려웠으나, 삘이 오고나선 너무 술술 풀려서 글쓰는 맛을 알려준 건 피터팬이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