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ra of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6
‘얼마나 달라졌나 한 번 가볼까···’
마음을 굳힌 유명은 과방으로 향했다. 7시까진 아직 1시간 반이 남아있었다.
과방 앞에 서니 안에서 북적북적 시끄러운 소리가 새어나왔다.
조금 긴장된다.
유명은 손잡이를 달칵 돌렸고 방 안의 모든 사람들이 유명을 주목했다.
“누구···”
“어? 새내기세요? 왜 혼자 오셨지?”
시선이 집중된 가운데 질문이 쏟아진다. 유명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아, 저 이번학기 복학생인데요. 신유명이라고.”
“어? 신유명?!”
허름한 쇼파가 놓인 안쪽에서 여자신입생 무리에 끼어있던 한 남자가 고개를 돌린다.
그 얼굴을 보고 유명은 살짝 이맛살을 찌푸렸다.
“오…상진?”
동기 오상진.
키도 크고 훤칠한 얼굴에 집도 좀 살던 녀석이다.
성씨 순번이 비슷해서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서 같은 조로 묶이고, 수강신청도 같은 시간표로 넣었다.
그래서 1학년 1학기 때는 점심을 같이 먹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리고 2학기 땐 더 잘난 놈들 무리에 들어갔지.
별로 좋은 기억이 남는 동기는 아니다.
“야~ 너 제대했구나! 연락하지 그랬어.”
“…너는 군대 안갔어?”
“악 난 진짜 엄두가 안난다. 일단 대학원 입학해서 되는 데까지 개겨보려고.”
“그래? 그럼 올해 4학년이야?”
“아니 중간에 휴학하고 3학년. 야 너 나랑 같이다니자. 아우 내가 여자들 사이에 끼어서 아주 그냥···”
곳곳에서 반발이 인다.
“야 오상진. 불쌍해서 끼워준 거거든?”
“좋다고 같이 다니더니, 너 앞으로 족보 달라고만 해봐라!”
면박은 주지만 웃음기가 서려있다. 여자들과 친하게 지내는 건 여전한 모양이다.
“유명이구나. 몰라봤네 너 이미지 엄청 달라졌다~”
“어…네가…보라였던가?”
“응. 동기끼리 잘 챙겨야 하는데 제대한 줄도 몰랐네. 너 점심시간 몇 시야? 나랑 신희랑 상진이랑 1시로 맞췄는데.”
“어 나도 1시야.”
“잘됐다. c관 식당 괜찮으면 우리랑 같이 다니자.”
임보라. 00학번의 퀸카로 불렸던 친구다.
늘 단정한 단발머리에 귀여운 생김새, 조분조분한 말투로 인기가 많았던 걸로 기억한다.
유명은 같이 밥을 먹기로 약속했다. 그 대화를 신입생들이 또랑또랑한 눈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선배님, 여기 앉으세요!”
한 신입생이 벌떡 일어나 자리를 내어주었다. 유명은 한참을 사양하다 결국 앉았다.
‘과 생활…이런 느낌이었나?’
익숙한 듯 어색한 회귀 첫날이었다.
*
“어땠컁?”
새벽에야 집에 도착한 유명의 품으로 미호가 폴짝 달려들었다.
하루종일 잤는지 눈이 말똥말똥한 미호를 유명이 안아들었다. 풍성한 털 속에 손이 포옥 파묻혔다.
“음…일반적인 사람들은 이렇게 사는 걸 처음 알았어.”
“이렇켕?”
“그냥 흔한 관심, 말거는거, 시선받는거.
엄청난 관심을 받았다는 게 아니고, 이 정도가 일반적인 거란 감조차 없었어서.”
“일반적…보단 조금 나을걸? 존재감 54라쿵. 게다가 너···”
미호는 유명을 훑어보았다.
존재감이 그따위였으니 여자한테 먼저 관심받아본 적 없어 모르겠지만, 저녀석 외견이 나쁘지 않다.
얼굴은 부담스럽지 않게 깔끔한, 배우하기 딱 좋은 얼굴이고
키도 장신까지는 아니지만 밸런스가 좋다.
“생긴 거, 괜찮은 편이잖앙?”
“그래? 그런 말 처음 들어보는데···”
“그래. 좀 관리하면 훨씬 나아질컁?”
유명은 기분좋은 얼굴로 다시 미호를 쓰담거렸다.
“아참, 나 극작해보려고.”
“극작?”
“어. 메소드 연기학이라는 수업을 듣는데, 대본 쓸 일이 생겼어. 프레디 머큐리의 일생에 관한 단막극이야.”
“아, 그런 영화도 있지 않았냥?”
“응, 알어?”
“알징. 나도봤당. 주인공 에너지 맛있을 거 같았당”
눈을 반짝이는 미호의 모습을 보며 유명은 웃었다.
“그 친구가 연기를 잘하긴 하지.”
“너도 잘할 수 있컁.”
미호가 새침하게 말을 툭 던지고 양발로 꼬리를 잡아 핥기 시작했다. 조그만 분홍색 혀가 보드라운 털을 낼름낼름 핥았다. 다른 여덟 개의 꼬리에 폭 파묻혀 보이지 않는 미호의 머리를 찾아 쓰다듬었다.
“고마워! 그럼 생각날 때 플롯부터 잡아놔야겠다.”
늦은 시간임에도 유명은 컴퓨터를 켰다.
팔팔한 어린 몸은 에너지가 남아돌았다.
*
1주 후, 메소드연기학 두 번째 시간.
책상을 옮겨붙여 조별로 모여앉았다. 교수의 간단한 지시사항이 있은 후 조들은 회의를 시작했다.
“조장님. 플롯이라도 좀 잡아봤어요?”
쾌활하게 묻는 서류신이었다.
유명은 고객을 끄덕이며 가방에서 종이묶음 여섯 개를 꺼내 사람들 앞에 한 부씩 돌렸다.
표지에는 라고 인쇄되어 있었다.
“대본 나왔어요.”
────────────────────────────────────
────────────────────────────────────
길고 짧은 건 대봐야 안다
“대본 나왔어요.”
“대본? 플롯 말고 대본? 완성본?”
“네···”
5명의 조원들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종이묶음을 넘겨보았다.
8페이지 정도의 분량은 분명히 대사로 빼곡히 채워져있었다.
류신은 혀를 내둘렀다.
물론 연극동아리나 잠시 해봤다는 초보자이니 장면전환이나 대사의 쉼새같은 건 고려하지 못하고 썼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5분의 단막극 대본을 1주일만에 써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었다.
“제목이…러브 오브 히즈 라이프?”
“네. 퀸 노래 중에 러브 오브 마이 라이프라는 곡이 있는데 프레디 머큐리가 메리 오스틴을 위해 썼다고 알려진 곡이에요. 그 곡명에서 차용했습니다.”
“머리 속에 장면이 훤하게 있겠네요. 그럼 유명씨가 연출?”
다들 동의하려는 걸 유명이 급하게 제지했다.
“아니요! 전 연기하고 싶은데요.”
“연기?”
“네. 대본은 연출자에게 넘기고 저는 손을 뗄 생각입니다. 연출자의 요청이 있다면 대본 수정은 돕겠지만, 연출 자체에는 관여치 않으려구요.”
류신은 유명의 눈을 똑바로 마주보았다. 저건, 결코 양보할 수 없다는 기백이다.
왜 저런 놈이 애초에 연영과에 안오고 경영학과에 갔을까.
“대본 보니, 역할은 셋 뿐이네요? 여기 다들 배우 지망생들인 건 알고 있죠?”
“네. 그래서 오디션을 봤으면 합니다.
“오디션? 수업 과제에?”
“어차피 대본 리딩하면서 배역 캐스팅 할 거잖아요. 거기서 제가 떨어지면 연출이든 뭐든 하겠습니다.”
“무슨 역이 하고 싶어서 그래요?”
“당연 프레디 머큐리죠.”
류신이 재미있다는 듯이 웃었다.
“우리 조에 주연 출신이 둘인 거 알아요?”
연영과 연극회 .
중앙연극회 과 더불어 가운대 2대 연극회이다.
둘은 사이가 좋지 않은 라이벌 관계. 아니, 은 라이벌이라고 핏대를 세우지만 는 콧방귀도 뀌지 않는다. 단대 연극회라고 해도 직업배우를 꿈꾸는 이들의 퀄리티는 다르다.
실제로 매년 가을에 열리는 극단별 본공연에서 의 관객수는 을 압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