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o Hunting With My Clones RAW - Chapter (117)
동료들을 내버려 두고 홀로 던전을 빠져나온 강준영.
그는 자신의 애마 포르쉐에 시동을 걸고는 곧장 집으로 향했다.
‘…하, 왜 이러지. 왜 이렇게 가슴이 답답한 거야. 약의 부작용인가.’
지금 그는 모든 게 짜증이 났다.
차가 막혀서 도로를 느릿느릿 지나다니는 차들도, 도로면이 울퉁불퉁한지 미세하게 느껴지는 흔들림마저도 모두 다.
그와 동시에 자신의 이상함을 눈치채고는 곧장 집에서 휴식을 취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형님한테 연락을 해야 해.’
그는 DEP를 구해다줬던 신진욱에게 연락하기 위해, 운전을 하면서 스마트고글을 조작하여 그의 연락처를 찾았다.
그때였다.
빠아아아앙-
강준영의 포르쉐에 비해 꿀리지 않아 보이는 한 대의 애스턴마틴 슈퍼카가, 경적을 울리며 강준영을 스쳐지나갔다.
그때는 강준영이 내부순환로를 지나 강변북로에 접어들고 있을 때였다.
이미 차들이 상당히 막히고 있어 다들 느릿느릿하게 서행 중인 상태였는데, 그 애스턴마틴 차량은 텅 빈 갓길을 통해 엄청난 속도로 내달렸던 거였다.
‘저 씨발 새끼가.’
그런데 강준영은 안 그래도 짜증이 나 있던 상태.
그 모습을 보자, 짜증이 폭발했다.
콱!
강준영은 곧장 엑셀레이터를 세게 밟았다.
그러자, 쿠우우웅-! 하는 엄청난 엔진음과 함께 바퀴가 제자리에서 미친 듯이 회전하기 시작했다.
끼이이이이익-!
그러고는 그는 곧장 핸들을 돌려 갓길로 이동했다.
부와아아아앙-!
앞뒤에 있던 차들이 놀라서 강준영의 포르쉐와 멀어지고, 그 사이를 비집고 이동한 강준영.
이미 경적을 울리며 달렸던 상대방, 애스턴마틴은 저만치 멀어진 상태였다.
하지만, 상관없다는 듯 강준영은 더 거세게 엑셀을 밟았다.
[140km]
엄청난 속도로 질주하기 시작한 그의 차.
그 광기의 질주에 주변 차들이 슬금슬금 갓길에서 멀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저만치 멀어졌던 비매너 운전자의 차도 강준영과 서서히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러자, 상대방도 강준영이 자신을 따라오는 걸 눈치챘는지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170km]
대낮에 막히는 도로에서 이런 광란의 질주라니.
이미 앞으로 간 운전자도, 강준영도 둘 다 제정신이 아니었다.
특히 지금 강준영의 머릿속을 사로잡은 건 단 하나.
‘니까짓 게 뭔데 운전을 그따구로 해? 개 같은 새끼. 본때를 보여주마.’
그는 더욱 포르쉐의 속력을 높였다.
[200km]
돌멩이 하나만 튀어도 차체가 엄청나게 흔들리기 시작할 무지막지한 속도.
그 정도 속도가 되자, 점차 앞서 있던 애스턴마틴 차량이 빠르게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건 앞서 달리고 있던 상대 운전자도 눈치챈 상태였다.
은색 애스턴마틴에 타고 있던 남자.
그는 귀에 한 피어싱과 팔뚝을 뒤덮은 문신, 그리고 호화스러운 시계를 걸친 한눈에 보기해도 꽤나 돈 좀 버는 인물로 보였다.
“저 새끼 뭐야? 미쳤나.”
-오빠 왜?
“아니, 뒤에 따라오는 미친놈이 있어서.”
-오빠를?
그는 여자친구와 통화 중이었는데, 바로 그녀를 만나기 위해 이처럼 서두르고 있었던 것이었다.
평소 그의 운전 습관을 알고 있던 여자친구는 장난스럽게 얘기했다.
-에이, 오빠 엄청 빨리 달리잖아~ 따돌려버려.
“야 이 멍청아, 여기 강변북로야. 여기서 더 빨리 못 달려 씨발.”
-그래? 난 잘 몰라서. 그래도 상관없지 않아? 누가 오빠 차와 사고를 일으키겠어. 오빠 차가 얼마나 비싼데. 안 그래?
“하긴 그렇긴 한데. 저 새끼 존나 따라붙네.”
그는 차마 ‘살짝 쫄린다’라는 뒷말을 덧붙이지는 못했다.
남자의 가오를 살리고 싶었으니까.
그리고,
“와, 바로 뒤까지 붙었어. 어? 이 새끼 속도 안 줄여? 어? 어? 어!”
그게 그의 마지막이었다.
쾅!
뒤에서 ‘미친’ 듯이 달려온 포르쉐는 정말로 미쳐버렸는지 그대로 남자의 애스턴마틴 차량의 뒤꽁무니를 그대로 꼴아박아버렸던 거였다.
이미 두 차 모두 엄청나게 빠르게 달리고 있던 상태였던 터라, 그 충격 하나만으로도 애스턴마틴 차량은 순간적으로 방향을 잃고 전복되더니 이리저리 굴러 종잇장처럼 구겨졌다.
쾅! 콰과광! 쾅!
그리고 그건 포르쉐 차량 역시 마찬가지였고, 옆에서 서행 중이었던 다른 차량들 역시 그 사고에 휘말려 2차, 3차 피해를 일으켰다.
눈 깜짝할 사이에 발생해버린 연쇄추돌 사고.
아무리 방어운전을 열심히 했더라도 피할 수 없었을, 자연재해 같은 인재였다.
그리고 도로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끄으으윽… 살려….”
옆에 있다가 사고를 당하여 전복당한 다른 차량의 운전자가 운전석에서 피를 흘리며 신음했다.
주변 대부분이 비슷했다.
엉금엉금 차량에서 기어나오는 살아남은 운전자들.
“어떻게, 어떻게!”
“저기 119죠? 지금 강변북로에서 추돌사고가 발생했는데요. 네, 여기가….”
“거기 아저씨! 보고만 있지 말고 사람 빼는 것 좀 도와줘요!”
피해를 입지 않은 다른 차량들이 주변에서 멈춰서더니 차 밖으로 나와 구급대와 견인차를 부르며 소동을 피웠다.
그때,
펑!
사람들이 구하기도 전에 두 동강 난 채로 구겨져 있던 애스턴마틴 차량은 충격이 심했는지, 그 자리에서 폭발해버렸다.
여자친구를 만나기 위해 과속하던 운전자는 그렇게 허무하게 목숨을 잃고 말았다.
그리고,
끼이이익- 쿵!
마찬가지로 구겨져 있던 포르쉐의 운전석 문을 부수고 한 남자가 걸어 나왔다.
피해가 없는 건 아니었는지 피투성이인 남자, 바로 강준영이었다.
하나,
스으으윽-
그의 몸은 뛰어난 재생력도 얻은 건지 순식간에 재생하고 있었다.
남은 건 핏자국만 남은 사냥하기 위해 입었던 헌터슈트 뿐.
그의 멀쩡한 모습을 보면서 사람들은 소리쳤다.
“어, 살아 있었어!”
“저 사람이에요! 사고 낸 사람!”
주변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가운데.
강준영은 복잡미묘한 심정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게 깝치지 말았어야지.’
상대방에게 한방 먹였다는 시원함과 함께,
‘지금 내가 뭘 한 거지…. 지금 이건 범죄잖아.’
자신이 저지른 무지막지한 범죄에 대한 죄책감을 동시에 말이다.
그리고 사고가 난지 얼마 안 되어 속속들이 도착하기 시작한 경찰과 구조대들.
이미 교통 감시 카메라와 드론을 통해 광란의 질주를 벌일 때부터 출동한 상태였다.
차에서 내린 경찰들은 조심스레 강준영에게 다가왔다.
“사고 운전자시죠? 용산경찰서 교통과 권윤철 경장입니다. 서로 동행해주셔야겠습니다.”
경찰공무원증을 꺼내보이며 강준영을 연행하러 온 경찰들.
강준영은 갈등에 휩싸였다.
순간적인 충동으로 이런 끔찍한 사고를 일으켰지만, 죗값을 치러야 한다는 책임감과,
‘니들이 뭔데 나를 잡아.’
라는 이율배반적인 감정을 말이다.
그리고 수갑이 그의 손을 채우려는 순간, 그는 결정을 내렸다.
팍!
도주하기로 말이다.
그의 몸이 수 미터를 뛰어오르더니, 순식간에 내달리기 시작했다.
파바바바바바바박-!
늘어서 있는 차량들을 이리저리 짓밟으며 무지막지한 속도로 뛰어가는 강준영.
“각성자다!”
“도주한다! 잡아!”
“지원 요청해!”
경찰들이 대응하는 사이.
강준영은 도로를 벗어나 인근에 보이는 도시를 향해 내달렸다.
‘숨어야 한다.’
범죄자, 그리고 도주자가 되었다는 무게가 그의 가슴을 깊게 짓눌러왔다.
그러나 가슴 한 편으로는 색다른 감정과 시원함이 싹트고 있었다.
바로 희열을 말이다.
강준영의 입가에 비릿한 미소가 떠올랐다.
* * *
혜성길드와 던전 철거에 대해서도 협상을 마친 상우.
협상을 마쳤을 때는 이미 용산 한남동에 위치했던 네 곳의 던전 중 세 곳의 던전은 모두 파괴해버린 상태였다.
그리고 이제 시간이 지나 혜성길드가 점유하고 있었던 남산공원의 육심삼 던전 역시 파괴하는 일만 남은 상황.
그는 마음 편하게 육식삼 던전에 분신 하나를 보냈다.
그때였다.
상우가 보고 있던 인터넷 뉴스 기사에 한 가지 속보가 떠올랐다.
B급 헌터가 범죄를 저질러 현재 도주 중이라는 소식이었다.
그리고 그가 아이돌 시절 찍었던 사진으로 보이는 그의 얼굴이 대문짝만하게 기사에 걸려 있었다.
잘생긴 얼굴.
그리고 상우는 그의 얼굴을 알고 있었다.
‘어? 얘는 훈련소에서 내 앞 번호였던 애잖아.’
다른 동기들은 잘 몰라도, 강준영의 얼굴만큼은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초반에는 상우 앞에서 거들먹거리며 기세등등하다가 나중에는 쥐죽은 듯 조용히 지냈으니까.
그래도 꽤 능력 있어보였고, 큰 시비도 없어서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사고라니?
상우는 기사를 자세히 살폈다.
‘17중 추돌 사고? 와… 사고를 일부러 냈네.’
거기에는 교통 단속 카메라에 찍혔는지 강준영의 운전 상황이 그대로 찍혀 있었는데, 강준영이 엄청난 속도로 운전하여 뒤에서 일부러 들이받는 모습이 생생하게 들어 있었다.
‘사망자 2명에 중상자 다수네. 에고 불쌍해라.’
상우는 안타까웠지만, 그러려니 하고 기사를 읽고 넘어갔다.
어차피 남의 이야기였으니까.
그렇게 강준영의 소식을 알고 난 뒤 얼마 후.
육식삼 던전에 간 분신 8호로부터 보고가 들어왔다.
특이사항이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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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신 8호》
-위치: 지구 행성, 대한민국, 서울
-체력: 99%
-마나: 99%
-명령: 육식삼 던전 코어 파괴
-상태: 명령 수행 중 / 던전 입구 경비대가 소란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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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비대 입구가 소란스럽다는 보고였다.
‘뭐지?’
상우는 곧장 오버마인드 스킬을 이용해 8호에게 접속했다.
그러자 바로 육식삼 던전 입구 앞 상황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곳에는 군인들이 일사불란하게 정렬한 채 포탈 입구를 막아선 상태였고, 뭔가 어딘가로 상황 보고를 하면서 대기 중이었다.
8호의 몸을 빌어 상우는 옆에 있던 군인에게 물었다.
“무슨 일인가요?”
“거수자 1명이 방금 포탈 안으로 무단침입했습니다. 그래서 상황 파악 및 출입 통제가 걸린 상태입니다.”
“예? 어제부터 던전 철거한다고 안내 부탁드렸잖아요.”
“예. 그래서 안내는 모두 했고, 지금 안에 있는 건 던전 베이스캠프를 정리한다는 명목으로 남아 있던 혜성길드원 헌터들 5명뿐입니다. 그것도 3시간만 이용하고 나오기로 얘기를 해놔서, 지금은 나왔어야 하는데 말입니다만….”
“음… 안에 무슨 일이 있는 거군요.”
“예. 그래서 현재는 포탈을 봉쇄하고 다음 명령을 대기 중입니다.”
철거 예정이었던 육식삼 던전에 누군가 침입했다는 거였다.
워낙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아무도 제지를 못했다는 것.
‘빨리 철거하고 신경 안 쓰고 싶었는데 이러네. 마가 꼈나.’
상우는 한숨을 쉬고는 입을 열었다.
“혹시 그 거수자, 제가 잡아도 되나요?”
그의 제안에 담당 군인이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정상우 헌터님이 말입니까? 그러면 좋긴 한데, 민간인이셔서….”
“뭐 어때요. 제가 체포해서 경비대에 넘기면 딱일 거 같은데. 물론 제가 했다는 건 비밀로 하시고.”
“흠… 일단 보고 드려보겠습니다.”
잠시 후, 군인은 상우에게 승인이 떨어졌다고 알려왔다.
그 말에 즉시 상우는 포탈 내부로 진입했다.
팟!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