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o Hunting With My Clones RAW - Chapter (116)
“전에 봐서 아시지요? 신혜성입니다.”
“반갑습니다. 정상우입니다.”
“JM에이전시 대표, 강준모입니다.”
“하하, 두 분은 이 업계에서는 모를 수가 없지요. 자, 이쪽으로 앉으시지요.”
신혜성은 친히 그들을 맞이하고는, 자리로 안내했다.
이후 시작된 미팅.
“근데 강준모 대표님, 원래 혜성 길드 식구셨다고요?”
“예. 헌터 매니저로 대략 7년 정도 일했습니다.”
“얘기 들었습니다. 사업하기 위해 그만두셨다고.”
그 말에 강준모는 속으로 비웃었다.
‘내부 비리 까발렸다가 짤린 거다. 여긴 아직도 소통이 잘 안 되나 보네.’
아마도 강준모가 잘나가는 에이전시의 대표가 되자, 뒤가 구렸던 혜성 길드 간부들이 모두 말을 맞춰서 제대로 보고하지 않은 듯했다.
그리고 강준모는 그런 점에서 혜성 길드의 미래가 좀 보이는 듯했다.
‘혜성 길드도 썩어가고 있구만.’
고여버린 윗선의 간부들.
그들은 계속 이런 식으로 책임을 회피하며, 내부에 썩어가는 문제점들을 개선하려 하지 않을 거였다.
이런 문제들이 쌓이고 쌓이면 혜성 길드 역시 몰락을 피할 수 없을 터.
물론 당장 다가올 미래는 아니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자신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신혜성 단장의 표정을 보니 심술이 생겨났다.
그래서 저도 모르게 한 마디를 툭 내뱉었다.
“사업이요? 아닌데….”
“예?”
“저 짤려서 그만둔 건데 모르셨나 봅니다.”
“그게 무슨 소린지요. 강준모 대표님 같은 인재를 혜성 길드가 짜르다니요?”
“흠, 뭐 좋은 기억도 아니니 이 얘기는 이쯤 하시죠. 어차피 제 과거가 중요한 건 아니지 않습니까.”
화제를 돌리는 강준모.
그런 그의 말에 신혜성이 옆에 앉은 자신의 아들 신진욱과 간부들을 살짝 노려보더니 말을 이어나갔다.
“…예. 그나저나 요새 JM에이전시의 성장세가 무섭습니다. 얼마 전에 기사 보니까….”
이후 그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여유로운 태도로 업계 동향과 혜성 길드의 최근 사업 확장 내용, 요새 잘나가는 상우에 대해 이것저것 떠들면서 고의적으로 본론을 회피했다.
그러면서 날카로운 눈빛으로 상우와 강준모를 살피고 있었다.
‘인내심을 자극하네.’
분신에게 접속한 상태로 이야기를 듣고 있던 상우는 슬슬 답답해지기 시작했다.
원래의 상우라면 바로 본론부터 들어가자고 얘기했겠지만, 강준모에게 이미 언질을 들은 바가 있었다.
‘신혜성 단장은 협상에 매우 유능한 사람입니다. 특히 본인이 유리한 협상을 할 때 인내심을 자극하여 사람을 급하게 만드는 걸로 업계에 소문이 자자하죠. 그러니 그의 페이스에 말려 들어가면 안 됩니다.’
따라서 잠자코 기다렸다.
그렇게 얼마가 흘렀을까.
드디어 지지부진하게 진행된 지루한 탐색전이 끝나고 본론이 시작되었다.
“제가 잡설이 좀 길었습니다. 자, 그럼 본론을 얘기하죠. 얼마 전에 육식삼 던전 철거 행정처분 승인을 받으셨다고요?”
“예. 제가 신청해서 받았습니다.”
그 말에 신혜성이 난처한 기색을 나타냈다.
“이런… 정상우 헌터님이 뭔가 잘 모르셨나보군요. 육식삼 던전은 저희 혜성 길드에서 관리하던 곳입니다.”
“들었습니다. 다만, 그게 문제가 됩니까? 던전이 개인 소유도 아니잖아요.”
혜성 길드에게 법적인 소유권이 없음을 직설적으로 찌르는 상우였다.
신혜성의 표정이 무표정해졌다.
‘이런 싸가지없는 자식이….’
하나 그는 크게 티를 내지 않고 대답했다.
“그래도 저희가 현재 이용 중이고, 앞으로도 계속 이용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육식삼 던전에서 나오는 매출이 상당하기 때문에 저희는 절대 그곳을 포기할 생각도 없습니다.”
“매출이 어느 정도인가요?”
강준모가 나서서 물었다.
그 말에 신혜성이 자신의 옆자리에 있던 신진욱을 쳐다봤다.
그는 아버지의 시선을 느끼고는 대신 대답했다.
“올해 2사분기 매출만 270억가량 됩니다.”
겨우 E등급 던전의 반년 치 매출이 거의 270억이라니?
하지만 강준모는 그 사정을 짐작하고 있었다.
‘육식삼은 움직이면서 동물을 잡아먹는 몬스터. 그래서 영양가가 풍부하다고 건강보조식품으로 인기가 많았지. 내가 일할 때부터 매출 잘 나온다고 소문이 자자했는데, 역시 노다지 던전이었어.’
그렇기에 혜성 길드에서 독점하고 있는 중일 터.
“음… 매출이 상당하군요.”
“예. 그렇기에 저희는 육식삼 던전을 포기할 수 없습니다.”
“매출이야 뭐 저희가 알 바는 아니고요. 그래도 저희가 강제로 철거하겠다면요?”
상우가 세게 나갔다.
그는 혜성 길드가 현재 얼마 정도의 매출을 내는지 전혀 신경 쓰지 않았으니까.
그 말에 신혜성이 정색하며 물었다.
“정상우 헌터님, 잘 모르시나 본데 상도의란 게 있지 않습니까. 남의 밥줄을 끊어놓겠다는 건데 그렇게 말씀하시면 섭섭하죠.”
“저도 제 밥그릇 지키려고 그러는 거죠. 그리고 그동안 많이 단물 빨아 드신 거 같은데요. 어차피 정식 절차 밟아서 진행하는 건데 제가 굳이 매출을 책임져줘야 하나요? 아닐 거 같은데. 정 뭐하면 소송이라도 해보시던가요.”
꿀릴 게 없으니 당당하게 말하는 상우였다.
‘이런 시퍼런 애송이 새끼가, 싸가지없게.’
신혜성은 속이 부글부글 끓었지만 화를 삭였다.
대신 얄궂게 웃으며 반문했다.
“안에 사람들이 있어도 밀어붙이시겠다는 말씀입니까?”
던전을 철거할 수 없도록 안에 사람들을 철수시키지 않겠다는 심보였다.
신혜성이 준비한 나름대로 비장의 카운터.
하지만 그 말에 상우가 상관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예. 어차피 철수 기한은 통보할 거고, 그걸 안 지킨 건 그 사람들 잘못이니까요. 전 철거를 반드시 진행할 겁니다.”
가족의 안전이 걸린 일이기에 상우는 절대 뒤로 물러설 생각은 없었다.
강하게 밀어붙이는 그의 대답에 신혜성의 표정이 굳어졌다.
“수많은 헌터들을 죽음으로 몰아넣겠다는 말씀입니까?”
정곡을 찌르는 신혜성.
그 말에 상우가 정색하며 반박했다.
“그럼 신혜성 단장님은 길드원들을 일부러 던전 내부에 상주시키시겠다는 말씀인가요?”
“아니죠. 그건 순전히 그들의 자유의사에 의한 것일 겁니다.”
신혜성은 마치 반드시 그렇게 될 것처럼 말했다.
‘내가 명령하지는 않겠지만 반드시 그렇게 될 거다’라는 눈빛이었다.
그러자 상우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럼 무슨 상관입니까. 어차피 그들이 불법 점유 중인 건데. 그 사람들이 죽든 말든 제 알 바 아닙니다. 오히려 철수하라고 친절히 안내해줬는데도 안 나가고 던전 안에 갇히겠다면, 그건 그 사람들 선택이죠. 안 그래요, 신혜성 단.장.님?”
“…음.”
신혜성이 침음성을 흘렸다.
상우가 이렇게 강하게 나올 줄은 몰랐으니까.
결국 그는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졌습니다. 알겠습니다. 육식삼 던전, 내어드리죠.”
“잘 생각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단장님.
상우가 씨익 웃었다.
‘진즉에 그럴 것이지.’
그때, 신혜성이 말을 덧붙였다.
“대신, 정상우 헌터님께 다른 제안을 하나 드리고 싶은 게 있습니다.”
“뭐, 조건인가요? 뭔가요?”
“조건은 아닙니다. 그저 북한 지역 수복 계획에 참여하신다고 들었죠. 그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야말로 플랜B이긴 하지만, 신혜성이 진정 바라던 노림수였다.
그리고 그 말을 듣자마자 강준모는 그가 무슨 제안을 할지 머릿속에 퍼즐이 촤르륵 맞춰졌다.
“흠, 혹시 육식삼 던전 대신 북한에 있는 새로운 던전을 독점하실 계획이십니까?”
정곡을 찌른 강준모의 물음이었다.
신혜성은 무슨 제안을 할지, 바로 맞추는 강준모의 모습에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
“이야, 귀신이시네요. 맞습니다.”
“그럼 저희가 뭘 도와드려야 하는 거죠? 독점은 사실상 불법 점유, 저희가 도와드릴 이유가 없습니다.”
“아, 점유를 도와달라는 건 아닙니다. 그저 공략이 어려운 몬스터 레이드할 때 혹시 필요하면 도움을 얻을 수 있을까 싶어서 말씀드리는 거죠.”
그 말에 상우를 쳐다보는 강준모.
그는 상우를 보며 ‘괜찮은데요?’라는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상우가 대신 대답했다.
“그 정도면 뭐, 간단하죠. 한 번 정도라면 제가 도와드릴 수 있을 거 같습니다.”
“하하, 그거면 됩니다. 감사합니다.”
“그럼 된 건가요? 뭐 따로 계약서라도 작성할까요?”
“간단하게 한 장 작성하시죠.”
이후 그들은 혜성 길드가 육식삼 던전에서 철수한다는 내용과 혜성 길드가 도움이 필요할 때 상우가 한 번에 한하여 지원을 간다는 내용의 계약서를 작성하였다.
이후 악수를 나눈 두 사람.
“양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별말씀을요. 앞으로 저희의 관계가 더욱 돈독해지길 바랍니다.”
신혜성과 악수를 나눈 상우는 옆에 있던 공략 1팀장 신진욱에게도 악수를 건넸다.
무표정한 얼굴로 상우의 손을 맞잡는 신진욱.
그의 손에 힘껏 상우의 손을 움켜쥐었다.
‘이것 봐라?’
보통 사람이라면 단숨에 손이 으스러질 법한 강도.
물론 상우는 전혀 감흥이 없었지만, 이런 행동이 못내 괘씸했다.
그래서.
꾸욱-
상우도 자신의 손에 힘을 주었다.
그러자.
“흡…!”
마치 프레스기로 짓누르는 듯한 그 엄청난 괴력에 저도 모르게 신음성을 흘린 신진욱.
그의 얼굴이 시뻘게졌다.
상우가 씨익 웃었다.
‘까불지 마, 인마.’
그리고 간부들과 신혜성이 그런 두 사람의 악수를 보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역시 어린 애들이란….’
그렇게 잠시 후 악수가 끝나고.
상우와 강준모는 아픈지 손을 다른 손으로 어루만지고 있는 신진욱과 신혜성을 뒤로 한 채 혜성 길드를 빠져나왔다.
“고생하셨습니다. 에이전트님. 아니, 대표님.”
“뭘요. 이번에 헌터님께서 잘해주셔서 수월했습니다.”
“저야 뭐, 이제 좀 제 직위 좀 남용한 거죠. 촤하하~”
“하하. 그나저나 철수는 내일까지 마무리한다는데 어쩌시겠어요?”
“그 정도야 기다려야죠. 철수 완료되면 내일 바로 털어버리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다른 일이 있습니다. 모하메드 왕자한테서 연락이 왔는데….”
그렇게 두 사람이 일 얘기를 하면서 차를 타러 돌아가는 사이.
창문 너머로 그들의 모습을 지켜보던 신혜성이 고개를 돌아보지 않은 채 입을 열었다.
“그래서, 나한테 강준모가 사업하려고 그만뒀다고 한 새끼 누구냐.”
그의 나직한 목소리가 회의장에 퍼졌다.
아직 해산하지 않고 회의장에 남아 있던 간부들의 등 뒤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
그리고 아들인 신진욱은 당사자는 아니었지만, 방금 악수 때문에 낭패를 본 상태였기에 가만히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빨리 나와서 자수해라.”
아무도 나오지 않자, 신혜성이 고개를 돌려 그들을 바라보며 으르렁거렸다.
그 말에 눈치를 보던 간부들.
결국 한 간부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제, 제가 보고 드렸습니다.”
“그래? 최 이사였구만. 잠깐 일로 와봐.”
올 것이 왔다는 듯 고개를 숙인 채 일어난 최 이사.
그는 신혜성의 앞에 선 채 변명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사실 저도 보고만 받은 거라… 강준모 대표가 혜성 길드에 있을 때 짤려서 퇴사했다는 건 듣지 못했습니다.”
“음… 그래?”
턱을 쓰다듬으며 고개를 끄덕이던 신혜성.
마치 모두 안다는 듯, 이해한다는 듯한 표정과 제스쳐였다.
하지만.
짜악-
그는 손을 휘둘러 최 이사의 볼따구를 냅다 갈겼다.
“억!”
최 이사는 외마디 비명과 함께 회의장 저편으로 나동그라졌다.
그 위력만으로도 웬만한 사람이라면 한 방에 기절할 법한 강도였다.
하지만, 그도 헌터 출신인지라 맷집이 꽤 되는지 재빨리 일어나 다시 신혜성 앞에 섰다.
“그건 네 사정이고. 아랫것들 간수 똑바로 안 해?”
짜악-
신혜성은 다시 최 이사의 얼굴을 손바닥으로 후려갈겼다.
이번에는 대비하고 있었는지, 버티는 최 이사.
“내가 새파랗게 어린 것들에게 이런 치욕을 당해야겠냐!”
짜악-
돌아가는 최 이사의 얼굴.
이후 신혜성은 한 마디, 한 마디 늘어놓으며 최 이사를 구타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는 간부들과 신진욱의 얼굴은 초조함에 썩어들어가기 시작했다.
‘아, X발. X됐네.’
‘최 이사가 존나 갈구겠다. 하, X 같아서 진짜.’
‘아씨, 아빠는 또 저러시네. 이거 회사 사기에 엄청 안 좋은데.’
저마다 다른 속마음으로 전전긍긍하는 사이.
어느 정도 화가 풀렸는지 신혜성이 구타를 멈추고는 소리쳤다.
“다음부터 또 이런 일 생기면, 그때 너 모가지야. 알겠어?”
“옙!”
볼이 퉁퉁 부은 최 이사가 재빨리 대답했다.
“썩 꺼져!”
신혜성의 축객령에 그제야 살았다는 듯 모두 우르르 회의장을 나섰다.
“최 이사, 괜찮나.”
“자네 눈에 내가 괜찮아 보이나? X같아서 원.”
“그래도 참아. 월급은 잘 주지 않는가.”
“그래야지. 아오, 김달수 이 X발새끼 때문에.”
진심으로 꼭지가 돈 최 이사.
그는 아픈 볼을 부여잡고 매니지먼트 팀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벌컥-
문을 열고 들어선 최 이사.
입구에 있던 말단 직원이 재빨리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
“오셨어요. 이사님.”
그 큰 목소리에 모두가 최 이사의 방문 사실을 알고 몸을 일으켜 세울 무렵.
최 이사의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사무실 내에 울려 퍼졌다.
“김달수 어딨어!”
그렇게, 혜성 길드 매니지먼트 팀에 폭풍이 휘몰아쳤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