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o Hunting With My Clones RAW - Chapter (136)
영국 런던.
콰아아아아아앙!
도심 한복판에서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그와 동시에 터져나가는 건물 외벽.
-피해!
사방으로 튀는 건물 잔해들을 피하면서 전투슈트를 걸친 요원들이 외쳤다.
그와 함께 일사불란하게 건물에서 멀어지는 요원들.
그리고.
파악!
콘크리트 먼지 사이로 희끗한 신체가 튀어 올랐다.
퍼억!
그 형체는 도망치는 요원 중 하나의 등을 그대로 직격했다.
“커헉!”
그대로 나동그라지는 요원.
척추가 기이하게 꺾여버린 그는 생사를 장담하기 어려워 보였다.
“…Holi shit(젠장)….”
누군가 겁에 질린 듯 떨리는 음성으로 중얼거렸다.
그가 바라보고 있는 건 요원의 등을 직격해 버린 한 여자였다.
무표정한 얼굴로 무릎을 꿇은 자세에서 천천히 일어서는 여인.
빅토리아 올슨이라는 이름의 그녀는 방금 전까지만 해도 모두에게 촉망받던 패션 회사의 CEO였다.
그녀는 이미 요원들의 공격으로 꽤나 부상을 입었는지 정장 스커트 차림의 옷 대부분이 넝마처럼 찢겨 나가 있었다.
하지만, 그 속으로 보이는 붉은 상처들은 마치 시간을 거꾸로 돌린 것처럼 재빠르게 회복 중이었다.
스으으으윽-
잠깐의 시간동안 대부분 회복되어버리는 여인.
그 모습을 보며 모두가 기가 질려버렸다.
-저걸 어떻게 잡으라는 거야!
-나도 모른다고! 최대한 막아!
요원들이 투덜거리는 사이.
여인은 다시 목표를 정했는지 한 요원을 향해 뛰어들려고 했다.
-속박 걸어!
-내가 바인딩 걸게!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하얀빛의 마나가 빅토리아의 주변을 둘러싸며 생성되었다.
위이이잉-
그러더니 올가미처럼 그녀를 묶었다.
-얼마 못 버텨!
속박 스킬을 건 남자가 외쳤다.
그의 예상처럼 빅토리아의 근육이 부풀어 오르더니 바인딩을 끊어내 렸다.
-또 온다!
-공격해!
공격이 최선이라는 말처럼 또다시 달려들 여인을 막기 위해 모두가 공격하려는 찰나.
막 뛰어오르려던 빅토리아의 몸이 거짓말처럼 멈췄다.
‘음?’
공격을 하려던 요원들 모두 이상한 낌새를 느끼고 멈칫하는 사이.
무표정한 그녀의 얼굴에 당황한 표정이 떠올랐다.
“…이게 무슨….”
그녀는 자신의 몸을 더듬으며 상태를 살피더니, 그러다 문득 주변의 헌터들의 시선을 느꼈다.
“꺄아아아아악!”
난데없이 비명을 지른 그녀는 찢겨 간 옷가지를 동여매며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눈을 까뒤집고 갑작스레 바닥에 쓰러졌다.
-…뭐지?
갑작스러운 상황 변화에 모두가 어리둥절해 하고 있을 때, 요원들의 리더로 보이는 이가 명령했다.
-지금이다! 속박해!
그의 말에 모두가 재빨리 속박 스킬을 걸었고, 어느 정도 안전이 확보되자 재빨리 그녀에게 접근하여 구속구를 채웠다.
-잡았습니다!
-연행해!
너무도 어이없게 미쳐 날뛰는 사람을 사로잡는 데 성공한 요원들.
그들은 쉴 틈도 없이 옆에서 벌어지는 다른 사건 현장으로 뛰어야 했다.
그리고 급박한 상황에 정신없이 지원 요청이 빗발치던 통신의 내용이 갑자기 변화했다.
-여기는 버킹엄, 상황 종료되었다. 대상이 갑자기 쓰러졌다.
-런던역입니다. 여기도 상황 종료되었습니다.
-에티하드 스타디움입니다. 상황 종료되었습니다. 다만 인력이 필요합니다!
대부분 테러를 벌이던 대상이 쓰러져 상황이 종료되었다는 통신이었다.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모두의 마음속에는 의문이 번져갔다.
하지만, 생각은 짧았고 행동은 빨랐다.
-해리, 너는 저 여자 빨리 지구대에 넘기고, 우리는 지원을 간다. 이동하자!
그들은 바쁘게 움직였다.
* * *
한편 일본의 어느 한 화려한 호텔.
그곳의 가구들과 둥근 테이블은 한쪽으로 밀려난 채 호텔 방 한가운데는 딱딱해 보이는 책상들과 데스크탑들이 즐비했다.
책상 위에는 최신형 홀로그램 모니터들이 띄워져 있었는데, 그 화면에는 각종 주식과 금융 차트들이 가득했다.
그리고 그 모니터 앞에 앉아 있는 다수의 사람들.
그들은 양복을 입고 있거나 편한 차림으로 있는 등 자유로워 보였는데, 모두의 안색에는 짙은 긴장감이 가득했다.
“모나코, 분산 자금 5억 달러 확보 완료했습니다.”
“케이맨도 확보 완료했습니다.
“파나마는 딜레이 중입니다.
“매매 준비 완료되었습니다.”
그렇다.
이들은 마스터의 명령에 따라 주식 및 채권 확보를 위해 나선 금융팀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회원들 중 하나가 운영하는 금융팀이었다.
그들 모두가 꼬박 밤을 새워가면서 준비하는 이유는 내일 있을 주가 대폭락에서 더 큰 폭락을 유도하고 주식들을 쓸어담기 위함이었다.
“준비가 끝난 팀은 쉬어도 좋다.”
“예.”
“룸서비스나 시켜야겠다.”
그리고 그들을 이끄는 리더로 보이는 냉철해 보이는 남자가 말하자, 업무를 끝낸 이들은 익숙한 듯 자신들의 호텔 방을 찾아 뿔뿔이 흩어졌다.
업무를 할 때는 업무만, 그리고 쉴 때는 확실히.
그들의 업무 체계는 확실했다.
‘회장님이 이번에는 적어도 수익률 100%를 달성해야 한다고 하셨지…. 과연 가능할까.’
냉철해 보이는 그는 ‘록펠러’에서 인수한 투자회사 벤마나의 사장, 데이비슨이었다.
그는 벤마나를 설립한 뒤 탁월한 투자 감각으로 월가의 핫이슈로 급부상했는데, 이를 록펠러에서 거액의 인수금과 함께 낚아챈 것.
이후 월급쟁이가 되긴 했지만, 데이비슨은 지금 자신의 삶에 만족하고 있었다.
아직 조금 남아 있는 벤마나의 주가는 계속 오르고 있었고, 성과급은 수억 달러에 달했으며, 무엇보다,
‘진정 세상을 지배하는 느낌이 든단 말이지.’
그가 따르는 록펠러.
석유와 군수사업을 통해 어마어마한 부를 축적한 이들 가문은 그야말로 엘리트 중의 초엘리트였다.
아무리 그가 돈을 벌어도 도저히 그들과는 비벼볼 수 없을 법한 벽이 느껴졌는데, 그는 록펠러의 휘하에 들어감으로써 그 좁힐 수 없는 저 너머의 무언가를 은연중 맛보고 있었다.
‘바로 지금처럼.’
그래서 지금 그의 벤마나 투자팀은 일본에 와 있다.
주식 매매에 있어서 거리 차이로 발생하는 약간의 트랙픽 딜레이도 허용하지 않기 위해서였다.
내일 그들이 공략할 대상은 일본의 3대 증권 거래소.
거기서 그들의 역할은 매우 중요했다.
현재 일본 시장은 몬스터 웨이브 때문에 바닥을 쳤다가 다시 반등하여 점차 회복세에 접어들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금융 위기와 테러 등으로 단 몇 시간 만에 세계 경제는 급속도로 경색되었다.
‘이럴 때 주식을 한 번 흔들어놓으면 패닉셀(Panic Sell: 주가가 계속 떨어질 거라는 공포 때문에, 투자자가 실제 가격보다 낮은 가격에 주식을 파는 행위)을 쉽게 유발할 수 있겠지.’
야구에 비교하면 일본은 지금 두 타석 연속으로 맞는 홈런을 맞은 셈이었다.
그리고 데이비슨 자신은 거기에 불을 지펴, 관전하던 관중들은 일본은 이제 패배할 거라고 믿게끔 선동할 계획이었다.
일종의 바람잡이인 셈.
‘공포를 유도하고, 쏟아지는 매물을 받아먹는다. 그리고… 상황이 반전되었을 때 다시 되판다.’
너무 쉬웠다.
하지만, 그만큼 타이밍을 잡기가 어렵고도 신중함이 필요하기에 자신과 같은 전문가들이 해야 하는 일.
그리고 데이비슨은 이쪽 일에 있어서 전문가였다.
‘…무엇보다 이번 일만 잘 풀린다면… 나는 더 높은 곳으로 갈 수 있다.’
그는 어제 처음으로 통화했던 록펠러 가의 후계자의 말을 떠올렸다.
-가주께서 주목하고 계신 일이오. 잘 해내길 바라겠소.
새파랗게 젊은 청년이 하는 건방진 하대.
하지만, 데이비슨은 그게 고깝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보다는 다른 부분에 주목했다.
‘록펠러의 가주가 주목하고 있는 일이라니.’
만약 이번 일만 잘 풀린다면 데이비슨 자신은 더 높은 곳으로 날아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 막강한 록펠러 사람들 사이에 자신 역시 일원으로서 당당히 서게 될 수 있을지도 모르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낙천적인 성격인 평소의 그라면 준비가 끝나는 대로 편하게 쉬었을 텐데, 지금은 그러지 못했다.
그저 아직 장이 열리지 않아 변동이 없는 일본 주식 차트와 뉴스를 쳐다보며 내일의 전략을 되새기고 있었다.
그리고 그 덕분에 누구보다 빨리 소식을 캐치할 수 있었다.
그들이 주목하고 있던 경제 이슈가 갑자기 해결될 거라는 반전 소식이었다.
‘…뭐지? 설마….’
그가 특이사항을 보고 하기 위해 스마트고글을 조작할 때였다.
록펠러 쪽으로부터 메시지가 도착했다.
-뉴스를 보셨습니까?
-봤습니다. 경제 마비 사태가 해결되었더군요.
-예. 상황이 변했습니다. 패닉셀 유도 작전의 목표가를 낮춰야 합니다.
-얼마 정도로 말이죠?
-평소대로 가시죠. 하한가 없이 적당히 하락 유도하고 받아먹습니다.
그가 본 소식을 록펠러에서도 주시하고 있었던 것.
데이비슨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와 록펠러 쪽에서 같이 합의한 바에 의하면 당초 목표는 하한가를 적어도 3번 이상 유도할 계획이었으니까.
즉, 사실상 작전은 취소된 거나 다름없었다.
-알겠습니다. 그대로 진행하겠습니다.
답장을 마친 그는 맥이 풀린 나머지 의자를 뒤로 젖히며 몸을 푹 묻었다.
‘이러면 내가 직접 올 필요도 없었잖아.’
데이비슨의 마음속 계산기를 두드려보니 먹을 수 있는 건 고작해야 1% 남짓.
수십억, 수백억 달러를 굴리는 상황에서 1%는 결코 작은돈은 아니었지만, 이제 록펠러나 자신의 입장에선 코 묻은 돈이나 다름없었다.
자신이 직접 올 필요도 없이 자신의 투자팀만 굴려도 되었을 상황.
‘젠장….’
록펠러와 어깨를 함께 하던 자신의 꿈이 한순간에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그래도 데이비슨의 눈빛은 변하지 않았다.
‘뭐, 기회야 또 오겠지. 그들과 함께하는 이상, 나는 이 세상의 진정한 주류니까.’
남들은 평생 벌지도 못할 돈을 단 몇 번의 클릭질만으로도 얻을 수 있는 그런 남자.
자신은 이 세상의 지배자였다.
* * *
“마스터요?”
오라클, 애슐리의 인상이 더욱 찌푸려졌다.
“예. 혹시 모릅니까?”
“당연히 알죠. 누가 모르겠어요. 그 괴물을.”
애슐리가 넌덜머리가 난다는 듯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리고 그때 상우가 끼어들었다.
“여러분, 잠시만요. 근데 일루미나티요? 마스터가 일루미나티의 마스터라고요?”
상우도 일루미나티라는 단체의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었다.
세상을 뒤에서 지배한다는 상위 0.0001%의 소수집단.
이미 세계 경제 전체가 그들에 의해 잠식되어 있고, 국가 역시 그들의 수족에 불과하다는 인터넷 루머였다.
음모론을 좋아하는 상우가 딱 좋아할 법한 소재였고, 그렇기에 매우 현실감이 떨어지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지금 이 히피 같은 여인은 그게 맞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예. 맞아요. 근데 누구?”
“그, 아바타 아시죠? 요새 핫한 정상우 헌터입니다.”
루카스가 상우를 소개했다.
그 말에 알 것 같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 애슐리.
“어쩐지. 잘생긴 동양인이 루카스 옆에 있어서 놀랐네요. 반가워요. 전 애슐리 크리스예요.”
“반갑습니다. 정상우입니다. 근데 갑자기 웬 일루미나티요? 그거 허구의 단체 아닌가요?”
“허구요? 푸하하하하하-!”
그 말에 깔깔깔 웃는 애슐리.
너무 배꼽을 잡고 웃어서 상우는 민망해졌다.
“…아닌가 보네요.”
“크크크크큭, 당연히 아니죠! 루카스, 너 진짜 재밌는 친구랑 같이 있네?”
그 말에 어깨를 으쓱하는 루카스였다.
“재미는… 글쎄요. 상우 씨는 아마 진짜 모르는 걸 겁니다. 제가 얘기해준 적이 없거든요.”
상우의 캐릭터를 너무 잘 아는 루카스였다.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애슐리.
“하긴… 보통 사람이 알 리가 없지. 그들이 얼마나 자신들을 감추는 데 능숙한데 말이야. 아무튼 상우 씨라고 했죠? 일루미나티는 실재해요. 그리고 그들을 이끄는 건 마스터라는 남자죠 아, 그러고 보니까 TV에서 봤구나. 그때 바티칸에서 마스터랑 싸운 거 상우 씨죠?”
“네. 맞아요. 보셨군요.”
“워낙 그때 이슈가 커서 TV만 켜면 다 그 뉴스와 영상만 나왔으니까요. 근데 상우 씨, 이상하지 않아요? 바티칸 교황의 목이 달아났는데, 어디에서도 그를 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지 않고 있어요. 마치 벌써 사람들은 교황을 죽인 그 남자를 잊어버린 것처럼 말이죠.”
그 말에 상우도 이상함을 느꼈다.
“듣고 보니 그러네요. 뭐지? 언론 통제인가요?”
말을 받은 건 루카스였다.
“네. 상우 씨 추측이 맞습니다. 200명 정도의 일루미나티 회원들은 저마다 각국의 최고위층들이에요. 정치나 경제, 언론, 군사 분야든 어느 쪽에서든 말이죠.”
“…미쳤네요.”
고작 200명의 회원이 세상을 지배한다니.
모든 정보를 통제한 채로 말이다.
상우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미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는 진짜일 터.
한 그룹의 회장과, 저 오라클이라는 여인이 상우를 상대로 예능을 위해 몰래카메라라도 찍고 있는 게 아니라면 말이다.
“미쳤죠. 그리고 루카스, 저 양반도 진짜 미친 놈이구요.”
대놓고 미쳤다고 하는 애슐리.
하지만 그게 장난스럽게 하는 말이 아닌 듯했다.
그의 표정에서는 경멸과 싫다는 감정이 대놓고 드러나 있었으니까.
그리고 그런 애슐리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루카스는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아무튼 애슐리 양, 마스터란 남자에 대한 정보가 필요합니다. 매우 자세하게요.”
“알겠어. 그럼 내가 알려줄게. 단, 내 조건은 잊지 마.”
“예. 당연히 지킬 겁니다.”
“그럼 약속 지켜. 지금 당장.”
“알겠습니다. 상우 씨, 잠시만 기다리세요.”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알 수 없는 대화가 오고 가는 가운데.
루카스가 잠시 사라졌다.
대략 20초 정도가 흘렀을까.
팟!
루카스가 상우의 옆에 다시 나타났다.
“접선 장소에 한 명 배달해 놨습니다. 확인해 보세요.”
그 말에 갑자기 눈을 감는 애슐리.
이윽고 눈을 뜬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럼 나도 얘기해주지. 뭐부터 얘기해야 되려나…. 이름은 이미 알고 있는 그대로고. 키? 몸무게? 아니면 나이? 아마 나이 들으면 깜짝 놀랄 거 같은데.”
의미심장하게 말하는 애슐리.
그녀의 말에 루카스가 물었다.
“저도 나이가 궁금하네요. 마스터, 아니, 세인트 저메인…. 그의 나이는 지금 정확히 몇 살입니까? 한 100살은 넘었을 거 같은데.”
그 말에 애슐리가 피식 웃었다.
“고작 100살? 마스터… 그 남자의 나이는 정확히 14,516살이야.”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