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o Hunting With My Clones RAW - Chapter (14)
내 성장 속도 2배 (4)
“예? 몬스터 사체 수거반을 불러달라구요?”
-네. 그게 좀··· 뿔토끼가 많은 거 같아서요.
저녁시간.
난데없이 걸려온 상우의 전화에 강준모는 급히 우장산 필드로 향했다.
‘다짜고짜 몬스터 수거반을 불러달라니. 그리고 뿔토끼가 많은 거 같다고? 1마리도 못 잡으시던 양반인데···.’
헌터들이 사냥이나 레이드 이후에 죽은 몬스터의 사체를 어떻게 처리할까.
혼자 사냥하거나 영세한 헌터들은 본인들이 직접 사체를 운반하고 해체하여 파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조금만 급이 올라가도 그게 매우 번거로운 작업이라는 걸 알게 된다.
몬스터 사체 처리할 시간에 몬스터 1마리를 더 잡으면 오히려 더 이득이니까.
때문에 E급 이상의 헌터인 경우는 전문 몬스터 수거 업체에 전화하거나 어플로 서비스 신청을 하여 사체 처리를 하였다. 헌터 길드에서는 아예 전담 몬스터 수거반을 운용할 정도.
그렇게 수거한 몬스터 사체는 몬스터 해체 작업소로 옮겨져 깔끔하게 해체되어 아이템으로 매매되었다.
근데 F급 헌터가 몬스터 사체 수거반을 부른다?
몬스터 사체 수거반을 부르면 보통 출장비로만 인당 20만원 씩 줘야 한다. 뿔토끼 사체 시세가 마리당 10~12만원 선인 걸 감안하면 부르면 무조건 손해인 상황.
결국 강준모는 상우의 부탁에도 불구하고 바로 몬스터 수거반을 부를 수가 없었다.
자신의 눈으로 직접 보기까지 말이다.
경비소에 도착한 강준모는 곧장 3층으로 향했다.
‘입장료는 또 받고 지랄이야. 아오.’
날이 어두워진 경비소는 낮에 비해 훨씬 성황이었다. 대부분의 몬스터들이 야행성이라 더 활발히 움직이기 때문.
따라서 야간투시경을 가지고 사냥을 하는 헌터들로 북적거렸다. 방벽 안 좁은 복도에서 저마다의 포인트를 잡고 사냥을 하는 중인 헌터들.
“실례합니다. 저기, 실례합니다. 좀 지나갈게요. 아, 죄송합니다.”
강준모는 가까스로 헌터들 사이를 뚫고 상우가 있던 자리에 도착했다.
그리고 놀라운 광경에 입이 떡 벌어지고 말았다.
“세상에···.”
복도를 가득 메운 뿔토끼 사체들.
몸에 나 있는 총알구멍을 통해서 흐른 핏물이 방벽 복도를 척척히 적시고 있을 정도였다.
그리고 그런 뿔토끼 사체들을 지키고 있는 한 남자가 보였다.
“헌터님. 음? 아닌가? 2호인가···?”
강준모는 마스크와 선글라스로 얼굴을 가린 남자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남자, 아니 2호는 스마트폰 카메라를 강준모에게 향하더니, 잠시 뜸을 들이다 말했다.
“오셨네요. 에이전트님.”
“어? 2호가 아니었네요. 헌터님. 이게 어떻게 된 일입니까.”
목소리를 듣고 상우임을 알아챈 강준모는 자초지종을 물었다.
그러자 강준모의 말을 듣고 2호는 잠시 멈칫했다가, 곧 술술 대답했다.
“에이전트님. 사실 지금 이건 2호입니다. 그냥 2호의 몸을 빌어서 ‘이렇게 말해라’ 하고 제가 명령하고 있는 거죠. 음··· 사냥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저도 2호한테 연락 받고 확인한 거라. 그것보다 에이전트님. 사체 수거반은 언제 오죠?”
“아 분신이었구나. 수거반이요? 아! 잠, 잠시만 기다려주십쇼!”
강준모는 그때서야 부랴부랴 자신이 알고 지내는 몬스터 수거반 업체에 전화를 걸었다.
“어, 김 과장. 나야. 아니 술 먹자는 게 아니고. 혹시 우장산 필드로 지금 수거팀 보내줄 수 있나? 된다고? 그래. 인원은···.”
잠시 뿔토끼 산(?)을 눈대중으로 보던 강준모는 입을 열었다.
“한 10명 정도. 대기인원이 없다고? 음··· 그럼 지금 몇 명까지 되나? 알았어. 최대한 많이 보내줘.”
그렇게 통화가 끝났을 때였다.
주변에 있던 헌터가 강준모에게 말을 걸어왔다.
“혹시, 저 헌터분 담당자신가요?”
“네, 맞습니다. 무슨 일이시죠?”
“아- 반갑습니다. 저 분이 워낙 무뚝뚝하셔서 말을 못해봤거든요. 저는 이런 사람이라고 합니다.”
남자는 자신의 품에서 명함을 꺼내 강준모에게 건넸다.
‘숭실대 길드’라고 적힌 명함.
강준모는 남자의 제안이 영입제안임을 알아챘다.
“꼭 영입하고 싶어서 그러는데 혹시 저 헌터분 성함을 알 수 있을까요?”
“저기, 저희도···.”
“제 명함도 좀 받아주십시오.”
강준모가 담당자라고 하자 여기저기서 명함이 빗발쳤다.
정신없는 상황 속에서 강준모는 교통정리가 필요함을 느꼈다.
“모두 조용히 해주십쇼!”
그러자 잠시 소강상태가 된 헌터와 스카우터들.
그들을 향해 강준모는 얘기했다.
“이 분은 저희 JM에이전시 소속입니다. 성함은 밝혀드릴 수 없고, 다른 길드로의 스카웃 제안이나 영입 제안은 받지 않겠습니다. 그럼.”
당당하게 말하는 강준모.
그의 입가에는 미소가 띄워져 있었다.
* * *
인형들로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하연의 방.
책상 앞에는 상우와 하연이 나란히 앉아서 과외를 진행 중이었다.
하연이가 문제를 푸는 동안 스마트폰을 보고 있는 상우.
음소거를 한 상태인지 음소거 표시가 뜬 스마트폰 화면은, 소리는 들리지 않고 영입 제안을 하려는 헌터들을 통제하는 강준모의 모습이 보였다.
그렇다.
상우는 지금 2호와 영상통화 중이었다. 실시간으로 2호 주변의 상황을 보면서 2호가 무슨 말을 하고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원격에서 명령하고 있었던 것.
“쌤, 뭐 봐요?”
그때 하연은 문제를 다 풀었는지 고개를 들어 상우를 쳐다보며 말했다.
문득 옆에서 들리는 하연의 목소리에 상우는 화들짝 놀라며 통화를 종료했다.
“아, 아무것도 아니야. 하, 하하.”
그러면서 그는 분신 2호에게 강준모를 따르라는 명령을 생각으로 내렸다.
근데 너무 화들짝 놀라서일까.
딴 짓을 한 게 마음에 안드는지 짐짓 삐진 듯한 표정을 짓는 하연이었다.
“아니, 쌤! 과외 하러 와서 딴 짓 하면 어떡해요.”
“하하, 미안··· 급한 일이라.”
“정말 급한 일 맞아요?”
그러면서 하연이 음흉한 표정을 지었다.
“야한 거 봤구나? 그쵸.”
“어? 아니. 절대 아니거든.”
“와, 과외 하러 와서 야동 보는 사람이다! 변태가 나타났다아!”
“아니라고!”
“우쭈쭈 그래쪄요? 마음 넓은 제가 다~ 이해할게요.”
“아오! 너 그러다 진짜 맞는다.”
“때려봐 때려봐~ 키킥. 못때리지롱.”
혀를 빼꼼 내밀며 약올리는 하연.
상우는 바로 머리를 잡고 헤드락에 들어갔다.
“꺄아악-”
“할 거야, 안할 거야.”
“으으- 안해.”
“안해? 어쭈, 반말하는 거 봐라.”
“항복, 항복!”
상우가 힘을 더 주자 탭을 치며 항복을 선언하는 장하연 선수.
그제야 상우는 헤드락을 풀어줬다.
하연의 긴 생머리가 헤드락을 당하느라 다 헝클어졌는데, 상우는 그 모습마저도 예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상우는 절대 티를 내지 않고 짐짓 근엄한 표정을 지었다.
헝클어진 머리를 정돈하며 ‘화장이 지워졌네’, ‘머리 다 망가졌네’ 하며 씩씩거리는 하연이에게 한 마디 하는 상우.
“흠흠, 예로부터 두사부일체라 했느니라. 그러니 스승을 좀 더 공경하도록.”
“두사부일체? 쌤 두사부일체가 뭐예요, 두사부일체가. 군사부일체잖아요. 푸하하하!!!”
“아, 그래? 크크크큭.”
빵터진 두 사람.
한참 웃고 떠든 그들은 그렇게 재충전을 하고 다시 열심히 공부를 시작하였다.
그렇게 과외가 끝나고 밤 10시가 다 된 시각.
상우는 하연의 집에서 하연이와 김옥정 여사와 함께 거실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치킨을 뜯고 있었다.
“상우 학생 고마워요. 잘 먹을게요.”
“아닙니다. 과외비도 많이 받았는데요. 뭐.”
“냠냠. 맞아, 엄마. 쌤 과외 열심히 안하고 야ㄷ, 읍, 읍읍!”
급히 닭다리를 하연이의 입에 쑤셔 넣는 상우.
“하, 하하. 과외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근데 가끔씩 훈.육. 차원에서 방에서 시끄럽게 해서 죄송하네요. 그래서 환원하는 마음으로다가··· 많이 드세요. 어머님.”
“네, 상우 학생도 많이 먹어요~”
그렇게 오순도순(?) 치킨을 먹고 있을 때, 상우의 스마트폰으로 전화가 왔다.
[엄마]
‘어, 엄마다.’
상우는 잠시 자리를 피해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아들~
상우의 엄마 이애숙 여사는 연기하는 듯 나긋나긋한 말투가 특징이었다.
“어, 엄마.”
-치킨 시켜준 거 잘 받았어. 고~마~워~
사실 상우는 치킨을 시키면서 부천에 있는 자신의 본가에도 치킨을 보냈던 것.
방학 때 본가에 안갔기에 연락 해야지, 해야지 하면서 늦어지다가 오늘 치킨을 시켜주면서 드디어 연락을 하게 되었다.
“아냐. 뭐. 내가 또 돈 벌어서 다음에 또 시켜줄게.”
-그래~ 공부 열심히 하고~ 주말에 가끔 집에도 좀 오고~
“어. 엄마도 운동 좀 하고, 다음에 추석 때? 그때 갈게.”
-엄마! 오빠야?
그때 쿵쿵쿵 누군가 달려오는 소리와 함께 수화기에서 다른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상우의 여동생 정지우였다.
-오빠! 치킨 잘 먹을게!
“오냐.”
-근데 오빠 나 참고서 사야 되는데 용ㄷ···
상우는 ‘용돈’의 ‘용’자가 들리자마자 바로 전화를 끊어버렸다.
정말 사이좋은 남매였다.
다시 전화가 걸려왔지만 무음으로 바꿔버리곤 스마트폰에서 신경을 꺼버리는 상우.
‘사람이란 자고로 노력을 해야지. 대가 없이 뭘 받으면 애 다 버려. 암. 그렇고말고.’
정작 본인은 분신에게 다 시키면서 이상한 철학을 가진 상우였다.
상우는 다시 돌아와서 TV를 보며 치킨을 뜯었다.
하연이와 내일 있을 개강총회와 요즘 다니는 종합실전무술 체육관 등등 즐겁게 떠들고 있는데, 문득 눈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순발력이 0.001 올랐습니다.]
그제야 하이퍼마샬아츠짐 체육관에서 무술을 익히고 있을 1호를 떠올린 상우.
‘오랜만에 순발력이 올랐네. 아, 맞다. 그러고 보니 1호를 깜빡했구나. 훈련 보통 2시간인데, 지금쯤 끝났으려나.’
오늘 있었던 충격적인 2호의 활약에 1호를 잊고 있었던 거였다.
지금 1호는 체육관에서 ‘코치님 말씀 잘 듣고 훈련 열심히 해. 대답 또박또박 잘 하고.’라는 명령 하에 열심히 훈련하고 있을 터.
‘1호야. 체육관 훈련 끝나면 나와서 헬스장 가.’
상우는 다시 생각으로 명령을 내리고는 그렇게 1호의 존재를 잊어버렸다.
1호 역시 사고(?)를 쳤다는 걸 모른 채.
* * *
하이퍼마샬아츠짐.
1호를 트레이닝 지도 중이던 이종훈 코치는 지금 놀라고 있었다.
‘뭐야. 왜 저리 동작이 깔끔해.’
처음에는 전날의 건방진 태도에 대해 손을 봐주겠다는 의도가 강했다.
그래서 1호가 오자마자 빡세게 훈련에 돌입했다.
훈련은 낙법 및 회피 훈련.
즉, 어제 처음 진행했었던 구르기 훈련이었다.
이 훈련은 정말 매우 중요한 훈련이지만, 온몸을 던져서 바닥을 데굴데굴 굴러야하기 때문에 생각보다 매우 힘이 많이 드는 동작이었다.
무엇보다 바닥을 구른다는 행위에서 오는 자괴감(?)이 멘탈에도 영향을 주기 때문에 이종훈의 사악한 계획과 잘 맞물린 훈련이었다.
허나, 이게 웬걸?
훈련에 돌입하자마자 어제와 달리 1호의 움직임이 느려졌다는 걸 느낀 이종훈.
당연히 분신의 능력치가 본체인 상우보다 50%밖에 안되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란 걸 모르는 이종훈은 1호가 꾀를 부린다고 생각했다.
“상우 씨, 이거 어제보다 많이 느려졌는데요? 몸이 안좋습니까?”
“할 수 있습니다.”
“그럼 그거밖에 못합니까. 더 빨리! 빨리 움직이세요! 몬스터는 봐주지 않습니다! 동작은 간결하게 하시고! 튕길 때 발에 힘 더!”
그래도 코치이기에 동작을 교정해주면서 계속 굴리길 10여 분.
이종훈은 상우, 아니 1호가 힘들어하긴 하지만 절대 멈출 기색 없이, 말없이 계속 자신의 훈련을 따라와주었기에 몇 분이 지났는지 모르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시간의 흐름을 느끼고는 시계를 쳐다봤다.
‘어, 벌써 10분이나 지났네? 내가 너무 오래 굴렸나.’
온힘을 다하여 옆으로 뛰고 앞으로 뛰어서 구르는 동작이 생각보다 매우 힘든 동작이기에, 그동안 이종훈의 경험상 대부분의 초보자들은 5분도 못 버티고 뻗기 마련이었다.
그런데 1호가 너무 잘 따라와주고 있었고, 전날의 대한 복수를 위해 모른 척 계속 굴리기로 결심한 이종훈.
‘한, 5분만 더 굴리고 휴식시간 주자. 그러면 실전 무술의 위대함과, 코치의 말이 절대적이란 걸 알겠지.’
그렇게 이종훈은 피도 눈물도 없이 빡세게 1호를 굴렸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동작은 점점 개선되었지만, 1호가 도저히 뻗을(?) 기미를 보이지 않자 이종훈은 이제 정말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저, 상우 씨. 힘드세요?”
“헉- 헉- 네.”
“그럼 이제 그만할까요? 다른 훈련도 있어요.”
“네. 헉- 헉.”
그제야 멈추는 1호.
종훈은 상우, 아니 1호가 지구력 관련 스킬이 있거나 끈기가 대단한 사람이라고 오해했다.
‘어제 봤을 때는 건방지더니, 오늘 보니까 꽤 괜찮은 재목인데? 시키는 것도 잘 받아들이고. 그렇다면···.’
이종훈은 1호에게 물을 건넸다.
“이야- 상우 씨, 진짜 잘 따라와주시네요. 놀랐습니다. 여기 물 좀 드시고.”
“네.”
벌컥벌컥 물을 원샷하는 1호.
“목 많이 마르셨나보네요. 자, 이제 그럼 원래 초보자분들한테는 바로 진행해드리지 않는 훈련인데, 새로운 훈련 해볼까요.”
“네.”
어제와 달리 짧고 간결하게 대답하는 그의 모습에 이종훈은 좀 이상하게 느꼈지만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어제 보셨던 동작 있으실 거예요. 칼리 아르니스, 알려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