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o Hunting With My Clones RAW - Chapter (150)
리버, 그의 모습은 얼마 전 트론사 사태 때 보았던 트레버 론의 사진 속 인물, ‘리이버’와 닮아있었다.
아니, 얼굴만 보면 같은 사람이란 걸 알 수 있었다.
사진 속의 유약한 모습은 온데간데없는 무표정한 얼굴이 같은 사람이란 걸 쉽사리 짐작하지 못하게 했지만 말이다.
‘이미 힘은 얻을 만큼 얻었다. 이제 남은 건 신이 되는 일뿐.’
신이란 무엇인가.
그가 오랫동안 고민해왔던 그것.
그가 그토록 되고 싶어 한 존재.
인간을 뛰어넘은 존재가 신일까?
영원불멸의 삶을 사는 게 신일까?
그렇다면 리버는 이미 신에 가까웠다.
그는 이미 인간을 뛰어넘었고, 거의 무한한 삶을 살 수 있었으니까.
즉, 신이란 무언가 다른 존재라고 리버는 생각했다.
그리고 리버가 정의한 신이란…
‘상위 차원의 존재가 되는 거다.’
점, 선, 면의 공간과 시간이라는 4차원의 세계에서 살고 있는 인간.
만약 여기에 다른 차원을 더 인지하고 다루고 움직일 수 있게 된다면?
5차원에서 살게 된다면?
6차원을 지배한다면?
7차원, 8차원, 9차원 등등 인간이 인지하지 못하는 미지의 세계와 연결된다면?
‘그것이야말로 4차원의 인간입장에서는 신이라 불릴 만하겠지. 그들은 상위차원의 존재를 절대 이해하지 못할 테니까.’
그리고 리버에게는 꼭 신이 되고 싶은 이유가 있었다.
‘사람이 공간을 인지하고 볼 수 있다고 해서 공간을 지배할 수 있지 않고, 사람이 시간을 인지하고 그 흐름을 느낄 수 있다고 해서, 시간을 지배할 수 있는 건 아니지. 하지만… 나는 시공간을 제대로 지배하고 싶다. 그래서… 모든 걸 되돌리고 싶다.’
그에게 남은 후회.
그 후회만으로 그는 지금껏 자신을 채찍질해왔다.
사실 거의 대부분의 감정을 잃은 지금으로써는 그 후회도 희미하긴 했지만 말이다.
그저 관성처럼 꾸역꾸역 진리를 탐구하고 힘을 모으는 일에 집중할 뿐.
그리고 그는 이제 힘이 어느 정도 갖추어져 감을 느끼고 있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그리고 놀랍게도, 리버가 상대하고자 준비 중인 대상은 바로 현 인류를 침공 중인 외계 종족 크라니드.
‘점령한 지역의 시공간을 격리하여 몬스터로 부리는 크라니드 종족의 기술. 이미 녀석들은 시공간을 다루는 데 있어서 신에 가깝다.’
그렇다.
리버는 크라니드를 상대로 시공간을 다루는 기술을 확보하려는 것.
때문에 이를 위해서는…
‘군체 종족인 녀석들의 우두머리… 그 녀석을 이겨야만 하지.’
어디에 있는지, 어떻게 생겼는지는 이미 시스템을 통해 확인한 뒤였다.
다만 그 녀석을 본 뒤 리버는 처음으로 두려움을 느꼈다.
시스템에 비춘 거대한 그것의 존재.
이미 크기만으로도 한 행성을 뛰어넘는 크기.
그리고 니체가 말했던가.
심연을 오랫동안 들여다본다면, 심연 또한 우리를 들여다보게 된다고.
놀랍게도 리버가 시스템을 통해 녀석을 살핀 순간, 리버는 그 존재도 자신을 들여다보는 걸 느꼈다.
거대한 존재.
미지의 존재.
이해할 수 없는 존재.
그 존재는 눈이 없었지만 리버에게 ‘시선’을 보내는 것 하나만으로도 그에게 형용할 수 없는 공포를 선사했다.
그 뒤 리버는 그저 힘을 모으고만 있었다.
바로 시스템을 통해서.
‘드래곤볼’이라는 만화가 있었다.
그 만화의 주인공은 적과의 대결 중 절체절명의 순간, 온 세상 사람들의 원기를 조금씩 빌려서 모아 만든 ‘원기옥’이라는 기술을 사용한다.
개인 입장에서는 티끌만 한 기운이지만, 수억, 수십억 사람들이 모이고, 지구를 벗어나 외계의 존재들까지 그렇게 힘을 빌려주자 원기옥에는 엄청난 기운이 도사리게 되어 매우 막강한 기술이 된다는 만화의 설정이었다.
그리고 이 만화의 설정이 바로 리버의 시스템과 매우 흡사했다.
시스템이 이 원기옥과 비슷한 원리였기 때문이었다.
바로 시스템 가입자의 마나를 유저가 전혀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미세한 양을 조금씩 빼돌리는 것이 말이다.
그리고 이렇게 모인 마나가 리버에게 흘러 들어가는 것.
그리고 이게 세상 모든 정보가 기록되어 표기되고 활용될 것 같은 시스템에 이상하게 ‘마나’ 수치만이 절대로 표기되지 않았던 이유였다.
상우가 바디체인지를 할 때에서야 겨우 한 번 마나 수치를 보여줬으니 말 다한 셈이다.
그나마 바디체인지 명목으로 마나를 더 가져갔고 말이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그리고 이미 타이베른 행성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리고 지구인의 86% 이상이 시스템에 가입한 상태.
이미 그들로부터 매 시각 조금씩 들어오는 마나의 양은 차곡차곡 쌓이고 있었고, 리버의 힘은 나날이 강해져 갔다.
이제 그가 공포를 느꼈던 크라니드의 미지의 존재와 결판을 낼 일도 얼마 남지 않은 것이었다.
‘때가 된다면 그 덩어리를 없애고, 녀석의 모든 것을 내 것으로 만들리라.’
그리고 그날만을 위하여, 리버는 지금도 깊은 곳에서 조용히 힘을 모았다.
* * *
북한 곳곳에서 알게 모르게 온 사방을 헤집고 다니던 시스테몰로지.
블랙메시아라는 그들은 상우가 평양에 있던 각성용 포탈을 제거하자 또 다른 각성용 포탈을 찾아 나섰다.
그리고 그들은 북한 전역의 모든 던전을 한 번씩 다 정리하고 다니는 상우와 필연적으로 만날 수밖에 없었다.
충돌 후 제압.
그리고 각성용 포탈의 파괴.
그 일이 몇 차례 이어지자 북한 전역에서는 더 이상 각성용 포탈을 찾아볼 수가 없게 되었다.
“요새 얘기 들었어?”
“뭔데?”
“누군가가 북한에 있는 각성용 포탈 테러하고 다닌다더라.”
“그래? 완전 미친놈이네.”
북한에 관심이 있는 헌터들이나 관계자들에게까지도 누군가가 각성용 포탈을 일부러 제거하고 다닌다는 의심이 쏟아지는 상황.
하지만 이미 모든 각성용 포탈이 제거되었고, 북한에 실질적으로 거주하면서 각성하려는 사람들은 이미 전무했기에 해당 이슈는 금방 사그라들었다.
그리고 각성용 포탈이 사라진 탓일까.
북한 내부에서 몇 차례 보복성 테러와 PK행위를 벌이던 시스테몰로지 일원들은 정부와 협회, 군대의 색출 압박이 이어지자 북한 내부를 탈출하여 도망가버리고 말았다.
이제 남은 건 몰래 국경을 넘어 침투한 몇몇 해외 헌터팀들과 국내의 헌터들뿐.
‘이런 것까지 내가 잡긴 애매하지.’
상우는 굳이 해외 헌터팀들까지 찾아다니면서 쫓아내고 그러지는 않았다.
그의 생각에 그들은 그렇다고 아주 미친놈들은 아니었으니까.
그리고 좋은 점도 있었던 게, 그들이 경쟁하면서 자연스럽고 아주 빠르게 북한 내부가 정리되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뭐 내가 북한 빨리 개발하려고 노리고 일부러 그런 건 아니지만, 흠흠.’
상우는 좋게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그리고 헌터들이 북한 내부에서 미쳐 날뛴 탓일까.
몬스터들로부터 한결 클린해진 북한 내부의 눈먼 땅을 선점하려는 헌터들이 점차 생겨나기 시작했다.
“사냥 끝나고 노숙하는 것도 지겹고, 그렇다고 서울로 다시 내려가는 것도 귀찮고. 그냥 임시로 숙소 좀 지읍시다.”
“좋지.”
“아, 요번에 보니까 간이설치형 집 아이템 나왔던데 그거 한 번 써볼까요?”
그리고 먹고 싸고 움직이는 시간도 아까운 우리의 헌터들.
그들이 자기 딴에는 ‘임시’라고 북한 내부에 슬슬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이를 쉽게 해준 아이템이 있었으니.
바로 벙커 아이템과 같이 마나공학 기술이 결합된 ‘간이설치형 하우스’.
커다란 여행가방 크기 정도의 그것을 가지고 가서 버튼을 누르면 알아서 펼쳐지고 부풀어오르며 그 자리에 집을 만들어주는 아이템이었다.
집 짓는데 손가락 하나 까딱하면 되는데 누가 집을 짓지 않을까.
그리고 애초에 돈도 많은 헌터들은 이런 아이템을 사는데 거리낌이 없었다.
‘이동하고 할 시간에 집 지어놓고 여기서 쉬는 게 가성비가 낫지.’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인데, 쉴 때라도 제대로 쉬어야하지 않겠어?’
대부분 그런 마음가짐이었던 헌터들이었기에 북한 전역에는 속속들이 집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한반도 남쪽에 있는 한국에 비하면 극소수의 집들.
하지만, 사람이 있는 곳에는 돈이 있기 마련이다.
‘헌터들이 보통 10인분은 먹잖아. 10명만 모여 있어도 100명분에 가깝네.’
‘헌터들이 돈이 많아서 씀씀이가 아주 헤프지. 이를 놓칠 수야 없지.’
돈 냄새를 잘 맡는 한국인들이 이런 자리를 놓칠 리가 없었다.
그래서 헌터들의 집들이 북한에 자리잡자, 그 주변으로 상권이 생기기 시작했다.
헌터들이 자신들의 숙소 주변에서 필요한 생필품을 즉시즉시 구매할 것을 노린 편의점이 제일 처음 생겨났고.
까다로운 헌터들의 입맛을 사로잡아서 그들의 통큰 지갑을 열어줄 고깃집이,
배고픈 헌터들에게 따뜻한 치킨과 맥주를 배달해줄 치킨 배달 전문점도 문을 열었다.
그러자 이에 빠질 수 없다는 듯 뒤따라 원정을 오는 유흥업소들.
그렇게 점차 하나의 상권이 형성되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즈음이 되자 상우는 북한에 집중했던 분신들 중 일부를 다시 투입 해제시켰다.
그 이유는,
‘공부 직접 하기 귀찮으니까.’
그동안 북한에 힘을 집중한답시고 대학에서 공부해야할 분신마저도 북한에 보내놓은 채 상우 자신이 직접 통학을 하면서 대학을 다니고 있었다.
그런데 겨우 1~2주밖에 안되는 시간이었지만 상우는 지겨움을 느끼고 있었던 것.
‘경제가 무슨 마법보다 어려워.’
이제 꽤나 똑똑해졌다고 자부하는 자신의 머리였지만, 흥미가 없는 분야라서 그럴까.
상우는 경제학의 전공과목과 교양과목을 공부하는 데 있어서 보람이나 재미를 그다지 느낄 수 없었다.
‘그냥 내가 직접 북한 가서 사냥하고 분신한테 공부 시키는 건데, 괜히 우현이랑 시간 좀 만들어보려다가 시간만 날렸네.’
그렇다.
상우는 자신의 마음을 알아차렸다.
그는 우현이를 좋아하고 있었다.
작년부터 지금까지 매일 같이 얼굴을 마주치며 봐왔기에 생긴 익숙함.
그때는 매일 군모를 눌러쓰고 있어서 그냥 잘생긴 소년 같았지만, 이제는 머리도 꽤나 길어서 마치 인형 같은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외모.
툴툴대지만 속으로는 항상 자신을 생각해줘서 자신이 부탁하면 절대적으로 지키는 배려심.
그가 우현이를 좋아하는 데는 이런 이유들이 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그냥 좋아진 걸 어떡해.’
그의 마음이 그런 이유나 조건들을 떠나서 우현, 그녀에게 향하고 있었다.
중학교 시절 그가 겪었던 풋풋한 첫사랑의 아련한 마음.
매일 같이 보고 싶고 같이 있고 싶은 그런 마음.
하연이도 좋았지만 그녀에게는 그런 마음이 느껴지지 않았고, 오직 우현에게만 그런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지금 경국대 앞 카페 안.
그의 앞에는 우현이 앉아있었다.
경국대 학생도 아닌데 어느새 이곳으로 자연스럽게 출퇴근(?) 도장을 찍고 있는 우현.
커피도 안 좋아하면서 달달한 모카는 엄청 좋아하는 그녀가 빨대를 입에 물고는 요리조리 모카를 뒤적거리고 있었다.
상우는 그 모습이 왠지 웃기고 귀여워서 미소를 띤 채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자 갑자기 그 시선을 눈치채고는 슬그머니 입에 물었던 빨대를 놓는 그녀.
“…뭐?”
“아니. 그냥.”
상우가 어깨를 으쓱했다.
“근데 뭘 그렇게 쳐다봐? 실실 쪼개면서. 내 얼굴에 뭐 묻었어?”
툴툴거리는 그녀.
그러면서 얼굴에 뭐가 묻었을지 신경 쓰이는지 괜히 입가를 손으로 슬쩍슬쩍 훔쳤다.
그러자 그때 무슨 생각이었을까.
그동안 제대로 된 고백을 하고 싶어 타이밍을 보느라 미루고 미루던 상우는 갑자기 불쑥 그 말을 내뱉었다.
“그냥 귀여워서.”
“…응?”
귀엽다는 말을 잘못 들었는지 고개를 갸우뚱하는 우현.
그러더니 이내 그 말을 이해했는지 새하얗던 그녀의 얼굴이 목까지 선홍빛으로 물들었다.
“야! 넌 갑자기 뭐, 뭐, 그런 오그라드는 소리를 하냐!”
“아니 그냥. 귀여워서 귀엽다고 한 건데 뭐.”
당황했는지 동공이 크게 흔들리는 그녀를 보면서 상우는 능글맞게 웃었다.
다시 한번 귀엽다고 하자 더욱 붉어지는 그녀의 얼굴.
“귀, 귀엽기는! 너 뭐 잘못 먹었어?”
“아닌데.”
“근데 자꾸 이상한 소리 하지? 어디 아픈 거 아니야? 병원 가봐야… 아, 너 같이 강한 각성자가 아픈 것도 이상한데….”
그 뒤 상우와 눈도 못마주친 채 한참을 횡설수설하는 우현이었다.
상우는 그 모습을 보면서 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얘도 날 좋아하는구나. 진짜로.’
아무리 눈치 없는 그일지라도 지금 그녀의 반응을 보면서 그녀가 자신에게 호감이 있다는 걸 눈치챌 수 있었다.
그래서일까.
상우는 용기를 낼 수 있었다.
“…무슨 마나 바이러스인지 뭔지 그거….”
“저기 우현아.”
상우의 앞에서 아무 말이나 막 떠들고 있는 우현.
그녀는 갑작스러운 상우의 진지한 목소리와 표정에 말하던 걸 멈추었다.
“응?”
그녀는 자신의 심장이 세차게 뛰어오르는 걸 느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