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o Hunting With My Clones RAW - Chapter (149)
각성용 포탈이 무엇이길래.
상우는 자신이 아는 것을 되짚어봤다.
1. 일반적인 포탈과 다르게 각성용 포탈을 통과하면 시스템 능력을 얻으면서 강제 각성한다.
2. 오라클의 말에 따르면 각성용 포탈은 세계 각국 수도권 주변에만 나타난다.
3. 그 외에 별다른 차이점이 없다.
이 정도였다.
‘뭐 특별한 게 있나? 없는 거 같은데. 그냥 상징으로써 중요한 건가.’
상우는 분신의 눈을 통해 정신을 잃어 쓰러진 블랙 메시아 일원들을 혜성 길드 사람들이 포박하는 모습을 침중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진짜 종교라는 게 대단하구나. 사람을 저렇게 맹목적으로 만들다니.’
상우는 사색에 잠겼다.
예부터 사람들은 미지의 두려움을 ‘신’이라는 절대적인 존재를 믿음으로써 의지해왔다.
그리고 이전까지 대다수의 사람들이 믿던 신은 바로 ‘예수’, 즉 기독교의 하나님이었다.
하지만, 대격변이 발생하고.
성경에서 등장할 법한 악마들에 가까운 온갖 괴물들이 사방에서 쏟아지고, 믿기 힘든 기적 같은 이능을 행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각성은 신의 존재에 대한 반증이다!”
처음 이능을 목격한 사람들은 신이 실재하는 증거라고 믿으며 더욱 열렬하게 종교를 믿고 귀의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여기에는 맹점이 있었다.
“전 기독교를 믿지 않습니다.”
그렇다.
각성자들이라고 해서 딱히 신실한 종교인인 게 아니었던 것이다.
오히려 무신론자들이 대다수였다는 게 대격변 이후 밝혀지면서 사람들을 충격에 몰아넣었다.
“하나님이시여! 왜 우리를 버리나이까!”
“내가 얼마나 당신을 찾았는데! 이것도 시련입니까!”
“하나님은 없다!”
그리고 그런 사실들이 알려지면서 절망에 휩싸인 신실한 신자들은 자신의 종교를 외면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하지만 극한의 상황에 처한 나약한 인간의 마음.
그들은 또 다시 의지할 곳이 필요했다.
그래서 그들은 새로운 신을 찾아 나섰고, 이내 발견할 수 있었다.
바로, ‘시스템’이라는 절대적인 신을 말이다.
‘시스템은 단순한 도구 정도라고 여겼는데, 아닌 사람들도 있었어. 난 그저 유용하다고만 여겼는데 말이지. 어떤 사람들에게는 인생의 전부가 될 수도 있겠구나…. 하지만, 과유불급이야. 너무 맹신한 나머지, 광기에 휩싸여서 사이비 종교처럼 변질된 거지. 그게 바로 블랙메시아…!’
정확히는 ‘시스테몰로지’이지만, 상우도 안티시스템을 이끄는 오라클의 말처럼 ‘블랙메시아’라는 어감이 입에 착 감겼다.
왠지 좋은 놈들이 아니라서 그런지 ‘블랙’이라는 단어가 주는 부정적인 느낌이 잘 맞아떨어진다고 느꼈으니까.
다만, 이런 생각들은 모두 블랙 메시아에 대한 상우의 감상일 뿐.
사실상 상우가 하는 일에 있어서 그들이 크게 방해가 된 적은 없었기에 그는 블랙메시아에 대해서 미운 감정이 크게 들지는 않았다.
상우는 자신이 왜 블랙메시아에 대해 그리 나쁜 감정이 들지 않는지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흠, 내가 딱히 피해를 입은 게 없어서 그런가. 만약 내가 약해서 녀석들에게 당했다면 개빡쳤겠지. 하지만, 지금은 강하니까.’
아직 자신이 그들에게 당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렇다고 여겼다.
그러나 그런 생각을 하면서 자신의 그런 생각이 매우 위험하다고 여겨졌다.
‘나한테만 피해가 오지 않으면 상관없다는 이 마음…. 만약 내가 블랙메시아 놈들을 내버려 뒀는데, 얘네들이 우리 가족들에게 피해를 준다면?’
그러면 무지무지 화가 날 터였다.
그런 생각을 하니 세계 각지에서 활개치고 다닐 블랙메시아 놈들이 계속 신경 쓰이기 시작했다.
서울과 꽤나 멀리 떨어진 북한 평양.
하지만 같은 한반도에 블랙메시아라는 정체불명의 사이비 집단이 왔다갔다 하는 것조차 마음에 들지 않는 상우였다.
‘그쪽 종교 지도자라도 만나서 한국에서는 활동하지 말라고 해야 되나. 뭐 담판을 짓던가, 아니면 아예 싹 쓸어버리던가. 근데 내가 사이코패스나 복수에 미친 것도 아니고 일부러 나서서 족치는 것도 애매한데. 양심에도 찔리고, 그리고 블랙메시아 애들이 어떤 나쁜 짓을 저질렀는지 보지도 못했잖아?’
결국 풀리지 않은 채 답답한 마음만 남은 상우.
그러다 문득 머리를 스치는 아이디어가 있었다.
‘가만, 따지고 보면 평소에는 블랙메시아 놈들을 보지도 못했잖아. 이번에 녀석들을 처음에 본 것도 녀석들이 각성용 포탈을 노리고 넘어와서 그런 거였고. 그렇다면….’
문제의 원인을 제거하면 된다.
상우는 누구나 하지 못할 생각을 떠올렸다.
‘각성용 포탈을 없애버리자.’
각성용 포탈도 안에 들어서면 겉보기에는 일반 던전과 다름 없이 던전 코어가 있을 터였다.
만약, 코어를 부셔서 포탈 자체를 없애버리면, 성지니 뭐니 하면서 들러붙던 블랙메시아도 어쩔 수 없이 떨어져나갈 수밖에 없을 터였다.
‘만약 던전 코어가 없거나 해서 아니라면 어쩔 수 없긴 한데, 시도해 볼만해.’
상우는 즉시 오버마인드 스킬에 집중했다.
그의 심상에 떠오르는 각 분신들의 상태.
그는 그중에서도 평양 각성용 포탈에 위치한 분신에게 의식을 집중했다.
“혜성 길드 관계자님, 던전 내부는 저희가 좀 더 공략하고 있겠습니다. 피의자들은 모두 잘 포박해서 헌터협회에 연락 부탁드립니다.”
“예. 그럼 저희는 일단 바깥에서 대기하고 있겠습니다.”
혜성길드 사람들은 분신들의 말에 쓰러진 블랙메시아 일원들을 데리고 각성용 포탈 바깥으로 나섰다.
그걸 지켜보던 분신, 아니 상우.
그는 두 분신 중 하나를 움직여 던전 내부 탐색에 나섰다.
‘마나가 밀도가 높은 곳으로.’
상우의 명령을 받은 분신은 즉시 던전의 심처로 바람처럼 달려나갔다.
파바바바바바박!
포탈에 위치한 공터와 숲에 난 길을 따라 장소를 살짝 벗어나자, 새로운 광경이 펼쳐졌다.
드러난 던전 내부의 모습은 처음 보는 신비로운 형태의 문명 도시였다.
현대 도시가 아닌 색다른 형태였는데, 까마득하게 높은 절벽에 자리한 마치 벌집 같은 형태의 집들과, 절벽 아래에 자리한 에메랄드빛깔 강줄기가 인상적이었다.
다만, 모든 건물들은 파손된 상태였고, 그 건물들과 절벽을 잇는 사잇길에 자리한 건 온통 몬스터들 뿐이었다.
‘두더지 같이 생겼네.’
그 중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건 얼굴과 손이 두더지 형태의 이족보행 형태의 괴수들이었다.
다만 두더지라고 하기도 애매한 게, 얼굴이 마치 굼벵이의 입처럼 원형이에다가 이중턱과 날카로운 톱니들이 자리하고 있어서 매우 징그럽게 생겼다.
‘좀 쎄보이는데, 한 C급은 되려나.’
호기심에 슬쩍 스킬을 날려보는 상우.
[체인 라이트닝]
상우의 손에서 날아간 나뭇기둥 두께만한 두꺼운 번갯줄기에 직격당한 두더지 괴물은 그 자리에서 터지듯 박살나버렸다.
그리고 번갯줄기는 옆에 자리한 몬스터들에게도 튀면서 그 몬스터들 역시 같은 처지로 만들었다.
끼에에에에엑!
마치 고기로 된 팝콘이 튀는 듯한 광경.
사방에 튀는 몬스터 사체 파편을 보면서 상우는 머쓱해졌다.
‘겁나 약하구나…. 미안.’
왠지 모르게 몬스터들에게 미안함을 느끼며 상우는 그 몬스터들을 뛰어넘어 던전 코어가 있을, 마나가 모여있는 곳으로 분신을 향하게 했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절벽을 뛰어넘고, 강줄기를 건넌 끝에 분신은 거대한 심장 같은 던전 코어를 찾아낼 수 있었다.
‘찾았다.’
던전 코어는 예의 봤던 그 두더지 괴물들을 표면에서 꿀렁거리면서 토해내고 있었다.
아기가 태어날 때의 양수 같은 끈적거리는 듯한 체액을 뒤집어쓴 채 일어서는 몬스터들.
그 몬스터들을 보며 상우는 각성용 포탈 앞에 아직 남아있는 분신을 움직였다.
‘아직 던전 내부에 남아있는 사람들 있나 봐봐.’
포탈 앞에 있던 분신이 각성용 포탈 입구를 왔다갔다하며 사람들이 남아있는지 체크했다.
다행히 혜성길드 사람들은 블랙메시아 일원들을 통제하느라 정신이 없어보였다.
‘여긴 됐고. 그럼 터트릴 일만 남았군.’
상우는 곧장 던전 코어 앞에 있던 분신을 움직였다.
이제 화려하게 터트릴 시간.
[뉴클리어 바디]
전투슈트에 휩싸인 분신의 몸이 태양처럼 타오르기 시작하며 슈트를 한순간에 녹여버렸다.
불길로 이루어진 사람의 형상이 된 분신.
‘오 성공이네.’
성공률이 낮은 뉴클리어바디가 성공했다는 기쁨에 상우는 잠시 분신을 움직였다.
쑤아아아아아아-!
마치 그 자체가 로켓의 추진체가 된 듯한 느낌으로 발쪽에서 불길이 거세게 뿜어지며 엄청난 속도로 날아다니는 분신.
‘바로 이 맛이지!’
이미 불타고 있기에 목소리를 내어 소리를 지를 수는 없었지만, 상우는 속으로는 환성을 지르며 하늘을 날아다녔다.
그리고 장난스럽게 던전 코어의 몸통에도 뉴클리어 바디 상태로 몇 차례 들락(?)거렸다.
퍼어어어어억-!
파아아아아악-!
불길에 휩싸인 분신이 직격하자 초고열의 온도에 순식간에 녹아눌러붙으며 구멍이 뚫리는 던전 코어.
몇차례 지우개로 지우듯이 왔다갔다 하던 상우.
재미를 좀 보던 그는 금세 흥이 식었다.
‘이거 다 지우려면 한 세월 걸리겠네. 이제 끝내자.’
벌써 귀찮아진 것.
상우는 자신이 보유한 자폭 스킬(?) 중 하나인 신체핵반응을 사용했다.
[신체핵반응]
신체 내부의 원자들을 이용하여 핵분열 또는 핵융합을 선택하여 핵반응을 유도하는 스킬.
사실 신체핵반응 스킬은 핵에너지를 만들어내어 이용하는 스킬이었는데, 상우의 숙련도가 낮아서 핵에너지를 원하는대로 이끌지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일까.
이번에도 신체핵반응 스킬을 사용하자 여태껏 그래왔듯이 충돌과 함께 폭발의 조짐이 발생했다.
이미 뉴클리어 바디 스킬을 통해 태양과도 같이 변해있던 상우의 몸에 들끓기 시작했던 것.
위이이이이이이이이-
인간의 귀로는 들을 수 없는 기이한 소리가 사방에 퍼지더니, 뉴클리어 바디 상태의 상우의 몸이 육안으로는 볼 수 없을 정도로 새하얗게 타올랐다.
그러더니,
꽈아아아아아아아앙!!!
엄청난 폭발과 함께 사방을 날려버렸다.
그와 동시에 분신과의 연결이 끊긴 상우.
그는 북한 각성용 포탈 앞에 있을 분신에게 의식을 집중했다.
그러자 분신의 눈앞에 있던 포탈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진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됐어.’
그렇게 만족하고 있을 무렵.
“어, 팀장님! 포탈이… 포탈이 사라졌어요!”
정신이 없던 혜성길드원들 중 하나가 포탈이 사라진 걸 눈치채고는 소리를 질렀다.
그 말에 블랙메시아 일원들을 포박하고 면밀히 감시 중이었던 터라 그 상황을 모르고 있던 다른 혜성길드원들 역시 눈을 번쩍 떴다.
“뭐야! 진짜 없어졌어!”
“저, 저거 왜 없어졌어요?”
당황하는 그들.
팀장이라 불린 그들의 리더 역시 눈에 띄게 당황한 기색이었다.
“이게 무슨….”
그는 스마트고글로 헌터협회와 통신을 하다가말고 후다닥 포탈이 있던 위치로 갔다.
그리고 애꿎은 허공과 바닥만 열심히 뒤지던 리더.
“씨, 씨발! 이거 왜 없어졌어! 이게 얼마짜린데!”
이미 각성용 포탈이라는 것도 확인된 상태였고, 독점 확보 및 소유권 소송만 잘 진행했다면 이제 자신의 혜성길드 내부에서의 입지와 탄탄대로는 확정된 상황.
그런데 자신의 미래가 바로 눈앞에서 사라져버린 것이었다.
리더는 눈깔이 훼까닥 돈 상태로 제자리에서 방방 날뛰었다.
그리고 그건 다른 혜성길드원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내 보너스….”
“아씨, 이번에 람보르기니 새로 뽑나 했다.”
“뭐야? 던전이 저절로 없어지기도 하나?”
“나도 몰라. 젠장.”
그들이 안타까워하는 사이.
분신의 눈으로 그들을 보던 상우는 괜히 뜨끔해했다.
‘각성용 포탈 찜해두고 있었나보네…. 미안해요 다들.’
미안한 건 미안한 거지만, 상우는 그렇게 블랙메시아의 한반도 입성 원인을 제거했다.
물론 나중에 각성용 포탈 대신 노다지 던전을 혜성길드에게 알려주는 걸로 빚은 갚았지만 말이다.
그러나 그때까지 상우는 몰랐다.
자신이 각성용 포탈을 제거한 일이 예정된 미래를 앞당기는 방아쇠가 되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 * *
[10234번째 시스템 탑재 포탈 제거되었습니다.]
상우가 각성용 포탈을 제거한 그 시각.
그 사실은 어떤 남성에게 시시각각 알려지고 있었다.
그 남자가 있는 곳은 아무것도 없는 검은 공간.
그 자신조차도 눈을 감은 채 자신의 심상에 떠오르는 시스템 메시지를 들으며 사색에 잠겨 있던 그는 각성용 포탈이 제거되었다는 말에 눈을 번쩍 떴다.
‘흠… 루카스는 제대로 일을 하고 있을 건데.’
그는 아주 익숙한 듯 복잡한 홀로그램 창을 띄우더니, 시스템에 떠오른 로그 기록을 확인하기 시작했다.
그는 다른 시스템 유저들과는 뭔가 달라보였다.
그리고 이내 그가 발견한 파괴된 각성용 포탈에 드나든 명단.
특별할 것 없는 인물들 가운데, 유난히 막강한 스펙을 갖춘 한 인물이 보였다.
‘정상우-분신이라….’
그는 시스템 로그 확인을 하던 걸 멈추더니, 정상우에 대한 기록을 찾아내기 시작했다.
그러자 떠오르는 상우, 아니 상우의 분신의 정보.
…[15:37:50 윈드워크 스킬 사용]
[15:38:33 뉴클리어 바디 스킬 사용]
[15:39:55 신체핵반응 스킬 사용]
…놀랍게도 분신이 사용했던 스킬들이 그대로 그의 기록에 남아있었다.
‘신체핵반응? 이런 스킬도 있었나.’
그리고 그는 그 로그 기록을 가지고 조작하더니, 하나의 영상을 띄웠다.
그러자,
꽈아아아아아아앙!!!
상우가 신체핵반응 스킬을 사용하는 광경이 상우 자신이 오버마인드 스킬을 사용할 때와 같은 모습으로 영상으로 흘러나왔다.
‘이 녀석이 원인이었군.’
그리고 시스템 탑재 포탈이 사라진 시간까지 대조하여 포탈 파괴의 원인이 상우의 분신이란 걸 확신해낸 남자.
하지만 그는 이내 흥미를 잃었다는 듯 눈을 감았다.
‘그래봤자 의미가 없다.’
그렇다.
그는 시스템을 만든 남자.
시스템으로 모든 걸 통제할 수 있는 남자.
그 자체로 신이 되려는 남자.
‘리버’였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