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o Hunting With My Clones RAW - Chapter (151)
‘얘가 설마 날…?’
갑자기 진지해진 분위기.
거기에 상우의 그윽한 표정.
우현은 자신도 모르게 ‘고백’을 상상하게 되었다.
그리고 상우는 그녀가 예상하던 그대로의 말을 입 밖으로 내뱉었다.
“나 네가 좋아.”
“…정말?”
믿기지 않아 반문하는 우현.
그녀의 목소리가 떨려 나왔다.
하지만 아니나 다를까.
“응. 너의 그 웃긴 표정이 좋아.”
갑자기 상우의 표정이 돌변하며 피식 웃었다.
우현의 반응을 보며 갑자기 장난기가 발동한 것.
그리고 그런 상우의 반응에 김이 새버린 우현.
대신 그녀의 표정은 금세 붉으락푸르락해졌다.
“뭐? 이게 진짜. 내 표정이 뭐가 어때서!”
쏘아붙이는 우현.
그 말에 상우가 놀랍다는 듯한 반응을 보였다.
“야, 너 진짜 몰라? 니 얼굴에 뭐 묻었어.”
그러면서 상우는 그녀의 입 주변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이씨, 뭐가 묻은 건데.”
그러면서 우현은 괜히 성질을 부리며 입가를 손으로 벅벅 문질렀다.
그런 그녀를 보면서 상우가 더 불을 붙였다.
“야, 잘 안 지워지는데?”
“…진짜? 어딘데?”
“일로 와봐.”
얼굴을 내밀라고 손짓하는 상우.
우현은 자연스럽게 의자에서 엉덩이를 떼고는 상체를 상우 쪽으로 내밀었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상우와 가까워지는 그녀.
상우 역시 일어서며 우현 쪽으로 향했다.
그런데 우현에게 가까워지는 상우의 얼굴은 멈추질 않았다.
‘어, 어… 어?’
그녀가 반응할 새도 없이 다가온 그의 얼굴.
그러곤.
쪽-
그녀의 입술에 부드러운 무언가가 스치고 지나갔다.
깜짝 놀란 표정의 우현.
그녀의 머릿속은 온통 하얘지며 무슨 일이 벌어진 건지 전혀 알 수 없었다.
마치 뇌에 마비라도 된 걸까.
그렇게 그녀의 뇌가 인지를 거부하는 사이, 상우가 다시 속삭였다.
“좋아한다고… 진짜로.”
드디어 제대로 고백하는 상우.
그와 함께 상우는 그녀에게서 ‘나도 널 좋아해’라는 반응을 기대했다.
하지만 웬걸.
우현은 미동도 하지 않고 멍하니 있었다.
넋이 나간 듯한 그녀의 모습.
“…우현아?”
뭔가 이상함을 깨달은 상우가 그녀를 부르자, 그제야 우현은 일으켰던 몸을 내려 다시 의자에 앉았다.
그러더니 무표정한 얼굴로 모카를 한 모금 마시고는 옆에 있던 손가방을 든 채 일어섰다.
“나 집에 갈래.”
뒷말은 생략되어 있었지만 아공간을 열어달라는 뜻으로 보였다.
하지만 그 말에 상우는 당황했다.
그녀에게서 긍정적인 대답을 기대했는데 전혀 아니었으니까.
“…화났어? 아니, 나는 너도 네가 나 좋아하는 줄 알고….”
우현이가 화난 줄 알고 구차하게 변명하며 쩔쩔매는 상우.
그런 그를 보며 우현은 차갑게 내뱉었다.
“됐고, 아공간이나 열어.”
“어, 음. 알았어.”
상우는 자신이 너무 성급했나 싶은 마음에 자책과 후회를 하며 아공간을 열었다.
[아공간]
그러자 카페 내부에 생기는 커다란 공간의 균열.
잘 보이지 않는 위치에 있던 상우의 자리로 사람들의 이목이 쏠렸다.
“저 사람 정상우 아니야?”
“저게 아공간이야? 대박. 나 처음 봐.”
“저 여자는 누구야?”
그렇게 수군거리는 사이 우현은 쑥하고 아공간에 들어가 버렸다.
‘하… 큰일 났네.’
상우는 자신이 너무 섣불렀다는 생각과 함께 그녀를 따라 아공간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그 안에 펼쳐진 개인 공간.
PC와 게임기, 홈씨어터, 침대형 소파로 거의 특대형 원룸 형태로 꾸며진 형태였다.
그리고 그곳에 우현은 등을 보인 채 가만히 서 있었다.
아마도 집으로 향하는 아공간 출구를 열어주길 기다리고 있던 모양.
그런 그녀를 보며 상우는 한숨과 함께 자신의 뒤에 있을 아공간 입구를 닫으며 집으로 향하는 아공간 출구를 열려고 했다.
그때였다.
등을 보이고 서 있던 우현의 가방이 떨어지더니 몸을 획 돌렸다.
시뻘게진 얼굴.
그러더니 그녀가 상우를 향해 달려들었다.
“야야야, 잠깐만! 진정해! 내가 진짜 미안…!”
상우는 화난 그녀가 때리려는 줄 알고 몇 대 맞아줄 생각에 방어적인 포즈를 취하며 그녀를 말리려 했다.
하지만 달려든 그녀는 상우를 때리는 대신 그를 껴안았다.
‘음?’
상우가 자신의 가슴에 파묻힌 그녀를 보며 당황하고 있을 때.
우현은 불쑥 고개를 들어 상우를 쳐다보았다.
하얀 피부에 마치 고양이 같은 초롱초롱한 눈망울이 너무 귀여워 상우는 심장이 뛰는 걸 느꼈다.
“고개 숙여봐.”
그리고 우현은 그런 상우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의 머리를 두 팔로 잡고 끌어내렸다.
마치 상우를 혼내주기 위해 레슬링이라도 하고 싶은 걸까.
그녀의 두 팔에 실린 힘은 상우의 힘에 비하면 정말 미미하기 짝이 없는 미약한 힘이었다.
그러나 상우는 그 조그만 힘이 매우 커다랗고 강하다고 느꼈고.
마치 절대적인 만유인력의 법칙을 따르듯 상우의 머리는 아래로 힘없이 딸려 내려갔다.
그러곤.
쪽-
내려간 상우의 입술은 그녀의 입술과 맞닿았다.
촉촉하고 부드러운 입술.
그렇게 그들은 짧지만 긴 시간 동안 그렇게 키스를 했다.
이윽고 떨어지는 두 사람의 입술.
초근접한 상태라 상대방의 숨결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그녀의 커다란 눈이 뜨여지며 다시 상우를 향했다.
그리고 그 상태에서 우현이 입을 열었다.
“사람들 많은 데서 키스하지 말라고… 바보야.”
속삭이는 그녀.
그녀의 입술에서 방금 마신 모카의 달달한 향이 맡아졌다.
상우가 좋다고 대답하지는 않았지만, 그를 좋아하고 있다는 걸 내포한 그녀의 대답.
그 말을 들은 상우의 얼굴이 환해졌다.
“…알았어.”
그의 대답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다시 재차 돌격하는 우현의 입술.
그리고 그다음의 키스는 단순한 입맞춤이 아니었다.
서로의 몸을 갈구하는 깊고 진한 키스였다.
* * *
저녁 식사 시간 이후.
지우는 요새 이상함을 느꼈다.
‘확실히 이상해…. 두 사람 뭔가 있단 말이지?’
방금도 집에서 그녀는 그녀의 오빠 상우와 이제 가족처럼 사는 우현, 그리고 엄마와 아빠와 함께 저녁을 같이 먹었다.
그리고 그때 이상함을 느꼈다.
평소와 그녀가 다르다고 느낀 점은 일단 식탁의 착석 위치가 달라졌다는 점.
항상 같은 여자였던 지우의 옆자리에 앉던 우현이 이상하게 요즘 따라 상우의 옆자리에만 앉았던 것이다.
게다가 식사 내내 조용히 식사만 하던 소심한 성격의 우현이 왠지 모르게 상우에게 말을 잘 걸었던 것.
표정 역시 평소보다 훨씬 밝아진 상태였다.
그리고 결정적인 것은….
‘왜 오빠한테 반찬을 집어주지?’
마치 커플 사이에서나 해줄 법한 행동.
상우의 밥에 고기반찬을 집어 올려주는 우현을 보며 지우는 확실히 두 사람 사이에 뭔가가 있음을 깨달았다.
‘진짜 사귀고 있나? 아니면 짝사랑? 아니야. 오빠도 표정 보니까 싫어하지 않던데. 뭐야. 그럼 둘이 진짜 사귀는 거야?’
사귄다는 확신이 들자 지우는 괜스레 두 사람 중에 누가 더 아까운지 따져보기 시작했다.
‘확실히 오빠가 아깝지. 돈도 많고 잘생겼고, 성격은 정신병같이 게으른데 저만하면 쓰레기는 아니고. 근데 우현 언니도 뭐… 엄청 예쁘니까.’
그녀가 우현을 칭찬하는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블레스 덕분에 환골탈태(?)에 가까운 변화를 겪은 지우.
그녀의 키는 170㎝를 훌쩍 넘어 모델 포스를 자랑하는 상태였다.
그런데 그런 그녀에게 뒤지지 않을 정도로 여자치고는 상당히 큰 키를 자랑하는 우현.
거기에 맨날 집에서 입는 펑퍼짐한 옷에 가려져 잘 보이지 않지만, 여자의 감으로 느껴지는 우현의 훌륭한 몸매.
‘피부도 엄청 하얗고 얼굴도 이쁘잖아. 오빠가 좋아할 만해.’
그렇게 마치 연애 심사관이라도 된 듯 이것저것 따져보는 지우.
정작 본인의 연애는 잘 못하고 있으면서 남의 연애는 관심이 많은 철없는 고딩이 바로 그녀였다.
그리고 그때.
스마트고글로 오빠 상우의 메시지가 도착했다.
-[상어]: 우리 내일 이사 간다. 짐 싸놔.
-[지우]: 진짜? 집 다 지어졌어?
-[상어]: ㅇㅇ 내부 인테리어 공사 조금 남았는데, 우리가 쓸 방은 다 공사 끝나서 지금 입주 가능해.
-[지우]: 아싸!
지우는 새 집으로 이사 간다는 말에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그녀 역시 오빠가 한남동에 여러 채의 집을 사서 하나로 합치는 초대형 공사를 벌이고 있다는 걸 당연히 알고 있었다.
건축 설계 당시에 그녀의 방에는 그녀의 요구 역시 반영되어야 했기 때문이다.
자신의 입맛대로 맞춰진 맞춤식 공간.
그곳에 살게 된다는 건 상상만 해도 기대되고 기분 좋아지는 일이었다.
‘예전 짐은 다 버리고 가야겠다.’
짐은 다 버리고 새로 사려는 지우의 사치심.
그리고 그런 그녀의 속마음을 눈치챘는지 상우의 메시지가 덧붙여졌다.
-[상어]: 혹시라도 짐 다 버리고 새로 살 생각하지 마.
-[상어]: 짐 함부로 버리고 오면 이사 갈 때 내가 너 버리고 갈 테니까 ^^
-[지우]: 왜!
-[지우]: 새 집인데 새 물건 들여놔야 때도 덜 타고 집도 오래 쓰지!
-[상어]: 응 안 돼.
-[상어]: 암튼 난 경고했다.
-[상어]: 용돈 끊기기 싫으면 짐 잘 싸놔 ㅎㅎ
-[지우]: 멍청이
지우는 마지막에 ‘멍청이’라는 메시지를 보내고는 아차 싶어서 재빨리 삭제했다.
-모든 대화 상대에게서 삭제
하지만 이미 상우가 본 후였다.
-[상어]: 이미 봤다
-[상어]: 용돈 없다 ㅡㅡ
-[상어]: ㅅㄱ
-[지우]: 오빠!
-[지우]: 미안해 진짜루
-[지우]: 제발 용돈만은….
용돈은 상우의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관리를 통해 벌어들이는 애드센스 광고 부수입 중 일부를 의미하는 것.
즉, 일개 고등학생이 벌어들일 수 있는 금액이 아니었다.
이를 통해 명품을 사는 등 사치를 부리고, 학교에서도 돈을 펑펑 쓰며 친구들에게 절대적인 입지를 다지고 있던 지우로서는 그야말로 마른 하늘의 날벼락인 셈.
그녀는 후다닥 방문을 열고 튀어나가 상우의 방문을 두드렸다.
“오빠, 얘기 좀 해. 내가 잘못했어. 진짜로….”
겨우 메시지로 주고받은 장난스러운 대화인데 꼭 이렇게 해야 하나 싶긴 하지만, 예전에 진짜로 상우가 용돈을 끊었던 적이 있었기에 지우는 필사적(?)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날, 그녀는 상우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
이미 상우는 지우에 대해 신경을 끈 채 우현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으니까.
* * *
우현과 사귀고 나서부터 상우의 일상은 더욱 풍성(?)해졌다.
매일 침대에서 구르며 분신들이나 조종하던 그의 일상에 우현과의 데이트가 포함된 것.
‘아, 맨날 데이트만 하고 싶다.’
그 게으르던 상우가 그렇게 생각할 정도로 우현과 있는 시간은 좋았다.
그래서일까.
덕분에 요새 잘 타고 다니지 않던 그의 애마 람보르기니를 타고 다니는 일이 잦아졌다.
그녀와 같이 즐기기 위해 맛집이나 분위기 좋은 곳, 특히 여러 호텔들을 찾아다녔다.
아공간도 괜찮긴 했지만, 깨끗하고 좋은 호텔이 주는 매력은 분명 있었으니까.
‘다음에는 스위밍 풀이 있는 곳으로 찾아봐야지. 온천도 괜찮을 거 같고.’
그렇게 여러 가지 계획을 하는 가운데, 상우는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제 우현이도 본격적으로 키워(?)야지.’
이제 자신의 사람이 된 우현.
상우는 육체적인 능력치가 매우 낮은 우현을 좀 더 강하게 만들어주고 싶었다.
그리고 그에게는 우현을 키울 수단이 분명 있었고, 다른 방법 또한 알고 있었다.
먼저 그에게 있는 수단.
그건 바로 그가 봉인해두었던 통제 불가의 분신.
색욕의 분신, 러스트였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