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o Hunting With My Clones RAW - Chapter (158)
사출구의 입구가 닫히자 이윽고 사출구 안에 차 있던 물이 어디론가 배출되기 시작했다.
쏴아아아아아…
그러자 드러난 광경.
거무튀튀한 강철 재질로 이루어진 공간이었다.
‘여기구나.’
태평양 한가운데 있는 비밀스러운 공간.
상우는 단번에 이곳이 그가 찾던 타이베른 포탈의 관리소임을 깨달았다.
‘이제 안으로 들어가야 하는데….’
상우는 사출구로 보이는 공간 내부에서 안으로 들어갈만한 공간을 살펴보았다.
그때였다.
사출구 밖으로 나왔다가 현재는 사출구 안에 정차해있는 이동식 어뢰 포대.
그 위쪽으로 천장이 열리더니 어뢰가 기계식 컨테이너 벨트를 통해 줄줄이 내려왔다.
‘저기다.’
어뢰 크기에 딱맞게 제작된 출구인지 착착 내려오는 어뢰를 제외하면 도저히 구멍이 보이지 않는 공간.
하지만 상우에게는 들어갈 방법이 있었다.
바로 ‘액체화’ 스킬이 있었으니까.
‘올라가.’
즉시 내려진 상우의 명령에 이미 액체화 상태였던 글러트니의 몸이 튀어오르며 천장에 어뢰 충전 입구를 향해 빨려들어갔다.
성공적으로 침투하려는 상황.
하지만 상우도 예상치 못했던 사고가 있었으니.
스으으윽-
액체화 스킬로 인해 드러난 탐식의 핵.
10㎝도 되지 않는 좁다란 공간을 파고들려니 당연히 글러트니의 탐식의 핵은 필연적으로 어뢰와 맞닿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곳에 닿은 어뢰가 순식간에 빨려들어가며 사라져버렸던 것이었다.
[헤리티지 RX-03 어뢰를 흡수하였습니다.]
그리고 들려오는 시스템 메시지.
상우는 자신이 실수했음을 깨달았다.
‘이런… 핵을 생각을 못했네.’
상우가 침투용 분신으로 글러트니를 선택함으로 인해 발생할 수밖에 없는 문제였다.
사실 상우는 글러트니 말고도 다른 분신으로 액체화를 사용하여 이동해도 됐다.
하지만, 굳이 글러트니를 뽑은 이유.
상우는 정보가 거의 없는 타이베른 포탈 관리소에 대해서 막다른 공간이 보이면 탐식의 힘으로 구멍을 뚫어서 곧장 전진하려했던 거였다.
특히, 애슐리의 말에 의하면 관리소는 포탈을 완전 봉쇄하는 역할이기에 포탈과 직접 연결되는 입구는 없고, 오로지 루카스의 순간이동 능력에 의해서만 포탈 입구로 향할 수 있다는 정보 때문이었다.
‘이렇게 된 이상 기호지세다. 어차피 마지막에 뚫으려면 들킬 수밖에 없고.’
상우는 곧장 글러트니의 몸을 빠르게 움직였다.
슬라임처럼 꾸물거리지만 마치 물이 세차게 흘러가듯 엄청난 속도로 이동하는 글러트니.
막다른 곳이 보이면 탐식의 핵으로 구멍을 뚫으며 전진했다.
그리고 그렇게 무식하게 전진해서였을까.
-침입자 발생, 침입자 발생
-전체 경계 태세로 돌입합니다.
-섹터 A 구역 완전 봉쇄 실시합니다.
-전원 전투 준비 태세를 갖추십시오.
상우가 예상했던 것처럼 요란한 사이렌 소리와 함께 사방에서 기계음으로 경고 방송이 울려 퍼졌다.
“섹터 A? 여기잖아.”
“모두 조용! 각자 맡은 구역 수색하고 보고한다. 이동해!”
“옛썰!”
그리고 글러트니가 이동하는 곳 위쪽에서 두두다다 분주하게 움직이는 발소리가 들려왔다.
아마 상주 요원들 역시 침입자를 색출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모양이었다.
‘시간이 없다.’
사실 상주 요원들이 얼마나 대단할지 상우는 잘 몰랐다.
그러나 잘 쳐줘봐야 A급 헌터 정도나 될 터.
애초에 S급 헌터가 이런 곳을 지키고 있을 리가 없으니까.
그리고 고작 A급 헌터 정도라면 상우는 절대 겁을 먹지 않았다.
이제는 그런 헌터들, 아니 각성자들 수십, 수백 명이 와도 이길 자신이 있었기에.
그가 걱정하는 건 따로 있었다.
‘루카스가 침투 경보 터지면 바로 날아온다던데.’
그렇다.
포탈 침입이 발생하면 루카스는 곧장 순간이동 능력을 이용하여 관리소로 날아와 침입자들을 소탕해버렸던 것.
상주 요원들과 시설들은 오로지 외부 침입자들의 발을 묶어두는 용도에 불과했다.
‘이길 자신은 있지만, 정체를 들키거나 하면 괜히 곤란해지니까….’
상우는 그런 불편한 상황이 싫어서 오히려 더 빠르게 최심부로 이동을 했다.
돔형이었던 관리소 형태로 보았을 때 가장 안쪽을 향하여 일직선 방향으로 말이다.
스으으으윽-
소리도 없이 막는 모든 걸 빨아들이며 이동하길 몇 차례.
그 과정에서 관리소 내부의 전력을 관리하는 무언가를 건드렸는지 불꽃이 튀거나 불이 꺼지는 등, 소란이 발생했다.
콰과과광-!
* * *
다시 한번 포탈 관리소에 울려퍼진 경고 방송.
-전 인원, 포탈 최심부로 모여주십시오.
속도를 위해 일직선으로 이동 중인 상우의 침투 경로가 너무 단순해서였을까.
수색 명령 대신 포탈 방어 쪽으로 명령이 선회되었다.
“Fuck! 이번 침입자는 도대체 어딨는 겁니까. 투명인간이라도 되는 건가요?”
“그럴지도 몰라. 일단 최우선 보호 대상인 포탈을 수비한다!”
투덜거리는 상주 요원들.
그도 그럴 게 침입자의 그림자도 못 본 채 이리저리 뛰어다니고만 있었으니까.
그들이 투시 능력이라도 갖춘 게 아닌 이상 그들의 바닥, 그리고 천장의 좁다란 틈새로 이동하는 글러트니를 발견할 수 없었다.
그렇게 그들이 분주히 움직이는 사이, 관리소 최심부.
그곳에는 여타 포탈과 다를 바 없어 보이는 보통 크기의 포탈이 둥실 떠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팟!
그 앞에 루카스가 나타났다.
“무슨 일이지?”
-침입자가 발생했습니다.
“몇 명인가. 제대로 보고하게.”
-그게… 침입자의 모습을 보지는 못했습니다. 그래서 아직 몇 명인지는 파악하지 못했습니다.
“흠….”
루카스는 자신이 믿고 맡기는 상주 요원 팀장의 말에 미간을 찌푸렸다.
“위치는 파악이 되었나?”
-현재 시설 파괴 경로를 보아서는 포탈을 향하여 직선으로 침투 중입니다. 바로 포탈 코앞입니다!
“이 앞이라고?”
루카스가 당황하며 사방을 둘러보는 사이.
파지지직-
포탈을 둘러싸고 있는 공간 전체에 기묘한 전기가 흘렀다.
그러더니 사방을 환히 비추고 있던 조명이 꺼지며 삽시간에 공간은 어둠에 잠겼다.
팍!
이 어두운 공간에 보이는 건 오로지 은은한 빛을 뿜어내는 기묘한 포탈뿐이었다.
그러나 그 빛마저도 우리가 아는 일반적인 빛과는 좀 달랐기에 완전한 가시광선은 아니었다.
‘이런….’
물론 이런 어둠이 초인이 된 루카스의 시야를 막을 수는 없었다.
살짝 적응의 시간을 마친 루카스가 마치 대낮처럼 공간의 어둠을 꿰뚫어보며 사방을 경계했다.
그때 그의 육감을 간지럽히는 기묘한 감각.
‘여기다!’
그는 재빨리 자신의 텔레프랙 기술을 이용하여 아공간의 물체를 해당 위치에 소환하여 공격했다.
쾅!
포탈 근처 바닥부분이 그가 소환한 거무튀튀한 구슬과 함께 바스라졌다.
하지만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착각이었나.’
루카스는 그렇게 생각하며 다시 경계를 했다.
단 한 마리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그리고 루카스가 긴장하는 사이, 시스템 메시지가 다시 울려퍼졌다.
-메인 코어 발전 시스템 오작동 발생.
-코어 재부팅 시작합니다.
-예비 코어 발전 시작합니다.
관리소 시스템의 기계 음성이 퍼져나간 지 약 몇 초의 시간이 지나고,
팟-
포탈이 있던 방안에 다시 조명이 들어왔다.
그러자 보이는 포탈이 있는 거대한 구형의 방.
루카스는 그 이후에도 경계를 멈추지 않았다.
게다가 몇 초가 지나자 포탈을 둘러싼 공간 바깥에도 상주요원들과 로봇들이 빈틈없이 둘러싸며 경계를 했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흠.”
꽤나 긴 시간이 지난 후에야 루카스는 맥이 풀린 듯 입을 열었다.
“침입자는?”
-찾지 못했습니다.
상주 요원 팀장의 보고.
“침입 경로는?”
-포탈 바로 근처까지 침입한 걸로 보입니다. 다만 이후에는 흔적을 찾지 못했습니다.
“흠….”
포탈 바로 앞까지 와서 사라져버린 기묘한 침입자.
얼굴도 보지 못했기에 인간인지 몬스터인지 파악도 못한 상태였다.
“일단 24시간 경계 태세 유지하게.”
-예. 알겠습니다.
루카스는 당연한 명령을 내리고는 포탈을 감싼 공간을 다시 한 번 살폈다.
입구라고는 전혀 보이지 않는 매끄러운 공간.
그리고 그 한가운데 있는 포탈과 그 근처 바닥 부분에 움푹 파인 크리에이터.
자신이 시전한 텔레프랙에 의한 흔적이었다.
그 외에는 이상한 점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음?’
아니, 다시 살펴보다 보니 이상한 점이 있었다.
움푹 패인 바닥 구덩이에 있는 기묘한 물기.
‘왠 물기지.’
밀실이고, 항온 항습 조절 장치에 의해 항상 습도가 일정한 이곳에 물기가 생길 수가 없는 곳인데 물이 고여있던 것.
‘물기라….’
그는 물을 다루는 능력자나 몬스터들을 떠올리려 애썼다.
하지만 도통 떠오르는 인물이나 몬스터가 없었다.
다만 찜찜한 기분을 막을 수가 없었다.
만약 그도 모르는 사이 침입자가 이미 포탈을 넘어간 거라면….
‘혹시 모르니까.’
루카스의 시선이 포탈을 향했다.
팟!
* * *
그리고 그 시각.
루카스의 우려처럼, 이미 상우는 포탈을 넘은 상태였다.
사실 무식하게 직선으로 포탈이 있는 곳까지 향하던 상우.
‘운이 좋았어.’
그는 최심부에 도달하기 직전, 애슐리가 알려줬던 정보와 일치하는 포탈 근처 방을 찾아낼 수 있었다.
상우는 애슐리가 알려준 바탕을 통해 거기서부터 포탈이 있는 공간까지 위치는 대략 숙지해놓은 상황.
거기서부터 조심스럽게 시스템에 걸리지 않게끔 스멀스멀 움직였다.
최대한 글러트니의 핵으로 시스템을 건드리지 않게끔 말이다.
그리고 그가 목표한 곳은 포탈 바로 아랫부분까지 이동하는 계획이었다.
결국, 포탈과 가장 가까운 곳에 다다른 상우.
하지만, 그도 예상하지 못한 게 있었으니.
그곳에는 배선들이 엮인 너무 좁다란 공간이 자리했던 것.
‘속전속결, 이판사판이다.’
아공간을 이용하면 탈출은 금방이지만, 여기까지 와서 도망치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기에 결국 상우는 빠르게 돌파하는 선택을 했고, 필연적으로 배선들 가운데 한뭉텅이가 글러트니의 핵에 녹아(?)버리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그땐 망한 줄 알았는데.’
그런데 웬걸.
갑자기 전기가 파지직 거리더니 상우가 느끼기에도 예사롭지 않은 불상사(?)가 관리소 전체에 퍼졌다.
그리고 그 기회를 놓칠리가 없는 상우.
그는 곧장 글러트니를 움직여 포탈이 있는 방 안으로 침투했다.
‘그때 뒤지는 줄 알았네.’
그리고 포탈이 있는 방을 뚫고 올라가자마자 격중당한 공격.
그 공격은 곧장 액체 상태인 글러트니의 몸을 관통하였다.
바로 물체를 순간이동시켜 대상과 겹쳐서 파괴시키는 루카스의 텔레프랙 공격이었다.
순식간에 액체 상태인 글러트니의 몸의 절반이 날아가버릴 정도의 무지막지한 공격.
물론 아쿠아 룰러 스킬로 대단한 회복력을 지니고 있었고, 내부에 탐식의 핵을 지니고 있었기에 큰 피해는 없었다.
그렇기에 곧장 그 공격을 무시하고 원래 목표인 포탈을 향해 글러트니를 스르륵 미끄러지듯 움직여 들여보낸 상우였다.
그렇게 넘어선 포탈.
비행기를 타고 하와이를 넘어 수천 킬로미터에 달하는 잠영 끝에 도달한 값진 여정이었기에 상우는 매우 기뻤다.
‘근데 이런 데인 줄은 몰랐는데…?’
하지만, 마냥 기뻐할 수는 없었다.
눈앞에 펼쳐진 모습 때문이었다.
꿈틀-
꿈틀-
검붉은 숲속을 본 적이 있는가.
나무에 들러붙은 검붉은 색의 기묘한 점액질.
마치 생명체의 단백질 덩어리가 나무에 이식이 된 듯한 끔찍한 광경이었다.
그리고 그런 검붉은 덩어리들로 둘러싸인 나무들 때문인지 숲 전체가 핏기 어린 검붉은 색으로 보였다.
“…이거 실화냐.”
이제 막 타이베른 포탈을 넘어온 상우는 입을 떡 벌렸다.
많은 포탈을 돌아다녀보았지만, 이처럼 끔찍한, 마치 지옥 같은 광경은 처음 보았으니까.
마치 던전 코어 같은 점액질이 숲 전체를 점령한 듯한 모양새였다.
게다가,
쐐애애액-
그 단백생명체와 결합된 듯 보이는 기괴한 나무가 겉모습만 이런 게 아니란 걸 증명이라도 하려는 듯이 나뭇가지를 상우를 향해 내리쳤다.
‘어딜.’
상우는 곧장 오른손 검지를 나무에 향했다.
[파이어]
그러자 피어오르는 구름 같은 불꽃.
화아아아아악-
불꽃은 순식간에 나무를 불태워버렸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