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o Hunting With My Clones RAW - Chapter (157)
물속에 생긴 아공간에서 분신 하나가 튀어나왔다.
탐식의 분신인 글러트니였다.
쏴아아아아-
그 과정에서 아공간 입구를 통해 아공간으로 바닷물이 마구 흘러 들어가기 시작했다.
‘이크.’
재빨리 아공간을 닫은 상우.
이후 물속에 잠겨 있는 글러트니를 향해 명령했다.
[액체화]
[아쿠아 룰러]
그러자 뚜렷한 인간의 형체였던 글러트니의 몸이 흐물흐물 액체처럼 변하더니 이내 바닷물처럼 투명해졌다.
거기에 함께 사용된 ‘아쿠아 룰러’.
물을 지배하는 이 스킬을 통해서, 혹시 모를 호흡문제와 에너지 보충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터였다.
‘이거면 안 지치고 잘 이동할 수 있겠지.’
그렇다.
상우는 원래 비행으로 태평양 한가운데에 위치한 타이베른 포탈로 이동하려 했다.
하지만 태평양은 ‘바다’ 한가운데에 있다는 사실.
즉, 물속이라는 점에서 자신의 기술 중 하나인 아쿠아 룰러를 활용하면 되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이동해.’
이후 타이베른 포탈의 좌표까지 글러트니를 이동시킨 상우.
명령을 내리는 와중에도 여동생 지우 물먹이기는 계속하고 있었다.
겉보기에는 여느 휴가를 나온 가족들과 비슷한 모습.
그러나 물밑공작으로는 침입을 시도하는 상우였다.
‘이제 계획은 실행되었다. 남은 건 목적지에 도달하면 알겠지.’
과연 그가 타이베른 포탈을 넘어갈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었다.
그저 계획대로 실행되기를 바라는 수밖에.
“그만하라고!”
그렇게 상우가 생각하는 동시에 꽥 비명을 지르며 도망치는 지우.
상우의 물따귀에 정신을 못 차리는 모양새였다.
“그만하기는. 이 기회에 물 많이 먹고 건강해지렴.”
하지만 상우는 그런 동생을 살려줄(?) 생각이 없었다.
그는 도망가는 동생을 쫓아가며 물따귀를 계속 뿌렸다.
촤아아악-
* * *
그 시각.
상우가 하와이로 출국했다는 사실은 루카스의 귀에 들어갔다.
‘갑자기 해외 여행이라….’
그의 집무실 책상에 떠있는 소형형 홀로그램 스크린.
그곳에는 여동생 지우의 SNS 사진 등이 캡처되어 있는 보고서가 떠올라 있었다.
‘그 동안 한 번도 가족들과 해외여행을 가지 못해서 이번에 간다라…. 하필이면 하와이로 말이지.’
루카스는 괜히 찝찝했다.
하와이를 통해 입국한 많은 스파이들이 잠수정이나 스킬을 통해 타이베른 포탈 침입을 시도했으니까.
‘하지만, 하와이가 한국의 인기 있는 휴양지 중 하나라니 또 애매하군. 그런 것 같기도 하고.’
다행히 그의 일거수일투족은 루카스가 미리 붙여둔 정보팀에 의해 감시되고 있었고, 무엇보다 SNS에 떠벌리기 좋아하는 상우의 여동생 지우 때문에 더욱 낱낱이 그의 행동반경을 알 수 있었다.
그렇기에 어느정도 안심해도 될 상황.
하지만 루카스는 안심을 할 수가 없었다.
‘그럼 입국은 본체와 가족들을 경호하는 분신들 3기가 입국한 거고, 나머지 분신들은 원래 위치에서 벗어나지 않았다라. 그럼 위치가 파악된 분신들은 지금까지 확인된 것만 20기가량인가. 흠.’
상우의 분신이 워낙 많기에 아직 파악되지 않은 여러 기의 분신들이 있었다.
게다가 분신술은 시스템 스킬.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레벨이 올라서 소환할 수 있는 분신의 숫자가 늘어나고 있었다.
그렇기에 루카스는 현재 상우가 어느 정도의 분신을 소환해낼 수 있는지 제대로 알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있으면 무조건 활용해야 이득이기 때문에 절대로 감춰놓을 리 없어. 대략 23기 정도 소환할 수 있는 것 같은데.’
루카스의 추측은 얼추 비슷했지만 정확하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그가 상우를 과소평가하고 있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너무 과대평가하고 있지도 않았으니까.
그렇기에 상우의 전력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있었다.
“감시는 계속하게. 혹시 모르니.”
-예. 알겠습니다.
생각에 잠겨 있던 루카스는 호출 버튼을 눌러 상우를 감시하고 있는 정보팀에 계속 감시 명령을 내렸다.
‘레이븐이 있는 이상 타이베른 포탈을 포기할 수는 없을 테지.’
그의 정확한 판단.
루카스는 상우의 입장을 정확히 꿰뚫어보고 있었다.
때문에 더욱더 그를 막아내야만 했다.
‘그때도 막았지만, 상우 씨. 전 당신이 순순히 타이베른으로 넘어가게 놔두지 않을 겁니다. 그 어떠한 변수도 허용되지 않으니까요.’
그렇다.
이전에도 상우와 레이븐이 타이베른 포탈을 이용하는 일에 대해 부탁을 했었는데, 겉으로는 승낙했지만 사정이 있다면서 일정을 차일피일 미룬 루카스.
그는 절대로 상우와 같은 외부인을, 그것도 무지막지하게 강한 인간을 타이베른 안으로 들여보내는 변수를 만들 생각이 없었다.
‘제가 반드시 막아냅니다.’
루카스의 눈빛이 침중해졌다.
* * *
그날 늦은 밤.
가족들과 함께 지낼 스위트룸 대신에 다른 방을 빌려서 우현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낸 상우.
그는 피곤했는지 먼저 잠든 우현을 침대에 두고 슬그머니 몸을 일으켰다.
‘아름답네.’
테라스 바깥으로 보이는 별이 마치 보석처럼 박혀 있는 듯한 아름다운 밤하늘.
거기에 검푸른 색으로 변한 바다가 별빛에 비춰 아름답게 반짝이고 있었다.
하지만 상우가 아름답다고 생각한 건 밤하늘이 아닌 바로 우현이었다.
살짝 걸친 얇은 이불이 채 가리지 못한 그녀의 피부가, 하와이의 밤하늘이 비추는 달빛과 별빛이 따라 은은하게 빛났다.
그런 우현이 사랑스러웠던 상우는 잠시 그녀의 머리를 쓸어넘겨 주었다.
그의 손길이 기분 좋은지 잠들어 있던 우현의 숨소리가 좀 더 나른해졌다.
그렇게 평화만이 맴도는 이 공간.
하나, 상우는 왜 잠을 안 자고 있는 걸까.
‘슬슬 때가 됐는데.’
사실 상우는 글러트니에게 온 신경이 쏠려 있었다.
물과 동화되다시피하여 이동 중인 글러트니는 하와이에서 목적지까지 거의 수 천 킬로미터에 달하는 거리를 10시간도 채 되지 않아 주파 중이었다.
즉, 곧 있으면 목적지에 도착한다는 의미.
그렇기에 글러트니에게 상시 접속하기는 어려워서(접속하면 배고픔이 들끓으니까) 잠깐잠깐 접속해서 바닷속 주변을 살피곤 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타이베른 포탈로 여겨질 만 한 곳은 발견하지 못한 상태였다.
다행히 물속 시야는 아쿠아 룰러 스킬 덕분인지, 아니면 발달한 동체시력 스킬 때문이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고, 탐색하는 데 문제가 없었다.
그저 이동하는 중간중간 심해 몬스터들을 만나서 글러트니가 보내온 보고에 잠깐잠깐 놀랐을 뿐이었다.
그마저도 글러트니가 맛있게 먹방(?)을 하는 것으로 종결되었지만.
‘분신이라도 하나 더 소환해야 되나.’
그 넓은 바다를 분신 하나로 수색하는 게 사실상 말이 안 되는 거 같았기에 상우가 고민하던 찰나.
글러트니에게서 특이사항이 접수되었다는 보고가 오버마인드 스킬을 통해 잡혔다.
‘드디어 찾았나.’
상우가 들뜬 마음으로 글러트니에게 접속했다.
그러자 느껴지는 끝없는 허기짐.
다행히 상우의 정신력이 꽤나 올라간 탓인지 이전보다는 훨씬 더 견딜 만했다.
그와 동시에 그의 심상에 떠오르는 글러트니의 시야.
‘저건…?’
거기에 보이는 건 거대한 크라켄이었다.
크라켄.
거대한 오징어로, 대격변으로 몬스터가 등장하기 이전부터 간간이 10m가 넘어가는 초대형 오징어가 잡혔는데 이런 오징어를 일컬어 크라켄이라 부르곤 했다.
하나, 대격변 이후 등장한 크라켄은 말 그대로 스케일이 달랐다.
‘미친… 크기가 로또타워만한데?’
초고층 빌딩 크기에 근접하는 크라켄의 크기.
글러트니가 마치 조그마한 점처럼 여겨질 정도로 거대했다.
그리고 열 개의 촉수가 물속에서 한번 휘저어지는 순간.
쏴아아아아아아-
주변에 엄청난 수중기류를 생성해내며 순식간에 앞으로 이동했다.
[아쿠아 룰러]
그 물살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아쿠아 룰러 스킬을 사용한 상우.
‘저거 먹으면 능력치 좀 얻을 거 같은데.’
그는 살짝 들떠있었다.
왜냐하면 타이베른 포탈을 찾는 거야 찾는 거고, 이렇게 큰 대형 몬스터를 발견한 것도 오랜만이었기에 글러트니로 먹어치울 생각이었다.
그래서 상우는 엄청난 속도로 이동 중인 크라켄을 향해 글러트니를 이동시켰다.
[블링크]
이미 블링크 스킬 역시 상당히 숙련도가 오른 상태였기에, 사용에 있어서 예전처럼 재사용 대기시간이 아깝다든지 하는 거리낌은 없었다.
그렇게 블링크 스킬을 사용하여 순식간에 크라켄의 몸통에 나타난 글러트니.
물속에서 블링크 스킬을 사용하자 그가 나타난 위치에서 반발력이 생겨나며 사방으로 바닷물이 터져나갔다.
꽈아아아아앙-
그 격렬한 기세에 상우, 아니 글러트니의 기척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던 크라켄이 그 자리에서 멈추더니 촉수를 사방팔방 휘둘렀다.
‘이런.’
그런 촉수를 피해 움직이려던 상우.
그러다 문득 자신이 접속한 게 ‘글러트니’라는 걸 깨닫고는 오히려 휘둘러지는 촉수를 향해 몸을 들이밀었다.
서걱-
글러트니의 몸을 정통으로 맞춘 촉수.
하지만 오히려 촉수 한가운데에 글러트니가 지나간 만큼 조그만 구멍이 뚫렸다.
액체화 상태라 타격도 없었고, 오히려 공격만 성공시킨 꼴이었다.
‘흠….’
그러나 상우의 안색이 좋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크라켄의 구멍 난 촉수 다리는 순식간에 재생되어버렸으니까.
‘꼭 저런 애들이 재생력이 좋더라. 에휴…. 저걸 어떻게 잡지.’
조그마한 글러트니로 지우려면 한 세월이 걸릴 듯한 느낌.
‘뉴클리어 레이저로 그냥 지져버릴까. 아니야. 그러면 너무 요란해서 타이베른 포탈 관리소에 걸릴 수도 있어. 그럼 어째야 하나.’
상우가 잠시 고민하던 그때였다.
어디선가 빠른 속도로 물살을 가르고 오고 있다는 느낌이 물살의 파동을 통해 글러트니의 몸에 전해졌다.
‘뭐지?’
라고 상우가 생각하는 순간.
콰과과과과광-!!!
무언가에 적중당한 크라켄의 몸이 사방팔방 터져나갔다.
끼에에에에에에엑-
기괴한 괴성을 울어대며 찢겨져버린 크라켄
물속이라 그런지 녀석의 울음소리는 파장 형태로 바다 전체로 퍼져나갔다.
그 파장이 어찌나 강력한지 그 지역 주변에 있던 소형 몬스터들과 물고기들이 떼죽음을 당할 정도였다.
‘으으, 시끄러.’
하지만 인상을 찌푸린 채 고작 시끄러운 정도로만 넘긴 상우.
오히려 그는 크라켄을 터뜨려버린 정체불명의 그것에 신경을 쓰고 있었다.
‘분명 저쪽이었는데….’
그 이상한 게 날아온 아래쪽 방향을 쳐다보던 상우.
심해 밑바닥에 위치한 그곳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때 글러트니의 뿌연 시야에 그 부근에서 무언가 일렁거리고 있는 게 보였다.
물속에 피어오른 아지랑이 같은 일렁임.
‘설마….’
그리고 문득 상우의 뇌리를 스쳐간 하나의 느낌.
그는 그 느낌을 붙잡고 글러트니의 몸을 날렸다.
[블링크]
바로 그 일렁거림을 향해서였다.
팟!
그리고 그 일렁거린 장소에 도착한 글러트니, 아니, 상우.
그의 앞에 일렁거리는 무언가가 보였다.
‘이건가.’
상우는 슬쩍 손을 뻗어 만져봤다.
그러자 손이 일렁거리는 부분을 지나 사라졌다.
그 모습에 다시 팔을 빼낸 상우.
팔은 멀쩡했다.
그저 일렁거리는 부분을 지나면 마치 다른 공간에 들어선 마냥 보이지 않을 뿐.
‘역시 여긴가.’
상우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안으로 몸을 들이밀었다.
그러자 펼쳐지는 바깥과 전혀 다른 풍경.
그곳은 여전히 물속이었고, 거대한 쇠로 된 구멍이 눈앞에 보였다.
그리고 그 구멍에서는 방금 전까지 튀어나와 있었던 것 같은 대포 같은 형태의 무기가 빠른 속도로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여기가 타이베른 관리소다!’
상우는 재빨리 상황을 알아차렸다.
지금 눈앞에 보이는 건 타이베른 포탈 관리소의 경비시스템 중 하나인 무기일 터.
거대 크라켄이 발견되자 요격을 하기 위해 어뢰발사대처럼 보이는 지금의 무기가 사출되었고, 지금 막 회수 중인 상태로 보였다.
‘…그렇다면.’
상우는 곧장 그 열려 있는 구멍을 향해 뛰어들었다.
액체화 상태로 말이다.
그리고 그가 들어서기 무섭게,
키이잉- 쾅-
사출구의 입구가 순식간에 닫혀버렸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