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o Hunting With My Clones RAW - Chapter (161)
그 거대한 남자의 젖혀져 있던 오른손이 쭉 뻗어지며 곧장 상우의 몸을 직격하려 했다.
하지만 그 직전에 상우의 앞에 순간이동으로 나타나며 그 주먹을 막아서는 엔비.
꽈앙!
도저히 인간의 몸끼리 부딪친 거라고는 상상도 되지 않을 폭음이 터져 나오며 대기를 진동시켰다.
그들의 몸 주변으로 퍼져나가는 구형의 충격파.
멀리 떨어져 있던 바닥의 흙모래가 그 여파에 휘말려 사정없이 흔들리며 먼지를 피워올렸다.
“어우….”
상우가 기괴하게 으스러진 엔비의 주먹 보며 인상을 찌푸렸다.
남자가 공격하는 순간 거기에 맞춰서 엔비 역시 주먹을 휘둘렀던 것.
하나, 주먹끼리 서로 격중했음에도 불구하고 남자는 멀쩡한 반면에 엔비의 주먹은 박살 난 상태였다.
‘엔비도 금강불괴인데… 미쳤잖아?’
엔비 역시 분신의 몸이어도 금강불괴를 지닌 상우의 능력의 80%를 발현하고 있기에 매우 단단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단 한방에 주먹이 저렇게 되어버린 것.
‘저 사람 엄청 쎄다.’
왠지 얼굴이 낯이 익다는 생각을 하며 상우는 엔비를 향해 스킬을 시전했다.
[성력]
[리커버리]
블레스로부터 슬쩍(?)한 성력의 기운을 발현한 뒤에 이를 이용하여 회복 스킬을 사용했다.
그러자 재생력 덕분에 급속도는 아니지만 꽤나 빠른 속도로 재생되던 엔비의 뒤틀어진 팔이 순식간에 원상태로 복구되었다.
그렇게 멀쩡해진 엔비.
그걸 보면서 상우는 어느새 바닥에 내려선 채 자신을 올려다보고 있는 남자에게 소리쳤다.
“이게 무슨 짓입니까!”
하나 그 남자는 상우의 말을 알아듣지 못한다는 듯 그저 묵묵히 상우를 쳐다보며 어깨를 휘돌릴 뿐이었다.
‘언어가 달라서 내 말을 이해를 못하나.’
저 남자를 타이베른 행성인이라고 착각한 상우가 그런 생각을 하며 남자를 찬찬히 살폈다.
허리까지 내려올 것 같은 갈기처럼 산발한 금발 머리.
거기에 도저히 인간이라고 여겨지지 않을 거대한 체구.
2m? 아니 3m라고 해도 믿어줄 정도로 컸다.
그렇다고 머리 골격이 거대하여 비율이 이상하다던지 하는 그런 느낌도 없이 완벽한 인체 비율을 지니고 있었다.
무엇보다 조각으로 빚어낸 것처럼 빈틈 하나 없이 꿈틀거리는 저 근육들.
‘엄청나네….’
상우는 두렵다기보다는 속으로 감탄하면서 남자를 살피다가 문득 자신이 저렇게 생긴 사람을 알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레오가르도잖아!’
그렇다.
대격변 이후부터 지금까지 맨주먹으로 모든 몬스터들을 깨부숴온 남자.
지구에서 인류 최강의 사나이라는 타이틀을 지니고 있는 남자.
바로 레오가르도였다.
그리고 지금 그 레오가르도가 자신을 공격해온 것.
물론 그게 끝이 아니었다는 듯 레오가르도가 다시 뛰쳐나오려 했다.
하나 그는 상우의 말에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혹시 레오가르도 아니세요?”
상우의 물음에 금방이라도 뛰어오를 것처럼 부풀었던 레오가르도의 허벅지가 가라앉았다.
그러더니 약간의 의문을 띤 표정을 짓다가, 손가락을 까딱거렸다.
“건방지게 위에 있지 말고 내려와라. 목 아프다.”
무뚝뚝한 말투.
하지만 또렷한 영어였고, 이는 상우의 스마트고글을 통해 번역되어 전달됐다.
‘진짜 레오가르도인가봐.’
그 말에 공중에 떠 있던 상우는 기대감을 품은 채 분신들과 함께 순순히 바닥에 내려섰다.
착-
레오가르도 앞에 선 총 4기의 분신들.
쌍둥이 같이 똑같은 얼굴(심지어 전투슈트마저도 다 검은색으로 똑같았다)을 지닌 상우를 보던 레오가르도는 정확히 상우가 접속해 있는 일반 분신을 쳐다본 채 입을 열었다.
“나를 아는가?”
그르렁 거리는 듯한 목소리.
상우는 아까 당했던 공격도 잊고 반가운 마음에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죠. 사람들 중에 레오가르도, 아니 레오가르도 씨를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요. 저도 팬이에요.”
연예인 이름을 막 부르는 것처럼 레오가르도의 이름을 그냥 부르려다가 흠칫하고 정정한 상우.
물론 상우가 막 레오가르도 피규어 같은 굿즈(Goods: 상품)를 모으는 진성 팬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는 예전부터 대격변으로부터 인류를 구해낸 많은 헌터들과 각성자들, 그런 영웅들 가운데서도 레오가르도를 마음속으로 흠모하고 좋아하고 있었다.
각성자들의 능력이 천차만별이고 다채로웠지만, 오로지 인간의 신체를 뛰어넘는 육체능력 하나로 몬스터들을 평정한 진정한 ‘초인’이라고 여겼으니까.
온라인 게임 폐인 시절, 주로 무투가나 전사 캐릭터를 좋아했던 상우의 취향과 잘 맞았던 탓도 있었다.
“흠… 지구인인가보군.”
“예. 한국인이에요. 와, 여기서 같은 지구인을 만나게 될 줄이야. 상상도 못했네요. 그것도 레오가르도를! 와… 진짜 반갑습니다.”
호들갑을 떠는 상우.
그리고 그런 상우를 보면서 레오가르도가 입을 열었다.
“…방금 그 불길 공격, 네가 한 건가.”
상우가 뭐라하든 신경도 쓰지 않은 채 자기 할 말 하는 레오가르도.
차가운 그의 말에 잠시 떨떠름하던 상우는 이내 대답했다.
“예? 아, 뉴클리어 레이저 말씀이시구나. 예. 제가 한 거예요. 그 크라니드? 걔네들이 좀 너무 많은 거 같아서 위험해보여가지고 쓸어버렸죠. 뭐, 혹시 잘못된 겁니까?”
상우의 질문에 레오가르도가 고개를 저었다.
“그건 아니었다. 그저 훌륭한 공격이었기에 궁금했을 뿐.”
“아, 정말요? 이거 레오가르도 씨가 인정해주시니 쑥쓰럽네요. 하하하.”
상우가 멋쩍은 듯 뒤통수를 긁었다.
방금 전까지 공격을 당했던 거라고는 보기 어려운 태도였다.
“그나저나 레오가르도 씨는 그동안 TV에 안 나오시길래 은퇴하신 줄 알았는데 여기 계셨던 거예요? 여기는 어떻게 오신 거예요? 루카스 씨 통해서?”
궁금한 게 많았던지 상우가 속사포처럼 질문을 퍼부었다.
그런 상우를 보며 무표정하게 있던 레오가르도.
그러더니 갑자기 고개를 돌려 곧장 결계에서 멀어지기 시작했다.
그 방향은 몬스터 떼들이 밀려오던 방향.
“뭐야…. 성격은 좀 드럽네.”
상우는 레오가르도의 차가운 태도에 실망했다는 듯 중얼거렸다.
하지만 아니었다.
“저게 레오가르도의 매력이지. 남자 중의 상남자. 크으…. 이 기회에 인맥 좀 다져놔야겠다.”
레오가르도는 헌터들 가운데서 자신이 가장 좋아하던 우상이었기에 그런 무뚝뚝한 태도마저도 멋져 보이는 상우였다.
‘촬영 잘 됐나.’
그리고 스마트고글 내장 카메라 어플로 자신의 우상과의 만남을 기념하기 위해 녹화를 하고 있던 상우.
재빨리 방금 대화가 녹화가 잘 되었는지 살펴보던 상우가 잠시 스마트고글을 조작하는 사이.
그의 바로 옆에 있던 결계 안쪽 성벽 앞에 일련의 무리들이 내려섰다.
그러더니 무언가 조작하는 그들.
그러자 결계의 한쪽에 조그맣게 영상이 맺혔다.
-귀하의 소속을 밝히십시오.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로 얘기하는 영상 속 남자.
하지만 신기하게도 상우의 머릿속에 그 남자의 말이 속속들이 번역되어 들렸다.
스마트고글의 번역 어플을 거치지 않았음에도 말이다.
“오, 신기하네.”
잠시 중얼거린 상우는 이내 대답했다.
“지구에서 왔습니다. 흠흠, 한국어로 말해도 되나.”
약간 자신 없어 할 때.
영상의 남자가 알았다는 듯 살짝 고개를 끄덕이더니 입을 열었다.
-지구인이여, 당신의 국가와 소속, 이름을 밝혀주십시오.
상우는 좀 까다롭게 군다고 느꼈지만, 상대방 입장에서 보았을 때 자신은 정체불명의 외계인이니 당연한 절차라고 생각하고 수긍했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 살고 있구요. 소속은 JM에이전시… 라고 해야 되나? 아무튼 거기구요. 이름은 정상우입니다.”
그 말에 잠시 뭔가 기록하는 듯 멈춰있던 영상 속 남자가 재차 질문했다.
-귀하는 각성자, 혹은 헌터입니까? 만약 헌터라면 몇 등급 헌터인지도 밝혀주십시오.
“헌터구요. 지금은 A급입니다.”
귀찮은 상우.
하지만 상대방은 약간 놀란 눈치였다.
-잠시 기다려주십시오.
그러더니 사라져버린 영상.
상우는 결계를 사이에 두고 자신을 감시하듯 바라보는 제복 입은 일련의 무리들과 마주 선 채 가만히 있었다.
휘이이이잉-
폭발의 여파로 사납게 흔들리는 대기.
잿더미로 가득한 황폐화된 대지에 서 있는 상우는 왠지 지치는 느낌이었다.
‘피곤해 죽겠네. 이거 들어갈 수 있는 거야, 없는 거야.’
상우는 잠시 기다렸다.
하지만 5분, 10분 시간은 계속 흐르고.
그는 진지하게 결계를 글러트니의 탐식의 핵으로 뚫고 들어가볼까 고민하기 시작했다.
‘괜히 척질 필요는 없지. 그리고 탐식의 핵 때문에 결계에 이상이라도 생기면 대형사고니까….’
그래서 자신과 타협했다.
‘너는 슬로스랑 여기 가만히 있고, 글러트니랑 엔비는 결계 돌면서 순찰해. 특이사항 생기면 보고 하고.’
바로 시간이 아까워서 접속을 해제한 것.
분신들에게 명령을 남겨놓은 채 말이다.
* * *
거시경제학 쪽지시험이 있음에도 경제학과 학생들의 나날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적당히 과제하고 강의가 끝나면 친구들과 부대끼며 노는 나날들.
수도권 대학이긴 하지만 명문대는 아니었기에 학업 분위기가 그렇게 뜨겁지는 않았던 것.
그러다 시간이 흘러 결국 다가온 쪽지시험 당일.
강의실에 모여든 학생들은 그제야 쪽지시험을 걱정하기 시작했다.
“예진아 공부했어?”
“아니… 하나도 못했어.”
예쁘장하게 생긴 여자애가 울상을 지으며 한숨을 퍽퍽 내쉬었다.
“나두….”
“니네 족보도 안 외웠어? 성태 오빠가 주던데.”
“받긴 받았는데 어제 잠깐 잔다는 게 너무 자버려서….”
“에휴, 학점 포기하려고?”
“그건 아닌데… 어떡하지.”
이미 망한 게 확실해 보이는 그녀들의 대화.
그리고 그와 달리 유난히 자신감이 넘쳐보이는 무리들이 있었다.
“성태 오빠, 이번 쪽지 시험 어떨 거 같아?”
“그냥 그럭저럭 외우긴 했는데, 잘 모르겠네. 일단 이 교수님이 거시경제학 맡으신 게 이번이 처음이라서 문제 수준이 기존 기출 짜깁기로 나올지, 새로운 스타일일지 모르겠어. 미진이 너는? 너 도서관에서 요즘 밤 샌다며.”
“아니 뭐, 그냥 과제가 많아서 그랬지, 거시경제학은 하나도 못 팠어.”
딱 봐도 다크서클이 짙게 내려온 게 날밤 새서 공부했을 거 같은 그녀가 겸손을 떨며 말했다.
‘독종 같은 년.’
‘어후, 저 여우 같은 놈.’
경제학과 내에서 과탑 자리를 서로 치열하게 다투고 있는 독종 같은 미진이와 여우 같은 성태.
그들은 서로의 속내를 숨긴 채 그렇게 화기애애한 대화 속에서 서로의 전력을 가늠하며 견제했다.
과탑이냐 아니냐에 그들의 장학금이 걸려 있었으니까.
그리고 그런 그들의 대화에 끼어 들려는 학생들.
“교수님 착해보이는데 막 어렵게 내고 그러지는 않으시겠지.”
“야, 얘가 뭘 모르네. 원래 착해보이는 사람이 속에서는 칼을 갈고 있는 법이야.”
그들의 대화 중에 한 남학생의 불길한 발언이 나오자, 모두가 그 남학생을 째릿한 눈빛으로 쳐다봤다.
“야, 말이 씨가 되는 법 모르냐? 말 조심해.”
“맞아. 부정타게시리.”
괜히 따가운 눈총을 받은 남학생은 깨갱했다.
“야야, 농담이야, 농담. 뭘 그렇게 진지하게 받아들이냐.”
“어렵게 나오면?”
한 남학생이 꼬투리를 물었다.
그 말에 속으로는 짜증이 나면서도 밝은 웃음으로 대꾸하는 남학생.
“만약 어렵게 나오면 내 왼쪽 불알을 건다.”
“진짜로?”
“진짜지.”
“됐어. 니 불알 한짝 가지고 어따 써먹냐.”
한 여학생의 일침에 강의실에 낄낄거리는 웃음소리가 울려퍼졌다.
“크크크큭. 미친년.”
“진원 저 새끼 진짜 쌍또라이 아니냐. 지 불알을 건데. 미친 새끼. 크크크큭.”
그리고 그때.
강의실 앞쪽 문이 열리며 거시경제학 교수가 들어섰다.
손에는 간단한 태블릿만 있는 그의 모습이었지만 학생들 모두가 자세를 바로하고 바짝 긴장했다.
이 시대는 이제 시험을 종이 시험지로 치르지 않았으니까.
“좋은 아침입니다. 여러분, 오늘은 쪽지 시험을 보겠다고 했지요.”
안 그래도 이미 조교가 세팅해둔 탓에 강의실 맨 앞 스크린에는 쪽지 시험과 시간, 주의사항이 띄워져 있었다.
“시간은 모두 40분, 5분 뒤에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모두 경제학 포탈 사이트로 로그인하시고 시험장 링크로 로그인해주세요.”
교수가 태블릿을 슬쩍 드래그해 하나의 링크를 모두에게 날려보냈다.
그들 모두의 스마트 태블릿과 스마트고글에 떠오르는 하나의 페이지.
-한강철 교수-
시험 시작까지 남은 시간: 04:57
그 페이지를 보자 모두가 긴장하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내가 A 먹는다.’
‘성태 오빠, 이번에는 내가 이길 거거든? 미안.’
미진이와 성태가 벼르고 있는 가운데.
그들이 모르던 지옥이 5분 뒤 펼쳐질 예정이었다.
그리고 담담하게 스마트고글에 떠오른 페이지를 쳐다보고 있는 상우의 분신.
분신의 눈은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