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o Hunting With My Clones RAW - Chapter (172)
상우는 레이븐의 갑작스러운 통보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레이븐은 그런 상우를 위해 상황을 설명했다.
-내가 공작가로 돌아갈 수 있을 거란 확신이 없었기에 스톰브링어 검법의 명맥이라도 잊고자 너를 제자로 받아들인 거였다. 근데 이제 돌아오고 나니 족보가 꼬여 버렸구나.
“음….”
레이븐의 설명을 들은 상우는 상황을 이해했다.
레이븐 공작가의 비전절기이자 1인 전승의 비전인 스톰브링어 검법.
즉, 상우가 익히고 있는 상태에서 다른 이에게 동시에 전할 수 없다.
전수하려면 오직 상우의 제자에게만 가르칠 수 있는 상황.
‘전통이 뭐라고….’
상우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지만, 어쩌랴.
오랜 전통을 자신이 나서서 깨부수고 싶지 않았다.
설득당할 인물들도 아니고 말이다.
“그래서 제가 저 카이린이라는 여자분의 스승이 되어야 한다는 거군요.”
-그렇단다.
“근데 카이린은 몇 살이에요? 저랑 나이 비슷해 보이던데.”
-21살이라고 하는구나.
상우보다 어렸고, 우현과 동갑이었다.
‘서구형이라 그런지 성숙해 보여서 나보다 나이 많은 줄 알았네.’
사실 자기보다 나이 많은 줄 알고 있었던 상우는 못내 당황했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고작 한 살 차이지만 나이도 어리니 제자로 들일 만하다고 판단한 것.
“나이도 적당하네요. 좋아요. 가르쳐보죠, 뭐.”
상우는 어깨를 으쓱하며 승낙했다.
이후 상우는 곧장 카이린에게 검법을 가르치러 이 자리에 서게 된 것이었다.
카이린은 나이젤과 레이븐에게 이야기를 듣고 스톰브링어 검법을 배우게 된 사실이 못내 기쁜 모양이었다.
-무엇부터 하면 될까요?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는 카이린.
상우는 누군가를 가르쳐본 경험이 없었기에 좀 난감했지만, 자신이 레이븐에게 배운 대로 카이린에게 가르치기로 마음먹었다.
-음, 우선 마나엔진부터 배워볼까요?
원래 속검을 먼저 배우긴 했지만, 모든 것의 기반인 마나엔진이 최우선이기에 스톰코어 마나엔진부터 가르치려는 것.
-옙! 근데 말씀 편하게 해주십시오, 사부님.
-아, 아직 제가 불편해서요. 나중에 천천히 편하게 말할게요.
-네, 알겠습니다.
-그럼 일단, 알아볼 게 있는데 마나엔진 전에 익힌 적 있어요?
-예. 레이븐 코어 마나엔진을 익히고 있습니다.
-아하. 그게 어떤 특성이 있죠?
-마나 축적과 집약을 기본으로 하고 있습니다. 코어를 만들 수 있는 몇 안 되는 마나엔진 중 하나로….
레이븐 코어 마나엔진은 레이븐 공작가의 기본 마나엔진이었다.
체내의 마나를 한 군데로 집약해 주고, 마나 순환과 축적의 기능을 갖춘 마나엔진으로, 대부분의 기사들에게 전수되고 있는 상태였다.
그에 대한 설명을 대략적으로 들은 상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흠, 코어가 이미 있다면 좀 애매할 수도 있겠는데요.
-그럼 스톰코어 마나엔진을 배우는 건 어려운 건가요?
시무룩해져가는 카이린의 표정.
상우가 고개를 저었다.
-반드시 그런 건 아니에요. 일단 자리에 편하게 앉아봐요.
개인 연무실에 앉은 두 사람.
차가운 돌바닥 때문에 엉덩이가 살짝 시려웠다.
지금 있는 곳은 저택 지하에 있는 공작의 개인 연무실이었다.
원래는 나이젤이 사용하는 곳이었지만, 노쇠한 그가 최근에는 거의 이용하지 않는 상태.
이곳을 카이린의 스톰브링어 검법 전수를 위해 기꺼이 개방해 준 것이었다.
‘자, 해볼까.’
상우는 카이린의 등 뒤에 앉아서 레이븐이 그러했던 것처럼 손을 그녀의 등 뒤에 가져다 대었다.
‘조심조심해서….’
그의 몸 안에서 휘돌던 마나가 그의 의지에 따라 꿈틀거리며 팔과 손을 타고 카이린의 몸 안으로 침투해 들어갔다.
자칫하면 유형화되어 상대의 체내를 공격할 수도 있으니 무형의 상태를 유지하면서 그녀의 몸 내부를 살피는 상우.
가끔 우현과 사랑을 마치고 마나를 이용해 몸을 살피거나 마사지해 주곤 했기에 이런 마나스캔 해위가 처음은 아니었기에 큰 실수는 없었다.
다만 한 가지 부작용(?)이 있었으니.
‘흠흠…. 우리 제자분이 몸매가 탁월하시구나….’
마나스캔을 하는 과정에서 상우의 심상에 카이린의 몸 전체가 그려지게 되는 것.
물론 몸 내부를 관조하는 것이라 외형적으로 뚜렷하게 그리기는 어려웠지만, 대략적인 건 상상이 되었기에 상우는 얼굴을 붉힐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수업 시간.
상우는 정신을 다잡았다.
‘썩 물러가라, 음란마귀야.’
그러면서 본연의 역할에 다시 충실하기 시작했다.
먼저 자신의 마나를 풀어서 카이린의 몸 안에 자리 잡은 코어를 자극했다.
마치 태풍의 핵처럼 휘도는 스톰코어에 비하면 그저 구슬 형태로 뭉쳐 있는 듯한 느낌의 레이븐 코어.
따로 코어의 속성은 눈에 띄지 않았다.
‘굉장히 안정적이네. 그렇다면 바로 시도 가능하려나.’
상우는 곧장 스톰코어를 만들기 위해 카이린에게 말을 걸었다.
오버마인드 스킬을 통해 마나를 통제하면서도 입을 열 수 있었다.
-지금부터 레이븐 코어에 제 마나를 덮어 씌워서 스톰코어로 만들 겁니다. 바람 속성 부여나 마나 회전은 제가 이끌 거구요. 최대한 제 마나 흐름을 따르면서 회전에 의지를 집중해 주세요. 자 그럼… 갑니다.
상우는 카이린의 의사는 묻지 않고 시작하였다.
어차피 준비가 되든 되지 않았든 상관 없으니까.
그리고 상우의 신호가 떨어지기가 무섭게, 그의 마나는 레이븐 코어를 감싼 채 휘돌기 시작했다.
그러자 단단하게 뭉쳐 있던 레이븐 코어의 겉표면이 조금씩 흔들리는 조짐이 보였다.
‘윽….’
그리고 코어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고통을 느끼기 시작한 카이린.
마치 생살이 비틀리는 듯한 감각이 코어를 통해 전해졌다.
그리고 고통이 심한지 입 밖으로 침음성이 흘러나왔다.
“끄으윽….”
그 소리를 들은 상우는 의아해했다.
‘아픈가. 난 그냥 바로 생겼었는데.’
사실 별 고통 없이 시스템을 통해 쉽사리 스톰코어 마나엔진이라는 스킬을 얻었던 상우였기에 카이린의 고통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그녀가 고통스러워하는 걸 보니 빨리 끝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속전속결이다.’
상우는 더더욱 빨리 카이린의 레이븐코어를 감싼 마나를 빠르게 회전시켰다.
그러자 레이븐 코어의 겉표면부터 조금씩 마나가 풀려나오더니 상우의 바람 속성의 마나와 섞이며 속성이 변하기 시작했다.
카이린의 마나 역시 바람 속성을 띄게 되는 것.
그 작업은 처음에는 차근차근 이어지더니, 이후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지기 시작했다.
마치 그 과정은 실타래가 풀려나가는 과정과 비슷했다.
실타래가 풀리기 위해서는 실의 끝부분을 찾아야 한다.
그래야 그 끝부분부터 차근차근 풀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이 일련의 과정 역시 마찬가지였다.
한번 겉 표면부터 풀려나오기 시작한 마나는 코어를 감싸며 회전 중인 상우의 마나와 만나더니 동시다발적으로 작용을 일으키며 빠르게 풀려나기 시작했으니까.
그리고 그것은 일종의 파괴행위였다.
기존의 건물을 부수고 새로운 집을 짓는 행위.
그것이 그녀의 코어에서 일어나고 있었고, 이 모든 과정을 통제하고 있는 상우에게 깨달음을 안겨주었다.
‘…부서져야 만들어지는구나.’
파괴와 창조는 종이 한 장 차이.
원인과 결과.
무언가 무너지면, 새로운 게 나타난다.
작게는 지금의 레이븐 코어가 무너지며 스톰코어 마나엔진이 탄생했고.
상우의 기존의 몸이 무너지며 새로운 환골탈태한 육체가 탄생했으며.
방구석 폐인이던 상우의 생활이 무너지며, 헌터로서 위명을 떨치고 있는 헌터로서의 상우의 삶이 시작되었다.
‘만약 지금의 나를 무너뜨린다면…?’
그렇다면 새로운 창조가 기다리고 있을까.
더 나은 내가 될 수 있을까.
아니면 그저 허무, 공허뿐일까.
상우의 마음속에서 그 미지에 대해 두려움이 일었지만, 동시에 도전에 대한, 미지에 대한 호기심이 샘솟았다.
이는 왠지 모를 ‘된다’라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지금의 나를 무너뜨린다라…. 그렇다면… 내 몸을 버려야 하는 건가.’
지금의 육체를 버린다.
어떻게 버리지?
자살?
아니야.
그런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지금의 내 정신.
지금의 내 육체.
정신을 버리는 건 내 존재 자체가 사라지는 것.
육체를 버린다면 내 존재는 유지하면서 새로운 걸 얻을 시도를 해볼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어떻게 버리지?
내 몸에서 느껴지는 이 모든 감각의 연결을 끊어내야 하나.
그렇게 상우의 머릿속이 미친 듯이 휘돌기 시작했다.
그와 함께 카이린의 등에 손을 대고 있던 상우의 몸.
그의 몸이 점차 존재감이 희미해지기 시작했다.
투명해지는 것이 아니었다.
분명 이 공간에 존재하고 있음에도 마치 없는 것처럼.
말장난처럼 여겨지는 이상한 일이 벌어지려 하고 있었다.
그리고 상우의 정신은 마치 허공에 붕 뜬 것처럼 고양되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미친 듯이 치솟는 상우의 정신력.
[정신력이 0.001 올랐습니다.]
[정신력이 0.001 올랐습니다.]
[정신력이 0.001 올랐습니다.]
[정신력이 0.001 올랐습니다.]
[정신력이 0.001 올랐습니다.]
……
하나, 그때였다.
[시스템 락에 대한 치명적인 공격이 탐지되었습니다.]
[방화벽 시스템 가동.]
[공격 요인: 사용자 각성]
[각성 상태를 강제로 해지합니다.]
[락을 복구합니다.]
[1%, 2%… 99%, 100%, 완료.]
[시스템 락 복구 완료되었습니다.]
상우는 알아들을 수 없는 시스템 메시지가 촤르륵 떠오르더니, 그와 함께 상우의 정신고양은 갑자기 뚝 끊겨버렸다.
그러자 상우는 고양감을 느끼던 상우.
그는 불교에서나 말하던 열반, 해탈과 비스무리한 엄청난 희열과 고양감을 느끼던 찰나에 딱딱한 시스템 메시지로 인해 정신 집중이 끊긴 사실에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았다.
‘뭐야. 한참 뭔가 되어가고 있었는데.’
다시 자신의 시야에 들어오는 건 눈앞에 보이는 카이린의 뒤통수였다.
스트레스 때문인지 왠지 모르게 그녀의 뒤통수를 때려주고 싶은 상우.
허나 그런 치졸한 마음은 애써 달래며 상황을 파악하려 애썼다.
그러자 느껴지는 건 그의 손에 통제되고 있는 마나를 통해 느껴지는 카이린의 코어.
어느 순간 이미 그녀의 레이븐코어는 스톰코어로 변한 상태였고, 그녀는 그곳에 온전히 정신을 집중한 상태였다.
‘이건 잘 끝났네.’
상우는 곧장 마나를 회수했다.
그런 상우의 마나 움직임에 카이린의 마나가 회수되어가는 상우의 마나를 따라오려 했다.
마치 동료를 잃는 걸 아쉬워하는 것처럼.
상우가 코어를 만들어주는 과정에서 어느 정도 동화가 일어난 것이었다.
‘이건 잘 끊어주고….’
카이린의 마나가 상우에게 넘어올 수도 있었기에 상우는 그 연결을 재빨리 끊어내고 마나를 완전히 회수하였다.
그렇게 회수를 마치고 보니 카이린은 그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정신을 완전히 집중한 채 명상에 잠겨 있는 상태였다.
‘일단 이건 마무리됐고, 그럼 다시….’
상우는 카이린을 가르치던 분신과의 접속을 끝내고, 곧장 본체로 의식을 집중했다.
그러자 들어오는 그의 하와이 호텔 방 안 풍경.
바닷소리와 시끄러운 음악이 간간이 들리는 그곳에서 상우는 눈을 감았다.
‘다시 시도하자.’
지금 방금 전 그 감각이 사라지기 전에 다시 시도해 보고 싶었다.
그때의 고양감.
무언가 이루어지려하는 그 느낌.
‘…….’
허나, 깨달음이 그리 간단할 리가 있겠는가.
그날.
때를 놓친 상우는 다시 깨달음을 얻을 수가 없었다.
* * *
며칠 뒤.
왠지 모르게 짜증이 난 상태의 분신이 카이린을 핍박(?) 중이었다.
-느려!
분신이 휘두른 검이 카이린의 검이 채 휘둘러지기도 전에 주변을 스치며 진공참을 터뜨렸다.
쩌저적-!
공기가 터져나가는 소리와 충격파에 카이린의 몸에 붕 떠서 연무실 바닥에 처박혔다.
“콜록, 콜록….”
굳이 통역되지 않더라도 알아들을 수 있는 거친 기침 소리를 내뱉으며 바닥에 침을 게워내는 카이린.
그런 그녀의 상태를 아는지 모르는지 분신의 설교가 이어졌다.
-속검은 스냅이 핵심이다. 강한 근력이 필요하긴 하지만 오로지 근력으로 휘두르는 게 아니라고. 너 정도의 근력이면 지금도 충분히 가능하단 얘기야.
-콜록… 예. 사부님….
-온전히 근력만으로 다루지 말고, 검의 무게중심을 이용해서 휘둘러. 알았어?
어느새 말을 놨는지 반말로 쏘아붙이는 상우.
-옙!
카이린은 고통이 사라졌는지 당차게 대답했다.
그리고 그녀의 눈은 아직까지 초롱초롱했다.
육체는 고통스러워도 가문의 비전 스톰브링어 검법을 배운다는 사실이 못내 기쁜 모양이었다.
그런 그녀를 보며 분신이 손을 까딱거렸다.
-그럼 다시 와봐.
-옙! 하앗!
이후 카이린은 계속 연무실을 굴러야했다.
자신의 스트레스를 제자에게 해소하는 악덕 사부 상우 때문이었다.
그렇게 분신에게 카이린의 조교(?)를 맡겨놓은 상우.
그는 또 다른 분신을 조종하여 레이븐 공작령 결계 지역을 순회 중이었다.
얼마 전의 연회가 마치 꿈이었다는 듯 만전의 전투태세를 갖춘 채로 삼엄한 경계태세가 갖춰진 이곳.
보급품이 이리저리 운반되고, 결계 안쪽 성벽 보수와 전투장비들이 배치되는 모습을 보니 그 모습들이 무척 살벌했다.
-엄청난데요. 전 병력 숫자 많이 줄었다길래 별로 없을 줄 알았는데.
상우가 병력들을 보며 감탄했다.
그가 잠깐 군대에 입대해서 훈련소에서 보았던 병력보다 많으면 많았지, 적지는 않았으니까.
하지만, 나이젤이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턱도 없네. 또 결계를 중심으로 방어하다가 결계가 뚫리면 피해가 엄청날 걸세. 이미 피해를 많이 보고, 레이븐 공작령을 이탈한 주민들과 병사들이 많아서 이 정도인 거네.
그리고 그 말에 맞장구 치는 레이븐.
-많이 줄었군. 원래 이보다 스무 배 이상은 많았는데 말이야.
-스무 배요? 미쳤다….
애초에 타이베른 행성 자체가 지구보다 훨씬 커다란 행성이기에 인구수와 자원이 남달랐다.
크라니드 대침공 전에는 국가적으로 천만 단위의 병력 전쟁 역시 비일비재했던 상황.
그랬던 게 지금은 수십 년간의 전쟁으로 쪼그라들 대로 쪼그라들어 고작 이 정도만 남았던 거였다.
-근데 이제 곧 오크들이 오니까 더 문제지…. 그래서 만전의 태세를 갖춰야 하네. 물론 지금은 자네와 형님이 있으니 이전보다 수월하긴 하겠지만.
나이젤이 걱정이 된다는 듯한 투로 제일 망루 위에서 병력들을 살피며 말했다.
-오크라….
그렇다.
레이븐 공작령이 이토록 분주한 이유.
이맘때쯤이면 꼭 찾아오는 죽지 못한 괴물들.
오크들 때문이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