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o Hunting With My Clones RAW - Chapter (173)
오크.
초록빛, 혹은 갈색 피부를 가진 유사인종이다.
날카로운 송곳니와 강력한 턱 때문에 얼핏 보기에도 험상궂은 외견을 지녔으며, 인간에 비해 평균 2~3배 이상 강력한 근력과 체구 때문에 한때는 몬스터로 취급되기도 했다.
[우리는 몬스터가 아니다.]
하나, 그들은 지성을 가진 종족이었다.
무에 대한 이해, 전투와 힘을 숭상하는 문화, 인간들의 마법과 공학과는 다른 주술이라는 신비한 학문까지.
자신들만의 신까지 섬기는 그들은 외견만 달랐지, 거의 인간이나 다름없었다.
하나, 발전한 인간 사회에서 보았을 때, 미개하고 야만적으로 보이는 부분이 있었다.
마을의 구성원이 죽었을 때 그의 신체를 잡아먹는 식인 풍습.
생산적인 활동보다는 약탈과 파괴를 일삼는 전투적인 성향.
건축과 위생에 대한 개념이 거의 없어서 지저분한 마을의 모습까지.
[그게 어쨌다는 것이냐.]
그리고 오크들 역시 그 사실을 잘 알았다.
하지만, 이는 그들의 문화일 뿐이었다.
오크들 자신들은 괴물이 아니라는 것을.
이 세계에서 똑같은 사회의 구성원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자신들 오크들을 노예로 사로잡고, 몬스터 취급하는 인간들의 행태에 분노하여 맞서 일어났다.
이는 그들 사이에 있었던 위대한 전사와 현자 때문이었다.
오크 역사상 최강의 전사였던 초대 오크 왕 드락사르.
인간들의 대마법사에 비견되었던, 영혼의 제사장 비오란.
그 둘은 전 오크들의 처지에 슬퍼하고 분노하였고, 이 모든 걸 바꾸고 싶어 했다.
그래서 같은 종족이지만 항상 서로 싸우기만 했던 다른 부족들과의 회동을 주도했다.
힘으로 찍어 눌러서 말이다.
그렇게 처음 시작된 전 부족장들의 만남.
그들은 거기서 드락사르의 위대함을 엿보았다.
압도적인 힘과 지혜.
이에 모두 감복하였고 부족장들은 드락사르를 족장으로 추대하였다.
오크들의 부족 연맹이 처음 시작된 거였다.
이후 수많은 싸움과 전쟁 끝에 오크들은 인간들을 몰아내고 자신들만의 영토를 가지게 되었다.
사실 질 수가 없는 싸움이었다.
하나로 뭉치지 못하였을 때도 인간들에게 몬스터라 취급받으며 위협적인 존재들이었던 오크들.
그들이 하나로 뭉쳤으니 보통 인간들 입장에서는 상대가 될 수가 없으니까.
게다가 번식력에서 오는 인구수의 차이까지.
인류의 영웅이 나서면 되지 않냐고?
최상위권으로 간다고 해서 사정이 별반 다르지는 않았다.
기본적으로 전투를 숭상하던 오크들.
수많은 오크들 중에는 인간들이 소드마스터라 불리던 오크 투사들이 즐비했으니까.
특히 비오란이 발휘하는 특이한 주술의 힘이 더해지자 전쟁에서 질래야 질 수가 없었다.
거의 인간들의 멸망이 확실시 될 정도로 어마어마한 공세였다.
하지만 각 제국의 수호룡들이 나서자 오크들의 진군은 멈출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오크들이 대단하다 하더라도, 드래곤 앞에 비빌 정도는 아니었으니까.
아무튼 그렇게 전쟁은 마무리 되었고, 오크들은 그들만의 위대한 오크 왕국, 샤카노어를 건설하게 되었다.
그렇게 오크들의 대 번영기가 시작되었다.
크라니드가 쳐들어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결국 크라니드 때문에 오크 왕국 샤카노어는 멸망했고, 그들의 영토 전체가 크라니드에 잠식된 상태라는 거군요. 그리고, 그 잠식된 곳에서 무한 생성되는 몬스터 오크들이 쳐들어오고 있는 거구요.
상우가 지금 상황을 짚어내자 나이젤이 맞다고 대답해주었다.
-맞네.
-근데 제가 얼마 전에 쓸어버릴 때 보니까 오크들 있던데요? 뻐드렁니에 근육 우락부락한, 인간처럼 팔다리 있는 몬스터들이요.
-그렇지. 지금도 오크들이 안 쳐들어오는 건 아니라네.
-근데 오크들이 더 많이 온다는 거군요?
나이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네. 매년 지금쯤이거든. 아마 지금보다 훨씬 많이 올 거야. 이 평원이 바글바글해질 정도로 말이야….
성벽 앞, 결계 너머로 보이는 평원을 바라보며 나이젤이 중얼거렸다.
왠지 모를 두려움과 긴장감이 그의 표정에 서려 있었다.
하나, 상우는 크게 긴장되지 않았다.
‘그걸 꼭 기다려야 하나. 그냥 먼저 가서 쓸어버리면 되지 않나.’
굳이 위험하게 기다릴 필요 없이, 오크들, 나아가 다른 몬스터들이 생성되는 던전 코어들을 모두 파괴해버리면 되지 않을까.
그러면 공격해오는 몬스터들의 숫자가 확연히 줄어들 거고, 결계 역시 뚫릴 가능성이 줄어들 터였다.
상우는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했다.
-공작님, 그럼 그냥 먼저 가서 쓸어버리면 되지 않나요?
상우가 툭 내뱉은 질문.
그리고 그 말은 나이젤에게 충격을 안겨주었다.
-…먼저 쓸어버린다고?
그는 전혀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던 것처럼 눈을 휘둥그레 뜨며 놀란 반응을 보였다.
-예. 굳이 기다릴 필요 없잖아요. 이쪽으로 집결하기 전에 쓸어버리죠.
-그래. 나이젤, 먼저 가는 게 좋겠다.
레이븐 역시 상우의 생각이 좋다는 듯 맞장구쳤다.
그러자 넋이 나간 표정으로 중얼거리는 나이젤.
-…맞아. 먼저 공격하는 방법도 있었어. 허허…. 하도 결계 안에 틀어박혀 있다보니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구만.
나이젤은 기본적으로 수십 년을 결계 안쪽에서 방어와 수비만 하던 사람이다.
수천만 수억 마리를 넘어가는 몬스터들이 공격해오는데, 반대로 공격에 나설 생각을 어떻게 하랴.
그런 역공작전은 크라니드와의 전쟁 초기에나 가능했지, 지금은 절대적으로 불가능한 자살행위였다.
‘하나, 형님과 상우 군이라면….’
일당백, 아니, 일당만, 일당백만의 힘을 지닌 이들이라면 먼저 공격하는 일도 불가능한 건 아니었다.
그렇게 상우의 말을 듣고 충격을 받음과 동시에 개안을 한 나이젤.
잠시 멍해 있던 그의 눈에 초점이 잡히더니 똑바로 레이븐과 상우를 바라보았다.
-좋습니다. 형님이라면 충분히 공격도 가능할 것 같군요. 그럼… 먼저 공격을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조심스레 부탁을 하는 나이젤.
공작임에도 위엄을 찾아보기 힘들만큼 조용히 부탁을 하는 그의 모습이 좀 안쓰러웠다.
레이븐이 그런 나이젤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당연히 도와줘야지. 내게 맡겨라. 그리고….
그와 동시에 상우를 바라보는 레이븐.
-제자야, 너도 갈 거지?
그 말에 씨익 웃는 상우.
-전 상관없어요.
그렇다.
상우는 상관이 없었다.
어차피 분신이 나설 거니까.
* * *
비스마르크 공작 집무실.
그 집무실 책상에 비스마르크 공작이 앉아서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오크들이 올 때가 되었군.’
1년에 한 번, 더위가 가실 무렵 찾아오는 오크들이었기에 사실 연례행사처럼 여겨지곤 했다.
하나 그의 표정이 이토록 심각한 이유가 있었으니.
‘역대 최대 규모라….’
결계 밖을 돌아다니며 정보를 수집하는 특수요원들의 보고에 의하면 지금까지 집결된 오크들의 숫자가 사상최고치라고 하였다.
비스마르크 공작은 다시 한번 통신구에 떠오른 보고서를 샅샅이 훑어보았다.
「…동쪽 샤르드방 지역에서 323니르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옛 오크 왕국 샤카노어의 영토지역 최 외곽을 순찰하였습니다. 몬스터들의 숫자가 너무 많아서 안쪽은 확인이 어려웠지만, 육안으로 보았을 때도 그 군세가 이전에 2배 이상은 되는 듯합니다. 첨부된 영상을 확인해주십시오….」
323니르는 지구 미터법으로 50km 정도의 거리였다.
영상을 보자, 원래의 초록빛과 갈색 빛의 피부를 지닌 오크들이 아닌, 검은 빛 피부를 가진 오크들이 빽빽이 도열한 게 보였다.
그리고 중간중간 보통의 오크들이 작아보일 정도로 커다란 오크 전사들과 오크 투사들까지.
‘…드락사르….’
하지만 그들이 중요한 게 아니었다.
그들 한 가운데 서서 가만히 붉은 안광을 뿜어내고 있는 존재.
웬만한 오우거도 찜쪄먹을 크기인, 거의 7~8m는 넘어 보이는 거대한 체구의 오크.
그 오크가 바로 최초의 오크 부족장이자, 초대 오크 왕인 드락사르였다.
‘크기가 더 커졌군.’
저 초대 오크왕 몬스터는 오크 군단 웨이브를 거듭할수록 강해지는지, 그 크기가 점차 커져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의 머리맡에 올라타 있는 일반 오크들에 비해 한없이 왜소한 크기의 오크.
오크 대제사장 비오란이었다.
녀석은 마치 드락사르를 조종하는 것처럼 드락사르의 머리맡에 있었다.
최강의 전사와 최강의 주술사의 조합이라니.
지금 당장 쳐들어와도 막기 어려운 녀석들이었다.
다만 지금은 무언가 때를 기다리는지 그저 아무것도 안한 채 가만히 서 있기만 하는 드락사르와 비오란.
그리고 녀석들을 따라 주변의 오크들 역시 그저 콧바람을 씩씩 내뿜으며 제자리에 있었다.
언제든 출전할 시기를 기다리듯 말이다.
‘저 이레귤러가 문제지.’
크라니드에 잠식된 몬스터들은 이성을 잃고 맹목적으로 한 곳을 향해 공격해온다.
그들에게 휴식이란 개념은 없었다.
그저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공격하고 공격할 뿐.
그런데 지금의 오크 군세들은 저 오크 왕과 주술사의 통제를 받는 듯 제자리에 가만히 있는 것이었다.
‘흠… 그럼 이번에는 도와줘야 하려나.’
그리고 비스마르크 공작이 지금 오크들을 보면서 고민하는 이유.
바로 레이븐 공작가 때문이었다.
정치에 밀려 변방으로 밀려나버린 최강의 검가.
전 레이븐 공작이 공작으로 있을 때만 하더라도 비스마르크 공작가 역시 그들의 뒷전이었을 정도로 엄청난 강세를 자랑했다.
하나 레이븐 공작이 사라지고 난 후 발언권을 잃은 레이븐 공작가는 자신의 입김에 최전방이 영지가 되어버렸고, 그들의 힘은 오랜 전쟁 끝에 바닥이 난 상태였다.
‘뭐 그동안 많이 괴롭혔으니 이제 좀 도와줘도 될 거 같긴 한데. 그게 문제란 말이지.’
얼마 전 그에게 들어왔던 보고.
레이븐 공작가가 맡고 있는 결계 주변으로 모든 몬스터들이 쓸려버렸다는 정보였다.
거기에 전 레이븐 공작이 돌아왔다는 오피셜 정보까지.
‘진짜 전 레이븐 공작이 돌아온 거라면….’
그렇다면 굳이 지원을 보내줄 필요가 없었다.
자칫 잘못해서 레이븐 공작가가 다시 자신들의 경쟁자로 커버리면 곤란하니까.
‘흠, 그럼 일단 지원 준비는 해놓고 상황을 봐서 지원해주던가 해야겠군.’
그리고 비스마르크 공작이 정한 건 단순했다.
상황을 봐서 도와줄 것.
만약 레이븐 공작의 힘이 그대로라면 알아서 잘 막을 테고, 아니라면 그때 도와줘도 안 늦을 거라고 판단한 거였다.
이는 굉장히 위험한 생각이었다.
황제가 쓰러진 지금, 거의 대부분의 실무가 그의 손을 거쳐 결정이 되고 있었는데, 비스마르크 공작은 제국의 대소사를 결정하는 부분에서도 위험 요소를 고려하지 않고 있었던 것이었다.
자칫하면 제국이 위험할 결정이었지만, 비스마르크 공작은 이게 위험하다고 생각하지도 못했다.
그에게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으니까.
자신의 자리가 위협받을 수 있는 요소를 파악하는 것.
그게 더 중요한 문제였으니.
하나 그때까지 그는 몰랐다.
레이븐 공작이 더 강해져서 돌아왔음을.
그리고 그에게 그가 모르는 제자가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 * *
탓!
자리에 사뿐히 착지한 상우와 분신들, 그리고 레이븐.
레이븐이 입을 열었다.
-…엄청나군.
상우 역시 동의했다.
-그러게요…. 이게 오크들이구나.
그렇다.
상우 일행은 어느새 오크 군단이 밀집해 있는 지역에 도달해 있었던 것.
끝없이 펼쳐진 평원(사실 원래부터 평원이었는지, 아니면 몬스터 무리들로 인해 평지화된 건지 알 수 없었다)에 그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많은 오크들이 서 있었다.
상우 일행이 서 있자 그르렁 거리는 오크들.
그르르르-
크르르르-
하지만 살벌한 소리만 흘려댈 뿐 달려드는 등, 움직이지는 않았다.
그저 핏발 선 눈동자로 상우 일행을 노려볼 뿐이었다.
-왜 안 움직이죠?
상우가 모르겠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할 무렵.
레이븐이 뭔가 알았다는 듯 손을 뻗었다.
-저 녀석… 드락사르?
그의 기억에 남아 있는 오크 초대왕의 초상화.
그것과 꼭 흡사하게 생긴 모습의 초거대 오크가 붉은 안광을 뿜어내며 오크 군단 앞진열 한 가운데 있었으니까.
-드락사르요? 그 초대왕?
-그래. 아무래도 저 녀석이 통제하고 있는 것 같군.
레이븐의 판단은 정확했다.
맹목적으로 공격하는 몬스터들을 모두 자신의 통제 하에 두고 밀집시켜놓고 있는 건 바로 드락사르와 비오르의 힘 때문이었으니까.
-그럼 쟤 족치면 오크들 쳐들어오는 거예요?
상우가 저렴하게(?) 얘기했지만, 레이븐이 맞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것 같구나. 함부로 건드리면 오크 무리들이 움직이기 시작할 것 같다.
-흠….
상우는 고민에 빠졌다.
머리부터 칠 것인가, 아니면 몸통부터 칠 것인가.
하지만 고민은 짧았고, 결정은 빨랐다.
-오크들부터 쓸어버리죠. 이렇게 몰려 있을 때 스킬 맞추기도 좋으니까요.
아무래도 움직이는 놈들보다 가만히 녀석들이 맞추기 쉽기도 하니 말이다.
그리고 저 한눈에 보기에도 심상치 않아 보이는 오크 왕을 상대하다가 자치 잘못해서 오크들 무리가 새어버리면 곤란하니까.
-그게 좋겠구나.
레이븐 역시 동의하고는 스르릉 검을 뽑았다.
그의 애검이었던 엘리멘탈 소드, 스톰브링어였다.
주인을 알아보는 건지, 레이븐의 손길이 좋다는 듯 윙윙 울어대는 스톰브링어.
‘오랜만이군. 이 감각….’
수십 년만에 다시 잡은 스톰브링어는 그 세월이 무색하게도 손에 척척 감겼다.
이제 스톰브링어를 사용할 일만 남은 상황.
그리고 레이븐이 검에 집중하는 사이 상우 역시 자신의 할 일을 마친 상태였다.
[아공간]
아공간을 통해 튀어나오는 분신들.
그 합이 10기가 넘어갔다.
그리고 그 분신들의 손에 들린 제각각의 검들.
-사부님, 폭풍참으로 갈까요?
-좋다.
그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하늘로 치솟는 상우와 분신들.
[이그저스트 필드]
오크들 한가운데 있는 오크왕이 있는 곳으로 슬로스가 떨어지며 오크들을 내리눌렀다.
탈력감에 빠져 정신을 잃고 들이눕기 시작하는 오크들.
이그저스트 필드가 미치는 원형의 범위 형태로 오크들이 쓰러져갔다.
다만, 한 가운데 있는 오크왕은 멀쩡한 상태.
‘역시 보스급이라 이건가….’
하지만 상우는 상관하지 않았다.
그저 보스를 살짝 묶어둘 용도였기 때문이었으니까.
[폭풍참]
주변에 있던 분신들의 몸에서 녹푸른 오러가 넘실넘실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스톰브리어 8단계.
폭풍참이 시작되려는 전조였다.
그리고 그 아래, 지면.
쿠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스톰브링어를 쥔 레이븐의 주변으로 어마어마한 바람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