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o Hunting With My Clones RAW - Chapter (202)
일어난 상우는 레이븐과 나이젤 옆에 있던 베르샤엘 후작을 발견하고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근데 저분은 누구세요?
-인사드려라. 베르샤엘 후작이시다.
-아아. 높으신 분인가보네요. 안녕하세요.
상우가 까딱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반갑네. 베르샤엘 후작일세.
그 인사를 받는 둥 마는 둥 상우를 바라보는 베르샤엘 후작.
‘…강하다?’
그는 속으로 놀라움을 느끼고 있었다.
그의 마법 경지는 9클래스 유저.
그가 퍼트린 기감에 잡히는 상우의 체내에 자리한 압도적인 마나는 그야말로 무지막지했으니까.
‘…최소 그랜드 소드마스터군.’
레이븐 영지에 있다던, 제국의 수호검의 제자가 바로 저 남자인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의 추측은 맞았다.
-초면일 것 같소. 이쪽은 내 제자, 정상우요.
레이븐이 베르샤엘 후작에게 상우를 정식으로 소개했다.
-역시… 강함이 느껴졌는데 제국의 수호검의 제자였구료.
-그렇소. 말년에 얻은 복이지.
-으으. 사부님 징그럽게 왜 그러세요.
상우가 레이븐의 낯 간지러운 말에 몸을 부르르 떨며 진저리쳤다.
‘…그런데 생각보다 방정맞군. 심지가 약한 인물인가.’
그 방정맞은 모습은 베르샤엘 후작이 상우에 대한 평가를 하향 조정해야 하나 고민하게 만들었다.
하나, 이윽고 이어진 대화에서 베르샤엘 후작은 이런 판단을 전면 재수정해야 했다.
-그런데 뭐 조사하러 오셨다던데 해결은 잘 되신 거예요?
상우가 묻자, 나이젤이 말을 받았다.
-흠, 난 잘 모르겠구나. 상황을 모면한 것 같지만, 더 큰 악재가 덮친 거 같기도 하고, 아닌 거 같기도 하고.
그러면서 그는 레이븐을 바라보았다.
베르샤엘 후작도 마찬가지였다.
그 역시 이제 한 배를 탄 입장이 되었으니까.
그리고 레이븐은 나이젤의 시선에 입을 열었다.
-잘 해결 됐으니 걱정 마시오. 가주.
외부인인 베르샤엘 후작 앞이라 레이븐이 나이젤을 높여 부르며 말했다.
-형님, 방법이 있는 겁니까?
-방법이라… 여기 있지 않소.
레이븐이 상우를 쳐다보며 말했다.
그러자 모두가 그를 쳐다봤다.
시선이 모이자 살짝 당황하는 상우.
-저요? 제가 왜요?
-그게 말이지….
레이븐이 자초지종을 얘기했다.
황제와 담판을 짓게 되었다는 것.
그 과정에서 반역의 죄는 묻지 않게 되었다는 것.
대신 황제가 요구한 명령을 수행해야만 하게 되었다는 것.
그 명령은 사라진 프로스트 스타를 되찾아야 하는 일이라는 것.
그리고 프로스트 스타가 사라진 지점이 결계 바깥이라는 것을.
-…그니까 옛~날에 결계 바깥에서 잃어버린 프로스트 스타를 찾아오라는 거네요? 그 검은 아마 무지막지했다던 파수꾼 근처에 있을 거구요.
-그렇지.
-워우, 그럼 잘 됐네요.
상우가 씨익 웃었다.
-그냥 가서 조지고 가져오면 끝나니까.
자신감 넘치는 상우의 말.
레이븐은 제자의 말에 마주 웃었고.
나이젤은 그 말에 안도감이 들었다.
다만 베르샤엘 후작 혼자 속으로 생각했다.
‘…미친 건가?’
그가 상우의 자신감을 확인하게 된 건 얼마 후의 일이었다.
* * *
그 시각 헤리티지 본사 비밀 작업실.
듀베르는 이상한 안경을 낀 채로 기계를 열심히 조작 중이었다.
타닥, 타다닥-
그의 손이 홀로그램 키보드를 현란하게 오갈 때마다, 허공에 떠올라있는 홀로그램 디스플레이에 떠있는 수치와 로그 내역들이 빠르게 변해갔다.
그때, 듀베르의 옆에 가만히 서 있던 상우의 분신.
그 분신의 눈에 초점이 들어왔다.
상우가 접속한 거였다.
‘어디보자. 얼마나 됐으려나.’
그는 듀베르가 작업하는 걸 보고 분신을 놔둔 채 접속을 해제했던 상태였다.
아무래도 오딘의 탑과 레이븐 영지에 신경 쓸 일이 많았고, 동시에 접속 가능한 분신의 숫자는 제한이 있었으니까.
그래서 이렇게 가끔 확인해서 작업 진척 정도를 확인 중이었다.
‘에게. 아직도 저 상태잖아.’
상우는 살짝 실망했다.
사실 몇 시간 전에 접속을 해제하기 전에도 작업하는 모습이 같았으니까.
‘엄청 오래 걸리네.’
그는 옆에서 하품이 나오려는 걸 꾹 참았다.
사실, 작업 환경은 그다지 재미가 없었다.
그가 상상했던 드워프인 듀베르가 드래곤 하트를 손에 들고 뚝딱거리며 순식간에 가공을 마치는 그런 모습이 전혀 아니었으니까.
오히려 극도로 주의가 필요한지 듀베르는 온 힘을 다해 세심하게 작업을 진행 중이었다.
‘저게 뭐라고 했더라. 메카 마나 테크놀로지 어쩌고 저쩌고 했던 거 같은데. 이름도 생각이 안나네.’
드래곤 하트는 거대한 기계장치 안에 들어 있는 상태였는데, 유리관처럼 생긴 투명한 케이스 안에서 레이저 같은 걸 쏘아내는 기계 장치에 의해 이리저리 가공되고 있었다.
상우의 눈에 보이기로는 겉표면에 눈으로 보이지도 않을 초미세 크기의 룬 문자 같은 걸 새기는 걸로 보였다.
‘저게 룬 문자가 맞는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마이크로 크기 단위에 형이상학적인 문자들이 새겨지고.
이상한 원료 같은 것들이 케이스 안에 기계 장치들을 통해 주입되었다.
그러자 겉표면이 말랑말랑해지는 것처럼 보이는 드래곤 하트.
단단한 보석의 형상에서, 젤리 같은 형태로 변했다.
“오오, 변했다.”
상우가 감탄하자, 작업에 열중하던 듀베르가 한 마디 했다.
“이제 막 결합 구조를 무너뜨린 거라네. 드래곤 하트는 그 자체로 완벽한 구조를 띠고 있어서 가공하기 어렵거든. 그래서 특수 공법으로 그 결합구조를 느슨하게 만들고 있는 거라네.”
“아하….”
뭔 소린지 이해는 안 되지만 고개를 끄덕이는 상우.
이해한 척 질문을 던졌다.
“그럼 이제 거의 끝난 건가요?”
“아니지. 저 결합구조에 미스릴 원액을 섞어서 마나전도성을 늘리고, 열처리를 가해서 좀 더 구조를 액체화시킬 거라네. 그다음에 마나 압착 공법을 이용해서 마나 함유량을 늘린 후에….”
외계 용어를 쏟아내는 듀베르.
상우는 그러려니 하면서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렸다.
‘아무튼 오래 걸린다는 거잖아.’
혹시 모르니 듀베르의 말은 스마트 고글로 녹음하면서.
‘나중에 써먹을 데가 있을 수도 있으니까.’
그렇게 분신에게 작업환경을 열심히 보고 기억해두라고 명령해둔 채로 상우는 접속을 해제했다.
이곳 말고도 신경 쓸 게 많았으니까.
* * *
서울 시내.
강남에 위치한 JM에이전시 대표실.
그 안에 세 남자가 있었다.
“자, 이겁니다.”
강준모가 테이블에 한 서류봉투를 건넸다.
그 안에는 팔찌 하나와 몇 장의 서류가 들어 있었다.
“부탁하신 주민등록등본이랑 신분 팔찌입니다.”
“오, 진짜 빠르네요.”
상우는 감탄했다.
일전에 그는 하르딘 황자의 지구 정착을 위해 강준모에게 도움을 청했었다.
그 일환으로 처음에 신분을 만들어달라고 부탁했는데, 금세 처리되었던 것이다.
“하하. 크게 불법도 아니라서요.”
“아, 그래요? 전 좀 어려울 줄 알았는데.”
“아시잖아요. 대격변 이후에 난민이 많아서 그냥 난민 수용 신청하는 쪽으로 해결했습니다.”
“어, 그거 심사 기간 오래 걸리지 않아요? 요새는 불순한 의도로 들어오는 난민들 많아서 까다롭다던데.”
“에이, 이거면 다 되죠.”
강준모가 씨익 웃으며 엄지와 검지를 붙여 동그라미를 그려보였다.
돈으로 해결했다는 의미였다.
상우는 역시라는 표정을 지으며 감탄했다.
“역시 대표님이시네요. 이래서 믿습니다.”
“하하하. 뭘요. 그나저나 본명이 하르딘 유렌시아라고 하셨죠? 여기 이름 등록은 하르딘 유렌시아로 해드렸습니다. 성이 유렌시아, 이름은 하르딘. 확인해 보시고 서명해 주시면 됩니다.”
강준모가 서류를 건넸다.
하나, 한글로 된 서류를 하르딘 황자가 확인할 수 있을 리가 만무.
상우가 글자 하나하나를 설명해주었다.
“이게 성이구요. 이 부분이 이름 칸이에요. 이건 영어인데 하르딘이랑 유렌시아라고 잘 적혀 있네요. 그리고 여긴….”
그렇게 설명이 끝난 후.
확인 서류에 서명까지 마친 하르딘 황자는 뭔가 싱숭생숭한 표정이었다.
‘이제 나는 진짜로 지구에서 살게 되었구나.’
지구의 신분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
이제 앞으로는 유렌시아 제국의 황자가 아닌, 평범한 지구인으로 살게 되었다는 의미였다.
그게 못내 안도감이 들면서도, 가슴 한편으로는 무거운 마음이 가득했다.
‘죄송합니다. 아버지.’
못난 황제였던 유렌시아 황제.
하지만, 그 못난 사람도 자신의 아버지인 건 분명했다.
하르딘은 그런 아버지를 사랑했다.
단 한 번도 표현을 제대로 한 적은 없었지만.
그리고 유렌시아 제국의 정통을 이어가야 할 자신은 정식으로 지구인으로 편입되었다.
이제 정녕 유렌시아 제국의 부활의 길은 사라진 셈이었다.
‘…내가 포기한다면 말이지.’
하지만 하르딘 황자는 다짐했다.
지금은 모르지만, 훗날, 언젠가는 반드시 타이베른 행성으로 돌아가리라고.
도망자 신세인 지금과 달리, 그때는 당당하게 입성하고 말리라고.
그런 다짐을 하며 하르딘은 신분팔찌를 들어 왼쪽 팔목에 끼웠다.
철컥-
단단히 맞물려, 마치 착용감이 느껴지지도 않게끔 팔목과 일체화하는 신분 팔찌.
그 차가운 금속의 느낌이, 이내 체온과 동화되어 사르르 사라져갔다.
마치 하르딘 황자였다는 존재가 지구로 사르르 녹아드는 것처럼.
그리고 그런 하르딘 황자의 모습을 바라보는 상우.
‘얘는 쓸데없이 진지하네.’
하르딘의 비장한 표정을 보면서 살짝 웃기다고 생각하는 상우였다.
-감사합니다.
“에이 뭘요.”
하르딘의 감사 인사에 손사레 치는 강준모.
“항상 감사합니다. 대표님.”
“아닙니다. 저야말로 감사하죠. 그럼 이 서류는 접수해서 바로 처리하겠습니다.”
“옙.”
“그리고 담당자 말로는 서류 접수하고 서버에 등록되는 시간이 있어서, 신분팔찌가 인증이 안될 수도 있다고 하네요. 인증 필요한 장소 출입은 며칠 삼가주시면 되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예. 알겠어요. 수고하셨어요. 대표님.”
인사를 마친 두 사람은 상우가 연 아공간을 통해 용산의 상우의 저택으로 돌아왔다.
스으윽-
하르딘의 방 안에 도착한 두 사람.
상우가 하르딘을 보며 물었다.
“자, 황자님. 아니, 하르딘 씨. 신분 등록은 끝났네요. 지구인이 된 걸 환영합니다.”
-…감사합니다.
마냥 기뻐할 수 없는지 하르딘은 희미하게 웃으며 말을 받았다.
“에이. 너무 슬퍼하지 마요. 인생이란 게 뭐 있습니까. 그냥 즐기는 거지.”
-하하. 그런가요.
“아무튼 오늘 정식으로 지구인, 아니 한국인이 되었으니 파티나 하죠. 뭐 먹고 싶은 거 있어요?”
-음… 아뇨.
“없어요? 아, 잘 모르시려나. 그럼 마당에서 고기나 구워먹죠.”
-고기라면… 그 사므기요브사르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네. 삼겹살요.”
“아…. 좋습니다.”
하르딘이 저도 모르게 군침을 삼키며 답했다.
그 모습에 상우가 씨익 웃었다.
‘귀엽네 짜식.’
남동생이 생긴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상우였다.
실제로는 하르딘이 더 나이가 많았지만.
* * *
오딘의 탑 1층.
극한의 지대.
그곳에서 갑자기 지진이 일어났다.
쿠구구구구구구구궁-!!!
그 충격에 바닥이 뒤흔들리자 알라바르 공략대의 리더인 사마스가 모두에게 경고성을 발했다.
“모두 모여!”
그녀의 외침에 재빨리 그녀를 중심으로 모여드는 공략대원들.
모두가 모인 걸 확인하고는 사마스가 품에서 구슬 같은 걸 꺼내어 던졌다.
출렁-
구슬은 순식간에 확장하더니 거대한 구체 형태의 튜브가 되었다.
“들어간다!”
“예!”
튜브 안에는 홀이 뚫려 있었는데, 그 안으로 공략대원들이 속속들이 들어갔다.
그렇게 모두가 들어오는지 확인하고는 튜브의 뚫린 홀 입구를 닫으려는 사마스.
하지만 밖에 한 명이 서 있었다.
바로 상우의 분신이었다.
“들어와요!”
사마스가 소리를 질렀다.
하나 분신은 움직이지 않았다.
대신 마주 소리를 질렀다.
“괜찮아요! 나와요!”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