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o Hunting With My Clones RAW - Chapter (203)
지진 중인데 나오라니, 이 무슨 해괴한 발언인가.
하지만 분신, 아니, 상우가 그런 말을 한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왜냐.
‘…지진이 일어날 줄은 몰랐는걸.’
그렇다.
사실 이곳 극한의 지대의 바닥이 흔들린 원인은 상우가 제공한 것이었다.
‘그냥 바닥만 뚫으려 한 건데.’
서리거인을 잡다가 문득 떠올랐던 아이디어.
지하에 무언가 있을 거라는 그 생각에 상우는 곧장 움직였다.
바닥을 뚫는 아이디어를 실천에 옮긴 것이다.
그리고 그의 명령에 따라 분신들은 각종 공격을 땅바닥에 퍼부었다.
풍혼의 형태를 망치 형태로 바꾸어 바닥을 부숴나가는 기본적인 형태부터 시작해서, 뉴클리어 레이저, 디그 마법, 신체 핵반응, 마나 폭발과 같은 각종 공격 마법들이 쏟아졌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백미는 역시 신체 핵반응과 마나 폭발.
‘그게 너무 컸다.’
신체 핵반응은 몸의 핵에너지를 이끌어내는 기술이었고.
마나 폭발은 체내의 마나의 반발을 이용하여 폭발력을 만들어내는 기술.
이 둘이 합쳐져 시너지를 일으켜 터지자, 말 그대로 핵폭탄이 터진 것처럼 어마어마한 폭발이 일어났던 것이다.
아니, 그보다 더욱 엄청났다.
‘내 체내 마나가 너무 커졌나.’
사실 마나 폭발은 상우가 하급 헌터였을 때부터 자주 애용하던 일종의 필살기였다.
체내의 마나 반발력을 이용한 폭발의 위력이 그야말로 엄청났기 때문이다.
F급일 때 C급 어보미네이션을 날려버릴 정도였으니까.
그래서 상우 하면 ‘분신 자폭’이 떠오를 정도로 자주 써먹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잘 안 쓰게 되었다.
아마도 마나 폭발을 쓰지 않아도 몬스터들을 쉽게 잡을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하게 되면서부터였을 것이다.
마나 폭발을 써버리면 분신이 사라지게 되는데, 재사용 대기시간 동안 분신을 활용하지 못하게 되는 기회비용과 손해가 너무 컸으니까.
그 대신 최대한 마나 폭발 스킬을 사용하지 않고 몬스터들을 마무리하는 걸 선호했었다.
그러다 이번에 지하를 뚫을 때 오랜만에 사용하게 되었던 것.
그리고 마나 폭발의 달라진 위력을 새삼 체감했다.
‘엄청 세졌구나. 나.’
알라바르 공략대에 의해 제작된 지도에 의하면 극한의 대지는 웬만한 대도시보다 넓었다.
그런데 상우의 분신 하나의 기술이 이제는 이곳 전체에 영향을 끼칠 정도가 된 것이다.
그 사실에 뭔가 감회가 새로우면서도, 한편으론 당황하고 있었다.
조용히 잘 사냥 중이던 알라바르 공략대에 괜히 폐를 끼치는 것 같아서.
그래서 그들을 진정시키고 있던 거였다.
그리고 그 사실을 알 리가 없는 알라바르 공략대.
그들은 사방이 흔들리는 난장판 속에서 커다란 공, 에어범퍼볼에 들어오지 않고 바깥에 서 있는 분신, 상우가 답답할 뿐이었다.
“들어오라고요! 위험해요!”
사마스가 다시 한번 소리쳤다.
그녀는 답답했다.
저기 서 있는 분신, 저건 바로 그들의 유일한 생명줄이나 다름없었으니까.
바깥으로 통할 수 있는 유일한 출입구였기에, 분신이 사라진다는 건 그들이 이곳에 꼼짝없이 갇히게 된다는 걸 의미했다.
그래서 분신을 여기서 잃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솔직히 말해서 자신의 공략대원보다 저 분신이 지금 상황에서는 더 소중했다.
‘아 진짜, 뭐하는 거야. 어디 고장 났나. 진짜 안 들어오면 큰일인데.’
그리고 그녀의 우려는 현실화됐다.
쿠구구구궁-!
에어범퍼볼, 그 공이 위치해 있던 지면이 쪼개지기 시작했던 것.
“어?”
그 모습에 상우도 당황했다.
서리거인이 있던 곳과 이곳은 상당히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었고, 이곳이 무너지리라고는 상상도 못했으니까.
하나, 예상만 못했을 뿐 반응은 빨랐다.
[아공간]
바로 쪼개지는 지면의 틈새에 아공간을 생성해냈다.
그러자 알라바르 공략대원들이 들어 있는 거대한 에어범퍼볼이 중력에 의해 밑으로 하강하다가 아공간 속으로 빨려들어갔다.
스으으윽-
안전하게 오딘의 탑 입구 쪽으로 알라바르 공략대를 배달한 상우.
탈출 서비스를 마쳐 한시름 놓은 그는 곧장 이상의 원인인 폭발의 진원지를 살피고 있었다.
‘저건가.’
분신 하나를 소모해서 날려버린 지면.
밑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둡고 깊이 뚫린 구멍은 마치 미지의 존재의 아가리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곳을 통해 느껴지는 미지의 기운.
그 안에 무언가가 자리한 것인지, 그곳에서는 기이한 소음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쿠구구구구구구구궁-!
그 소음과 함께 눈과 얼음으로 된 지면이 떨어 울리며, 쩍쩍 금이 가기 시작했다.
‘뭔가 있구나.’
상우는 긴장하며 분신들을 움직였다.
‘확인하고 와.’
그의 명령을 받은 분신 하나가 총알처럼 튀어 나가 밑바닥이 보이지 않는 구멍을 향해 뛰어들었다.
휘이이이익-
쏜살같이 떨어져 내리는 분신.
빛이 닿지 않을 정도로 떨어져 내리자 마침내 바닥에 도달할 수 있었다.
탓.
분신은 안정적으로 착지했다.
‘아무것도 없는데?’
분명히 무언가의 기운이 느껴졌음에도, 그곳엔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평평한 바닥만 있을 뿐.
하나.
쿠구구구구구구궁-!
분신이 서 있던 바닥이 마구 흔들렸다.
강대한 스탯을 지니고 있는 분신마저도 균형을 잡기 힘들 정도로 격렬한 흔들림이었다.
‘이런.’
상우는 분신이 넘어지지 않도록 지면에 검을 꽂으라고 명령을 내렸다.
하나,
깡-!
얼음이라고 생각했던 바닥은 어찌나 단단한지 검이 박히지도 않았다.
‘뭐지?’
근력 800, 아니 분신으로 따지면 650이 넘어가는 근력으로 찔렀음에도 타격이 없다니.
상우의 당황도 잠시.
진동은 이내 멈추었다.
상우는 황당해할 수밖에 없었다.
‘…이거 분명 이 바닥이 움직인 거 같은데?’
그가 느끼기에 이 바닥, 이 거대하고 단단한 지면 전체가 움직였다.
‘이 아래에 뭔가 있는 건가.’
상우는 바닥을 발로 두드려보고, 귀를 가져다 대어 소리를 들어보았다.
쿠우우우우우우-
무언가 소음 같은 게 들려오긴 했지만, 무슨 소리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그렇다면.’
상우는 분신을 움직여 바닥에 손을 가져다 댔다.
이후 손을 통해 마나를 방사해냈다.
우우우우웅-
풀려나가는 마나들.
하나 하염없이 퍼진 마나는 그 흔적조차 없이 사라져버리고 말았다.
마치 망망대해에 떨어진 빗방울처럼.
‘…뭐지. 도대체.’
분신은 그 뒤로도 한참을 여러 가지 기술도 써보고, 공격도 해보면서 지면을 두드렸다.
하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힘을 얻고 이렇게 막막하기는 처음이었다.
‘분명 이곳이 2층으로 향하는 단서일 텐데.’
단서 하나 발견하지 못했던 지상 위에 비하면 이런 미지의 지면을 발견한 것만으로도 큰 성과이긴 했다.
하지만 2층으로 올라가지 못한다면, 극한의 대지를 돌아다니는 알라바르 공략대와 거기서 거기일 터.
‘그리고 루카스만도 못한 거겠지.’
그래서 상우는 오기가 생겼다.
혼자의 힘으로 유일하게 오딘의 탑을 정복한 점퍼, 조지 루카스.
상우는 자신도 그처럼 오딘의 탑을 정복하고 싶었다.
‘…진짜 어떻게 통과한 거지. 신기하네.’
상우는 조지 루카스 입장에서 생각해보기로 했다.
‘점퍼의 능력은 순간이동이지. 아마도 오딘의 탑 1층에서 녀석은 엄청 돌아다녔겠지? 이곳 지하를 발견했을 수도 있어. 그리고 녀석의 힘을 생각한다면 아마도 이 지면을 못 뚫었을 가능성이 높아. 나도 못 뚫었으니까. 그러면 어떻게 했을까. 이 지면의 끝을 따라 지하에 길을 내면서 이동했을까?’
그렇게 생각에 꼬리를 물고 꼬리를 물며 추론을 해나가던 상우.
그는 생각난 추론을 바탕으로 뚫리지 않는 지면을 따라 이동하기로 결정했다.
‘다 따라와.’
그리고 정찰병 겸 지하 깊숙이 내려서 있던 분신이 아공간을 열어 극한의 대지 지상 위에 있던 분신들을 불러들였다.
‘정찰해. 흩어져서 샅샅이 찾아.’
그렇게 지면 전체에 수색을 맡긴 상우.
그는 계속 머리를 굴렸다.
‘루카스도 자신의 공략대와 함께 찾다 보니 뭔가 발견한 거겠지.’
혹시 모를 마법 장치 같은 게 있을 지도 모르기에 분신들의 안력을 돋구어 지면 곳곳을 세밀하게 살폈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오버마인드 스킬로 여러 시야를 동시에 보고 있자니, 눈알이 아픈 걸 넘어서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왔다.
‘…하, 죽겠네.’
마나폭발로 만들어진 지하 속 지면 외에도 얼음에 덮인 부분까지 파내어가며 열심히 찾던 상우.
그는 분신에게 착굴과 수색 작업을 맡기고 쉬려다가 문득 회의감이 들었다.
‘…만약 내가 잘못 짚은 거라면?’
사실 잘못 되더라도 상우에게 큰 손해는 아니었다.
어차피 잃는 건 없었으니까.
하지만, 분신이라는 고급인력을 고작 설빙작업에 쓴 셈이 되는 것이다.
그것도 사람들이 거의 오가지도 않는 이곳에 말이다.
게다가, 상우가 뚫을 수 없었던 단단한 지면에는 어느새 내린 폭설에 의해 두껍게 눈이 쌓이고 있었다.
고작 지하까지 길을 텄음에도 시간이 지나면 말짱 도로묵이 되는 셈이다.
‘뭔가 잘못 하고 있는 거 같은데.’
상우의 직감이 경고를 울렸다.
이 방법은 아니라는 예감이 그의 온몸을 휘감았다.
‘이게 아닌가…. 흠.’
상우는 다시 고민하기 시작했다.
무엇이 잘못 되었을까.
‘지금 발견한 건 지하에 있는 눈도, 얼음도 아닌 단단한 바닥이지. 그리고 이 바닥에서 지진이 발생하고 있고. 이 아래에 뭔가 있는 게 분명한데…. 아!’
이 바닥 아래에 뭔가 있는 게 분명했다.
즉, 이 아래로 내려가야만 하는 것.
‘설마… 루카스는 이 아래로 순간이동을 한 건가?’
말도 안 되는 발상.
같은 위상에 있는 물체 안으로 순간이동을 하게 되면 물질들의 구조가 겹쳐져 죽거나, 그 반발력에 의해 기존에 위치해 있던 물체는 밀려나게 된다.
이 원리를 이용한 공격이 루카스가 자주 활용하는 텔레프랙 공격인 것.
즉, 땅바닥으로 순간이동하는 건 모 아니면 도인 셈이었다.
죽거나, 혹은 이동하거나.
‘…하지만 난 상관없지.’
상우는 씨익 웃었다.
이런 상황은 오히려 상우에게 좋았으니까.
그의 눈앞에는 열심히 정찰 중인 분신들이 있기 때문이다.
상우는 그 중 하나를 불렀다.
‘20호. 블링크로 들어가라.’
상우는 20호에게 블링크 스킬 사용을 주문했다.
원래 블링크 스킬은 눈에 보이는 위치만 이동이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곳이 좌표 계산이 직관적이기에 자주 애용될 뿐, 심상에 위치를 지정해주면 눈에 보이지 않는 곳도 어느 정도 이동이 가능했다.
그래서 블링크 스킬을 사용하게 한 것이었다.
그리고 상우의 명령을 받은 20호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팟!
사라진 20호는 어떻게 되었을까.
‘…헐? 진짜 된 거?’
상우가 믿기지 않는 듯 입을 벌렸다.
그의 추측이 맞았기 때문이다.
단단한 지면 아래로 순간이동한 20호.
20호는 물질구조가 겹쳐져 죽는 대신 살아남았다.
그 이유는 지면 안쪽이 생각 외로 고체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물속인가.’
상우는 물에 빠진 듯한 20호의 감각을 느끼며 생각했다.
지면 속이라 그런지 빛이 없어서 한치 앞도 앞이 보이지 않는 상태.
호흡을 할 수조차 없었다.
게다가 분신 역시 이런 상황을 예측하지 못했는지 실수로 물을 한 모금 먹은 상태였다.
[마력이 0.001 올랐습니다.]
[마력이 0.001 올랐습니다.]
[마력이 0.001 올랐습니다.]
[마력이 0.001 올랐습니다.]
그리고 그게 원인인지, 아니면 오딘의 탑 바깥에서 던전을 돌고 있던 다른 분신 때문인지 상우의 능력치가 촤르륵 올랐다.
하지만 상우는 거기에 신경 쓸 수가 없었다.
엄청난 수압 때문에 20호의 몸이 금방이라도 터져나갈 것 같았으니까.
쿠우우우우우우우-
게다가 그 압도적인 압력에 밀려 20호는 엄청난 속도로 어딘가로 떠내려가고 있었다.
‘크흑….’
상우는 부랴부랴 대응 스킬을 사용했다.
[액체화]
[아쿠아 룰러]
몸을 액체로 만드는 스킬과 인어여왕에게 얻은 물을 지배하는 스킬이었다.
덕분에 수중에서도 호흡이 가능해졌다.
‘어디로 가는 거야.’
다만, 강력한 수압에 의해 20호를 제어할 수가 없었다.
그저 빠르게 떠내려가고 있었다.
[라이트]
빛의 구체를 띄워 올리자, 희미하게 앞이 보였다.
물속은 온통 검은 빛이었다.
‘석유 같은 건가.’
아까 순간이동하자마자 실수로 먹었던 물의 맛은 텁텁했기에 상우는 진짜 물이 아니라고 추측했다.
하지만 그뿐.
지금 떠내려가는 20호를 가지고 상우가 할 수 있는 건 거의 없었다.
‘아공간으로 분신을 더 넣어볼까? 아니면 글러트니를 보내서 물을 흡수시켜?’
여러 가지 생각들이 오고가는 잠깐의 시간.
고작 몇 초도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파악!
압력 속에 갇혀 있던 20호가 해방감, 그리고 부유감과 함께 어딘가로 쏜살같이 쏘아져갔다.
‘헛!’
상우는 20호를 조종하여 스킬을 사용했다.
[플라이]
[염동력]
[중력]
날아가는 몸을 갖가지 스킬로 제어한 상우.
덕분에 어딘가에 처박히기 전에 가까스로 몸을 허공에 띄워놓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러자 물속에 처박혀 있다가 나온 이곳이 어딘지 명확하게 보였다.
“…동굴?”
마치 벌집처럼 구멍이 얼기설기 얽혀 있는 새하얀 동굴이었다.
굉장히 복잡하달까.
그리고 20호가 튀어나온 곳으로 보이는 천장 위 구멍에서 검은색 물줄기가 뿜어져 나와 마치 스프링클러처럼 뿌려지면서 증발하고 있었다.
‘여기가 2층인가.’
상우는 바닥을 발로 두드려보았다.
턱, 턱.
굉장히 단단한 게 느껴졌다.
‘금속?’
재질이 암석과는 다른, 그렇다고 금속이라 하기엔 광택도 없는 미묘하게 다른 재질이었다.
‘무슨 재질이지.’
20호, 아니 상우가 아공간을 열어 볼케닉 레이저 레플리카를 소환해냈다.
붉은 검이 아공간을 통해 튀어나와 어두컴컴한 공간을 밝게 비추기 시작했다.
‘조금 잘라가야지.’
상우가 볼케닉 레이저에 힘을 집중했다.
그러자 활활 타오르는 검.
그러곤 종유석처럼 튀어나와 있는 부분을 향해 검을 휘두르려 할 때였다.
휘이이이익-!
무언가 쇄도해오는 감각.
‘온다!’
상우는 부리나케 목표를 바꾸어 그 무언가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깡!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