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o Hunting With My Clones RAW - Chapter (209)
시동어를 내뱉자마자, 허공에 마나로 이루어진 기하학적인 마법진이 진동했다.
그리곤.
쩌저저적-!
마른하늘에 벼락이 쳤다.
꽈과과과광-!
수백, 수천 갈래의 번개가 하늘과 땅을 이었다.
꽈과광-!
꽝-!
꽈광-!
마치 번개의 신이 강림한 모습이 이러할까.
하늘의 노여움이 펼쳐지는 광경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하지만, 그 노여움의 대상들은 그렇지 못했다.
캬아아아아아아악-!
키에에에에엑-!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죽어나가는 몬스터들.
번갯줄기에 격중당한 몬스터의 몸이 그야말로 터져나갔다.
고압의 전력을 이겨내지 못한 탓이다.
지상을 직격하는 번개줄기.
그 엄청난 번개의 폭풍에 휘말려 단숨에 수천 마리의 몬스터들이 구워졌다.
‘장난 아닌데?’
상우는 감탄했다.
그도 몇 가지 전격계 마법 스킬을 사용할 수 있었지만, 9클래스 마법사인 베르샤엘 후작이 보여준 이런 전범위 광역 공격기는 없었기 때문이다.
‘체인 라이트닝을 분신으로 여러 번 펼쳐도 저런 효과는 안 나타날 거니까. 나중에 배워보고 싶네.’
탐나는 마법이었다.
하지만 상우의 다른 스킬과 비교해서 방금 펼친 베르샤엘 후작의 마법이 더 우위에 있는가라고 따진다면 그건 또 아니었다.
단적인 사실로, 전황은 뒤집히지 않았으니까.
크어어어어어어어!
캬아아아아아아아!
몇몇 몬스터들의 무리가 아직도 살아남아 채 괴성을 토해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녀석들은 터져나간 몬스터들의 육편을 짓밟으며 진격해왔다.
순식간에 채워져 나가는 지상의 빈 공간들.
투사체들을 쳐내며 베르샤엘 후작을 엄호하던 상우는 힐끔 그를 바라봤다.
기가 스톰을 아직까지 유지 중인 그의 안색은 살짝 굳어있었다.
-이번엔 제가 할게요.
그런 그를 보며 한 마디 내뱉은 상우가 분신 하나를 더 소환하였다.
아공간이 열리며 튀어나온 분신은 곧장 상우의 명령에 따라 움직였다.
[블링크]
공간을 뛰어넘어 지상에 내려서는 분신.
몬스터들의 틈바구니에 분신이 내려서자, 바로 옆에 있던 개미 같은 몬스터가 발광하며 뛰어들었다.
하지만,
‘뉴클리어 레이저 듀얼로.’
분신의 두 팔.
그 양 손바닥 앞에서 아공간이 열리며 화염이 폭발하듯 쏘아져나갔다.
푸화아아아아아아아-
푸화아아아아아아아-
마치 기준선을 그리듯 몬스터들의 무리를 양단하는 불꽃의 레이저.
그 공격으로 순식간에 수 킬로미터의 직선거리를 나눠버린 분신은, 이내 온몸을 회전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불꽃 역시 컴파스처럼 회전하며 지상에 원을 그려 나갔다.
화아아아아아아아아-
엄청난 화력의 공격.
기가 스톰을 유지하고 있던 베르샤엘 후작은 입을 떡 벌리며 마법을 중단했다.
-맙소사…!
하늘에 떠 있는 베르샤엘 후작.
그가 보는 시선에는 마치 지상에 불지옥이 강림한 것처럼 보였다.
불꽃의 소용돌이가 지상에 펼쳐지고 있었으니까.
키에에에에에에엑…
캬아아아아아아악-!!!
그리고 그 소용돌이에 휘말린 몬스터들은 한줌 잿더미로 화하며 쓸려나가고 있었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마침내 지상을 가득 메웠던 수십만 마리의 몬스터들이 대부분 사라지고 말았다.
[근력이 0.001 올랐습니다.]
[근력이 0.001 올랐습니다.]
[순발력이 0.001 올랐습니다.]
[근력이 0.001 올랐습니다.]
……
[근력이 한계치에 도달하였습니다.]
[근력이 0.001 올랐습니다.]
[근력을 더 이상 올릴 수 없습니다. 능력치가 반환됩니다.]
[근력이 0.001 올랐습니다.]
[근력을 더 이상 올릴 수 없습니다. 능력치가 반환됩니다.]
……
[순발력이 0.001 올랐습니다.]
……
그와 함께 상우의 시야를 어지럽히던 시스템 메시지도 멈췄다.
‘근력 맥시멈 찍었네.’
마력에 이어서 두 번째로 최고치를 찍게 되었다.
그리고 다른 능력치들 역시 900대에 진입하여 모든 능력치 1,000을 찍을 일도 얼마 남지 않았다.
‘슬슬 결정해야겠네. 시스템 이용해서 한계를 넘을지 말지.’
그렇게 몬스터를 쓸어버린 후 상우가 잠깐 생각에 잠긴 사이.
베르샤엘 후작이 말을 걸어왔다.
-…엄청나군. 그 기술의 이름이 무엇인가?
-이거요? 뉴클리어 레이저요.
-뉴클리어 레이저…. 멋진 기술이었네. 그리고 위력도 굉장하군. 드래곤의 브레스도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허허….
베르샤엘 후작이 진심으로 감탄하며 말했다.
그는 왜 그토록 레이븐이 자신만만했는지 드디어 깨달을 수 있었다.
‘레이븐이 자신만만한 이유가 있었군. 제자가 이런 실력자일 줄이야.’
그 역시 제자인 상우의 실력을 그랜드 소드마스터 정도로 꽤나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다.
상우의 몸에서 느껴지는 응집된 마나의 힘이 그 정도, 아니 그보다 좀 더 뛰어났으니까.
하지만, 나이와 연륜을 고려하여 어느정도 실력의 한계가 있을 거라 여겼는데, 이게 웬걸.
‘분신이라니…. 무슨 어처구니 없는 능력이란 말인가.’
상우가 아공간을 열어 분신을 소환했을 때만해도 그는 무슨 쌍둥이들인 줄 알았다.
그러나 상우가 마치 찍어내듯이 분신을 계속 소환하고, 수하처럼 다루는 걸 보고는 이내 알 수 있었다.
상우의 진정한 능력이 분신술임을.
‘그랜드 소드 마스터가 일곱 기가 있는 것과 다름없군.’
베르샤엘 후작이 현재 보이는 일곱 기의 분신을 바라보며 판단을 내렸다.
물론, 그게 다가 아니었지만.
만약 상우가 서른 기 이상의 분신을 소환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면 베르샤엘 후작은 까무러칠지도 몰랐다.
그렇게 베르샤엘 후작이 정신을 빼놓고 감탄하는 사이.
상우가 주의를 환기시켰다.
-근데 프로스트 스타는 어디 있는 거예요?
-아, 내가 잠시 긴장을 풀었군. 이 근방이네.
-그래요? 바닥에 떨어져있다거나 그런 건 아니죠?
-그럴 수도… 시간이 많이 흘렀으니 나도 잘 모르네.
-음….
수 킬로미터는 될 법한 이 넓은 땅에서 검 한자루를 찾는다라.
마치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기랑 똑같지 않는가.
상우가 한숨을 푹 쉬었다.
‘좀 고생하겠는데 이거.’
매우 귀찮아질 것을 예상하는 상우였다.
물론 분신한테 맡기고 시간만 투자하면 되니 큰 상관은 없었지만.
-그리고 아직 끝난 게 아니니 조심하게. 몬스터들이 대거 쓸려나갔으니 아마도 ‘녀석’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졌으니까.
-녀석이요?
-그렇네. 드래곤도 먹어치워버린 그 녀석 말일세.
그 말에 상우는 베르샤엘 후작이 오기 전에 말해줬던 정보를 떠올렸다.
‘드래곤을 흡수해서 난리를 피웠다는 파수꾼을 말하는 거구나.’
드래곤을 흡수할 정도라면 얼마나 강한 몬스터란 말인가.
상우는 드래곤을 본 적이 없어서 그다지 그 강함이 상상이 되지 않았지만 그래도 긴장을 하며 주위를 살폈다.
‘코어를 찾기 전에 먼저 공격할 수도 있으니까. 조심해서 나쁠 건 없지.’
파수꾼은 던전 코어가 위협을 당할 때 나타난다.
그리고 한번 나타난 파수꾼은 그 근방에 머물면서 코어를 지키곤 한다.
하지만 그건 한 가지 경우일 뿐이었고, 다른 경우에는 먼저 나서서 공격을 가하기도 한다.
단적인 예로 상우가 사로잡은 여왕가재도 파수꾼이었는데, 던전 코어를 지키기보다는 나타나자마자 맨티스 쉬림프 군단을 조성하여 공격을 시도하려 했으니까.
그래서 상우가 조심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긴장감이 모두를 살렸다.
푸화아아아아아아!
그건 마치 교통사고와 같았다.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상우 일행을 지면에서 쏘아져 온 극한의 냉기가 덮쳤다.
쩌저저저저적-
뉴클리어 레이저로 뜨겁게 달궈졌던 대기가 급격히 식으며 무언가 찢겨져나가는 듯한 소음을 냈다.
그야말로 순식간이었다.
그렇게 새하얀 냉기줄기가 뿜어진 직후.
그 냉기줄기에서 꽤나 멀리 떨어진 곳에서 상우 일행이 나타났다.
-후아… 뒤질 뻔 했네.
상우가 이마에 흐른 식은땀을 닦았다.
그 공격을 피한 건 순전히 운이었으니까.
베르샤엘 후작의 경고에 지상을 살피던 상우가 지면에서 쏘아져오는 새하얀 무언가를 보자마자 피신을 했기 때문이다.
‘무슨 공격이 기척이 없어.’
새하얀 냉기줄기는 소리 없이 다가와서, 뒤늦게 소닉붐 현상을 발생시켜 그 존재감을 드러냈다.
만약, 미리 보지 못했다면 영락없이 냉기 범벅이 되고 말았을 터였다.
정말 간발의 차이였다.
-저깁니다!
상우가 긴장하며 베르샤엘 후작에게 경고했다.
그리고 그가 바라본 방향에 뚫린 지면의 구멍.
냉기줄기가 만든 그 구덩이를 통해 무언가가 지상으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쿠구구구구궁-
지하에 있던 녀석은 그 크기가 어찌나 큰지 지면이 부서져나갔는데, 녀석의 머리통을 본 상우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오메…. 서리거인만 할 거 같은데?’
수백 미터 크기는 되었던 서리거인.
녀석의 존재감은 그에 비할 정도였다.
그리고 마침내.
그 기괴한 생명체는 완전히 지상에 올라왔다.
-…저건가요?
-…그렇네. 좀 변하긴 했지만….
얼빠진 얼굴로 베르샤엘 후작이 동의했다.
그도 그럴 수밖에 없는 게, 녀석의 생김새는 무척 괴상했다.
처음 모습을 드러낸 건 드래곤의 머리로 보이는 공룡 형상의 대가리였다.
거기까지만 보면 드래곤 계열의 몬스터라 생각해도 무방할 정도였다.
하지만, 머리가 하나가 아니란 게 문제였다.
‘미친… 드래곤을 몇 마릴 먹은 거야.’
녀석의 몸통에 매달린 드래곤의 머리는 무려 3개.
하얀 비늘과 황금 비늘, 그리고 검은 비늘의 색을 띤 드래곤의 머리였다.
그리고 그게 전부가 아니었으니.
‘진짜 징그럽네.’
녀석의 몸 전체는 얼핏 보면 공룡 형태였다.
아마도 드래곤을 베이스 삼아 커진 형태로 보였는데, 문제는 녀석의 몸 전체가 몬스터들의 머리와 팔다리로 덮여있었다는 점이다.
키에에에에에엑-
녀석의 몸에서 터져 나오는 조그마한 괴성들.
그건 녀석의 몸에 붙어있는 각각의 몬스터들이 죽어나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드래곤의 머리들 중 한가운데를 차지하고 있는 가장 거대한 검은 비늘의 드래곤 머리였다.
그 검은 용대가리는 침을 줄줄 흘렸는데, 침이 녀석의 입을 타고 흘러내려 자신의 몸에 떨어질 때마다 거기에 위치한 몬스터들이 줄줄 녹아내리며 끔찍한 괴성을 토해냈다.
그 뿐만 아니라 몸통 이곳저곳에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몸통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불타는 형상의 몬스터들이었다.
녀석들 역시 박혀있었는데 그 주변으로는 끊임없이 몬스터들이 타들어가면서 죽어나갔다.
그리고 그 시체는 몸 안으로 말려들어가고 새로운 몬스터들이 솟아나길 반복 중이었다.
-이걸 잡아야 하는 거죠…?
상우가 녀석을 자극할까 싶어서 조용히 물었다.
-…그렇다네.
베르샤엘 후작 역시 질린 표정이었다.
그의 대답을 들으며 상우는 한숨을 푹 쉬었다.
‘하… 이거 역대급인 거 같은데. 하필이면 오딘의 탑에 집중 중인데 이런 놈이 나타나냐.’
상우는 오크의 왕 드락사르나 여왕가재 정도를 생각해서 대략 10기 이내의 분신으로 이번 임무를 마치려 했다.
헌데 웬걸.
나타난 건 그야말로 역대급 몬스터였다.
‘그래도 저 큰 용대가리 3개만 조지면 어찌 해볼만 할 거 같은데. 속전속결로 가볼까.’
잠시 전력을 가늠해본 상우.
자신의 장점인 기동력을 살리고, 녀석에 비해 작은 몸짓인 탓에 타겟팅이 어려운 점을 이용하여 게릴라를 펼치면 공략이 가능할 거 같았다.
그렇게 판단을 내리기까지 몇 초가 흘렀을까.
완전히 지상으로 나온 녀석이 환영인사를 보냈다.
푸화아아아아아아악-!
검은비늘의 용대가리에서 토해져나온 검은 브레스.
마치 소방관의 소방호스 물줄기를 거대화한 거 같은 그 공격은 상우 일행이 있는 자리를 덮쳤다.
[블링크]
다행히 이번에는 녀석을 똑똑히 보고 있었기에 상우와 분신들, 베르샤엘 후작 역시 여유롭게 피해냈다.
그리고 그들이 나타난 건 녀석의 뒤통수 뒤였다.
상우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드래곤 브레스 같이 풀스윙 공격은 아무 때나 하는 게 아니라고.’
왜냐.
빈틈을 드러내게 되니까.
상우는 곧장 볼케닉 레이저를 길게 뽑아올렸다.
오러 블레이드가 불타올랐다.
그는 지체 없이 검은 비늘의 용대가리에 그 검을 꽂았다.
다른 분신들 역시 동시에 옆에 있던 용대가리를 공격 중이었다.
‘뒤져!’
상우는 이번 공격이 통할 거라 의심치 않았다.
오히려 생각보다 쉽게 레이드에 성공할 거라고 생각 중이었다.
헌데.
팟!
상우의 바로 앞에 있던 드래곤의 머리가 사라졌다.
-…엥?
당황하는 상우.
그가 재빨리 주변을 살폈다.
그러자, 저만치 떨어진 위치에 녀석의 거대한 동체가 보였다.
3개의 드래곤 머리는 입을 쩍 벌리고 있었다.
그리고 곧장 거기서 토해져나오는 3개의 브레스.
푸화아아아아아악-!
푸화아아아아아악-!
푸화아아아아아악-!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