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o Hunting With My Clones RAW - Chapter (212)
듀베르가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
“…안 되네.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는가. 다른 조건을 얘기해 보게.”
“근데 그거 말고 딱히 바라는 게 없는데요.”
“돈은 어떤가.”
“에이, 저 돈 많아요.”
상우가 고개를 저었다.
그의 재산은 이미 조 단위를 넘은 상황.
그가 혼자 처리하는 몬스터 사체의 수량만 해도 대형 길드 단위를 넘어선 지 오래였다.
게다가 JM에이전시와의 정산비율 역시 굉장히 좋았기에, 몬스터 사체를 판매한 수익대금 대부분이 그의 법인 통장에 꽂히고 있었다.
게다가 한국의 좋은 점 중 하나인 헌터 법인 설립 시 첫해 세금 면제 혜택 때문에 국가에 낼 세금 역시 면제되었다.
즉, 그가 낼 세금은 전무했다.
덕분에 그의 자산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고 있었다.
때문에 상우는 더 이상의 돈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했다.
수백억 원의 자산이 있을 때와 자산이 조 단위에 달한 지금과 비교했을 때, 자신의 생활은 크게 달라진 게 없었으니까.
그가 사치스러운 성격도 아니었고, 매일 파티를 여는 성격도 아니었기에 돈 쓸 일도 없었다.
물론 분신에게 제공할 장비나 스킬구 등을 구매할 때는 아낌없이 질렀지만.
상우의 대답을 들은 듀베르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공식화되지는 않았지만, 명실공히 지구 상 최강의 헌터로 화자되고 있는 상우다.
이미 엄청난 돈을 벌어들인 그에게 있어서, 얼마의 돈을 제시한들 그다지 매력적이지 않을 것이란 걸 그도 알았다.
“흠… 돈도 안 된다라. 그럼 내가 제시할 수 있는 카드는 별로 없네. 다른 아티팩트는 어떤가. 맞춤형 장비라든지.”
“글쎄요.”
상우는 듀베르의 입에서 자신이 원하는 대답이 나오자 반색했지만, 굳이 티를 내지 않고 한 번 튕겼다.
그렇다.
그는 애초에 어스퀘이커를 달라고 할 생각이 없었다.
‘종족의 신물이니 절대 주지 않겠지.’
그도 어느 정도 판단력이 있었으니까.
상우가 어스퀘이커를 달라고 한 건 그저 협상을 위해 처음에는 크게 질러본 것일 뿐이었다.
그러면 상대방이 거절하고 맞춰가는 과정에서 좀 더 높은 대가를 요구하는 게 가능해질 테니까.
‘아싸, 무슨 장비를 맞춰달라고 할까. 흐흐.’
현재 상우가 분신들에게 제공하는 건 헤리티지에서 나온 최신 슈트 중 하나로, 오토풀온 기능이 내장된 파워드 슈트였다.
질기고 강한 내구성에 자체적으로 섬유 재생 기능까지 있어서 오래오래 쓰고 있는 상황.
다만 아쉬운 점은 상우의 몸에 맞게 자체 제작된 게 아니었다는 점이다.
‘자체 제작 슈트를 달라고 해야겠다.’
상우가 어느 정도 요구 사항을 정할 무렵이었다.
듀베르가 입을 열었다.
“…빌려주는 건 어떤가.”
“…네?”
어스퀘이커를 빌려주다니.
상우는 생각지도 못한 제안에 어리둥절했다.
“어스퀘이커 진품을요?”
“그렇네. 수리를 제대로 마친다면, 3개월간 빌려주지. 그 이후에는 복제해서 레플리카를 들고 다니는 것도 허용해 주겠네.”
“흠….”
들어보면 잠깐 빌려주는 야박한 조건이었다.
하지만, 상우는 그의 말에 강하게 끌렸다.
‘괜찮은데? 왠지 엘리멘탈 소드를 모두 모으면 무슨 일이 벌어질 거 같단 말이지.’
엘리멘탈 소드를 모두 모으고 싶다는 호기심 때문이었다.
그는 조건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진짜 어스퀘이커를 쓸 수 있다라. 장비 좀 얻으려 한 건데 개이득인데.’
이미 그의 마음은 조건을 수락하는 쪽으로 기울었다.
하지만, 괜히 고심하는 척, 골똘히 고민하는 척하면서 듀베르를 초조하게 만들다가, 슬며시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제가 손해인 거 같은데 수락하죠.”
“정말인가?”
“예.”
“고맙네.”
듀베르가 악수를 청해왔다.
그의 안색이 유난히 밝았다.
그 손을 맞잡으며 상우도 씨익 웃었다.
* * *
골드 드래곤의 하트를 넘긴 이후, 복원제 제작은 순풍을 탔다.
사실 듀베르가 가진 건 대지 속성의 드래곤 하트뿐이어서 어스퀘이커 복원제 제작이 오래 걸렸었는데, 부족했던 금속 속성의 드래곤 하트가 추가되면서 작업의 장애물이 사라졌던 것이다.
“…완성이군.”
듀베르가 홀로그램 화면에 떠오른 축구공만한 유리구슬 안에 뭉쳐 있는 기이한 물질을 보며 중얼거렸다.
“신기하게 생겼네요.”
상우도 중얼거렸다.
그도 그럴 게, 완성된 복원제는 액체도, 기체도 아닌 그 중간 정도 되는 기이한 형태로 허공에 둥둥 떠있었으니까.
“플라즈마 상태일세. 지금은 크리스탈 캡슐 안에 보관한 상태인데, 저 상태에서 어스퀘이커의 금이 간 부분에 주입하면 파손된 구조 결합으로 스며들어가 복구가 진행될 걸세.”
“아하….”
상우는 잘 이해는 안 되었지만, 그러려나 하고 앞으로 나섰다.
이제, 그가 복제할 시간이었다.
“그럼 지금 복제할게요.”
“알겠네.”
멸균처리를 마친 깨끗한 비닐슈트를 착용한 상우는 곧장 복원제가 보관되어 있는 작업실로 순간이동했다.
[블링크]
보관실에 나타난 상우.
그는 눈앞에 보이는 유리구슬에 손을 얹었다.
잠시지만, 유리구슬을 너머로 막대한 에너지가 잠들어 있는 게 느껴졌다.
‘엄청나네.’
이대로 마나를 흡수하면 어떻게 될까란 잡념이 스쳐갔지만, 이내 떨쳐버린 후 스킬을 사용했다.
[분신술]
그러자 그의 옆으로 어마어마한 마나입자가 만들어지더니, 분신이 생성되었다.
새로 생긴 분신의 손에는 그와 똑같은 유리구슬이 들려 있는 상태.
상우는 씨익 웃었다.
‘성공이다.’
작업실 쪽에 스피커로 듀베르의 흥분한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성공이군!
“예. 바로 복원 시도해 볼까요?”
-그럼세. 이쪽으로 오게.
“예.”
상우는 분신과 함께 작업실을 나섰다.
팟!
새로운 작업 환경.
그곳에는 이미 소환되어 어스퀘이커를 복제한 분신이 있었다.
상우는 쩍쩍 금이 간 어스퀘이커 레플리카에 방금 복제한 복원제를 들고 갔다.
“이제 어떻게 하죠?”
“어스퀘이커에 복원제를 갖다 대고 캡슐을 터뜨리게. 그리고 안에 내용물을 마나로 어스퀘이커 전체로 방사하면 되네.”
“오케이. 해볼게요.”
상우는 잠깐 심호흡을 하고는 분신을 움직였다.
어스퀘이커에 복원제를 갖다대는 분신.
녀석은 염동력의 힘으로 캡슐을 터뜨렸다.
파삭-
캡슐이 터져나가며 플라즈마 상태였던 안의 에너지가 흩어지려했다.
‘지금!’
상우는 그 에너지를 마나와 염동력의 힘으로 휘감아 어스퀘이커로 주입했다.
갈 곳을 잃었던 에너지는 그 힘의 유도에 따라 어스퀘이커의 금이 간 검신으로 흘러들어갔다.
위이이이이이이잉-
그와 동시에 황동빛을 발하는 어스퀘이커.
마치 지우개로 지우듯이 어스퀘이커의 금이 간 부분이 지워져나가기 시작했다.
“오오오오!”
상우가 신기한 듯 탄성을 질렀다.
마치 종이를 자르는 영상을 찍고 거꾸로 재생하면 종이가 저절로 달라붙는 것처럼 보이듯이, 어스퀘이커는 빠르게 복원되어갔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황동빛을 발하던 어스퀘이커는 빛을 잃었고, 그 자리에는 흠집 하나 남지 않은 어스퀘이커가 찬란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성공이군.”
듀베르가 떨리는 음성으로 말했다.
정확히는 어스퀘이커 레플리카지만, 이번 성공으로 어스퀘이커 진품의 복원도 된다는 걸 확인한 셈이었다.
그는 가슴이 벅찬 듯 복원된 어스퀘이커를 쓰다듬었다.
“이야, 쩌네요. 만져봐도 되죠?”
“당연하네. 자네가 쓰면 되네.”
“예. 그럼.”
상우는 어스퀘이커를 잡았다.
그러자 듀베르가 잡았을 때와 달리, 어스퀘이커에서 진흙 같은 흙더미가 솟구쳤다.
“헛!”
상우는 잠시 놀랐지만, 이내 다른 엘리멘탈 소드 때처럼 편안히 그 진흙이 몸을 뒤덮는 걸 받아들였다.
전신을 감싸버리는 흙더미.
그와 동시에 그의 온몸으로 대지의 속성을 띤 토기가 흘러들어왔다.
스톰브링어의 날카로움과도, 볼케닉 레이저의 뜨거움에도, 프로스트 스타의 차가움과도 다른 묵직한 기운.
그 기운은 마치 쏟아지는 산사태처럼 장엄한 기세로 상우의 전신을 휘저으며 움직였다.
‘큭… 좀 빡쎈데.’
프로스트 스타 때 별다른 통증이 없었기에 괜찮다고 여겼는데 아니었던 걸까.
아니면 어스퀘이커의 힘이 더 강한 걸까.
상우는 통증을 참으며 어스퀘이커가 보내는 힘에 순응하려 노력했다.
진흙더미 때문에 숨이 턱 막혔기에 더 힘이 들었다.
다행히, 토기는 상우의 몸을 공격하는 대신 마그마코어와 아이스코어를 감싸며 어우러지기 시작했다.
마치, 마그마코어와 아이스코어가 농작물이 되고, 토기의 기운이 논밭이 되는 형세였다.
그리고 그 주변을 가장 강력한 스톰코어의 기운이 대기처럼 감쌌다.
‘신기하네.’
여타 다른 코어들과 달리 단단히 뭉치지 않는 대지의 기운.
신기한 형태의 코어를 보며 상우가 어리둥절해하는 사이.
[랜드락 코어가 생성되었습니다.]
[마력이 0.001 올랐습니다.]
[마력이 한계에 도달하였습니다. 마력이 반환됩니다.]
……
익숙한 메시지가 떠오르며 상우의 전신을 감쌌던 흙더미가 사라져버렸다.
“후아….”
참아왔던 숨을 토해내며 상우가 심호흡했다.
그러자 옆에 있던 듀베르가 축하를 전했다.
“축하하네. 어스퀘이커에게 인정을 받았군.”
“아, 예. 감사합니다.”
“나도 예전에 받았었지. 그때 몇 날 며칠을 보냈었는데… 자네는 정말 빠르군.”
듀베르가 감탄했다.
그 말에 상우는 왜 아까 어스퀘이커를 듀베르가 잡았을 때 아무 일도 없었는지 알 수 있었다.
‘이미 랜드락 코어가 있었나 보네.’
아마도 듀베르 역시 랜드락 코어가 있었기에 별다른 일이 없었던 것일 터였다.
상황 파악이 끝난 상우는 씨익 웃었다.
“제가 원래 뭐든 잘하거든요.”
넉살스럽게 웃는 상우.
듀베르가 살짝 어이없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가, 이내 허허 웃어버렸다.
드워프의 두 눈이 무지개처럼 반달을 그렸다.
* * *
그 시각.
상우와 우현은 방에 함께 있었다.
“…하지마.”
“좀만 참아봐.”
“무섭다고.”
“괜찮다니까. 조금만 잡고 있어봐.”
두 사람은 무언가를 두고 꼼지락거리고 있었다.
무엇을 하고 있기에 그런 걸까.
“…잘못되면 어떻게 해?”
“에이, 내가 있는데 무슨 걱정이야. 걱정 붙들어 매셔.”
상우는 우현의 조그만 손을 잡고 그 위에 무언가를 떨어뜨렸다.
그것은 검은 빛깔을 띤 보석이었다.
바라보고 있자니 마치 빛마저도 빨려들어갈 듯한 새까만 보석은 왠지 위험해보였다.
그리고 그 보석이 우현의 손에 떨어지자마자 그녀의 하얀 손이 까맣게 물들어가기 시작했다.
“아아아아아!”
고통스러워하는 우현.
상우는 재빨리 까만 보석, 블랙 드래곤 하트를 우현의 손에서 떼냈다.
그와 동시에.
[성력]
[큐어 포이즌]
[그레이트 힐링]
막대한 치유의 에너지가 우현의 몸을 감쌌다.
그렇게 몇 분이 흘렀을까.
새까맣게 물들었던 우현의 손이 원래 색깔로 돌아왔다.
녹아내리려했던 피부도 복구되었는데, 어찌나 독성이 강한지 상한 피부가 허물처럼 일어난 상태였다.
고통스러워하던 우현이 통증이 끝나자마자 눈을 번쩍 떴다.
통증이 심했는지 그녀의 두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야이 나쁜 놈아! 하지 말랬잖아!”
동시에 우현은 손바닥으로 상우의 등을 찰싹 때렸다.
상우는 뜨끔한 눈치였다.
“…아팠어?”
“엄청 아팠다고!”
“미안, 미안.”
상우가 우현을 품에 안고 토닥였다.
그러자 금세 안정을 찾는 우현.
상우는 그녀를 토닥이며 넌지시 물었다.
“…독내성 좀 올랐어?”
“야! 넌 이 상황에서… 하.”
이 상황에도 그걸 궁금해하다니.
우현은 화를 내려다가 어이가 없어서 웃어버렸다.
상우도 낄낄거렸다.
“하하하, 궁금하잖아. 독내성 올랐지? 그치?”
그 말에 잠시 시스템창을 살펴보는 듯한 우현.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 많이 올랐네?”
그녀는 부쩍 오른 독내성 수치에 깜짝 놀란 듯 보였다.
그 모습에 상우가 씨익 웃었다.
“거봐. 나만 믿으랬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