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o Hunting With My Clones RAW - Chapter (234)
하나 상대는 웨어드래곤.
분노의 상징을 가지고 있는 막강한 존재다.
따라서 그를 둘러싸고 있는 오러와 같은 기운들 때문에 텔레포트의 간섭력이 그에게 통하지 않았고, 텔레포트는 허무하게 취소되어버렸다.
그리고 점차 미지의 기운에 이끌려 날아가기 시작하는 웨어드래곤.
크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이 답답한 상황에 웨어드래곤은 괴성을 질러댔다.
사방팔방 휘젓는 촉수팔과, 몸에서 뿜어져 나가는 가시 공격들.
하나 실체가 없는 미지의 기운을 공격하지 못하고 허무하게 대기만 갈랐을 뿐이었다.
“막아!”
루카스가 소리 질렀다.
얼마나 급했는지 예의를 갖출 경황도 없었다.
그리고 현장에 있던 그 누구도 그런 건 신경 쓰지 않았다.
상황은 급박했으니까.
“어떻게 막아요! 들어가면 붙들리는데!”
“…젠장! 아리아!”
외침과 함께 사라진 루카스.
그가 아리아의 옆에 나타나더니 그녀와 함께 사라졌다.
어디로 간 걸까.
“하… 씨.”
급한 상황에 사라지다니.
한숨을 쉬면서 상우는 웨어드래곤을 노려보았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웨어드래곤이 처리되나 싶어서 좋아했던 상우.
하지만 돌아가는 꼴을 보아하니, 웨어드래곤이 저대로 어디론가 끌려가면 안 좋은 상황이 연출될 것만 같았다.
‘그렇겐 안 되지.’
상우는 곧장 사라졌다.
팟!
그러곤 웨어드래곤의 등 뒤에 나타났다.
크허어어어어엉!
촉수팔이 휘어지듯 꺾이며 등에 있는 상우를 노렸다.
그런 녀석의 공격을 이터널바디 스킬을 활용해 본능적으로 피해낸 상우.
그러자 웨어드래곤의 촉수팔이 그대로 녀석의 등짝을 관통했다.
크아아아아아아아아!
압도적인 방어력을 자랑했던 드래곤 비늘마저 뚫려버렸다.
바로 녀석의 손에 달린 정글도 때문.
저 정글도는 그야말로 끝판왕 무기라도 되는지 외관과는 다른 미친 절삭력을 자랑했다.
‘오?’
우연한 공격 성공에 상우는 공략법 하나를 발견해낸 느낌에 생각이 번뜩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게 아닌 상황.
‘이터널바디를 썼더니 기운에서 자유로워졌어.’
그렇다.
지금까지도 계속 웨어드래곤과 상우와 분신들을 억누르던 미지의 기운.
이터널바디로 다른 차원의 경계에 몸이 걸쳐지자 이런 기운의 압력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 것이다.
상우는 그렇게 자유로워진 운신 상태로 웨어드래곤을 따라갔다.
‘막지는 못하지만, 어디까지 가나 쫓아가야지.’
도대체 이 기운이 어디서 흘러나오는지.
그 실체를 보고 말 생각이었다.
그리고 상우가 그 실체를 목도한 건 잠시 후의 일이었다.
* * *
팟!
거대한 홀에 한 쌍의 남녀가 나타났다.
루카스와 아리아였다.
그리고 잔뜩 흥분한 루카스가 소리쳤다.
“마스터!!!”
쩌렁쩌렁 울리는 홀.
하나 의자에 앉아 턱을 괴고 있는 마스터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마치 광대놀음을 보는 듯한 무심한 표정.
“무슨 짓이냐!”
“주거침입을 하면서 시끄럽기까지 하는군.”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듯 딴청을 피우는 마스터.
“중국에 펼쳐진 염동력! 네가 한 짓이 아니란 말이냐!”
“염동력이라. 그 흔한 기술을 왜 내가 펼친 것이라 단정한단 말인가. 어처구니가 없군.”
“웃기지 마라, 마스터! 당장 멈춰라!”
루카스의 협박에 마스터의 안색이 서서히 일그러졌다.
“멈춰라? 너야말로 웃기지 마라.”
그와 동시에 퍼져나가기 시작하는 압도적인 기운.
루카스와 아리아의 전신이 짓눌리기 시작했다.
“끄으윽… 배, 배리어!”
고통스러워하며 아리아가 간신히 배리어를 펼치는 사이.
마스터가 말을 이어나갔다.
그리고 말소리와 함께 점차 강해지는 압력.
“내가 했든….”
콰드드드득-
“안 했든 간에….”
쩌저저저저적!
“간섭하지 마라!”
꽝!
엄청난 압력에 산산이 부서져 나가는 배리어.
동시에 루카스와 아리아의 몸이 사라졌다.
그들은 고성 밖에서 한참을 떨어진 곳에 나타났다.
“…아리아. 괜찮은가?”
“괜찮습니다. 루카스.”
“성공은?”
그 물음에 아리아가 고개를 저었다.
“그의 정신은 너무 견고해서… 들어갈 틈이 보이지 않았어요.”
“…이런.”
최후의 방법 중 하나였던 세뇌.
대마법사의 힘으로도 역시 만 년을 살아온 인간의 정신을 꿰뚫긴 역부족이었나보다.
루카스는 상황이 급변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원래라면 절대 마주치지 않았을 탐욕의 상징과 분노의 상징.
하나 그 둘이 마주치려 하고 있었다.
아니, 탐욕의 상징이 일방적으로 분노의 상징을 사냥하려 하고 있었다.
루카스가 그토록 통제하려 했던 변수.
그 모든 게 헝클어졌다.
아니, 오히려 최악의 경우로 흘러가고 있었다.
‘그 일은 막아야 해.’
마스터가 분노의 상징을 얻는 순간.
이미 탐욕에 오염되었음에도 견고했던 그의 정신이 분노에 오염되는 순간.
‘세계 3차대전이 일어날 수도 있다.’
그리고 마스터는 충분히 이를 실행시킬 능력이 있었다.
지구의 모든 경제, 정치, 산업, 군수 등 대부분을 뒤에서 지배하고 있는 일루미나티의 수장이니.
루카스의 안색이 초조해졌다.
흔들리는 동공.
초인임에도 바싹 말라가는 입술.
불안한 그의 안색과 함께 그의 정신은 판단력이 흐려지고 있었다.
‘변수를… 없애야 한다!’
일평생 모든 변수를 통제하려 애썼는데.
이제 그날까지 얼마의 시간이 남지 않았는데.
망칠 수는 없었다.
루카스는 ‘그걸’ 사용해야 한다고 결심했다.
“아리아.”
“예?”
“‘그걸’ 사용해야겠어.”
“그거라면… 설마?”
“어. 최후의 무기.”
루카스의 눈이 빛났다.
* * *
…….
루카스와 아리아가 사라진 뒤 정적이 흐르는 고성의 홀.
마스터는 잠시 멍해 있다가 이내 어깨를 으쓱했다.
“…눈치 빠르긴.”
그러면서 그의 입꼬리가 서서히 말려 올라갔다.
그렇다.
웨어드래곤을 끌어당기고 있는 건 마스터의 소행이었다.
그는 태연히 거짓말을 한 것.
“자, 그럼 분노의 상징도 나타났고.”
정상우에게 있는 탐식, 나태, 질투, 색욕의 상징.
이제 아프리카에서 튀어나온 웨어드래곤의 분노의 상징.
그리고 중동 지역에서 날뛰고 있는 레오가르도의 오만의 상징.
거기에 마지막으로, 자신의 탐욕의 상징까지.
“퍼즐이 다 모였군.”
모든 칠죄종의 힘을 가지게 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전무후무한 힘을 지닌 악의 화신이 될 것인가.
인간을 벗어난 신적인 존재가 될 수 있는가.
‘뭐가 되었든 궁금하군.’
궁금하고 매력적이고 갖고 싶다.
그리고 이제 그토록 기다리던 수확의 시간이다.
천천히 눈을 감는 ?떽뵀?
그러자 그의 미간 사이에 제 3의 눈이 떠올랐다.
인간의 것 같지 않은 기괴한 푸른 눈.
그 눈으로 마스터는 먼 곳을 꿰뚫어보았다.
자신의 염동력에 묶여 아무것도 못하고 날파리처럼 바동거리는 무리들.
‘블랙메시아라 했던가.’
닌자복장에 전기톱, 쇠사슬낫, 망치 등 개성 넘치는 무기들을 들고 있는 기괴한 녀석들.
그리고 연구소에 침입해 감히 자신의 먹잇감에 손을 댄 녀석들이기도 했다.
‘대신 너희들로 대체하지.’
생각과 함께 터져나가는 녀석들의 육체.
그러자 그들의 몸에서 수많은 몬스터와 인간들의 마나가 섞인 정갈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엉킨 마나가 피어올랐다.
하나, 염동력의 기운에 그 기운들은 흩어지지 못한 채 그대로 묶여 있었다.
‘짭짤하군.’
그 마나를 끌어오는 마스터.
그와 동시에 마스터는 자신이 있는 고성 앞 호수 밑바닥을 제3의 눈으로 바라보았다.
그 밑바닥에 지어진 비밀 감옥.
거의 비밀 연구소처럼 깔끔하게 생긴 그곳엔 금발 머리에 백인이 정신을 잃은 채 캡슐 안에 구속되어 있었다.
‘비전.’
만화를 좋아하던 오타쿠 미국인이 일본으로 귀화했다 했던가.
웃기지도 않게도 저런 우스꽝스러운 녀석이 S급 헌터.
하지만 녀석의 능력은 그야말로 진귀했다.
‘물질 구현.’
상상의 힘을 현실화시키는 능력이다.
무에서 유를 만들어내는 그야말로 신과 같은 능력.
만약 그 힘이 자신에게 주어진다면?
“신.”
그토록 고민하고 고뇌했던 자신의 정체성.
인간인지 괴물인지, 아니면 새로운 신인류인지.
그 혼란 속에서 만년의 세월을 살아온 자신을 완벽하게 신으로 정의해줄 수 있을 터였다.
그리고 녀석의 기운은 점차 자신에게 흘러들어오고 있었다.
“흐흐흐흐흐… 흐하하하하하!!!”
이제 곧 저 힘의 흡수가 마무리 된다.
이미 힘의 일부밖에 흡수하지 못했지만 어느정도 물질 구현을 사용할 수 있는 상태.
저 능력과 함께라면 자신을 막아설 건 아무것도 없게 된다.
마스터는 웃었다.
신이 될 자신을 상상하며.
그렇게 마스터가 와인을 홀짝이며 그렇게 비전의 힘을 흡수하고 웨어드래곤을 끌어당기고 있을 무렵이었다.
“다 왔군.”
그 엄청난 염동력의 힘 때문일까.
웨어드래곤이 날아왔던 것보다 더 빠른 속도로 녀석은 대륙을 가로질러 영국으로 날아왔다.
활활-
마치 유성우가 수평으로 날 듯이 활활 타오르는 물체가 고성의 앞으로 쏜살같이 날아와 우뚝 멈춰섰다.
물리법칙을 무시한 듯한 움직임.
동시에 타오르던 불길이 서서히 식어갔다.
크아아아아아아아!
그 불길 속에서 드러난 건 웨어드래곤이었다.
엄청난 속도로 비행하느라 대기와의 마찰 때문에 온몸이 불타올랐던 것.
“반갑군. 분노의 상징이여.”
마스터가 와인잔을 들어 올려 인사를 건넸다.
하나 돌아온 인사는 웨어드래곤의 촉수팔.
어찌나 길게 늘어나는지 순식간에 마스터의 목을 가를 듯 다가왔다.
하나.
턱-
염동력의 힘에 의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허공에 멈춰 섰다.
촉수팔, 그 끝에 있는 드래곤의 손아귀에서 튀어나온 조그마한 정글도.
거기에 서린 기운이 심상치 않아 보였다.
“인사가 격하군.”
그와 동시에 마스터의 눈동자가 웨어드래곤의 어깨를 향했다.
으드드드득-
드래곤의 강대한 어깨뼈가 으드득 소리와 함께 벌어진다.
그리고 드래곤의 비늘과 비늘 사이 역시 벌어졌다.
그와 함께 드러나는 근육.
그 신축성에도 불구하고 마스터의 염동력이 끊임없이 몸통과 팔을 계속 잡아당기자,
투두두두둑-
징그러운 소음과 함께 웨어드래곤의 팔이 뜯겨나갔다.
크아아아아아아아!
고통에 괴성을 지르는 웨어드래곤.
뜯겨진 수백 미터는 될 법한 팔이 한순간에 수축해들더니 바닥에 떨어졌다.
그리고 그 자리에 순식간에 녀석의 팔이 자라났다.
“오호.”
신기하다는 듯한 표정의 마스터.
그때였다.
“너였냐.”
마스터의 옆자리에서 말소리가 들려왔다.
힐끔 고개를 돌리는 마스터.
그곳에 보인 건 거대한 주먹이었다.
하나.
우우우웅-
더 이상 전진하지 못하고 가로막힌 주먹.
마스터는 그 주먹을 손끝으로 슬쩍 밀어내며 주먹의 주인을 바라보았다.
그곳에 있는 건 서글서글한 인상의 잘생긴 동양 청년이었다.
“오호, 아바타도 왔군.”
상우였다.
그는 이터널바디 상태로 웨어드래곤과 함께 여기까지 쫓아온 것.
“무슨 힘이….”
마스터의 염동력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상우가 부들부들 떠며 간신히 입을 열었다.
‘사부인 레이븐과 함께 쫓았을 때는 이 정도는 아니었거늘. 설마 그때는 힘을 숨겼던 건가.’
그의 추측은 정확했다.
“아아, 그때는 두 사제 간의 재롱이 귀여워서 잠시 놀아주었지. 물론 보다시피, 내 진짜 능력은 너보다 한참 위다.”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상우의 몸 전체로 엄청난 압력이 전해졌다.
짓누르는 게 아닌, 온몸의 구성요소가 밖으로 뛰쳐나갈 것 같은 폭발감이었다.
마스터는 말 그대로 상우를 산채로 터뜨려버리려 하는 것.
[이터널 바디]
상우는 간신히 이터널 바디 스킬로 염동력의 기운에서 벗어났다.
“신기한 능력이군.”
그런 상우를 보며 심드렁하게 얘기하는 마스터.
상우에 대한 위협감을 전혀 느끼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하나 반대로 상우는 엄청난 벽을 마주친 느낌이었다.
‘…이, 이게 정신력 측정 불가의 힘…!’
오라클인 애슐리가 알려줬던 정보.
거기에 나왔던 마스터의 능력치 중 정신력은 측정 불가였다.
일만 년을 살아왔기에 그토록 정신력이 강해진 걸까.
녀석이 어떻게 저런 정신력을 얻은 건지는 잘 이해는 잘 안 되지만, 염동력은 정신력에 비례하여 강해지는 메커니즘이었기에 지금의 강함이 이해가 안 되는 것도 아니었다.
‘그래도 이길 수 있어. 블링크로 단숨에 접근한다면.’
그렇게 루카스와 마스터의 전투를 모르는 상우가 그런 생각을 하며 호시탐탐 기회를 노릴 때였다.
마스터가 여유롭게 말했다.
“그래도 아직은 때가 아니다. 아바타. 돌아가도록.”
손짓을 하자 염동력이 일어나며 상우의 몸을 둥실 띄워 날려보냈다.
대포가 쏘아진 것처럼 날아가는 상우.
그와 동시에 상우는 계획대로 블링크 스킬을 사용했다.
팟!
동시에 마스터의 옆에서 나타난 상우.
그는 그대로 손을 내리질렀다.
어느새 상우의 손에는 스톰브링어가 들려서 바람의 검기를 쭈욱 뽑아내고 있었다.
하나.
턱-
보이지 않는 염동력의 결계에 가로막혀 멈춰선 상우.
그리고 그때.
번쩍-
마스터와 상우, 웨어드래곤이 있던 자리에 빛이 터져나갔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