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o Hunting With My Clones RAW - Chapter (34)
루키 (1)
케이너스 길드 훈련실.
헌터들이 스킬을 쓰며 대련을 할 수 있도록 강화벽과 최첨단 설비로 도배되어있는 그곳에서, 박원태가 목검을 들고 서있었다.
“전 E급 헌터 수준의 힘만 발휘하겠습니다. 오시죠.”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상우와 분신들이 달려들었다.
실전이 아니기에 총을 사용할 수 없어서 전부 목검을 들고 있는 분신들.
상우 역시 마찬가지였다.
분신들은 절도 있는 동작으로 검을 휘둘렀고, 호흡이 안 맞는지 서로 뒤엉켰다.
‘얘들아, 서로 안 부딪치게 유기적으로 덤비라고!’
상우의 말에도 불구하고, 명령이 애매모호하기 때문에 제대로 팀워크를 발휘하지 못하는 분신들이었다.
결국 두서없이 휘둘러지는 공격 속에서 박원태는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고, 수월하게 분신들의 검을 쳐냈다.
박원태는 시시하다는 듯 싸우는 와중에 입을 열었다.
“전력을 다하세요. 스킬도 있으시면 쓰시구요. 모든 걸 끄집어내세요.”
박원태의 말에 오기가 생긴 상우는, 자신의 최고 스킬, 강타를 사용했다.
그것도 분신들 모두와 함께.
기를 모으듯이 팽팽하게 부풀어 오르는 상우와 세 분신들.
허나 그때였다.
탁, 탁, 탁, 탁-
박원태의 가벼운 찌르기 4번에 모두 허물어졌다.
명치를 부여잡고 바닥을 구르는 상우.
“적은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그렇게 큰 기술을 쓰실 거면, 상대방의 빈틈을 유도하셔야죠.”
“으윽, 네.”
다시 일어선 상우는 박원태에게 또 달려들었다.
이번엔 두 분신들에게 박원태가 쉽사리 움직이지 못하도록 견제를 시키면서, 나머지 분신과 함께 강타 스킬을 사용했다.
역시 견제와 함께 사용하니 박원태도 쉽사리 움직이지 못했다.
“핫!”
상우의 기합과 함께 그의 머리 위로 강타의 힘이 실린 목검이 내리꽂혔다.
그런 상우의 목검을 박원태는 자신의 목검으로 가볍게 흘리면서, 다른 분신의 강타는 한 걸음 옆으로 이동하여 피했다.
움직일 거라고는 예상 못했기에, 상우가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안 움직인다고는 안했습니다만.”
그의 말이 맞았다.
실전에서 누가 가만히 있어줄까.
그렇게 대련은 1시간 동안 이어졌다.
처음에는 슬쩍슬쩍 피하기만 하던 박원태는 은근히 상우를 공격하기도 했기에, 상우의 몰골은 엉망이었다.
땀으로 범벅이 되어 기운이 빠진 상우가 결국 지쳐서 바닥에 드러누웠다.
숨을 헐떡거리고 있을 때, 박원태는 말을 이었다.
“잘 보았습니다. 이제 더 볼 필요는 없을 거 같네요.”
“헉··· 헉··· 코칭은 끝인가요?”
“아니요? 상우 씨의 장단점을 알았으니,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먼저, 상우 씨. 당신의 단점을 알고 계시나요?”
박원태가 씨익 웃으며 물었다.
“그, 글쎄요?”
“실전 경험이 거의 없다는 겁니다. 즉, 겁나게 약하다는 거죠.”
묵직한 직구가 날아왔다.
“크흠, 팩트로 때리시네요.”
“원래 성장하기 위해선 자신을 직시해야만 하는 법입니다.”
“좋습니다. 제가 약하다는 건 저도 알고 있습니다. 다만, 분신들로 계속 훈련을 한다면 강해질 거라고 생각해요. 몇 달만 두고 보세요.”
상우가 괜히 오기가 나서 항변했다.
“과연 그럴까요?”
의미심장한 박원태의 대꾸.
“상우 씨는 아마도 분신들을 통해 쥬얼을 흡수하고 있을 겁니다. 그래서 F급으로 시작한지 고작 한두 달밖에 안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벌써 E급 헌터에 맞먹는 능력치를 가지고 계시죠. 맞습니까?”
“그렇습니다.”
“허나, 그 힘을 사용하는 법을 전혀 모르고 계시죠. 그게 문제란 겁니다.”
박원태는 계속 이야기했다.
“세상물정 모르는 어린아이한테 절대보검을 쥐어준다고 해서 영웅이 될 수 있을까요? 전 아니라고 봅니다. 그 어린아이는 길 가는 싸움 좀 해봤다는 양아치한테 얻어맞고 보검을 뺏기겠죠. 힘이 있어도 그걸 어떻게 써야하는지 전혀 모르고 있으니까요. 상우 씨는 그런 어린애와 같습니다. 상우 씨가 몇 달 뒤에 능력치가 엄청 강해졌다고 해서, 싸움을 잘하게 되는 건 아닐 거라는 거죠.”
상우는 그가 말하려는 게 무엇인지, 뼈저리게 와 닿았다.
‘맞아. 아무리 내가 본체여서 분신들보다 능력치가 높아도, 실제로 사냥을 해보면 분신들이 훨씬 잘하지. 반면에 나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평범한 대학생이었던 자신이다.
허나, 이제는 헌터의 길을 걸어야 한다.
그것도 동생의 치료제를 구하려면 그냥 헌터가 아닌, 최고가 되어야만 하는 상황이다.
상우는 박원태에게 부탁하였다.
“그럼, 전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떻게 하면 강해질 수 있는지 알려주세요. 부탁드립니다.”
“네, 당연히 알려드리죠. 어차피 계약서에 2시간 동안 코칭해드린다고 명시했으니까요.”
“감사합니다. 그럼 방법을 알 수 있을까요?”
“방법은 간단합니다. 기초와 실전입니다.”
“기초와 실전이요?”
너무 원론적인 이야기라 당황한 상우.
“네. 상우 씨는 지금 어떻게 싸워야하는지 기본조차 갖추지 못한 상태이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거죠. 그래서 그 부족한 부분을 채워줘야 합니다.”
“음··· 그래서 기초를 배우라는 거군요.”
“예. 맞아요. 그리고 기초는 예를 들면 기초검술 같은 거죠.”
박원태는 들고 있던 목검을 아래로 내려벴다.
부웅-
그러자, 공기가 찢어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검이 허공을 갈랐다.
대상이 없음에도 한 눈에 봐도 위력적인 내려베기였다.
“이건 특별한 기술이 아닙니다. 바로 기본에 충실한, 기초 검술의 하위 항목인 ‘내려베기’라는 거죠.”
상우는 놀라고 말았다.
고작 기초검술인데도 불구하고 엄청 쎄보였으니까.
‘저런 기술 하나만 있어도 웬만한 하급몬스터는 다 한 방일 거야.’
그리고 박원태의 설명이 이어졌다.
“그리고, 이렇게 갈고 닦은 기초를 100% 발휘할 수 있도록 경험을 쌓는 게 실전이죠. 자신의 기본기를 바탕으로 대련을 하거나 몬스터와 싸워보는 겁니다.”
결론은 기초 훈련을 열심히 하고, 그 이후에 많이 싸워보라는 이야기.
좀 허탈했다.
“너무 당연한 이야기를···.”
“그 당연한 걸 세상 사람들 대부분이 알고는 있어도 실천을 못합니다. 그리고 전 상우 씨도 왠지 마찬가지일 거라고 생각이 드네요.”
박원태의 한쪽 입꼬리가 말려 올라갔다.
비웃는 거다.
상우는 자존심이 상했다.
“제가 만약 할 수 있다면요?”
“글쎄요? 뭐 내기라도 할까요?”
“좋습니다. 내기하시죠.”
‘걸렸군.’
박원태는 빙글빙글 웃으면서 대꾸했다.
“그냥 하면 재미없으니까, 기한은 2년으로 정하죠. 그리고 내용은 강해졌다는 걸 증명해야하니까, A급 몬스터 처치, 어떻습니까.”
“A급이요? 그게 말이 되나요.”
그러자 다시 박원태가 조소했다.
“얼마 전에 C급 몬스터 어보미네이션도 처치하셨는데, 이래야 말이 되죠.”
“그건 편법이라···.”
“남아일언 중천금 모르십니까? 고추 떼셔야겠네.”
“끄응···.”
박원태의 도발에 결국 상우는 넘어갔다.
“··· 하죠. 대신 제가 이기면.”
“예, 이기면요.”
“엘릭서를 구해주세요.”
“엘릭서요?”
수천억원에 달하는 엘릭서.
마지막 경매가였던 5000억으로 가격을 매긴다면, 국내 길드 순위 3위이자 주식 상장된 케이너스 길드의 시가총액 10조원의 1/20에 해당하는 수준이었다.
오딘의 탑 공략이 실패로 점 쳐지는 분위기라 주식 폭락으로 시총이 많이 줄었기에, 사내 유보금이 넉넉한 케이너스 길드라 해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금액이었다.
게다가 엘릭서는 물량 자체가 거의 없어서, 팔려는 사람이 없기도 했다.
상우가 요구한 내기는 말도 안되는 조건인 셈.
허나,
“좋습니다. 대신, 내기를 지게 되면 JM에이전시와 계약 해지를 하고 저희 쪽으로 오시죠.”
박원태는 조건을 수락했다.
정상우를 걸고 말이다.
‘말은 기분 나쁘게 했지만, 저 남자의 가능성은 S급 헌터도 기대해볼만 하다. 수천억··· 아무것도 아니지.’
다행히 도발이 먹혀서일까.
상우는 그 제안을 수락했다.
“음··· 좋아요.”
“남아일언.”
“중천금.”
“자, 계약서 쓰실까요?”
“가시죠.”
불리한 제안일 텐데, 갑자기 씨익 웃는 상우.
그 미소가 왠지 의미심장해 보여서 박원태는 살짝 불안해졌다.
하지만, 기세를 몰아 두 사람은 그날 바로 내기에 대한 계약서까지 작성을 마쳤다.
계약에는 내기 기간 동안 상우가 케이너스길드의 훈련실을 사용할 수 있다는 자질구레한 조건들이 포함되었다.
소식을 듣고 헐레벌떡 뛰어와 계약을 진행한 강준모는 위험천만한 내기를 진행한다는 사실에 매우 불안해보였지만, 상우가 안심시켰다.
“제가 반드시 이깁니다.”
“어떻게요?”
불안해하는 강준모.
자기 수입의 대부분이 상우한테서 나오는데 어찌 불안하지 않겠는가.
최대 고객이기에 화도 내지 못하고 전전긍긍해 하는 강준모였다.
상우는 그런 그를 달래며 차분히 설명했다.
“분신이 있잖아요.”
“그야 당연한 소리를···.”
“그쵸. 하지만 박원태 단장은 분신에 대해서 잘 모릅니다. 분신이 얼마나 대단한지를요.”
상우는 분신의 경험을 공유한다.
만약, 모든 분신을 기초 훈련에 매진시킨다면?
‘거기에, 기초 검술 레벨이 높은 사람의 동작을 완벽히 모방시킨다면···.’
아마도 마나호흡 스킬이 쭉쭉 오르는 것처럼 기초검술의 레벨도 가파르게 상승할 거라고 상우는 생각했다.
그렇게 기초를 다지는 거였다.
상우의 말을 이해한 강준모가 또 물었다.
“그럼 실전은요?”
“실전도 경험이죠. 분신들 많이 굴리고 경험 쌓게 한 다음에 실전 하면서 그 경험을 자신의 걸로 만들기만 하면 됩니다.”
듣다보니 일리가 있는 얘기였다.
“만약 그렇게 되면···.”
“예. 맞아요. 생각보다 더 빨리 엘릭서를 구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요.”
상우는 내기 기간인 2년 안에 반드시 해낼 수 있다고 확신했다.
아니, 거기서 더 나아가 어쩌면 그보다 빠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의 얼굴에 의미심장한 미소가 떠올랐다.
* * *
다음날.
상우가 가장 먼저 기초를 다지기로 결심한 건 바로 검이었다.
재해 당시 정신없는 난전을 겪으면서 검술의 필요성을 절감했기 때문이다.
박원태는 내기에 앞서 기초검술을 시연해달라는 상우의 의견을 수용하였다.
내려베기.
올려베기.
좌베기.
우베기.
사선베기
찌르기까지.
동작을 시연하면서 자세에 대한 설명과 팁까지 곁들인 박원태는 상우를 격려했다.
아마도 곧 자기 식구가 될 사람이라고 생각하는지, 더 살갑게 대하는 듯 했다.
“이 동작들만 열심히 반복 훈련하시면 관련 스킬들이 생길 겁니다. 일정 수준 이상이 되면, 기초 검술 항목으로 스킬 통합이 이루어지죠.”
“감사합니다. 이제 열심히 해야겠네요.”
“건투를 빕니다.”
박원태가 떠난 케이너스 길드 훈련실.
상우는 목검을 든 도복차림의 분신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먼저, 내려베기부터 하자. 영상을 보고 똑같이 따라하는 거야.”
영상은 박원태의 동작이 너무 빨랐기에 슬로우로 재생해주었다.
그러자 분신들이 영상에 나온 박원태의 동작을 그대로 따라 하기 시작하였다.
하나.
둘.
셋.
···
일사분란하게 휘둘러지는 목검들.
역시 분신들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박원태의 동작을 그대로 카피하기 시작했다.
상우도 그 옆에 서서 내려베기를 연습하기 시작했다.
‘두 다리는 어깨 넓이로 벌리고, 검을 들어올릴 땐 숨을 들이쉬고 내려벨 땐 호흡을 내쉬면서···.’
상우의 동작은 좀 뻣뻣하고 어색했지만, 분신이 옆에서 정확한 동작으로 훈련하니 그 경험이 상우에게 공유되어 상우의 동작도 조금씩 교정되어 갔다.
마치 본능적으로 올바르고 정확한 자세를 찾아가게 된달까.
그렇게 반복하기를 몇 분이 지났을 때였다.
[내려베기 스킬이 생성되었습니다.]
관련 스킬이 생성되었다.
‘됐다.’
이후로는 일사천리였다.
‘자세는 그대로 좀 더 빠르게! 좀 더 강하게!’
상우의 주문에 분신들의 내려베기가 좀 더 빨라졌다.
옆에서 같이 내려베기를 하고 있는 상우 역시 검술에 슬슬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다.
검이 바람을 가르는 그 감각.
자세가 좋아질수록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매서워졌기에 위력이 더해지는 거 같아 더 신이 났다.
[내려베기 스킬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근력이 0.001 올랐습니다.]
[순발력이 0.001 올랐습니다.]
[체력이 0.001 올랐습니다.]
[지구력이 0.001 올랐습니다.]
···
다만, 시간이 지날수록 팔과 허리가 끊어질 듯이 아파왔다.
점차 허물어지는 상우의 자세.
하지만 분신들은 땀을 뻘뻘 흘리고 숨을 거칠게 몰아쉬면서도, 상우의 명령대로 정확한 자세로 꿋꿋이 내려베기를 반복했다.
‘사실 내가 안하고 분신들만 굴려도 내 기초 검술의 레벨은 계속 오르겠지.’
예전 같았으면 분신들만 훈련시켜놓고 금방 포기했을 상우.
그러나, 여동생의 치료제를 구하려면 한시가 급한 상황이다.
상우도 노력한다면 성장속도가 배가될 것이기에, 그는 자신의 힘도 보태서 하루라도 빨리 강해지고 싶은 열망에 사로잡혔다.
‘나도 질 수 없지.’
부들부들 떨리는 상우의 팔이 다시 힘차게 올라갔다.
“하압!”
목검을 내려베는 상우.
그렇게 상우와 분신들은 매일매일 훈련을 반복했다.
검술도 익히고, 대련도 하였고, 틈틈이 사냥도 하며 실전경험을 쌓고 돈을 모았다.
상우는 나날이 강해졌다.
[기초검술 스킬이 생성되었습니다.]
[내려베기/올려베기/좌베기/우베기/사선베기/찌르기 스킬이 기초검술로 통합됩니다.]
···
[분신술 스킬의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분신 강화 스킬의 레벨이 상승하였습니다.]
···
[괴마흡정 스킬이 생성되었습니다.]
그렇게, 6개월이 지났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