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o Hunting With My Clones RAW - Chapter (40)
생존자 (3)
“어? 얘 인사한다.”
“그러네? 안녕~”
공략1팀원들은 인사를 하는 11호를 향해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이전에도 분신이 ‘케이너스 길드에서 보내서 왔다, 구호물품을 전달하러 왔다’와 같이 정해진 말로 안내를 하기는 했었기 때문에, 공략1팀원들은 분신 11호가 말하는 것에 대해 크게 놀라지는 않았다.
“네, 반갑습니다. 케이너스 길드 공략1팀원들 맞으시죠?”
“어? 네. 마, 맞아요.”
하지만, 그들은 갑자기 평상시와는 달라진 분신의 반응에 당황했다.
상우는 11호를 조종해 차근차근 설명했다.
“저는 케이너스 길드에 고용된 정상우라고 합니다. 지금 얘기하는 건 제 분신이구요. 공략1팀 생존자 분들을 만나서 기쁘네요.”
“아! 그럼 지금 바깥에서 연결한 건가요?”
“네, 맞습니다.”
“와-! 드디어!”
서로를 얼싸안고 기뻐하는 공략1팀원들.
리더인 박유나는 이내 진정하고 질문을 퍼붓기 시작했다.
“지금 밖에서 듣고 있는 건가요? 바깥 시간은 얼마나 지났죠? 오빠는 잘 있어요?”
“워워, 진정하시구요. 입구에서 지금 모여 있습니다. 제가 중계해드리고 있구요. 바깥 시간은 현재 공략1팀이 입장한 뒤로 7개월이 지났습니다. 박 단장님은 잘 계시고요. 그보다는 생존자가 지금 몇 명입니까?”
그 말에 박유나의 안색이 눈에 띄게 흐려졌다.
“총원 10명 중, 2명 사망. 현재 8명 남았습니다.”
“··· 이런···. 그럼 지금 계시는 분들이 전부인가요?”
“네···.”
박유나는 벙커 주변에 있는 공략1팀원들을 둘러보았다.
그들의 얼굴은 오랜 극지생활로 까칠해져있었다.
케이너스 길드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길드에서 공략1팀원들은 대부분 탱커, 딜러, 서포터 등 다른 포지션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는 만능 포지션의 헌터들이었다.
다만, 개개인별로 특화된 분야가 있었는데, 케이너스 길드 공략1팀의 경우 10인 공략팀의 정석인 2탱커, 5딜러, 3힐러 체제로 맞춰진 상태였다.
바로 효율적인 보스몬스터 레이드를 위해서였다.
그리고 공략1팀은 생존을 책임지는 딜러 겸 서포터 박유나가 그들의 리더였는데,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스킬 활용 능력과 판단력으로 공략1팀을 이끌어왔다.
특히 10명 정도가 박유나의 아공간 저장공간 한계임을 고려했을 때, 공략1팀의 보급을 유지하기에 적합하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하지만 실패했어.’
케이너스 길드에서는 오딘의 탑에 대해 밝혀진 정보들과, 박유나의 아공간 스킬이라는 사기적인 능력을 바탕으로 오딘의 탑 공략이 충분히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허나 오딘의 탑에 입장한 순간 박유나는 모든 게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끝없이 펼쳐져 있는 얼음지대에 분명히 끝이 있어서 다음 층으로 올라갈 길이 있다고 믿었지만, 다음 층은 어떻게 돌파해야하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그리고 도처에서는 보이지 않는 냉기수호자들의 습격이 기다리고 있었다.
게다가 몬스터는 냉기수호자들만 있는 것도 아니었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얼음의 새와 용, 수십, 수백미터 크기는 되어보이는 얼음 골렘과 거인들까지.
도저히 대적할 엄두가 나지 않는 압도적인 괴물들이었다.
‘점퍼는··· 여기를 통과했다고? 도대체 얼마나 괴물인 거야.’
결국 들어온 지 얼마 안되어, 냉기수호자들의 습격으로 한 명의 탱커와 서포터 1명을 잃고 말았다.
A급에서 준A급 수준의 B급 헌터들로 구성된 공략1팀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박유나는 공략이 불가능함을 깨달았다.
‘생존. 생존이 우선이야.’
그 이후로는 팀원들을 설득하여 아공간에서 숨어 지냈다.
그러다 좀 잠잠해진 거 같으면 2~30분 짧은 주기로 이동하였고, 다시 숨기를 반복했다.
그 선택은 탁월했다.
이후로는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았으니까.
대신 3개월치를 실어두었던 보급품은 빠르게 소모되었다.
먹을 게 없었기에 오로지 처음 입장할 때 가져온 보급품에 의존해야 했다.
물도 마찬가지였다.
이 극빙지대에서 얼음은 단순히 물만 얼은 게 아니었으니까.
결국, 식량을 아껴야 했기 때문에 하루하루 피가 말라갔다.
그러다 처음 입장한 위치에 가면 다시 입구가 열려있을지도 모른다는 절박한 희망을 안고 돌아왔는데, 상우의 분신이 남겨놓은 벙커와 구호물품을 발견한 거였다.
그들은 처음에는 환각이나 착시라 생각하기도 했었지만, 구호물품은 진짜였다.
드디어 한숨 돌리게 된 공략1팀원들.
이후 입구를 베이스로 삼은 채 살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분신으로 인해 생존은 어느 정도 확보되자, 이제는 다른 욕망이 생겨났다.
바로, 나가고 싶다는 욕망이었다.
하지만 방법이 없기에 근근이 냉기수호자들을 상대하며 성장을 도모함과 동시에, 유일한 동아줄인 분신이 전해주는 구호물품을 기다리는 중이었다.
박유나가 알려준 생존자에 대한 소식을 수행원들에게 정한 상우.
그는 공략1팀원들과 좀 더 자세한 얘기를 나누고 싶었지만, 계속 한곳에 머물면 언제 냉기수호자들로부터 공격을 당할지 몰랐기에 서둘러 정보 교환을 시도했다.
“박유나 팀장님, 여태껏 알아낸 정보들이 있나요?”
“여태껏 알아낸 정보는···.”
박유나는 극빙지대의 서식하는 괴물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상우는 그 이야기를 그대로 본체 주변의 수행원들에게 전달하였다.
그러면서 혀를 내둘렀다.
“이게 다 사실인가요. 여기는 공략하라고 만들어놓은 곳이 아닌 거 같은데···.”
“맞아요. 저도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자고 여길 들어왔는지···. 정말 나가고 싶네요. 아무튼 주기적으로 구호물품을 보내주셔서 고마워요. 오빠에게도 전해주세요.”
“네, 전해드려야죠. 근데 아주 나갈 방법이 없는 건 아닌데.”
“네? 방법이 있나요?”
“무슨 방법입니까?”
상우의 말에 공략1팀원들 모두 반색을 하며 물었다.
그는 살짝 당황했다.
“그냥 제가 혼자 생각해본 건데요. 아공간 스킬 있잖아요? 그걸 제가 쓸 수 있으면, 분신으로 아공간 써서 여러분을 집어넣은 다음에, 바깥에서 아공간 열어서 빠져나오게 할 수 있을 거 같거든요.”
“아···.”
아공간 스킬은 박유나가 사용하고는 있지만, 그녀만의 고유스킬은 아니었다.
S급 헌터들 중 몇몇은 본인의 주력 스킬 외에도 아공간이나 인벤토리 스킬을 사용하고는 했으니까.
물론 아공간 스킬이 아직까지 거래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경매에 나오더라도 수조원에서 수십조 원은 할 거 같은데. 워낙 유용한 스킬이라···. 그나저나 괜히 얘기를 꺼냈나. 미안하네.’
그는 그냥 무심코 말한 건데 너무 기대감을 심어준 거 같아 상우는 미안해했다.
잠시 골똘히 생각하던 박유나가 입을 열었다.
“오딘의 탑 내부에서 지구로 공간이동이 성공했다는 얘기가 없어요. 이전에 공략자들 중에 공간이동 스킬이 있었던 헌터도 있었지만, 아무도 돌아오지 못했으니까요. 근데 아공간을 이용해 옮긴다라··· 확실히 일리가 있는 방법이네요.”
“예. 제가 돈만 있었으면 확! 배워오는 건데.”
“돈 안주셔도 되니까 한 번 배워볼래요?”
“음?”
상우는 당황했다.
아공간 스킬이 그렇게 간단하게 배울 수 있는 거였나?
그런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걸 제가 배울 수 있나요? 스킬구나 스킬 스크롤이 없어서, 스킬을 배우려면 물리학이나 공간 개념 같은 이론을 완전히 이해해야 할 텐데.”
“대부분 그렇게 알고 있죠. 하지만, 이론을 정확히 깨닫지는 못하더라도, 스킬의 작동 메커니즘만 정확히 알고 사용하게 되면 스킬로 등록됩니다. 그게 바로 시스템의 이점이죠. 그래서 제가 그 원리를 알려드리면 혹시 배울 수 있지 않을까 하는데, 어떠세요?”
“아!”
그 얘기를 듣는 순간, 상우는 무언가 깨달았다.
‘하긴, 달리기도 그렇고, 사격도 그렇고, 스킬이 있다고 해서 그 기술의 원리를 완벽히 이해하고 사용하지는 않았어. 단지 정확한 동작과 마나의 움직임으로 스킬을 발동시켰지. 이번에 배운 파이어나 감정 스킬도 마찬가지였고.’
많은 사람들이 스킬을 익히려면 이론을 완전히 익히고 이해해야 한다고 오해한다.
하지만 이건 반만 맞는 이야기였다.
이론을 몰라도 스킬을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게 바로 시스템이었다.
‘이렇게 보면 시스템은 정말 사기구나. 진짜 누가 만들었을 지 궁금하다.’
기술인지 아닌지도 모를 정체불명의 문명인 시스템.
신이 만들었다는 주장도, 외계인이 만들어 전했다는 주장도 있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대격변 이후 등장한 시스템을 어느 순간 일상처럼 받아들이고 자연스럽게 사용하고 있었다.
때문에 재능이 좀 부족하더라도, 원리를 모르는 스킬을 사용하는 일은 흔하게 되었다.
이런 부분이 물론 좋지만은 않았다.
그만큼 시스템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진다는 거였으니까.
만약 갑자기 시스템이 사라지기라도 한다면?
스킬의 의존도가 높은 각성자들은 그만큼 약해지는 거였다.
‘하지만,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냐. 강해지려면 이용할 수 있는 건 이용해야지.’
당장 치료제가 급한데, 고민할 겨를이 없었다.
그렇게 고민에 빠진 상우, 아니 11호가 갑자기 말없이 가만히 있자, 공략1팀원들은 방해하지 않고 조용히 있었다.
그때였다.
“놈들이 와요!”
위기 감지 스킬이 있는 한 공략1팀원이 소리를 질렀다.
그의 위기 감지에 무언가 탐지된 모양이었다.
한두 마리 정도면 그냥 상대해도 괜찮겠지만, ‘놈들’이라고 한 걸 보니 꽤 다수인 거 같았다.
판단을 내린 박유나는 즉시 아공간을 열었다.
“모두 들어오세요!”
그러자 재빨리 아공간으로 속속들이 숨는 공략1팀원들.
“상우 씨, 아니 분신 씨도 들어오세요!”
허나, 11호는 고개를 저었다.
“괜찮습니다. 들어가 계세요. 시험해볼 게 생겼거든요. 생존자들에 대한 소식은 케이너스 길드에 전하겠습니다. 그럼 안녕히 계십시오.”
그 인사에 잠시 분신 11호를 바라보던 박유나는 이내 자신도 아공간으로 쑥 들어가며 사라져버렸다.
그리고 놈들, 냉기수호자들이 나타났다.
보일 듯 보이지 않는 투명한 몸체가 가끔씩 빛에 산란되어 윤곽만 희미하게 드러나는 녀석들.
하체가 없이 상체가 있는 녀석들은 마치 정령처럼 둥둥 떠다니는 상태로 순식간에 11호에게 쇄도했다.
그 와중에도 미동도 하지 않는 11호.
상우는 11호를 통해 뭔가를 시도하고 있었다.
‘내가 하는 모든 게 스킬이 된다. 그렇다면 스킬은 없지만 그냥 사용하면 돼. 굳이 모든 걸 완벽히 이해하려 하지 말자. 이론을 내가 정확히는 모르더라도, 작동 메커니즘만 따라하면 되는 거야. 어차피 스킬 숙련도가 오르면 자연스럽게 그 원리도 깨닫게 되겠지. 그럼 내가 잘 모르지만, 사용 방법은 아는 걸 스킬로 등록하면 되겠구나. 맞아, 그걸 써봐야겠다.’
상우의 머릿속을 스쳐가는 기술이 있었다.
다만 그 기술은 범위가 넓어서 함부로 사용할 수는 없었다.
때문에 상우는 공략1팀원들만 아공간으로 피하도록 내버려두었던 거였다.
주변에 벙커가 있었지만, 이미 피할 시간이 없었다.
이제 차가운 얼음대지에 남은 건 11호와 쇄도해오는 냉기수호자들 뿐.
상우가 깨달은 바를 실험할 차례였다.
‘11호야, 마나활성 포션을 먹었을 때 부작용 알지? 그 마나의 움직임과 폭발을 재현해봐.’
그는 11호에게 명령을 내렸다.
그러자, 11호의 몸에서 마나가 요동치며 움직이기 시작했다.
동시에 온몸이 뜨겁게 타오르는 감각과, 마력이 들끓으면서 온몸이 터져버릴 거 같은 압력이, 패밀리어 스킬로 11호의 감각을 공유하고 있던 상우에게 전해졌다.
‘으으윽···.’
하지만 상우는 이를 참고 버텨냈다.
자신의 생각대로 스킬이 구현되는지 끝까지 확인해야 했기 때문이다.
마나는 서로 부딪치고 회전하고 튀어오르며 온몸을 부셔버릴 것처럼 미친 듯이 요동쳤다.
[마력 제어 스킬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이윽고 몸에서 한 줄기, 두 줄기 빛이 새어나오기 시작했다.
그때, 한기가 들이닥치며 모골이 송연해지는 감각이 11호를 통해 전해졌다.
‘더 빨리.’
그와 동시에 냉기수호자의 습격이 시작되었는지, 얼어붙기 시작하는 11호의 몸.
허나, 빛줄기는 쉴 새 없이 늘어났고, 결국 하얗게 백열하였다.
그와 동시에 터질 것을 직감한 상우는 온몸이 터질 거 같은 압력과 뜨거움을 참으며, 패밀리어 스킬을 종료했다.
꽈아아아아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