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o Hunting With My Clones RAW - Chapter (44)
탐식의 상징 (2)
패밀리어 스킬이 종료된 이후 상우는 비틀거렸다.
“으으윽···.”
“괜찮아요?”
배철민과 길드원들이 걱정스레 물었다.
“으으··· 괜찮습니다.”
고통은 이내 가라앉았다.
실제 그의 몸이 다친 건 아니었으니까.
일종의 환상통이었다.
정신을 차린 상우는 이내 12호의 시야로 보았던 검은 구슬에 온 신경이 쏠렸다.
무언가 비밀을 간직한 게 분명해 보이는 검은 구슬.
‘몇 번 시도해보면 도달할 수 있을 거 같은데?’
그런 생각이 들자, 머뭇거릴 수 없었다.
“팀장님. 분신으로 몇 번 더 들어가야 할 거 같습니다.”
상우는 공동의 존재에 대해 말했다.
물론 검은색 구슬에 대해서는 일부러 얘기하지는 않았다.
사람 일이라는 건 모르는 거니까.
만약 그게 보물이라면, 견물생심이라고 사람 좋던 길드원들이 돌변할 지도 몰랐다.
‘애초에 불화의 싹을 안만드는 게 낫지.’
길드원들은 공동이 있다는 사실에 신기해하였고, 배철민은 상우의 의견에 동의하였다.
“그럼, 상우 씨 의견대로 조금 더 기다려보죠. 이 통로를 베이스로 삼겠습니다. 교대로 통로 뒤편으로 언데드들이 오는 거 퇴치하도록 합시다.”
“경계는 뒤쪽에 분신들로 시키시죠. 몇 기 배치시켜놓고 몬스터가 등장하면 소리를 내도록 명령해놓으면 될 거 같습니다.”
그렇게 알람 마법 대신 분신들을 경계병으로 놓은 뒤, 상우 일행은 오염지역 바로 코앞에 자리를 잡았다.
상우는 남은 분신들을 바라보았다.
역소환된 12호와 경계병으로 보낸 9~11호를 제외하니 8기가 남아있었다.
‘하나씩 보낼까? 아니면 한꺼번에 여러 기를 보내는 게 나으려나. 음···.’
어차피 지하 1층이라 통로가 좁으니 나란히 달릴 수 있는 건 총 3기 뿐.
거기에 언데드가 중간중간 나타나는 걸 감안하면 혼자보다는 3기를 동시에 보내서 힘으로 돌파하는 게 나아보였다.
그리고 계속 1마리씩 소모하는 것보다는 한 번에 성공하는 게 분신을 덜 잃게 되어 전력 유지에 도움이 될 거 같았다.
‘좋아. 한 번에 3기를 보내자. 누구를 보낼까.’
상우는 1~8호까지 살펴보았다.
선택은 간단했다.
‘입에 착착 감기니까, 부르기 편한 1, 2, 3호로 하자.’
그렇게 최정예(?) 오염지역 탐사대 3기가 결정되었다.
상우는 김선아를 불렀다.
“선아 씨, 버프 좀 가능할까요?”
“버프요? 어떤 거 원하세요?”
“걸 수 있는 거 전부 다 원합니다.”
김선아는 마법 계열 딜러 겸 서포터.
상우의 요구에 김선아는 분신들에게 버프를 걸어줬다.
힘을 올려주는 스트렝스와 움직임이 빨라지는 헤이스트까지.
“감사합니다. 근데 생명력이나 기운을 북돋아주는 쪽 버프는 없을까요? 아무래도 오염지역에서는 기운이 빨려나가는 게 가장 커서요.”
“음, 전 그런 버프는 없어요.”
아쉽게도 김선아에게는 다른 계열의 버프 스킬이 없었다.
‘흠··· 저주받은 검까지 들려서 보내면 속도가 더 나긴 할 건데, 못 돌아올 게 뻔하니까 떨궈버릴 검이 아깝단 말이지. 버프는 이게 최선인가.’
상우가 고민할 무렵.
“내가 도와주까?”
김선아가 분신들에게 버프를 걸어주는 걸 지켜보던 한미호가 끼어들었다.
“네? 그런 버프가 있나요?”
“웅, 기다려어.”
상우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성큼성큼 분신들에게 다가간 그녀.
갑자기 분신 1호의 머리를 확 잡아 끌어내리더니, 까치발을 들고는 입을 맞췄다.
“어어···?”
가벼운 입맞춤이 아닌, 입술을 삼켜버릴 거 같은 찐한 딥키스였다.
물론 키스를 당하는 분신 1호의 얼굴엔 변화가 없었다.
‘아니, 저 아줌마가···.’
그 모습에 당황한 상우가 제지하려 했지만, 이내 멈췄다.
한미호와 분신의 입을 통해 푸른 기운 같은 게 넘나들고 있었던 거였다.
“하아아···. 다음!”
침을 길게 늘어트리며 입을 뗀 한미호가 다음 분신을 찾았다.
이윽고 2호와 3호에게도 딥키스를 시전(?)한 한미호.
키스를 마친 그녀는 승리의 V를 내밀며 으스댔다.
“훗, 여우의 정기를 나눠준 거야. 영광인 줄 알라구우.”
자신의 입술을 혀로 훑는 한미호.
침으로 맨질맨질해진 그녀의 입술이 에로틱해보였다.
‘··· 패밀리어 스킬을 사용해볼 걸 그랬나.’
그런 내심이 들 정도였다.
“아, 네, 뭐. 감사합니다.”
다만, 속마음과는 달리 대충 얼버무린 상우는 분신들을 출발시켰다.
‘애들아. 아까 12호가 갔던 루트 있지? 그 검은색 오브가 있는 곳까지 최대한 빨리 가. 공동 보이면 연락하고.’
그 명령이 내려지자마자, 분신들은 돌진 스킬로 미친 듯이 뛰어갔다.
이번에 상우는 패밀리어 스킬을 사용하지 않았다.
편해보이는 상우를 보며 배철민이 물었다.
“상우 씨, 벌써 오염지역에 적응되신 건가요? 편해보이네요.”
“아, 사실 지금은 패밀리어 스킬 안 쓰고 있어요. 어차피 도착하면 메신저 스킬로 연락이 올 거라서.”
메신저 스킬.
상우가 얼마 전 헌터마켓에서 대량 구매한 스킬들 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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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신저(Lv.1)/시전형]: 대상에게 목소리를 전달합니다.
-현재 시전 범위: 10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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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으로 음성을 전달하는 마법으로, 전달 매체가 단순해서인지 시전범위가 패밀리어 스킬보다 넓다는 게 장점이었다.
게다가 분신들도 사용할 수 있는 일석이조의 스킬.
‘메신저 스킬 덕분에 분신들 상황을 파악하는 것도 어느 정도 해결되었지. 후후.’
공동이 있는 위치를 알고 있는 이상 굳이 패밀리어 스킬로 감각을 공유해가면서 일일이 확인할 필요는 없었다.
이제 분신이 도착하기만을 기다리면 되는 상황.
얼마의 시간이 지나자 기다리던 보고가 들어왔다.
-공동이 보입니다.
-공동이 보입니다.
-공동이 보입니다.
기계처럼 동시에 울려 퍼지는 세 분신의 목소리.
상우는 곧장 1호에게 패밀리어 스킬을 사용했다.
감각이 공유되자마자 온몸이 부서지는 듯한 고통이 느껴졌다.
12호 때처럼 모래알처럼 천천히 부서져가는 1호의 손이 보인다.
‘으으윽···.’
그와 동시에, 12호를 통해 보았던 공동과, 그 밑으로 뚫린 검은 구멍이 보였다.
아래로 내려가야 했다.
상우는 재빨리 판단을 내렸다.
세 분신들의 상태는 엉망이었지만, 버프 덕분인지 아니면 이미 알던 길을 최고 속도로 돌파해서인지 12호 때보다 아직 여유가 있어보였다.
‘1호만 아래로!’
1호를 아래로 보내서 구슬을 주워서 위에 던지려는 심산이었다.
상우의 명령에 구멍을 향해 뛰어내리는 1호.
나머지 분신들은 위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상우는 하강하며 재빨리 검은 구슬을 찾았다.
‘저기다!’
뛰어내릴 때부터 위치를 어림짐작하고 뛰었는데, 다행히 1호가 뛰어내린 위치에 검은 오브가 있었다.
착!
안전하게 검은 구슬이 박혀있는 바위에 착지한 1호.
‘잡아.’
상우의 명령에 1호는 구슬을 움켜잡았다.
그와 동시에,
[시스템 미등록 물체 발견.]
[시스템 오류 발생.]
[에러 코드 ZXDX983···EIJW.]
[미확인 물체를 식별합니다.]
[식별 중···.]
[식별 중···.]
[식별 중···.]
[······.]
상우의 눈 위로 촤르륵 시스템 메시지가 올라갔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시스템 메시지들.
그 정신없는 메시지에 상우는 당황했다.
‘에러라고?’
게다가 또 변화가 있었다.
검은색 구슬이 표면에서부터 연기처럼 흩어지기 시작한 거였다.
이내 완전히 검은색 안개처럼 변해버린 구슬.
그리고 변화한 검은 색 안개는 1호의 몸을 휘감기 시작했다.
‘뭐, 뭐야!’
검은 안개는 마치 생명을 지닌 것처럼 1호의 몸을 파고들었다.
그와 동시에 오염지역에 퍼져있던 무형의 기운들이 1호의 몸으로 빨려들어오기 시작했다.
구우우우우우웅-
패밀리어 스킬로 1호의 감각을 공유한 상우는 죽을 거 같은 고통을 느꼈다.
이미 오염지역 안이라서 느끼고 있었던 고통과는 차원이 달랐다.
세포 하나하나가 찢겨져나가는 감각.
처음 맛보는 극한의 고통이었다.
패밀리어 스킬을 종료할 판단력마저도 앗아가버릴 정도였다.
“끄아아아아악!”
고통을 이기지 못한 상우가 바닥에 쓰러져 온몸을 떨면서 발작을 일으켰다.
“이런! 문제가 발생했다! 서포터 다 이쪽으로 와요! 선아 씨 빨리!”
배철민이 그런 상우를 보고 주변의 서포터들을 불러 모았다.
이윽고 뭔가 포근한 기운이 상우의 본체를 감쌌다.
그런 와중에도 1호의 몸은 기이한 기운에 잠식당해 고통 받고 있었다.
‘크으윽··· 제어를 해야···.’
상우는 1호의 몸을 휘돌아다니는 기이한 기운을 어떻게든 마력제어로 통제하려 했다.
허나, 소용이 없었다.
그 기운은 상우의 통제를 벗어나 이리저리 헤집고 돌아다녔다.
그리고, 그 기운은 1호의 몸을 조금씩 변화시켰다.
뚜둑- 우드득-
뼈가 어긋나는 소리와 함께 1호의 근골이 변해갔다.
[근력이 6.66 상승합니다.]
[마력이 6.66 상승합니다.]
[순발력이 6.66 상승합니다.]
[체력이 6.66 상승합니다.]
[지구력이···.]
특히 내장기관에 집중적으로 검은 기운이 머물렀다.
[······.]
[식별 중···.]
[식별 중···.]
[식별 완료.]
[‘탐식의 상징’을 획득하였습니다.]
[탐식이 사용자를 식별합니다.]
[오류 발생. 사용자를 확인할 수가 없습니다.]
[오류 발생. 사용자를 확인할 수가 없습니다.]
[[오류 발생. 사용자를 확인할······.]
[강제 인스톨 진행 중···.]
[설치가 완료되었습니다.]
아직 완전히 융해되지 못한 검은색 안개, 그 기운이 완전히 1호의 몸, 위장 쪽에 자리 잡았다.
동시에 1호의 몸에 타들어가는 듯한 형태로 기이한 문신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치지직-
명치 쪽에는 파리와 해골문양이 새겨진 날개가, 등에는 포효하는 호랑이의 형상이 새겨진다.
[패밀리어 스킬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분신 강화 스킬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
[분신술 스킬이 업데이트되었습니다.]
[탐식의 분신이 생성되었습니다.]
[분신술 스킬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탐식의 힘이 괴마흡정에 영향을 미칩니다.]
[괴마흡정의 힘이 대폭 상승합니다.]
시스템 메시지가 미친 듯이 쏟아져 나온 뒤.
드디어 1호의 몸이 안정되었다.
고통이 가시자 그제야 정신을 차린 상우.
기운이 빨려 들어가던 오염지역의 이상 현상은 사라졌는지 더 이상 기운이 빨려나가는 고통은 느껴지지 않았다.
대신, 그는 감각이 공유된 1호의 몸에서 타들어가는 듯한 갈증과 허기짐을 느꼈다.
‘뭐지··· 왜 이렇게 배고픈 거야. 뭐라도 좀 먹어야···.’
냉정하게 이성을 차릴 수 없을 정도의 허기짐이었다.
바위에서 떨어져 나온듯한 돌멩이가 왠지 탐스러워 보였다.
상우가, 아니 1호가 뭔가에 홀린 듯 돌멩이를 집어들려는 순간.
공동에 지진이 났다.
쿠구구구궁-
공동은 무너져내릴 것처럼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런 젠장! 1호야, 뛰어!’
허나 1호는 움직이지 않는다.
그저 홀린 듯 돌멩이만 쳐다보고 있을 뿐.
‘움직이라고! 뛰어, 1호야!’
허나 뛰기는커녕 1호는 점차 아래에 널브러진 돌멩이를 향해 몸을 숙이고 있었다.
‘왜 이래. 오류인가.’
상우는 스킬창을 열어보았다.
분신술에 변화가 생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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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신술(Lv.13)/시전형]: 기운을 소모하여 자신과 똑같이 생긴 분신을 소환합니다. 레벨에 따라 소환 가능한 개체수가 늘어납니다.
-현재 소환 가능한 개체수: 13
-재사용 대기 시간: 20시간 15분
-본체의 장비 1개를 복사합니다.
-특수 분신을 소환할 수 있습니다.
《탐식의 분신, 글러트니Glutto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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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러트니?’
탐식의 상징을 얻었다는 시스템 메시지.
거기에 탐식의 분신이라는 새로운 분신까지.
‘설마··· 1호가 탐식의 분신이 되었다는 건가.’
한꺼번에 많은 정보가 쏟아져서 상우는 정보를 파악하고 정리할 시간이 필요했다.
하지만 지금은 지진이 나서 공동이 파묻힐 위기에 처한 순간이었다.
순간적인 판단으로 상우는 명령을 내렸다.
‘글러트니! 뛰어!’
그의 명령에 1호, 아니 글러트니는 돌멩이를 휙 움켜쥐더니 벼락같은 속도로 뛰어올랐다.
그리곤 글러트니는 순식간에 절벽 위에 올라섰다.
‘뭐야. 내가 알던 1호 맞나. 능력치가 올라서 그런가.’
상우 본인조차도 절벽이 꽤 높았기에 분신이 몇 번에 걸쳐서 뛰어올라갈 거라 생각했기에 좀 당황스러웠다.
허나, 지금은 그런 생각으로 지체할 시간이 없었다.
오히려 빠르게 올라왔으니 잘된 상황이었다.
상우는 글러트니의 시야로 절벽위에 대기하고 있던 분신들을 살폈다.
2호와 3호는 몰골은 엉망이었다.
다행히 오염지역에 펼쳐져있던 결계의 기운이 사라진 탓인지 재생력으로 회복 중으로 보였다.
그 모습을 보면서 상우가 분신들을 이동시키려 할 때였다.
“어이, 거기!”
그때 공동 반대편에서 들려오는 누군가의 목소리.
그는 듀얼 세이버라는 명성을 지닌 A급 헌터, 프랑수아 샤토브리앙이었다.
깔끔하게 빗어넘긴 포마드헤어는 온데간데없이 푸석푸석했고, 피부는 썩듯이 짓물러져있었다.
그리고, 그의 주변에는 말라비틀어져 부셔져가는 길드원들이 있었다.
상우는 그 모습을 보며 어리둥절해 했다.
“누구?”
“너야말로 누구냐! 여기서 뭘 했지!”
악에 받친 듯한 소리로 샤토브리앙이 소리를 질렀다.
광기에 찬 듯한 그의 눈빛.
상우는 대꾸하려다가 상황이 급했기에 등을 돌렸다.
“나중에! 일단 피해!”
“대답해! 탐식은! 탐식은 어디에 있냐!”
절규하는 샤토브리앙.
그는 상우를 쫓기 위해 뛰려는 자세를 취했다.
이윽고 그는 몸을 날려 공동 너머로 도약했다.
그와 동시에.
공동 아래쪽에서 터질 것 같은 시뻘건 빛이 샘솟았다.
푸화아아아악!
빛에 휘감긴 샤토브리앙.
“끄아아아아아아-!”
외마디 비명과 함께 그는 공동에서 뿜어져 나온 빛에 타버렸다.
그 빛이 어찌나 강력했는지, 불타버린 재마저도 남기지 못했다.
빛은 어마어마한 마력을 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 빛을 기점으로 공동은 이제 진짜 무너질 때가 된 것처럼 깨져나가기 시작했다.
쿠구구구구궁!
무너지는 공동.
허나 빛과 공동의 구멍은 그대로였다.
‘뛰어!’
뒤가 무너져내리는 걸 느끼며 상우는 분신들을 재촉했다.
능력이 향상되서인지, 돌진 스킬을 써가며 엄청난 속도로 달리는 분신들.
그리고.
[드디어······.]
알 수 없는 소리가 공동, 아니 카타콤 전체에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 봉인이 풀렸구나.]
공동 주변이 터져나갔다.
콰과과과과광!
터진 공동 옆에는 또다른 공동이 자리하고 있었다.
거기에서도 시뻘건 불이 새어나왔다.
두 개의 빛줄기는 지하를 넘어서 지상까지 뚫고 뻗어나갔다.
그 모양이 마치, 무언가의 눈처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