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o Hunting With My Clones RAW - Chapter (51)
스톰브링어 (1)
집에 가던 상우는 놀랐다.
‘스톰브링어?’
처음 들어보는 스킬이었다.
게다가 검법이라니.
그러다 소드시커가 생각났다.
‘아, 글러트니가 소드시커한테 검법을 전수받았구나.’
상우는 글러트니에게 패밀리어 스킬을 사용해보려다가 그만두었다.
그 끔찍한 허기짐을 느끼고 싶지 않았기에.
‘일단 집에 갔다가, 내일 소드시커 씨 만나봐야겠네.’
상우는 일단 집으로 향했다.
* * *
몇 시간 전.
호텔방에서 소드시커는 글러트니를 두고 찬찬히 살펴보고 있었다.
-팔을 내밀어 보게.
“예.”
글러트니는 쓱 오른팔을 내밀었다.
쩍쩍 갈라진 근육과, 도드라진 힘줄이 눈에 띠었다.
거기에 통뼈라 유난히 굵은 손목까지.
팔의 길이도 유난히 길었다.
‘역시 검을 쓰기 좋은 근골이다.’
찬찬히 글러트니의 신체를 살피던 소드시커는 글러트니의 팔에 가만히 손을 올렸다.
글러트니에게 쌓인 마나 수준을 자세히 살피기 위해서였다.
그의 손을 타고 마나가 글러트니의 몸속으로 침투해 들어갔다.
‘분신이어도 내장기관이 다 있구나. 다만 모든 게 마나로 이루어져 있군.’
분신은 겉으로 보기에 완전한 실체를 가지고 있었다.
물리적으로는 말이다.
‘하지만, 밀집한 마나가 물질로 구현화된 것일 뿐이지. 아마도, 마나 결속이 어느 정도 흩어지면 이 분신이란 것도 마나로 돌아가겠구나.’
사전수전 다 겪은 소드시커조차도 이러한 존재에 대해 본적이 없었다.
분신과 비슷한 존재라면 도플갱어 정도랄까.
‘마법으로도 불가능하다. 거기에 경험이 공유된다니··· 규격 외의 능력이다.’
만약 수십의 분신을 다루는 상우가 자신의 검을 다루게 된다면?
‘그렇게 된다면··· 그를 이길 수 있을지도.’
그게 부질없는 희망이란 걸 알기에 소드시커는 쓴 웃음을 지었다.
대신 지금 상황에 최선을 다할 뿐.
그때, 글러트니의 몸속을 돌아다니던 소드시커의 마력이 글러트니의 몸통에 도달했을 때였다.
이상한 부분이 소드시커의 마나에 걸려들었다.
‘이건 뭐지?’
그것은 탐식의 상징이 자리한, 글러트니의 위장이었다.
탐식의 힘은 소드시커의 마나가 닿자마자 게걸스럽게 빨아들이기 시작했다.
‘큭···.’
소드시커의 상황 판단은 빨랐다.
마나를 흡수하는 존재를 몇 번 겪었기에, 소드시커는 자신의 마나 일부를 남겨놓고 재빨리 손절해버렸다.
그 판단은 옳았다.
순식간에 소드시커의 마력을 흡수해버린 글러트니는 아무 표정 변화 없이 그를 바라보고 있었으니까.
시스템 메시지로 보이지는 않았지만, 마나가 꽤나 상승했을 터.
그리고 그 와중에도,
[타이탄 스켈레톤의 뼛가루 327kg가 소화되었습니다.]
[마법내성이 0.001 상승합니다.]
소화는 계속 진행 중이었다.
아직 소화할 대상이 남았기에, 글러트니는 꽤나 얌전(?)한 상태였다.
-위험한 능력을 가졌군.
소드시커가 의념을 전달했지만, 글러트니에게서 대답은 없었다.
그런 분신을 보며 소드시커는 피식 웃었다.
‘리버··· 꽤나 걸리적거릴 선물을 준비해주지.’
분신 능력과, 흡수 능력.
거기에 자신의 검술까지 더해진다면, 꽤나 훌륭한 선물이 될 거였다.
소드시커는 본격적으로 글러트니를 가르치기로 마음먹었다.
-근골을 보는 게 좀 늦어졌군. 검법, 바로 시작하도록 하지.
글러트니는 반응이 없었다.
그저 입술 틈새로 침이 주르륵 흘렀을 뿐.
소드시커는 말을 이어나갔다.
-자네에게 가르쳐줄 검법은 바로 ‘스톰브링어’ 검법일세. 나를 지금 이 자리에 있게 만들어준 제국 최고의 검법이지.
스톰브링어(StormBringer) 검법.
직역하자면 폭풍을 가져오는 검으로써, 검에 바람을 싣는 게 이 검법의 요체였다.
-자네가 나의 진짜 제자라면 이 검법의 내력과 유지에 대해 설명하겠지만, 아니니 설명하지 않겠네. 이 검법의 요체는 간단하네. 검으로 바람을 일으키고, 다루고, 지배하고, 나중에는 바람과 하나가 될 수 있도록 하는 게 이 검의 궁극적인 지향점이지. 제국에 몇 안되는 오러의 경지를 다룬 검법일세.
대부분의 검법이 검을 어떻게 움직이는지 다루는지 그 ‘형’에 얽매여있다면, 스톰브링어 검법은 검술의 형태보다는 오러의 경지를 중점적으로 다루는 ‘기검’의 영역에 있는 검법이었다.
때문에 일반적인 검법과 차원이 다른 위력을 지녔다.
‘익히기 어려워서가 문제지.’
그렇기에 가문에서도 자신만이 대성했을 뿐이었다.
-이 검법을 대성하면 태풍을 일으키고, 회오리를 만들어내며, 천둥번개를 일으킬 수 있지. 물론 처음에는 그렇게 강하지는 않지만 말일세. 일단 시범을 보여주겠네.
소드시커는 검집 째로 낡은 검을 들었다.
그러곤 오른팔로 검을 앞으로 내밀었다.
그리곤 검으로 글러트니를 가리키며, 조그맣게 원을 그리기 시작했다.
빙글빙글.
그와 동시에 검 주변으로 조금씩 바람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스으으으-
처음에는 고요했지만, 나중에는 실바람이, 그리고 나중에는 선풍기를 틀어놓은 것처럼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글러트니의 머릿칼이 바람에 휘날렸다.
그리고 나중에는,
쏴아아아-
호텔방 내부에 거센 바람이 일기 시작했다.
태풍은 아니었지만, 강풍기를 틀어놓은 것처럼 호텔방 전체가 바람의 움직임에 요동쳤다.
테이블에 놓여있던 전등이 바닥으로 떨어지고, 이불과 커튼이 미친 듯이 휘날렸으며, 호텔 가이드 책자와 티슈가 사방으로 휘날렸다.
검으로 이런 힘을 발휘했다고는 믿겨지지 않는 대단한 위력이었다.
마치 마법처럼 느껴졌다.
그런 대단한 광경을 보면서도 글러트니의 표정에는 아무 변화가 없었다.
-이게 3단계, 바람을 제어하여 베어버리는 풍참(風斬)일세. 어떤가.
“······.”
대답 없는 분신을 보면서, 소드시커는 이론을 설명하는 게 지금은 무의미하다고 느꼈다.
-흠··· 일단 1단계부터 익혀보도록 하지. 1단계는 속검을 배우는 단계라네. 스톰 코어 마나엔진으로는 고요의 경지이지. 물론, 마나엔진은 제자가 돼야지만 가르쳐줄 수 있네. 그러니 지금은 일단 검형부터 알려주도록 하지.
이후 소드시커가 기본 자세를 취한 후 내려베기로 검을 휘둘렀다.
그는 팔은 거의 움직이지 않은 채, 손목만 가볍게 움직였다.
다만 굉장히 빨랐다.
쉬이익-
그러자, 아까의 시전 동작과 달리 검에서 바람소리가 확연하게 울려퍼졌다.
그리곤 미세하게 호텔방의 기류도 흔들렸다.
-검이 지나간 자리는 일시적으로 공기가 비게 되네. 그리고 그 빈 공간으로 대기가 움직이면서 바람이 일어나지. 스톰브링어의 1단계는 검을 최대한 빨리 휘둘러 ‘진공상태’를 만들어내는 게 목표일세. 검형은 이를 돕기 위해 존재하는, 그저 검을 빠르게 휘두르는 기술일 뿐이지.
소드시커는 그 말과 함께 검을 다시 휘둘렀다.
아니, 손목만 위아래로 까딱했다.
그렇게 두 번 검은 휘둘러졌다.
보이지 않는 속도로 말이다.
쉬이이익-
바람 소리가 한 번이지만, 이번에는 더 크게 났다.
-바람이 더 강해졌지? 진공인 공간을 다시 베어 진공을 다시 넓히는 거라네. 그러면 압력 차이에 의해 더 많은 바람이 불게 되지. 그러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검을 빠르게 움직일 수 있어야하네. 손목의 스냅으로 말이지. 그리고 이렇게 손목 스냅으로 빠른 속도를 검을 휘두를 수 있게 되면, 팔꿈치, 어깨, 몸통, 허리, 다리 순으로 그 휘두르는 속도를 늘려가는 거지.
소드시커의 말은 간단했다.
‘검을 빨리 휘둘러, 진공상태를 만들어내라.’
그러면 바람이 생겨난다는 것.
얼핏 듣기에는 단순히 빠르게 휘두르라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는 1단계인 형의 단계일 뿐, 스톰코어 마나엔진을 익혀서 마나에 바람 속성을 싣게 되면 이야기는 달라졌다.
스톰브링어 검법 1단계로 시전하는 건 강제적인 느낌이라면, 스톰코어 마나엔진으로 마나 속성을 일깨워 시전하는 건 바람과 동화되는 느낌이랄까.
‘마나엔진을 전수할 수는 없으니, 검형의 단계만 일부 전할 수밖에.’
허나 제자가 아니기에 그의 모든 걸 내어줄 수는 없었다.
그는 마나엔진이 필요 없는 오로지 1단계만 상우에게 전수할 생각이었다.
그래서 스톰브링어 검법의 1단계인 속검의 검형만 전하고 있었던 거였다.
-그리고, 이 속검이 빨라지게 된다면 1단계에서도 충분히 바람을 일으킬 수 있게 되지. 우선 맛보기로···.
소드시커는 다시 검집 째로 검을 휘둘렀다.
손목만으로 말이다.
하지만 이번엔 그 검의 움직임이 쉬지 않고 이어졌다.
[백연참]
1단계의 속검이 순식간에 대기의 한 곳을 쉬지 않고 베었다.
하지만, 그 모습이 너무 빨라서 겉으로 볼 때는 검을 단 한번만 휘두른 것 같은 모습이었다.
그리고 연참이 끝났을 때,
쏴아아아아-
연참이 휘둘러진 자리로 바람이 휘몰아쳤다.
한동안 호텔방에 바람이 몰아친 후.
잠잠해진 호텔 방에 글러트니가 멍하니 서 있었다.
-이렇게 바람이 휘몰아칠 때 바람에 검기를 실어서 공격할 수도 있지. 어떤가. 이해가 되는가?
“예.”
글러트니가 대답했다.
소드시커는 글러트니가 대답할 거라는 별 기대가 없었기에, 그 대답을 듣고 흥미가 동했다.
-그럼 한 번 속검을 펼쳐보게.
그러자 글러트니가 자신이 가지고 있던 검을 꺼내었다.
헌터들이 자주 애용하는 티타늄 합금 재질의 거무튀튀한 장검이었다.
오른손에 가볍게 검을 쥔 글러트니는 소드시커가 섰던 그대로 어깨넓이로 다리를 벌리고 선 채, 검을 든 손을 앞으로 뻗었다.
그리고는 손목을 휘둘렀다.
쉬이이익-
아래로 내려베어진 검이 바람소리를 냈다.
그 속도가 제법 빨라서 소드시커는 놀랐다.
‘속검을 바로 따라하다니.’
긴가민가한 소드시커는 다시 시켜보았다.
-두 번의 속검을 연이어 펼쳐보게.
그가 이번에 요구한 건 이연참이었다.
그리고 글러트니는 그걸 해냈다.
쉬이이익-
손목만으로 휘둘러진 검이 믿을 수 없는 속도로 공간을 두 번 베고는 멈춰 섰다.
‘손목 힘이 타고나서 그런가? 바로 연참을 사용하다니 대단하군. 그리고 겨우 검을 휘두르는 기술일 뿐이지만, 검술의 요체를 바로 이해한다는 게 놀랍다.’
1단계 고요의 경지에 있는 속검은 손목 힘이 강하다고 하여 바로 따라하기는 어렵다.
검을 휘두르는 원심력을 이해하고, 최고의 힘이 실렸을 때 검을 멈출 수 있는 악력이 있어야 했다.
즉, 항상 검을 휘두를 때 절반의 여력은 남겨둬야만 제 2격을 날릴 수 있었다.
처음 배우는 대부분은 그 사실을 모르고 무작정 빠르게 휘두르려 전력을 다하기 때문에 그 사실을 모른다.
그리고 검날이 바람을 가르는 감각을 느껴야 했으니까.
‘보기보다 센스가 있었군.’
그는 분신이 어마어마한 집중력을 가졌다는 걸 모르고 있었다.
소드시커는 내친 김에 더 요구했다.
-속검은 잘되는 거 같군. 그럼 백연참도 한 번 펼쳐볼 수 있겠나.
“예.”
글러트니의 검을 쥔 손이 다시 앞으로 뻗어졌다.
그리고는 손목이 미친 듯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쉬이이이이이이-
소드시커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빠른 속도로 전방을 마구마구 베어버리는 속검.
마치 단 한 번의 공격으로 보였던 소드시커의 연참에 비하면 많이 어설펐다.
하지만,
쏴아아아아아-
그 어설픈 연참에도, 바람은 일어났다.
동시에,
[스톰브링어 검법 스킬이 생성되었습니다.]
그리고 스톰브링어 검법이 스킬로 등록되었다.
글러트니는 순식간에 스톰브링어 검법을 스킬로 익혀버린 거였다.
그 사정을 모르고 있었지만, 소드시커는 눈을 빛냈다.
‘이 녀석은 천재야.’
자신이 가르치는 대상이 잘 배우면 어떨까?
그것도 천재라면?
소드시커는 가르치는 게 슬슬 흥이 붙기 시작했다.
-잘했네. 손목으로 속검을 펼치는 게 어느 정도 되는군. 그게 숙달이 되면 다음은 전완부네. 팔꿈치 아래쪽만 사용해서 속검을 펼칠 수 있는 요령을 가르쳐주지.
그때까지 소드시커는 몰랐다.
1단계만 가르치려던 자신의 계획이 바뀌게 되리라고는.
* * *
한편 그 시각.
강남의 케이너스 길드 본사.
박원태는 보고를 받고 있었다.
“이게 사실인가?”
“예. 방금 병원에서 받은 정보입니다. 정상우는 블레스를 통해 여동생의 병을 완치한 거 같습니다. 지금 퇴원 수속을 밟은 것도 확인했습니다.”
“음···.”
그는 생각에 잠겼다.
‘정상우와는 엘릭서를 주기로 계약을 맺었지. 아직 A급을 사냥한 건 아니다. 하지만, 여동생을 치료한다는 목표를 이룬 그가 엘릭서가 필요할까?’
이미 정상우의 개인사를 조사했었기에, 박원태는 그가 얼마나 평범한 사람이었는지 잘 알았다.
그리고 얼마나 게으른지도 말이다.
‘만약 그가 엘릭서를 포기하고 A급을 사냥하지 않는다면? 아니면 A급을 잡아 엘릭서만 얻고, 헌터 생활을 접는다면?’
전자든 후자든 정상우는 앞으로 헌터생활을 열심히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았다.
즉, 오딘의 탑을 통과할 가능성도 그만큼 낮아지게 되는 거였다.
‘그럼 유나를 구할 수가 없게 되는 건데.’
만약 상황이 그렇게 흘러가게 된다면 최악이었다.
‘악한 성정이 아니기 때문에, 부탁을 거절할 거 같지는 않지만.’
하지만, 사람 일이라는 건 모르는 거였다.
그렇기에 불안해진 박원태는 서둘러 정상우를 만날 필요성을 느꼈다.
“김 비서, 지금 바로 정상우의 집으로 가야겠어. 차를 준비해줘.”
정상우, 앞으로 그의 계획을 확인해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