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o Hunting With My Clones RAW - Chapter (54)
상우는 소드시커의 기세에 압도되었다.
‘엘리멘탈 소드는 뭐고, 수호검은 뭔데.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 거지.’
상우는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기세에 압도된 탓인지 입이 저절로 열렸다.
“제, 제자가 되겠습니다.”
제자가 되겠다는 상우의 목소리가 떨려 나왔다.
그 말과 함께 소드시커의 기세가 거둬졌다.
소드시커, 아니 레이븐은 흐뭇한 미소를 띠었다.
-이것으로 너는 이제 나의 제자가 되었다.
레이븐은 상우의 몸을 일으켜 세워, 어깨를 두드렸다.
‘스승과 제자라니···.’
그 어색함에 상우가 아무 말이나 내뱉었다.
“이제 뭐라고 부르면 될까요? 사부님? 스승님? 소드시커 씨? 아니, 아까 레이븐 씨라고 하셨나···.”
-사부라고 부르거라. 제자야.
“예, 알겠습니다. 싸부님. 근데 유렌시아 제국과 엘리멘탈 소드? 그게 다 뭔가요? 궁금합니다.”
-그것은···.
레이븐은 잠시 망설이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
-나는 다른 세상에서 지구로 넘어왔다.
“예? 다른 세상이요? 지구가 아니란 말씀이신가요?”
-그렇지. 내가 온 고향은 타이베른이라 불렸지. 내가 처음 넘어 온 건 30년 전이다.
30년 전이면 1994년 경.
2000년에 대격변이 일어난 걸 감안했을 때 말이 안되는 날짜였다.
“어? 좀 이상한데요. 대격변이 일어나고 포탈이 나타난 건 2000년도라 24년 전인데···.”
-30년 전이 맞다. 그때 나는 지구의 어느 바다 한가운데에 떠있었지.
그는 과거를 회상하는 듯 아련한 눈빛이 되었다.
-난 이미 지구로 넘어오기 전에 큰 부상을 입은 상태였다. 리버 녀석과 싸우다가 말이지.
이토록 강한 그가 부상이라.
상우는 얼핏 상상이 되지 않았다.
리버라는 녀석이 누구기에 소드시커를?
“리버가 누군가요?”
-지구인 출신의 대마법사다. 드래곤들마저 그에게 몰살당했지.
상우는 드래곤이 어느 정도 강한지 몰랐다.
그저 그런가보다 할 뿐.
그보다는 지구인이라는 점이 놀라웠다.
30년 전에 이미 지구에서 타이베른 행성으로 넘어간 사람이 있었단 말인가?
이야기는 점점 흥미진진하게 흘러갔다.
-아주 강한 미친놈이었지. 리버가 지구에서 타이베른 행성으로 넘어온 건 매우 오래되었다. 처음 그가 넘어왔을 때부터 우리는 이미 크라니드들과 싸우고 있었어.
“크라니드요? 그게 뭔가요?”
-포탈을 만들어낸 괴물들··· 그 녀석들이 크라니드다.
충격의 연속이었다.
‘포탈은 역시 자연발생한 게 아니었구나.’ 물론 레이븐의 말을 100% 믿는 건 아니었지만, 그 정도의 강자가 거짓말을 할 리가 없다는 생각 때문에 어느 정도 신뢰가 생겼다.
상우는 그의 이야기에 깊이 빠져들어갔다.
-타이베른 행성도 크라니드들의 침공으로 초토화되었지. 마치 지구가 대격변을 겪은 것처럼···. 이후 살아남은 타이베른 행성의 모든 존재들은 유렌시아 제국에 집결했다.
인간, 엘프, 드워프, 드래곤 등 지난 세월 오랜 갈등을 빚었던 종족들도 그때만큼은 손을 잡고 모두 크라니드에 맞섰다. 드래곤의 주도 하에 유렌시아 제국에는 거대한 결계가 세워지고, 우리는 그걸 유지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했지.
꿈만 같은 이야기였다.
엘프와 드워프, 그리고 드래곤이라니.
레이븐의 말이 이어졌다.
-그렇게 전 종족의 사활을 건 전쟁을 벌이고 있을 때, 결계 근처에 포탈이 열리며 사람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때 리버 녀석이 있었지. 녀석은 바로 드래곤들에게 붙잡혔다.
그 말을 하며 레이븐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리버를 비롯한 사람들은 드래곤들에게 심문 당했다. 아니··· 고문이었지. 그때 우리는 건드리면 안될 걸 건드려버린 거야.
이후 레이븐의 말을 요약하자면 이러했다.
고문당하던 리버는, 우연히 만난 유렌시아 제국인들에게 지구의 과학기술을 알려주는 대가로 목숨을 구걸했다고 한다.
과학기술의 가능성을 엿본 제국인들은 드래곤들을 설득했고, 그는 포로에서 풀려나 총기와 대포 등의 화학 병기들을 제조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문명과 학문에 호기심을 갖고 있던 마법사들로부터 하나둘 마법을 배우기 시작한 그는, 어느 순간 대마법사가 되어 있었다고.
-녀석은 순식간에 제국을 집어삼켰다. 나를 비롯한 엘리멘탈 소드의 후계자들, 그리고 드래곤들, 제국 최강의 전력이 그와 맞섰지만 이길 수 없었어. 그저 무참히 패배했을 뿐. 나만 가까스로 리버가 열어놓았던 포탈로 뛰어들어 살아남을 수 있었다.
침묵이 흘렀다.
“그럼 유렌시아 제국은 어떻게 된 건가요?”
-알 수 없다···. 멸망했을 수도 있고, 아니면 녀석이 황제가 되어서 존속하고 있을 수도 있지. 우리가 녀석과 싸울 때 이미 황제와 귀족들은 녀석의 꼭두각시로 전락했으니까. 아마도 녀석은 자신의 존재를 밝히지 않고, 뒤에서 조종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원래 음침
한 녀석이니. 설령 그렇다고 해도 방법이 없어. 난 녀석을 이길 경지에 도달하기 전까지 돌아갈 수 없다.
“음··· 몰래 돌아가면 되지 않나요?”
-문제가 있지. 내가 지구로 도착한 포탈, 그 포탈이 어디 있는지 위치를 알 수 없다는 거다. 깨어났을 때 바다 한가운데였다는 게 내가 아는 전부란다.
“아······.”
안타까운 사연이었다.
그리고 기가 막힌 인연이었다.
이계의 사람이 고향을 잃고 떠돌고 있다니.
그리고 그렇게 돌고 돌아서 상우 자신의 사부가 되었으니 말이다.
분위기는 매우 어색하고 무거워졌다.
“사부님. 그럼 제가 이제 훈련해서 그 리버란 녀석의 목을 따면 되는 겁니까?”
상우는 괜히 쾌활하게 말했다.
그 말에 레이븐이 고개를 저었다.
-아서라. 나조차도 그를 절대 이길 수 없었다. 그는 마치 ‘신’과 같았으니까···.
레이븐의 머릿속에 과거의 그 장면이 떠올랐다.
창백한 피부에 검은 머리를 치렁치렁 휘날리던 백인.
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가만히 뇌까렸다.
[죽어라.]
그 말 한 마디에 영문도 모른 채 제국 최후의 결사대가 그 자리에서 떼죽음을 당했다.
끔찍한 광경이었고, 그 일은 두고두고 레이븐의 마음에 남아 깊은 트라우마로 자리 잡은 상태였다.
리버는 도저히 대적할 수 없는 존재처럼 여겨졌던 것.
-유렌시아 제국과 타이베른 행성에 대해 언급한 건 그저 제자로 받아들일 때 늘상 하는 관례였을 뿐이다. 그러니 리버 녀석과 싸워야 한다는 부담을 가지지 않아도 된다. 난 그저, 나의 검을 세상에 남기고 싶었을 뿐이니.
사실 상우도 그런 존재와 싸우고 싶은 생각이 없었기에 레이븐의 말에 기꺼웠다.
“음··· 알겠어요. 뭐, 훈련하다가 나중에 제가 저어어엉말 강해지면 리버란 녀석 제가 손봐드릴게요.”
상우의 장난스런 대답에 레이븐이 피식 웃었다.
-알겠다. 그럼 이제 제자가 되었으니, 본격적으로 훈련을 시작하자꾸나.
“지금요?” -그래. 제자야. 바로 스톰코어 마나엔진을 전수해주겠다.
“아니, 근데 여긴 좀 그런데.”
-시간은 금이다. 어서 자리에 앉거라.
막무가내인 레이븐의 말에, 상우가 그에게 등을 보이고 앉았다.
그런 상우의 등에 레이븐이 손바닥을 올렸다.
* * *
한편, 그 시각.
강원도 해안가에서 발생한 용오름 현상은 세계 각국에서 관측되었다.
그리고 그 용오름이 범상치 않음을 몇몇 국가는 눈치채었고, 몇몇 단체에서는 그게 소드시커의 기술인 것도 알아챘다.
“소드시커가 한국에 있습니다.”
“그게 정말인가? 이런··· 비행기 티켓을 끊어놓게.”
“언제로 할까요?”
“지금 당장.”
나라 없는 떠돌이 S급을 스카웃하기 위해 각국과 단체들에서 한국으로 출발했다.
하지만, 모두 그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건 아니었다.
중국 베이징의 한 마천루.
그 꼭대기에 중국의 궁전처럼 인테리어된 공간이, 몇 층을 합쳐놓은 듯한 거대한 대전이 펼쳐져 있었다.
그 중 가장 상석.
주렴이 쳐진 그곳을 향해, 대전 아래에 부복한 남자가 보고를 하고 있었다.
“검성이시여, 한국에서 용오름의 흔적이 발견되었습니다.”
-소드시커가 나타난 건가.
“그런 거 같습니다. 관련 영상을 봐주십시오.”
그 말과 함께 위성으로 찍은 듯한 사진이 주렴 안쪽에 홀로그램 영상으로 펼쳐졌다.
주렴 안쪽에서 상체를 벌거벗고 비스듬히 누워있던 노인, 검성은 그 영상을 찬찬히 살폈다.
푸르고 녹빛이 감도는 용오름은 번개와 오러의 기운을 휘감고 맹렬히 회전하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해안가에 보이는 세 남자.
남자의 얼굴은 선명하지 않아서 잘 보이지 않았지만, 백발의 머리가 눈에 익었다.
그걸 보는 검성의 눈빛이 스산하게 변했다.
동시에 대전 전체에 묵직한 기운이 감돌기 시작했다.
스스스스스-
주렴과 도자기가 흔들렸다.
“크윽···.”
그리고 바닥에 부복한 남자도 신음을 흘렸다.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검성은 생각에 잠겨있었다.
‘소드시커··· 넌 나에게 빚이 있다.’
검성은 갑자기 오른팔이 쑤셨다.
그래서 비스듬히 누워있던 자신의 몸을 바로 했다.
누워 있던 그의 몸을 일으키자, 몸을 받치며 깔려있던 오른팔이 보였다.
그런데 그의 오른팔은 뭔가 기괴했다.
나이에 맞지 않게 온통 울퉁불퉁한 것이 마치 괴물의 팔 같았다.
‘내 오른팔을 가져갔었지.’
그는 오른팔을 한 번 잃었었다.
지금의 징그럽지만 강력한 오른팔은 새로 얻은 것.
그의 원래 오른팔을 가져간 건 다름 아닌 소드시커였다.
‘덕분에 난 더 강력한 팔을 얻게 되었다. 이제 그 빚을 돌려받을 차례다. 소드시커.’
복수를 위해 얼마나 그를 찾아 헤맸던가. 그러다 얼마 전 프랑스 파리에서 소드시커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하지만, 루카스 녀석이 데려갔지.’
검성은 그가 싫어하는 미국 놈들인 인라이튼 그룹에 소드시커의 행방을 알려달라는 협조 요청을 했다.
그만큼 소드시커에게 복수하고 싶었기에.
하지만 인라이튼 그룹 측에서 답장이 없던 찰나에, 드디어 소드시커의 흔적을 발견한 것이다.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해라.
“존명.”
대답을 마친 수하가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그 모습을 보며 검성은 몸을 일으켰다.
‘감각을 다시 벼려야겠군.’
조만간 그가 직접 움직여야 할 거 같았다.
* * *
소드시커는 상우의 등에 손을 얹은 채 스톰코어 마나엔진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었다.
그의 손을 통해 바람의 속성을 지닌 마나가 상우의 몸으로 파고들어, 그의 몸을 자극했다.
-이 마나의 속성을 기억해라. 바로 이것이 바람의 속성을 지닌 마나다. 스톰코어 마나엔진의 첫 번째는 체내에 코어를 만들어 체내의 마나를 바람의 속성으로 변환하는 거지. 코어의 위치는 상체의 정 가운데, 명치쯤이다.
여타 다른 내공심법이나 마나엔진들이 단전이나 심장 등을 코어로 삼아 마나를 쌓는 것과 전혀 다른 방식이었다.
하지만 상우는 의문을 가지지 않고 레이븐이 알려준 대로 마나를 뭉쳐 회전시켰다.
그러자 그의 몸속에 기묘한 마나의 흐름이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마치 바람처럼.
마나는 장기나 혈관의 구분 없이 자유롭게 넘나들며 움직였다.
그러자,
[스톰코어 마나엔진 스킬이 생성되었습니다.]
‘오, 된다.’
상우는 감탄했다.
생성된 코어가 주변의 마나를 끌어당기며 회전을 시작했다.
코어로 빨려들어간 체내의 마나가 바람의 속성을 띠기 시작했다.
‘놀랍군.’
레이븐은 놀랐다.
특히 레이븐은 명치에 방해물이 존재하는 글러트니와 달리, 아주 깨끗한 상우의 몸에 감탄하고 있었다.
마치 갓 태어난 아기처럼 노폐물이 거의 없이 깨끗했다.
마나 호흡 스킬을 만렙까지 달성한 탓에 항시 마나호흡이 유지되고 노폐물이 배출되는 효과가 있어서 그런 거였지만, 레이븐은 그 사실을 몰랐다.
그저 상우가 대단한 인재라고 느낄 뿐.
그가 말을 이어갔다.
-마나는 실체가 있으면서도 실체가 없다. 신체 내부를 고고히 흐르는 마나가 정해진 길을 따르는 것도, 사실 사람의 고정관념이 만들어낸 길일 뿐이다. 마나는 몸 어디든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다.
그렇다.
마나는 만물에 존재했으니까.
호흡을 통해 얻은 마나가 체내에서 신체 내부에 가로막혀 자유로이 움직이지 못하는 건 고정관념이 만들어낸 가상의 벽이었다.
레이븐의 강론은 이어졌다.
-그걸 생각하며 내 안에 마나로 이루어진 바람의 소용돌이를 만들어라. 장기나 혈관이 방해가 된다고 생각하지 마라. 고정관념일 뿐이다. 코어의 크기도 고정관념일 뿐이다. 작게, 아주 작게 압축할 수도 있고, 체내를 넘어 체외로까지 확장할 수도 있다. 모두 너의 의지
와 상상력에 달렸다. 끊임없이 코어에 집중하고 회전시켜라.
이는 상체를 코어로 삼고, 나아가 몸 전체를 코어로 만들어, 마나 바디(Mana Body: 몸 전체가 마나로 이루어지고 채워짐)를 쉽게 이루게 하는 스톰코어 마나엔진의 우수함을 나타낸 부분이었다.
첫 단계만 이루면, 이후 마나바디를 이르는 과정이 탄탄대로였으니까.
물론 몸에 노폐물이 많으면 코어를 쉽게 만들기 어렵기 때문에, 대부분 코어를 생성하는 첫 단계가 오래 걸렸다.
때문에 대대로 스톰브링어의 후계자들은 대부분 아주 어린 나이에 스톰코어 마나엔진을 익히곤 했다.
하지만, 상우는 벌써 첫 단계인 코어를 생성을 쉽게 해내고 유지 중이었다.
그리고, 그의 옆에는 글러트니도 앉아서 스톰코어 마나엔진을 따라하고 있었다. 스으으으-
글러트니의 체내, 탐식의 상징이 있는 부위가 미친 듯이 회전하기 시작했다.
글러트니의 코어는 상우가 만들어내고 있는 코어와 차원이 다른 회전력과 압축력을 보이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스톰코어 마나엔진 스킬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분신술 스킬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분신 강화 스킬의 레벨이 올랐습니다.]
[탐식의 힘이 강해집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