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by Tyrant RAW novel - Chapter 58
58화. 고작 다섯 살인데 세계를 구하라니요
“……개구리?”
나지막하게 중얼거리는 오스카의 목소리가 들렸다. 동시에 내게 향하는 모든 사람들의 시선 또한 느껴졌다.
“개구리요?”
리산드로가 다시 한번 물었다. 나는 식은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헤헤 웃었다.
“개구리 본 거 가타!”
“개구리를요?”
“아닌가 바!”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 시치미를 뗐다. 그러자 심각한 표정을 한 아빠가 내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주며 다정하게 물었다.
“개구리가 무서우냐, 메이블?”
“웅?”
“걱정 말아라. 이 아빠가 씨를 말려주마.”
“…….”
침묵이 흘렀다.
오스카도, 리산드로도, 그리고 신관이라는 손님도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아빠를 보았다.
나는 아빠의 올바른 인격 양성을 위해 짐짓 엄하게 입을 열었다.
“개구리 부쌍해. 개구리 업새면 아빠 나쁜 사라미야.”
“나쁜…… 사람?”
아빠가 충격받은 듯했지만 지금 중요한 건 개구리 따위가 아니었다.
나는 자신을 교육 사제라고 소개한 남자를 유심히 보았다.
‘역시 지나치게 잘생겼다.’
에이단과 같은 색이지만, 느낌이 다른 붉은 눈동자는 신성한 남자의 외양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색채였다.
몇 살이나 됐을까. 그렇게 나이가 많아 보이지는 않았다.
도대체 도서관에는 어떻게 들어온 걸까. 황족만 출입 가능했기 때문에 경비가 허술한 것도 아니었는데.
수상한 점이 한둘이 아니지만 당장 추궁할 생각은 없었다. 굳이 ‘쉿’ 거리는 걸 보면 이유가 있지 않을까 싶었기 때문이다.
‘돌아가자마자 동물 친구들한테 감시 부탁해야지.’
일단은 무슨 꿍꿍이인지 알아볼 필요가 있었다.
“만나서 반가어, 하엘. 아프로 잘 부타캐.”
“예, 폐하.”
도서관에서는 스스럼없이 반말을 썼으면서, 지금은 깍듯하게 경어체를 구사하니 전혀 다른 사람처럼 느껴졌다.
거기다 금발에 붉은 눈이라니…….
‘분명 신왕도 금발에 붉은 눈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
기묘한 위화감이 들었다. 설마 동일인일 리는 없었다.
왜냐하면 아벨라르도의 신왕은 나이가 아주 많은 할아버지라고 했으니까.
하지만 생김새도 그렇고, ‘하엘’이라는 이름도 그렇고 이것저것 걸리는 게 많았다.
‘손자인가?’
고개를 갸웃할 때였다. 가만히 있던 양이가 폴짝 뛰어내리더니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하엘의 주변을 한 바퀴 맴돌았다.
“양아!”
깜짝 놀라 양이를 불렀지만, 녀석은 되돌아오긴커녕 이젠 대놓고 하엘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왜 그래? 빨리 이리 와!’
‘무슨 기운?’
[잠재된 신성력 양이…… 메이블보다는 못하지만, 엄청난데?]‘……엉?’
나는 가만히 눈을 깜빡이며 하엘을 쳐다보았다. 당연하게도 눈이 마주쳤다.
그는 웃지도, 그렇다고 눈을 피하지도 않은 채 그저 나를 응시했다.
언젠가 저 눈을 마주한 적이 있는 것만 같았다. 그럴 리 없을 텐데도.
깐깐한 눈으로 마뜩잖은 손님을 바라보던 아빠가 턱을 괸 채 심드렁히 물었다.
“신왕이 직접 추천하여 보냈다지. 그대의 직책이 무엇인가?”
“장로회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아직 어려 보이는데, 벌써 장로란 말인가?”
“잠재된 신성력의 크기란 나이를 가리지 않으니까요.”
하엘은 마치 추궁하는 듯한 아빠의 질문에도 당황한 기색 없이 담담하게 대답했다. 그럴수록 내 의문은 깊어져만 갔다.
‘아무래도 뭔가 이상해.’
그런데 뭐가 이상한지 명확히 설명할 수가 없었다.
계속해서 드는 기시감의 원인을 파악하려 홀로 끙끙대고 있을 때, 하엘의 시선이 내게로 돌아왔다.
“곧바로 황제 폐하의 교육을 시작했으면 합니다. 신왕의 기대가 큰지라 교육 일정이 제법 빡빡하기에.”
그에 아빠가 난색을 보였다.
“오늘 당장? 그건 조금 곤란한데. 메이블에게도 일정이 있으니.”
“다음 일정이 무엇입니까?”
무슨 일정이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다음 일정이랄 게 있던가?
고개를 갸웃하며 긴급회의가 있었는지 진지하게 고민할 때였다. 줄곧 입을 닫고 있던 오스카가 대신 대답했다.
“낮잠.”
“예?”
“메이블이 낮잠 잘 시간입니다.”
그러자 하엘을 제외한 모두가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어처구니없다는 듯 나를 쳐다보는 하엘의 시선에 나는 새빨개진 얼굴을 감추려 무릎에 얼굴을 포옥 파묻었다.
쥐구멍이라도 있다면 숨고 싶었다.
‘낮잠이라니, 너무 위엄 없잖아!’
***
어린아이의 몸은 너무 비효율적이다. 낮에도 자고 밤에도 자야 한다니.
나름대로 자존심이 있어서 낮잠을 자지 않을 거라고 버텼지만, 나는 패배하고 말았다.
“꿀잠 자버려따…….”
부스스 눈을 뜬 나는 졸린 눈을 비비며 침대에서 내려왔다. 내가 깨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라리마가 부스스한 머리칼을 다시 빗겨주었다.
“응접실에서 사제님이 폐하를 기다리고 있다고 하네요.”
“구래?”
오늘 수업을 해야 한다고 하더니 정말로 기다린 모양이다.
나는 아직 졸음이 덕지덕지 묻은 얼굴로 거울을 노려보았다. 거울 속 분홍 머리칼의 꼬맹이가 나를 노려보았다.
위엄이라고는 전혀 없었다. 이런 얼굴로는 협박할 수 있을 리 없었다.
“빨리 크고 시퍼.”
“어머. 왜요?”
“내 말 안 드르면 다 패버리게.”
내가 너무 솔직했던 걸까. 라리마가 입을 떡 벌렸다.
“폐하. 그런 말은 누구한테 배우셨어요?”
“으응? 혼자서.”
“자비에죠? 자비에가 틀림없어. 이 자식 어디 갔어?”
라리마는 내 말은 귓등으로도 듣지 않더니 기어코 자비에를 찾으러 떠나버렸다.
침대 위에 나른하게 엎드려 있던 양이가 물었다.
[아까 그 사제 만나러 가는 거야?]“가야게찌.”
[나도 같이 가!]그 사제에게 흥미를 느낀 건지 평소에는 게으른 양이가 오늘따라 활동적이었다.
지금까지 왔던 다른 사제들에게는 관심 한 자락 주지 않았기 때문에 더 이상했다.
침실에 사람이 없는 틈을 타 오랜만에 찍찍이들을 호출한 나는 빵 한 덩이를 미끼로 거래를 요청했다.
“하엘이라는 사제를 감시해 조. 빵 주깨.”
[보수가 짜다, 찍.] [쪼잔하다, 찍.] [사람 이렇게 안 봤는데, 찌익!]온갖 불평불만을 털어놓은 찍찍이들은 내가 간절하게 부탁하자 마지못해 사라졌다.
‘무서운 찍찍이들…….’
나는 나를 데리러 온 구스타프의 손을 잡고 응접실로 내려갔다. 문을 열자 나를 기다리고 있는 하엘의 옆모습이 보였다.
구스타프의 손을 놓자 그가 고개를 숙였다.
“그럼 폐하, 저는 밖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아니야. 구스타프 바뿐데 가서 일해!”
“……배려해 주시는 건지, 아닌 건지 잘 모르겠네요.”
구스타프가 아리송하다는 표정을 짓더니 문을 닫았다.
응접실 안에는 나와 양이, 그리고 하엘 셋뿐이었다. 양이가 살랑살랑 걸어가 아까처럼 하엘을 이리저리 관찰했다.
‘으음.’
하엘에게 가까이 다가갔지만 그는 일어서지 않았다. 황제를 대하는 예법에 어긋나는 행동이었다.
“안녕.”
게다가 보는 눈이 없으니 다시 말을 놓기까지…….
나는 두 눈을 가늘게 뜬 채 하엘을 바라보았다. 어렴풋하게 내가 느꼈던 기시감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외모, 이름, 말투, 고압적인 태도, 마지막으로 양이가 했던 말까지.
“너 신왕이지?”
아닐 수 있다는 가정까지 품은 채 당돌하게 묻자-.
“맞아.”
일말의 고민도 없는 대답이 돌아왔다. 도리어 놀란 건 나였다.
아니라고 할 경우에 추궁하려 했던 물음이 쏙 들어갔다.
‘신왕이 맞아도 일단 아니라고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아예 감출 생각조차 없는 듯했다.
[와, 어쩐지. 기분이 좋더라니, 신왕이었잖아?]지조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양이는 폴짝 뛰어올라 신왕의 무릎 위에 당당히 앉아 골골댔다.
나는 당황한 기색을 애써 감추며 신왕을 똑바로 응시했다.
“하라버지라구 했는데, 왜 이러케 젊어?”
“신께서 내리신 축복으로, 육신이 세월을 초월했거든.”
이로써 하엘이라는 교육 사제가 사실 신왕 미하엘 아벨라르도라는 사실이 확실해졌다.
나는 당황한 표정을 재빨리 수습하고 냉담한 눈으로 신왕을 주시했다.
“그래서, 왜 와써?”
당연하게도 내 목소리는 차가웠다. 그도 그럴 것이 신성 왕국에서 나를 데려가겠다고 일을 벌였던 것이 한두 번이 아니었으니까.
태어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나를 납치하기 위해 몬테고를 보냈고, 성물을 접촉하게 만들어 신성력을 강제로 개방시켰다.
그렇게 자신들이 필요한 순간을 일부러 만들어 내게 신명 ‘윈터’를 인정하라고 종용하기까지 했다.
곱게 보려야 곱게 볼 수가 없었다.
“무슨 속세미야?”
팔짱을 끼고 삐딱하게 서서 신왕을 노려보았다. 정체가 발각되어 긴장이라도 풀린 건지 그는 가만히 턱을 괸 편한 자세로 나를 응시했다.
“마땅히 해야 할 일이었으니까.”
“나 납치하는 게?”
“차라리 아무것도 모르는 아기일 때 데려오는 게 낫다고 판단했거든, 그때는.”
피식, 웃은 신왕이 어깨를 으쓱이며 한마디 덧붙였다.
“아무것도 모르는 게 아니었던 모양이지만.”
“……!”
순간 심장이 멎는 줄 알았다. 너무 놀란 나머지 두 눈을 휘둥그레 떴다.
뒤늦게 태연한 척을 해야 했었다는 후회가 들었지만 이미 동요할 대로 동요한 후였다.
“무슨 마린지 모르게써.”
“목소리 떨리는데…….”
“아, 안 떨어써!”
안 떨기는 개뿔, 내 목소리는 인정사정없이 떨렸다.
‘역시 신왕이라 뭔가 다른 건가?’
지금까지 내 비밀을 알아챈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걸음마를 빨리 떼도, 말을 빨리 해도, 다들 그냥 천재 아기겠거니 하고 넘어갔었지.
내가 태어날 때부터 봐왔던 주변 사람들도 모르는 사실을 고작 두세 번 마주친 게 전부인 신왕은 당연한 듯 확신했다.
“너 또한 신의 안배이니, 그냥 태어나지는 않았겠지. 보면 알아. 단순한 다섯 살배기가 아니라는 것 정도는.”
“…….”
“나도 신이 사랑하는 존재라, 너만큼은 아니라도 제법 많은 혜택을 받았거든.”
“몰 바닷는데?”
“역대 신왕들의 기억. 대대로 계승되어 내려와.”
사실 신성력을 쓰고 느끼면서도 신에 대해 제대로 생각해본 적 없었다. 기껏 해봤자 원망이나 조금 했을까.
그래서인지 신을 숭배하는 신왕의 말이 고깝게 느껴졌다. 나는 한숨을 내쉬며 소파에 털썩 앉았다.
그제야 문득 테이블 위에 아무것도 놓여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흔한 교재조차도 없었다.
‘애초에 수업할 생각이 없었던 거군.’
그렇다면 굳이 오늘 수업을 하자고 했던 이유가 있을 게 분명했다.
우선 나는 신왕의 말에 동의했다. 상황이 이렇게 된 이상 발뺌해봤자 소용없었다.
“마자. 신왕 말대루 나는 평범한 다섯쌀 아니야. 어떠케 안 평범한지는 말 안 해주꺼지만.”
“그런 개인사까지는 물어볼 생각도 없었는데.”
“……구래서 여기에 온 목적이 머야?”
곧바로 본론을 묻자 신왕이 피식 웃었다.
“아벨라르도로 가자고 하면-.”
“안 가.”
“안 간다고 할 테고.”
예상했다는 듯 여상하게 답하는 신왕의 여유로운 태도에 어쩐지 심사가 뒤틀렸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네가 오기만을 기다릴 수는 없으니 내가 올 수밖에 없었던 거지.”
“용거니 먼데?”
“네가 태어나던 날 내려왔던 신탁. 알아?”
“웅.”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모를 수가 없었다. 그 망할 신탁 때문에 온갖 사건 사고에 휘말리지 않았던가.
[동쪽의 끝. 세계를 구원할 씨앗이 심어졌다.]대륙의 최동단은 에르마노 제국이었고, 하필 내가 태어나는 날 벌어진 기상이변으로 나는 ‘신의 씨앗’이 되었다.
그리고 데블린의 습격을 받았던 그 날 위태로운 아빠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치유의 힘을 각성하여 발뺌할 수도 없는 신탁의 주인이 되었다.
“신성 왕국에서는 네가 세계를 구원할 거라고 여기고 있거든.”
“대체 멀쩡한 세개를 내가 왜 구해야 대?”
“멀쩡해 보여?”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신탁이 내릴 정도의 재앙이 닥친 적은 없었다. 신왕도 내 말에 동의했다.
“지금이야 그렇겠지. 그런데 사실 신탁에 공개되지 않은 뒷 내용이 있거든.”
“뒷 내용……?”
나름 정보 길드의 수장인데도 불구하고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 신성 왕국에서 신탁의 내용을 얼마나 기밀로 취급했는지 알 수 있었다.
“동쪽의 끝. 세계를 구원할 씨앗이 심어졌다.”
신왕의 말이 이어졌다.
“잿더미 속에서 붉은 재앙이 타오르는 종말의 순간, 근원의 씨앗이 발아하리니.”
“…….”
“마침내 창세의 가호가 함께 하리라.”
재앙과 종말. 앞선 신탁과 달리 무게감이 느껴지는 단어들이었다.
고작 내가 감당해야 한다기에는 너무나도 무거운.
“머지아나서 종말이 닥친다는 소리야?”
“그래.”
“그걸 내가 마가야 대구?”
“맞아. 역시 똑똑하네.”
“…….”
나는 인상을 찌푸렸다. 도무지 납득할 수가 없었다.
대체 신이 뭔데 내게 이런 막중한 임무를 요구하는 거지? 신탁의 내용이 정말이라면 신이란 작자는 진짜 염치도 없었다.
‘그렇게 구해달라고 기도했을 때는 들어주지도 않았으면서.’
그런 내 최후마저도 실족사였다.
“나는 신 안 미더.”
“네가 안 믿어도 신은 존재해.”
“나한테는 종말을 막을 힘 가튼 거 업서.”
단호하게 고개를 젓자 신왕은 다른 주제로 바꾸었다.
“최근 들어 대륙 곳곳에 가뭄이 들고 있지.”
“응.”
삼 년 전부터 시작된 가뭄은 점점 대륙 전역으로 퍼져가고 있었다. 그 탓에 기우제를 지내기도 했으니 잘 알았다.
비가 내려도, 땅이 말라붙는다는 원인불명의 가뭄.
“그게 종말의 전조라면?”
“가무미?”
“붉은 재앙이라는 신탁을 왕국에선 가뭄으로 해석하고 있어. 가뭄은 시작일 뿐이지, 재앙은 계속해서 닥칠 거야.”
“…….”
“이대로라면 제국은 물론 세계가 무너지고 말겠지.”
잠깐 웃은 신왕의 표정이 다시금 사라졌다. 그는 진지한 음성으로 덧붙였다.
“세계를 구할 수 있는 건, 신탁의 주인인 너밖에 없어.”
***
깜깜한 밤. 잘 자다가 문득 잠에서 깨었다.
‘심란해서 잘 수가 없네.’
눈을 비비며 일어나자 공처럼 몸을 동그랗게 말고 자고 있던 양이가 잠투정을 부렸다.
나는 녀석의 몸 위로 이불을 꼭꼭 덮어주고는 침대에서 내려왔다.
“바람이나 쐬까.”
발코니 문을 살짝 열고 나가자 어느덧 훈훈해진 바람이 불어왔다. 발코니에 두었던 의자에 앉아 턱을 괴었다.
“에휴우우.”
나오는 건 한숨뿐.
고작 다섯 살 된 나에게 세상을 구하라니, 신이라는 놈은 양심도 없지.
‘만나기만 해봐. 패버려.’
예정에도 없던 황제 노릇도 피곤해 죽겠는데 세계의 구원자 역할까지 강제로 떠맡으니 엄청난 자괴감이 몰려들었다.
‘이게 말로만 듣던 조별과제 조장인가?!’
부스스한 머리칼을 뜯으며 소리 없이 절규하고 있던 때였다.
[찍. 뭐하냐?]깡패 찍찍이가 등장했다.
“구, 구냥…….”
잘못한 것도 없는데 괜히 주눅이 들어 작게 대답하자 찍찍이가 내 발치에 쪽지를 두었다.
[퉤. 전해주라고 했다, 찍.]찍찍이를 연락책으로 쓸 사람은 단 한 명밖에 없었다.
‘에이단!’
나는 얼른 쪽지를 펼쳐보았다.
[하비에르 공작이 길드에 접촉했습니다.]“으잉?”
……이건 또 무슨 일이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