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ek Cheo-yong, the shaman Park Soo-yeon RAW novel - Chapter 142
142
박수무당 백처용 142화
33. 귀환
정솔의 손을 감싼 기운이 날카로운 손톱으로 변했다.
피핏!
방문으로 다가가는 정솔 앞에 화살이 날아왔다.
정솔이 멈칫하며 뒤로 몇 걸음 물러섰다.
그와 동시에 여의주가 정솔의 등을 노리고 들어왔다.
정솔은 당황한 기색 없이, 기운으로 감싼 자신의 손을 뻗었다.
펑!
정솔의 손과 여의주가 맞부딪쳤다.
굉음과 함께 정솔의 몸이 뒤로 밀려났다. 그러나 정솔은 인상을 찌푸리면서도 곧장 자세를 바로 했다.
그러는 사이 윤철과 청룡이 그녀의 앞뒤에 포진했다.
“조심해. 매구는 보통이 아니니까.”
“아무리 대단해 봤자 여우지.”
청룡의 말에 윤철은 콧방귀를 뀌었다. 그리고 꺼내 든 것은 하얀 염주. 금강백염주였다.
잘그락.
윤철이 손으로 꼽자, 백염주가 가늘게 진동했다.
‘대일여래라는 존재는 깨우치지 못했지만.’
윤철은 꼭 쥔 백염주를 앞으로 한 번 흔들었다.
그러자 염주에서 알 수 없는 하얀 줄기가 사방으로 뻗어 나왔다.
하얀 천 모양의 그것들은 빠르게 정솔 주위를 메우기 시작했다.
‘이거 위험하겠는걸.’
정솔은 순간 위험을 감지하고 여우 구슬을 입에 넣고 삼켰다.
그러자 양손을 장갑처럼 감싸고 있던 기운이 푸른빛과 함께 더욱 커졌다.
정솔의 얼굴 역시 털이 돋아나며 여우처럼 변했다.
콰직!
정솔은 빠르게 움직이며 손톱으로 백염주의 흰 천을 이리저리 찢어발겼다.
천이 빠르게 움직여 묶으려 했지만, 정솔은 더욱 속도를 높였다.
‘너무 빠른데.’
윤철은 정솔의 움직임을 눈으로 좇는 것도 버거워 보였다.
그러는 동안 청룡은 눈을 감은 채, 양손으로 여의주를 쓰다듬고 있었다.
휘릭!
정솔의 마지막 흰 천을 손톱으로 찢어 버리는 순간. 청룡의 눈이 떠졌다.
파앗!
“윽!”
여의주가 은은하게 빛을 냈고, 동시에 정솔의 움직임이 멈췄다.
마치 사지가 어딘가에 묶인 듯, 정솔이 계속 힘을 줬지만 움직이지 않았다.
청룡은 그때를 놓치지 않고 정솔의 앞으로 빠르게 다가갔다.
‘한 번에 끝낸다!’
청룡은 손을 본래 용의 모습으로 변화시킨 뒤 내질렀다.
이 일격으로 소멸시키기 위해, 정확히 목을 노린 공격이었다.
파직!
그러나 청룡의 손은 허공에서 스파크가 튀며 멈춰버렸다.
정솔은 움직임이 멈췄음에도 피식 웃으며 혀를 앞으로 내밀었다. 내민 혀 위에 올라와 있는 것은 다름 아는 여우 구슬이었다.
청룡은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오방신장의 여의주를 그깟 구슬로 막으려 하다니. 가소롭군.”
중얼거리는 청룡의 이마로 힘줄이 솟아났다.
청룡이 힘을 주는 것과 비례해 스파크는 더욱 격렬해졌다. 정솔의 표정 역시 더욱 구겨졌다.
혀 위의 여우 구슬도 힘을 한계까지 끌어내고 있는 듯. 영롱한 빛이 사그라졌다가 다시 났다가, 경고등처럼 반짝거렸다.
퍼억!
“윽!”
그때 삼극궁의 화살이 날아와 정솔의 등에 부딪혔다가 사라졌다.
정솔의 몸 전체를 감싼 여우 구슬의 힘 덕분에 상처는 없었다. 그러나 고통도 없는 것은 아니었다.
정솔이 신음과 함께 휘청했으나 사지는 묶여서 움직이지 않았다.
‘일단 이 속박을 풀어야 해.’
정솔의 시선이 향한 곳은 청룡의 뒤에 둥둥 떠 있는 푸른 여의주였다.
정솔은 숨을 가다듬은 뒤, 여우 구슬을 입에 머금었다가 강하게 뱉었다.
여우 구슬은 청룡의 뺨을 스쳐 그 뒤, 여의주로 향했다.
그 덕에 그녀를 지키던 힘 역시 사라졌다.
‘끝났다!’
청룡의 손은 정솔의 목을 노렸다. 단번에 목을 꿰뚫을 정도의 위력적인 일격이었다.
적중했다면 살 수 없었을 것이 분명했다. 물론 맞았다면.
‘사라졌어?’
청룡은 자신의 공격이 허공을 가른 것에 당황한 듯했다.
그리고 청룡의 시선은 곧장 자신의 뒤에 있던 여의주로 향했다.
정솔의 몸을 속박하고 있던 청룡의 여의주. 그 옆에는 아까 날아온 여우 구슬이 떠 있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청룡은 말을 이을 수 없었다.
오방신장 중 하나인 청룡의 여의주가 내뿜는 힘을, 여우 구슬이 막고 있었다.
그때 피했던 정솔이 여우 구슬 옆에 나타났다. 그녀는 다시 여우 구슬을 붙잡아 입속에 넣었다.
“같은 수에 또 걸리진 않을 거야.”
정솔이 미소를 지으며 청룡에게 말했다. 청룡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윤철은 정솔 쪽으로 삼극궁을 쏘기 시작했다.
그러나 정솔은 빠르게 피하며 오히려 청룡에게 접근했다.
퍼억!
정솔의 손과 청룡의 손. 날카로운 두 손톱이 맞부딪쳤다.
“큭!”
그리고 이번에 밀린 것은 청룡이었다.
‘아무리 매구가 만만찮은 요귀라지만. 오방신장과 필적할 리가…!’
당황한 청룡의 눈이 커졌다.
전전대 황룡이 매구와의 싸움에서 여의주를 잃어버렸다는 사실인지 불분명한 이야기를 청룡 역시 모르지 않았다.
그러나 그 싸움에서 이긴 것은 황룡이었다. 황룡이 당황해 여의주를 잃어버렸으나, 매구는 패하고 목숨만 부지해 겨우 달아났었다.
즉, 오방신장에 필적할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나 지금 눈앞에 있는 정솔은 청룡과 쌍벽으로 겨루고 있었다.
콰앙!
다시 한번 청룡과 정솔의 팔이 굉음과 함께 맞부딪쳤다.
둘이 싸우는 사이, 윤철은 삼극궁을 든 채 머뭇거리고 있었다.
‘삼극궁의 힘은 안 통하고. 백염주의 힘은 무리가 많이 가는데….’
흰 천으로 감싸 아무것도 없는 ‘허무’의 공간으로 보내버리는 백염주의 힘.
그러나 이것은 윤철이 중국으로 떠나기 전에도 사용했던 것이었다.
윤철이 중국까지 가서 배운 완전하진 않지만, 업그레이드된 백염주의 힘.
그 힘을 사용하려는 듯, 윤철은 백염주를 만지작거렸다.
마루 한가운데서 정솔과 청룡이 공방을 펼치고, 근처에서 윤철이 가세하려는 그 순간이었다.
덜컥.
“대체 무슨 일이….”
지윤이 방문을 열고 조심스레 밖으로 나왔다.
“나가면 안 된다니까!”
이어 백응이 따라 나와 지윤의 앞을 가로막았다.
윤철과 청룡의 시선이 순간 지윤에게로 쏠렸다.
“다시 들어…!”
청룡이 지윤 쪽으로 말을 끝마치기도 전에, 정솔은 빠르게 움직였다.
청룡이 얼른 저지하려 팔을 뻗었다. 그러나 정솔은 그런 청룡의 팔을 가볍게 쳐낸 뒤 지윤에게 달려갔다.
“어딜!”
백응이 얼른 날개를 펼쳐 막아섰지만, 정솔은 전혀 당황한 기색이 없었다. 백응을 펄쩍 뛰어넘은 뒤 정솔이 지윤 앞에 섰다.
“어? 솔이…?”
사람도 여우도 아닌 얼굴이었지만, 지윤은 어렴풋이 남아 있는 정솔의 모습을 알아봤다.
지윤이 이름을 불렀음에도 정솔의 표정에는 동요가 보이지 않았다.
정솔은 망설임 없이 날카로운 손톱을 휘둘렀다.
그것이 지윤의 목을 가르려 할 때였다.
턱.
누군가 정솔의 팔을 붙잡았다.
그자의 얼굴을 확인하기 무섭게 정솔의 눈동자에는 살기가 서렸다.
“비형랑….”
“그만해.”
비형랑이 무표정한 얼굴로 정솔의 팔을 붙잡고 서 있었다.
* * *
“쿠헉! 하아, 하아….”
백처용은 화장실 앞에 주저앉아 구역질하고 있었다.
그 입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것은 검붉은 피였다. 옆에서는 황룡이 백처용을 바라보고 있었다.
“음양의 균형이 깨지면서, 슬슬 몸에 무리가 간 모양이야.”
“허억, 허억. 이걸… 버텨야 하는 거야?”
백처용이 거친 호흡과 퀭한 눈으로 황룡을 바라보며 물었다.
황룡은 잠시 머뭇거리다 입을 열었다.
“그래서 일부러 내가 온 거잖아. 내 양기로 어느 정도 균형을 맞춰 주려고.”
“네가 옆에 있어도 지금 죽을 것 같은데?”
“…기다려봐.”
황룡은 말한 뒤 백처용의 어깨를 붙잡았다.
그러자 따뜻한 기운이 서서히 백처용의 몸 안으로 흘러들어오기 시작했다.
백처용은 가슴의 답답함과 한기가 조금씩 가라앉는 것을 느끼며 똑바로 앉았다.
‘이걸 몇 번이나 더 해야 하는 거지.’
황룡의 양기로 균형을 맞춰 가면서도 백처용은 불안했다.
그때 황룡이 잡았던 어깨를 놓았다.
“어때. 좀 괜찮아?”
“어. 아까보다 훨씬 낫네.”
백처용은 대답한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 잠시 화장실을 바라보다가 뒤로 돌아섰다.
‘좀 쉬었다가 하자.’
마음 같아서는 쉬지 않고 음기를 받아들이고 싶었다. 그러나 몸이 버티지 못하고 있다는 게 확실히 느껴졌다.
백처용은 힘없이 마루로 올라갔다.
잠시 후, 날이 밝을 때를 대비해 푹 쉬어둘 생각이었다.
“키악.”
“크윽. 켁.”
그때 어디선가 희미하게, 익숙한 아귀들의 소리가 들려왔다.
백처용은 경계 가득한 눈빛으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점점 소리가 가까워지기는 했지만, 어차피 담 안에 있으면 녀석들은 집안으로 들어올 수 없었다.
백처용은 마루에 앉아 긴장한 눈으로 황룡을 바라봤다.
별일 아니라면 황룡 역시 별 반응이 없을 거였다.
‘별일 아니라고 해줘. 별일 아니라고….’
백처용이 간절히 속으로 빌었다.
“이거 심상치 않은데.”
그러나 돌아온 것은 황룡의 굳은 표정과 목소리였다.
백처용은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크헤엑!”
아귀의 소리는 아까보다 훨씬 가까워졌었다.
사방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백처용은 망치를 집어 들었다.
지난번에 아귀들이 집 근처를 가득 메우긴 했었지만, 이 정도로 소리가 들릴 만큼 가까이 접근한 적은 없었다.
투둑!
그때 담장 너머에서 심상치 않은 소리가 들렸다.
백처용은 얼른 소리가 난 쪽을 돌아봤다. 황룡은 마루로 올라가 사방을 살피는 중이었다.
시끄러운 와중에서 심장 박동 소리는 점점 커졌다.
“칵!”
그때 백처용이 바라보던 시선 끝. 담장 너머에서 아귀 하나가 머리를 내밀었다.
갑자기 보인 아귀의 모습에 백처용은 놀라서 움찔했다.
파직!
“켁!”
아귀가 담장을 넘으려 뛰어드는 순간 불꽃이 강하게 튀었다. 아귀는 바늘의 힘을 넘지 못하고 다시 담장 밖으로 떨어졌다.
백처용은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도했다.
파직! 팟! 파직!
그때 사방에서 불꽃 튀기는 소리가 들려왔다.
“크엑! 밥!”
“먹을 거다! 먹을 거어!”
“헤헤! 하악!”
사방에서 담장을 넘어오려 하는 아귀들. 그들로 인해 불꽃이 여기저기 튀겼다.
백처용은 그 광경을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
그때 황룡이 백처용의 옆으로 다가왔다.
“바늘의 힘이 내 생각보다 얼마 안 남은 모양인데.”
“그럼….”
“씨앗을 빨리 찾아야 한다는 거지.”
황룡의 말에 백처용이 대답하려는 순간.
퍼엉!
뭔가 터지는 것 같은 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
백처용과 황룡의 시선이 동시에 뒤로 향했다. 그리고 보인 것은 마당에 떨어진 아귀 하나였다.
“끼익?”
녀석도 갑자기 들어와 놀란 듯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리고 곧 정신을 차리고 백처용에게 다가왔다.
“크악, 밥…!”
“어떻게 들어온 거야!”
백처용이 깜짝 놀라 마루로 올라갔다. 황룡 역시 백처용을 뒤따랐다.
“갑자기 떼로 몰려와서 바늘로 버거운 모양인데.”
“그럼 어떻게 해야 돼.”
“글쎄.”
황룡 역시 지금까지와 달리 약간 눈빛이 흔들리고 있었다.
백처용은 일단 가방 안의 건초 한 무더기를 꺼냈다.
펑! 퍼펑!
“켁!”
“크악!”
그때 여기저기서 아까와 같은 터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귀들이 담장 너머로 떨어졌고, 백처용이 있는 마루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백처용은 얼른 건초에 불을 붙인 뒤, 마당으로 던져 버렸다.
연기가 아귀들의 시선과 후각을 가렸지만, 터지는 소리는 계속 들려왔다.
안으로 들어오는 아귀의 숫자가 늘어날수록, 백처용은 어쩔 줄 몰라 표정이 굳어갔다.
‘이렇게 아무리 버텨봤자 시간 끌기밖에 안 돼.’
백처용은 더 집었던 건초를 다시 내려놓았다. 그리고 손가락의 소빈환을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