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ektu Sword Zone Central Expedition Punishment RAW novel - Chapter 227
227화 역모. 1.
“쓸모없는 일부를 버리는 것이 의심받지 않을 것 같아 그리했습니다.”
“동창에서 꽂았다면 연화군주의 사람이냐?”
“아니옵니다. 딱히 상관이 없는 자입니다.”
“딱히 상관도 없는 놈이 나서 석다물을 도왔다? 말이 되느냐?”
“소인도 그것이 궁금하여 내창의 요원들을 보내 알아보라 했습니다.”
노환동이 잠시 말을 멈추고는 뭔가 고민스러운 듯 고개를 좌우로 돌리며 황태감을 봤다.
노환동의 저 눈빛과 저런 행동 뒤에는 언제나 그 시선 끝에 놓였던 자가 죽음을 면치 못했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황태감의 뇌리에 박혀왔다.
황태감이 엎드린 채 몸을 부들부들 떨어댔다.
고민스러운 듯 황태감을 보던 노환동의 눈빛이 점점 밝아지며 모든 걸 알겠다는 듯한 표정으로 바뀌어 갔다.
그리고는 한심하다는 듯 황태감을 보며 입을 열었다.
“어리석은 놈. 머리를 굴려보면 알게 될 일을 뭘 애들까지 풀어 알아보겠다는 게냐?”
“소인이 불민하여 아직 연유를 알지 못하겠사오니 가르침을 주시면 따르겠나이다.”
“연유랄 것도 없다. 조주지부란 놈이 널 만만하게 본 것뿐이다.”
“소인이 어찌하면 되겠습니까?”
“명광주를 대역죄로 잡아 압송하라. 그리고 죽여라.”
“납치도 아니고 압송입니까?”
“그것들이 뭔가 착각을 하는 것 같아. 세상이 누구 것인지 아직 모르는 모양인데 알려 줘야지.”
“하오나 지부의 직책을 폐하고 압송하려면 황상의 명이 필요합니다.”
“명이 필요하면 받으면 되지.”
“황상의 명을 받아내는 것은 어렵지 않으나….”
“않으나 뭐?”
“동창의 하태감이 꽂아 넣은 자라면 하태감과의 협의가 있어야 하는지라….”
노환동이 짜증이 났는지 황태감의 따귀를 날렸다.
‘짜악’
노환동의 짜증 섞인 한 방을 맞고는 황태감이 일장이나 날아 떨어졌다.
그래도 따귀 한 대로 끝날지도 모른다는 희망에 다행이다 싶었는지 황태감이 아픈 볼을 어루만지며 고개를 조아렸다.
황제를 좌지우지하고 나라를 마음대로 주무른다는 소문이 허언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황태감이 노환동을 대하는 자세는 낮고도 낮았다.
“내가 네놈에게 황상을 독점할 수 있도록 해주지 않았느냐? 헌데 고작 동창의 고자 두목 따위와 협의를 해? 미친 게냐?”
“그것이….”
황태감의 난감한 표정이 풀어지지 않자 급기야 노환동이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내력을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노환동의 분노에 다급해진 황태감이 주절주절 핑계를 대기 시작했다.
동장과 서창, 내창이 삼발이 형식으로 황제를 보필해 오던 것을 노환동의 도움으로 내창이 독점하긴 했으나 실제 권력의 핵이라 할 수 있는 군사 조직인 금의위는 여전히 삼분돼 있으며 불필요한 분쟁을 막기 위해 성주나 지부에 해당하는 고위 지방관을 추천하는 지분을 적당히 나누었고 조주 지부는 동창 하태감의 몫이라는 게 황태감의 설명이었다.
무엇보다 하태감 하나를 누르는 게 문제가 아니라 뒤에 연화군주가 있어 쉽지 않다는 것 또한 이유였다.
“결국, 돈이로구나. 조주 지부에게 하태감이란 놈이 엄청난 돈을 받아 처먹고 매관매직을 한 거고.”
“그게 당연한 세상이 된 지 오래이옵니다. 어떤 지방관도 돈을 내지 않고 임명된 자는 없습니다.”
“말세로고.”
“그건 어르신께서도 허락하신 일이 아니 옵니까? 제가 받은 건 모두 어르신께 바쳤습니다.”
“안다. 내가 너의 충심을 아니 믿고 모든 걸 맡기는 게 아니냐?”
“감사하옵니다.”
“허면 그런 조주 지부를 압송해 오기가 부담스럽다는 게냐?”
“송구하오나 그렇사옵니다. 안 그래도 동창이나 서창에서 내창에 불만이 많은지라….”
황태감이 동창이나 서창을 아예 없애면 어떻겠냐는 표정으로 노환동을 봤다.
노환동이 그런 황태감의 마음을 읽었는지 단호하게 대답했다.
“동창과 서창도 아직은 필요하니 딴마음 품지 말 거라.”
“알겠사옵니다.”
“조주 지부는 황상의 명을 받아 압송해 오거라. 동창 따위는 신경 쓸 것 없다.”
“…….”
“대답하라.”
“명교의 호교사령 황호 명교 대주교의 명을 받습니다.”
“조주 지부 명광주라는 놈을 압송해 자백을 받아내는 대로 연화군주를 비롯한 황상의 측근들 또한 모두 대역죄로 엮을 것이니 그리 알라.”
그건 불가능하다는 표정으로 황태감이 노환동을 봤다.
“그게 가능하겠사옵니까?”
“조주지부란 자가 그런 짓을 한 이유가 뭐라 보느냐?”“소인을 만만하게 봤다 하지 않으셨습니까?”
“허면 네가 조주지부 따위가 만만히 볼 정도로 부실하냐?”
“송구하오나 그렇지는 않을 것이 옵니다.”
“허면 조주지부가 연화가 자신을 지켜줄 수 있다고 믿는 게지. 그 근거가 무엇이겠느냐?”
“모르겠사옵니다.”
“네놈이 곧 없어질 거라 믿기 때문 아니겠느냐?”
“!!!”
황태감이 없어질 거라 믿는다는 건 황태감을 없애려는 자가 있다는 뜻이다.
황태감을 없애려는 작업이 이미 시작됐다는 의미이며 그건 하태감 따위가 단독으로 벌일 수 있는 일은 분명 아니었다.
“세상일은 놀이가 아니다. 죽이지 못하면 죽는 것이 세상일이다. 너를 못마땅하게 보고 없애려 드는 자들이 있는데 어쩌겠느냐? 그냥 당하겠느냐?”
“…….”
“그게 황제의 형제들이 사라져야 하는 이유다.”
황태감의 얼굴에 기쁜 기색이 어렸다.
“그리만 해주신다면….”
“대역죄의 증거를 만들고 일을 꾸미는 건 내가 할 일이나 황상의 옥쇄를 받아내는 건 네놈 몫이니 단단히 준비하거라.”
황태감이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원래 이렇게 될 일이었사옵니까? 아니면 조주지부의 돌발행동에 새로 만들어진 계획이옵니까?”
“원래 이리될 것이었다. 오래전부터.”
“그 이후엔 어찌 되는 것이옵니까?”
“나도 모른다. 내가 받은 명이 여기까지고 그저 받은 대로 행할 뿐.”
“황상의 형제분들을 치는 일이라면 좀 더 명분이 필요하지 않겠사옵니까?”
“만들어 보거라. 명분이야 이긴 자가 만드는 게 아니냐? 옥새를 가지고 중문을 장악하고 있는데 못할 일이 무엇이겠느냐?”
“황상은 연화는 살리고자 할 것이옵니다.”
“안다. 연화를 무림으로 보내게 하라.”
“예?”
“무림으로 보내 무림의 인사들을 부리게 하라.”
황태감이 그건 안된다는 듯 말했다.
“무림과 황실은 서로 관여하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옵니다.”
“그건 평화로울 때지. 나라가 어려울 땐 무림도 나서 황실을 돕는 것 또한 불문율이다.”“…….”
“연화로 하여금 석다물과 무림의 핵심 고수 몇을 새외로 보내 새외의 우두머리들을 암살하게 하라. 허면 무림의 힘은 반의 반토막이 날 것이다.”
“그것들이 새외를 정벌해 더 강해질 수도 있지 않습니까?”
노환동이 빙긋 웃고는 그럴 일은 없다는 듯 말했다.
“그럴 리는 없다.”
“어찌 그리 확신하십니까?”
“지금 새외를 다스리는 분들이 모두 주인님의 종이며 본교에서 가장 강한 분들이다.”
“!!!”
“그리 유인해 소리소문없이 무림의 힘을 반의반으로 줄이면 모든 게 끝나게 될 게야.”
황태감이 감탄한 듯 노환동을 봤다.
허나 그 와중에도 걱정이 되는지 다시 물었다.
“올라온 보고에 의하면 석다물이란 놈은 아주 이상한 놈이었습니다. 상대의 무공에 개의치 않고 어떤 수를 쓰던 돌파해내는 괴물이라 했습니다. 혹여….”
“거기서 죽는 게 나을 게다.”
“어찌….”
“그놈이 살아 돌아오면 연화가 그놈과 정분이나 그놈을 황상의 자리에 앉힐 생각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그놈을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
“오래전 주인께서 같은 실패를 반복하시지 않기 위해 애쓰신 생각이다.”
“오 오! 드디어…. 때가 이른 것이옵니까?”
“만년 제국의 꿈이 눈앞에 다가온 게지. 그리 알고 시행하라.”
황태감이 감격의 눈물을 떨구며 노환동의 말에 대답했다.
“호교령 황필 만마의 지존이신 마존의 명을 받습니다.”
대답과 함께 노환동이 사라지자 황태감이 여전히 얼얼한 뺨을 다시 한번 어루만졌다.
뺨을 어루만지는 황태감의 표정에서 분노나 원망 억울함 따위는 눈곱만큼도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이 정도로 끝나 다행이라는 안도와 뜻 모를 기대, 묘한 기쁨이 느껴졌다.
자고로 환관이란 언제나 일인지하 만인지상의 권세를 누려온 집단이긴 했으나 그건 어디까지나 황제의 곁에서 황제의 신임을 얻었을 때나 가능한 일이었다.
황제의 곁이 아닌 위치에서 환관이 독자적으로 권력을 누렸던 예는 존재하지도 존재할 수도 없다는 것이 자연의 순리에 버금가는 대원칙 같은 것이었다.
그런 대원칙이 지금 깨지려 하고 있었다.
황제의 가장 측근이라는 태감이라는 자가 황제보다 더 충성을 바치는 자가 존재하며 그자의 명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는 게 확인되는 순간이었다.
그것은 곧 황제에겐 반역이었고 그들에겐 혁명이라 불릴 수도 있을지 모르나.
어쨌거나 위험천만한 그 무엇이 아닐 수 없었다.
그리고 석다물과 연화군주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어느새 그 중심으로 들어와 버렸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 되어버린 듯했다.
“밖에 누구 있느냐?”
“통정 윤암 대령해 있사옵니다.”
“들어 오라.”
윤암이 들어오자 황태감이 다짜고짜 물었다.
“네가 왜 거기 있었느냐?”
“저 문밖이 제가 근무지이옵니다.”
“들었느냐?”
당황한 윤암이 바로 대답하지 못하고 되물었다.
“무…. 무엇을 말씀이시옵니까?”
명백한 윤암의 실수였다.
들었든 듣지 못했든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당연히 질문이 떨어지자마자 단호하게 대답했어야 했다.
‘들었다’ 혹은 ‘듣지 못했다.’라고.
대답을 망설였다는 건.
들은 내용에 대한 두려움이나 의구심, 혹은 들은 내용에 대해 반발하는 마음이 있다는 의미이며 아직 스스로가 그런 말을 들을 만큼 황태감 무리의 핵심에 있다고 생각하지 못한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그런 위치에 있는 자가 취해야 할 태도는 오직 하나!
들어도 못 들은 척, 봐도 못 본 척, 알아도 모르는 척.
그게 윤암이 지금 같은 일이 생기기 전에 반드시 갖추었어야 할 가장 기본적인 덕목 중 하나였다.
윤암은 그런 기본이 채 갖추어지지 않은 자인 듯했다.
“들었구나. 들려서 들은 게냐? 들으려 귀를 세웠느냐?”
윤암이 바짝 엎드려 사죄했다.
“용서하십시오. 태감의 목소리가 문을 넘어온지라. 막을 수 없었나이다.”
“됐다. 문을 넘은 내 목소리가 잘못이지. 귀 달린 네가 무슨 잘못이겠느냐?”
“감사하옵니다.”
“가서 부새령(符璽令)과 낭중령(郞中令)을 찾아 데려오너라.”
부새령(符璽令)이라 함은 황제의 옥새를 관리하는 환관을 이름이고.
낭중령(郞中令)이라 함은 궁에서 오직 황제만이 드나들 수 있는 중문을 관리하는 환관을 이름이었다.
부새령(符璽令)과 낭중령(郞中令)을 추천할 수 있는 권한을 누가 가지고 있느냐가 현재의 실세가 누구인지를 가늠할 수 있는 척도이기도 했다.
보통 부새령(符璽令)은 동창에서 낭중령(郞中令)은 서창이나 내창에서 꽂는 것이 상례였지만, 황제의 저울추가 내창으로 기울고부터는 황태감이 둘 모두를 자기 사람으로 앉히는 게 상식이 되었다.
부새령(符璽令)과 낭중령(郞中令)을 임명할 수 있는 권한이 중요한 이유는 정변이나 황제의 유고시 부새령(符璽令)과 낭중령(郞中令)을 확보하는 자가 권력을 움켜쥘 확률이 가장 높다는 이유에서였다.
그건 마치 옛날 조조나 동탁이 황제를 끼고 국정을 농단했던 것과 비슷한 상황이라고도 볼 수 있기 때문이었다.
허나 그건 백 년에 한 번 일어날까 말까 한 확률이 거의 ‘0’에 가까운 환상이었고 실질적으로 황제의 뜻과 움직임에 가장 가깝다는 지극히 현실적인 이유에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