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ektu Sword Zone Central Expedition Punishment RAW novel - Chapter 228
228화 역모. 2.
정변이 일어난 것도 아니고 황제도 건재한 상황에서 부새령(符璽令)과 낭중령(郞中令)을 동시에 찾는다는 건 대부분 단순히 점검의 차원일 수 있으나 어쩌면 그 비슷한 상황이 예견된다거나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 조짐이 보이기 때문일 수도 있었다.
그게 무엇이든 노환동이 다녀간 이후 내창에 평소와는 다른 움직임이 시작됐다는 건 확실해 보였다.
부새령과 낭중령을 찾아 데려오라는 황태감의 말에 윤암이 당황해 되물었다.
“부새령과 낭중령은 어찌…?”
아마도 노환동의 말을 떠올라 당황한 듯했다.
‘옥새를 가지고 중문을 장악하고 있는데 못할 일이 무엇이겠느냐?’
윤암은 황태감 일당이 한 말들을 여러 가지로 조합해 일이 틀어지면 황제를 연금이라도 하겠다는 것으로 파악한 듯했다.
그리고 이자들이 반역을 꾀한다는 나름의 결론을 내린 듯했다.
“궁금한 것이 많구나.”
윤암이 당황해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통정 윤암 태감의 명을 받습니다.”
윤암이 나가자 황태감이 허공에 대고 말했다.
“석희군(錫熙君) 있는가?”
“예 호교사자 석희군 대령해 있습니다.”
“윤암이란 놈이 나와 대주교의 말을 엿들은 모양이야.”
“들려서 들었다 하지 않았습니까?”
“원래 저 자리에 있는 놈들은 들려도 못 들었다 박박 우겨야 하거늘. 저리 쉽게 인정해 버리면 안 되지.”
“듣고도 못 들었다 우기는 건 거짓 아닙니까?”
“그럼 망설이지 말고 묻자마자 들었다 했어야지.”
석희군이 대체 그게 무슨 억지냐는 듯 물었다.
“무엇이 다른 것입니까?”
“나에 대한 믿음이 있느냐 없느냐지.”
“…….”
“마음으로 나를 따른다면 들었던 내용을 지지하고 기뻐했을 것이 아닌가? 헌데 놈은 불안해하고 의심하고 있는 듯하지 않은가?”
“말씀을 듣고 보니 그런 듯합니다.”
“그런 융통성이 필요한 자리일세. 무엇보다 부새령과 낭중령을 데려오란 말에 토를 달았어.”
황태감이 도무지 무슨 말을 하려는 지 모르겠다는 듯 석희군이 물었다.
“무슨 말씀이 온 지…?”
“그저 들려와서 들은 게 아니라 애써 귀를 대고 엿들었다는 뜻이다. 엿들은 목적이 뭐였든 눈치는 없는 놈이야.”
여전히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 석희군이 말했다.
“태감의 뜻을 짐작하기 어렵습니다.”
“들었느냐 물으면 늘 듣지 못했다 대답했던 놈이야. 뭔가를 시키면 이유를 물었던 적도 없던 놈이지. 평소와 다른 행동을 한다는 건 당황했다는 거 아니겠나?”
“호기심 아니었겠습니까?”
“뭐가 그리 궁금한 게 많은지…. 호기심이 명을 재촉한다는 걸 모르는 건가?”
“…….”
“그건 들려와서 들은 게 아니라 목적을 가지고 들었다는 말이지.”
“…….”
“엿들은 말과 부새령과 낭중령을 찾아오라는 말을 조합해 나름대로 결론을 내린 게 아니겠나?”
“어떤 결론을 말씀하시는 것입니까?”
“이자들이 반역을 꾀하고 있구나! 하는 결론이겠지.”
“태감의 말씀이 맞는 듯하옵니다.”
“문제는 그놈이 내린 결론이 아닐세.”
“허면 무엇이 문제입니까?”
“이후의 반응이 문제지. 그런 결론을 내렸으면 어떻게든 함께할 방법을 찾았어야지. 어떻게든 내 신임을 얻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말았어야지.”
“…….”
“그게 제 놈이 살길 아닌가? 헌데 저놈은 계속 망설이고 불편해했어.”
“아주 많이 봐준다 해도 나름 뭔가 계산을 하고 있었다는 뜻이 아니겠나? 나는 그걸 놈이 내 뜻에 동조하지 않고 다른 무언가를 찾는다는 의미라 봤네.”
“태감의 말씀에 틈이 보이지 않습니다.”
황태감이 빙긋 웃고는 말을 이었다.
“그래서 결론을 내렸지. 윤암 저놈은 간자일세.”
“동창에서 보낸 간자는 모두 파악하고 있습니다. 제가 모르는 간자가 있을 리 없습니다. 간자라면 태감께서 저자를 태감의 문 앞에 배치했을 리가 없지 않습니까?”
“그래서?”
“소인이 주제넘게 감히 태감의 뜻을 짐작하려 했습니다. 용서하십시오. 명을 내려주시면 행할 것이 옵니다.”
“그래야지. 윤암이 부새령과 낭중령을 데려오거든 죽이게.”
“호교사자 석희군 호교사령의 명을 받습니다.”
“죽여서 머리는 동창에 몸뚱이는 서창에 보낼 것이야.”
머리와 몸뚱이를 따로 처리하란 말에 석희군이 자기도 모르게 되물었다.
“예?”
“윤암이 동창에서 심은 간자든 서창에서 심은 간자든 중요하지는 않아. 뭐 아닐 수도 있고.”
동창일 수도 있고 서창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아무리 지금 내창이 동창과 서창을 압도하는 첩보기관이며 황제의 신임을 가장 많이 받는 기관이라 할지라도 이런 일을 처리하는 데는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 게 맞았다.
동창과 서창은 여전히 내창에 버금가는 조직이었다.
전 중원의 무림을 감찰하고 상단과 표국을 관리하고 심지어 새외인 만주, 몽골, 남만, 서역에 이르는 지역의 정보를 수집하고 관리하는 방대하고도 강력한 조직이었다.
또 언제 황상의 신임이 내창의 황태감에게서 떠나 동창의 하태감이나 서창의 진태감에게로 옮겨갈지 모를 일이었다.
하여 세 조직 사이에는 늘 균형과 타협이라는 운영방식이 존재해왔었다.
황제가 비록 내창에 가장 큰 신임을 주고 있고 황태감을 가장 지근 거리에서 자신을 보필하도록 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동창은 황제가 가장 아끼는 혈육이라는 연화군주에게 책임을 맡기고 서창은 다섯째 남동생인 금릉왕야에게 그 책임을 맡겨 황태감이 전횡을 저지를 수 없도록 세 조직의 균형을 만들어 온 것도 사실이었다.
헌데 간자로 확정된 것도 아니고 간자로 의심되는 자의 목과 몸뚱이를 일방적으로 간자로 확정해 보낸다는 건.
그 균형을 깨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는 조치였고 선전포고에 다름 아니었다.
이는 황태감에게 균형을 깨도 될만한 힘이 생겼거나 균형을 깨도 될만한 일을 꾸미고 있거나 균형을 깨도 될만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의미일 수도 있었다.
석희군이 불안한 어투로 물었다.
“간자든 아니든 중요하지 않다는 건….”
황태감이 석희군의 말을 잘랐다.
“윤암이 간자라는 말. 농담이었네. 허나 내가 간자라면 간자인 게지.”
“동창과 싸우시겠단 말씀이십니까?”
석희군의 표정에 불안감이 비쳤다.
아무리 황태감이 실권을 장악했다고는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황제의 묵인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황제가 황태감을 절대적으로 신뢰하고 많은 힘을 몰아주었다고는 하지만 연화군주와 금릉왕야를 동창과 서창에 각각 배치했다는 건 황제의 균형감이 아직 살아있다는 걸 의미하는 것이라 아니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언제 어떤 핑계로 황태감의 손에 쥐여 주었던 힘을 거두어들일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황태감이 피식 웃었다.
“싸움이 되겠는가?”
석희군이 황태감의 대답에 도무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더더욱 알 수 없다는 듯 물었다.
“하오면 어찌하시고자 함이옵니까?”
“기분이 나빠.”
“예?”
“초록은 동색 아닌가? 동창이나 서창이나 그 근원은 같은데 난데없이 황상의 곁가지들이 들어와 장악하려고 하니 보기에 거슬려, 하여….”
“…….”
“그것들을 쳐 내고 밑에 두려 함이지.”
“그것이 가능하겠습니까? 내창이 생긴 이래 내내 동창, 서창과 반목해오지 않았습니까?”
“그랬지. 나름의 기울어짐은 있었으나 늘 팽팽했지.”
“게다가 황상이 어느 한쪽에 완벽하게 힘을 실어준 적도 없지 않습니까? 지금 연화와 금릉을 내려보낸 것도 그런 뜻이 아닙니까?”
“그걸 바꿔 보겠다는 걸세. 군주나 왕야의 명을 받느니 내 명을 받는 게 그들도 편할 것이야. 그들을 내가 더 잘 알겠는가? 군주나 왕야가 더 잘 알겠는가?”
석희군이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되물었다.
“대주교의 명은 아직 동창과 서창은 쓸모가 있으니 그냥 두라는 것 아니었습니까?”
“행간을 좀 읽게. 그냥 두라는 게 아니라 확실하게 밑에 두라는 말씀이셨네. 내가 모시는 분들을 내가 마음 깊이 따르는 이유가 뭔지 아는가?”
“가르침을 주시면 받겠습니다.”
“그분들은 늘 내가 생각하고 판단할 부분을 남겨 주시지. 하나부터 열까지 완벽하게 지시하시는 게 아니라 큰 틀에서 명을 내리시고 내가 판단해 일을 추진할 여지를 주신다네.”
“…….”
“무엇보다 일이 틀어져도 맡긴 부분에 관해서는 책임을 묻지도 않으시지. 어떤가? 마땅히 목숨을 바쳐 따라야 할 분들이 아닌가?”
“…….”
“이번 일도 그리 보았네. 하여 어찌하면 그분들의 뜻을 잘 받들 수 있나 고민하다 내린 결론일세. 아마도 내 생각이 맞을 것이야.”
석희군이 할 말이 없다는 듯 입을 닫았다.
황태감의 말에 딱히 드러내놓고 반발은 할 수 없으나 그렇게 되도록 행하기엔 불가능한 일이라 생각하는 듯했다.
“애초에 우리 내창이 동창에서 떨어져 나온 것이 아닌가? 뿌리가 같으니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 않겠는가??”
“하오면 동창의 하태감과 손이라도 잡으시겠다는 생각이십니까?”
“글쎄….”
“그게 가능하겠습니까?”
“자네가 병필태감이 되어 동창을 맡으면 어떻겠나?”
네가 동창을 맡으면 어떻겠느냐는 말에 석희군이 혹시나 하는 생각이 들었는지 다시 물었다.
“혹 동창이나 서창에도 저와 같은 자들이 있습니까?”
“궁금한 게 많군.”
황태감의 말에 석희군이 바짝 긴장했다.
황태감의 입에서 궁금한 게 많다느니 말이 많다느니 하는 말을 듣고 살아남은 자가 없기 때문이었다.
“용서하십시오. 제가 주제넘었습니다.”
“용서라니! 자네를 벌하고 용서할 수 있는 건 오직 그분뿐이시니 걱정하지 말고 가서 행하게.”
“존명!”
* * *
“태감, 태감!”
내서당 교관 하신이 급하게 하태감을 찾았다.
“무슨 일인가?”
“내창에서 관을 하나 보내왔습니다.”
“관? 관이라니?”
“사람의 머리를 담가 보내왔습니다.”
하태감이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하신을 봤다.
하신 또한 무슨 영문인지 모르겠다는 듯 멍하니 하태감을 봤다.
“누구의 머리냐?”
“그것이…. 저희와는 아무 관계없는 통정 윤암이란 자의 머리이옵니다.”
“그자가 누군가?”
“내창의 내관이옵니다.”
내창의 내관이란 말에 하태감이 고개를 갸우뚱했다.
“다른 설명은 없었느냐?”
“태감께 고하면 아실 것이라 했습니다.
”내가 안다?“
하태감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전혀 무슨 일인지 감도 잡히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한참을 생각에 잠긴 하태감이 뭔가 감을 잡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뭔가 오해가 있는 듯하옵니다.”
“황태감이 단지 오해만으로 이런 일을 할 자가 아니다. 뭔가 꿍꿍이가 있겠지.”
“꿍꿍이라 하오 시면….”
“황태감이 잘하는 짓이 있지 않으냐? 저질러 놓고 우기는 짓.”
“무엇을 저지른단 말씀이십니까?”
“죽은 자가 내가 보낸 간자라는 뜻이겠지.”
“도대체 왜 그런 짓을 합니까?”
“자신감이 넘치는 게지. 그 넘치는 자신감이 뭐든 할 수 있다는 오만을 낳았고.”
“하오면….?”
“이젠 군주나 왕야 정도는 눈에 보이지도 않는 게야. 어리석은 자! 황태감의 끝이 보이는 듯하구나.”
“…….”
“군주를 뵈어야겠다. 군주께선 어디 계시냐?”
“사저에 계십니다.”
“가자.”
비밀통로를 통해 동창의 본진이라 할 수 있는 사례감을 빠져나온 하태감이 급히 연화군주의 사저로 향했다.
“보는 눈이 있었느냐?”
“이 길을 아는 자는 모두 믿을만한 자이옵니다. 황태감의 눈과 귀가 동창을 완벽하게 장악한다 해도 이 길만은 알아내지 못할 것이 옵니다.”
“확신하지 말라. 계속 단속하라.”
“존명.”
급히 연화군주의 사저로 이동한 하태감이 연화군주에게 내창의 황태감이 윤암이란 자의 머리를 보낸 것에 대해 설명했다.
말없이 하태감의 설명을 듣던 연화군주가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