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t the Hero Party RAW novel - Chapter 185
〈 185화 〉 전조(4)
* * *
로비에서 한바탕 소동이 일어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마탑의 최상층에는 한 노인이 발을 들였다.
“여, 여기 입니다!”
“수고했다.”
“네, 네엡. 그럼 좋은 시간 보내십시오···!”
노인을 최상층까지 안내한 마법사가 노인의 눈치를 보며 허리를 구십도로 굽혀 인사를 했는데, 그건 흑색 마탑주로서는 굉장히 당황스러운 일이었다.
‘도대체 어찌?’
로비에서 통신을 날릴 때까지만 해도, ‘저 말 같지도 않은 헛소리를 지껄이는 노친네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라는 말을 뱉던 마법사다. 그런 마법사가 잠깐 사이에 노인의 앞에 고개를 조아리고 있다. 어째 겁에 질린 듯한 모습이기도 하다.
···대체 무슨 조화를 부렸길래?
그렇게 의문 어린 시선으로 노인을 바라보고 있자니, 노인이 심드렁히 말했다.
“백은커녕 오십도 안 처먹은 애송이가 주제를 모른 채 같잖은 소리를 늘어놓더군. 예절 교육이 필요해 보여 대신해 주었다. 불만이 있나?”
당연한 것을 말하는듯한 말투.
그 말투에 예투알은 단번에 직감했다.
‘미친 노친네로구나.’
잿빛 마법사의 지인답군. 예투알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제정신이 아닌 이들과 길게 대화를 나누어 봐야 손해 보는 건 자신일 테니까.
“···고맙소. 그래서, 그쪽이 잿빛 마법사의 손님이오?”
“그것도 초대라면 초대겠지. 어찌나 시끄럽던지 차마 무시할 수가 없더군.”
질문에 답하며 노인이 걸음을 옮겼는데, 그 걸음걸이가 범상치 않았다. 겉보기에는 환갑은 훌쩍 넘은 듯한 노인이나, 움직임은 젊은이의 것과 같다.
터벅.
그렇게 다시 노인이 한 걸음을 내디딘 순간이다. 예투알은 무심코 제 눈동자를 의심했다. 방금까지 노인이었던 이가, 지금은 중년의 모습으로 자신의 앞에 서 있는 까닭이었다.
“카르디다. 네겐 이 모습이 더 익숙하겠지.”
노인의 주름살이 펴진다.
새하얗게 샌 머리칼이 드문드문 검어지기 시작한다. 그렇게 모습을 드러낸 중년은 예투알 또한 알고 있는 인물이었다.
“···뒷골목의 상점가의 주인 아니요?”
“그렇지. 구면이로군.”
뒷골목에서 양질의 마법 도구를 판매하던 중년.
그리고, 자신에게 ‘특정한 위치’를 알려주며 벨노아와의 만남을 주선해주었던 인물이다.
「제자를 찾고 있다고 했나.」
「그렇다면, 어스름의 잔당들이 남은 곳으로 가 봐라. 쓸만한 애송이 하나가 날뛰고 있을 테니까.」
거기서 예투알은 벨노아와 클로에를 발견했다.
그때는 마냥 우연이라 생각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석연찮은 구석이 한둘이 아니다. 예투알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당신, 정체가 대체 무엇이오?”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것 같진 않군.”
예투알의 말을 흘려넘기며 중년이 다시 한 걸음을 내디딘다. 그를 경계하는 칼트의 곁을 스쳐 지나갈 때, 중년의 모습은 다시 한번 변했다. 이번에는 더욱 젊어진 청년의 모습으로.
잿빛 머리칼과 길쭉한 귀.
짐승과도 같은 누런 금빛의 눈동자.
그 모습이 본래 모습인 것일까? 여전히 알 수 없었다. 노인에서 중년으로, 중년에서 다시 청년으로. 이제는 종족마저 바뀌어 엘프가 된 인물을 바라보며 예투알은 헛웃음을 흘렸다.
“···허.”
아무튼 간 독특한 인물.
잿빛 마법사의 그 한마디만큼이나 눈앞의 이 엘프를 잘 표현할 말은 없는 듯 하였다. 예투알은 더이상 눈앞의 인물을 이해하길 포기했다.
“뭐··· 필요한 도구라도 있으면 말씀 하시오. 어지간한 재료는 준비해 줄 수 있을 듯하니까.”
괴물들 사이에 낀 자신이 무얼 하겠는가.
그저 이 폭풍이 조용히 지나가기를 바랄 뿐이다.
예투알은 제법 진심으로 그러기를 바랐다.
2.
“···급하게 부를만 했군.”
침상에 누운 라니아의 상태를 확인한 카르디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가 고개를 돌려, 자신의 옆에 서 있는 칼트를 바라보았다.
“보아하니 네가 이 녀석을 이곳까지 데리고 온 것 같은데, 일단은 묻겠다.”
카르디가 팔짱을 낀 채 말을 이었다.
“■■. ■■. ■■. ■의 ■■을 잃은 ■■.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가 있나?”
“···없습니다.”
“그럼 눈앞에 나타난 건 아닌 것 같군. 혹시 뭔가 근처에 있었나? 제단이나 매개 같은.”
칼트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품에서 무언갈 꺼냈다.
“이렇게 생긴 검은색 수정 구슬밖에 없었습니다. 확장 회로 속에서 사라졌다고 생각한 마도구를 선배님께서 ‘어떤 방식’으로 꺼내시더니···.”
“심장과 마도구 사이에 무언가 튀었겠군.”
“···예, 말씀대로입니다.”
“줘 보겠나.”
칼트가 카르디에게 수정구를 넘겼다.
카르디는 수정구를 이리저리 돌려보더니 쯧, 하고 짧게 혀를 찼다. 그 표정이 험악하게 일그러졌다.
“지랄을 쳐놨군. 처음부터 함정이었다.”
“···예?”
“이 수정구, 어디서 난거지? 네가 가져온 건가? 네가 이 녀석의 앞에 들이밀었나?”
뚜둑, 하고 카르디의 손가락이 요란스러운 소리를 냈다. 칼트는 반사적으로 허리춤에 손을 얹었다. 갈무리된 살기가 엘프의 시선에서 느껴졌다.
“말해라. 더 의심하기 전에.”
“···하운드가 가지고 온 겁니다. 지하수로에서 발견했다더군요. 하룻밤 사이에 나타났다고.”
“그놈이 범인이겠군.”
···범인이라니?
“이건 처음부터 이 녀석을 노리기 위해 만들어진 마도구다. 그 목적이 더할 나위 없이 명확하지.”
카르디가 툭툭, 수정 구슬을 건드리며 말했다.
“이건 근처의 ■■을 자극하는 성질을 가진 마도구다. 이 녀석 심장에 틀어박힌 오염 요소를 자극해 일시적으로 과부하 시킨 거다.”
끼릭, 끼리릭.
지금도 요란스러운 소리를 내며 돌아가는 회로. 라니아의 가슴팍에 새겨진 회로를 흘겨보며 카르디는 마저 설명을 이었다.
“다만, 이게 마도구의 본 기능은 아닐 거다. 이런 구조라면··· 자극이 아니라 끌어당기는 것이 되겠군. 끌어당겨 수집하는 역할이다.”
“···그 말은.”
“이 녀석을 공격하기 위해 용도가 개조된 마도구란 뜻이다.”
칼트가 입을 다물었다.
그럼 자신은 선배님을 죽이기 위해 만들어진 함정을, 선배님의 앞에 배달한 꼴이란 말인가?
“표정을 보아하니 상황이 이해가 간 듯 하군.”
“그럼, 어떻게 해야 합니까?”
“사실 이 녀석은 크게 문제가 안 될 거다.”
카르디가 입고 있던 로브를 펄럭였다.
허리춤에 달린 파우치에서 그가 시험관 대여섯 개를 꺼내 손가락 사이에 끼웠다.
“내부가 작살난 상태로도 어찌어찌 응급조치는 해둔 모양이군. 회로를 과부하 시켜 속도를 올렸어. 몸에 무리는 갈 테지만, 이대로 내버려 둬도 열흘 정도면 정신을 차리겠지.”
제정신으로 할 짓은 못되군.
그리 중얼거리며 그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거라 해보아야 뭐···.”
퐁, 하고 그가 마개를 딴다.
그리곤 재주도 좋게 양손으로 시험관을 쥔 채 약물을 배합하기 시작했다. 시험관을 검지와 중지 사이에 끼운 채 흔들며 그가 말을 이었다.
“중화제를 먹이고, 박살 난 육체의 회복을 도와주는 게 고작이겠군.”
마탑주가 달려들어도 알지 못했던 상태.
“게다가 회로의 과부하가 오래 지속됐다간, 장기가 죄다 익어버릴 테니··· 그 대책도 찾아야겠지. 중화제로 시간을 단축하는 것만으론 모자라겠어.”
그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하곤, 대책까지 내놓는 엘프의 모습에 칼트는 숨을 헛삼켰다. 비범한 인물이었다. 어쩌면, 자신의 선배보다 더욱.
“거기 마탑주.”
약물을 배합하던 엘프가 고개를 돌렸다. 짐승과도 같은 누런 눈동자가 흑탑주를 향했다. 카르디가 약물을 배합하는 모습을 홀린 듯이 바라보던 흑탑주가 흠칫, 하고 어깨를 떨었다.
“···뭔가?”
“냉각수. 열기저항석. 중급이상의 저항석. 마력 보충에 쓸만한 포션들. 있는 대로 가져와라.”
카르디가 턱짓으로 라니아를 가리켰다.
“돈은 이 녀석이 다 낼 거다. 일단 살려놓고 봐야 하지 않겠나?”
“···그리하도록 하지.”
예투알은 차마 ‘당신이 뭔데 나한테 명령이지?’라는 말은 하지 못한 채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곧장 마탑의 각 계층에 연락을 넣기 시작했다.
“그리고, 사냥개.”
“듣고 있습니다.”
“이 녀석의 상태는 시간이 지나면 호전될 거다. 문제는, 이 녀석을 함정에 밀어 넣으면서까지 벌여야 할 사건이 무엇인가가 되겠군.”
카르디의 눈매가 날카로웠다.
“상대는 잿빛 마법사의 정체를 알고 있다. 극히 소수만이 알고 있을 이 녀석의 ■■ 또한, 알고 있다. 하지만 주된 목적이 잿빛 마법사의 살해는 아니다.”
“···예?”
“노림수는 따로 있다.”
그가 말했다.
“잿빛 마법사의 배제. 이는 조건에 불과하다. 그리고, 지금 그 조건이 달성되었지.”
그렇다면.
“무언가 벌어진다. 그게 무엇인지는 알 수 없지만, 잿빛 마법사의 배제보다 그 우선순위가 높은 무언가가 일어난단 뜻이다.”
칼트도 뒷말을 이해했다.
그가 허리춤에서 마도구를 꺼내 들었다. 칼트가 꺼낸 마도구를 보는 카르디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마도구는 전부 망가져 있었다.
“···이미 늦은 것 같군.”
그렇게 카르디가 중얼거린 순간이다.
쿠우우우우우웅!
마탑이 뒤흔들렸다. 마탑의 창문이 흔들리고, 창밖으로 보이는 왕도의 풍경이 한순간이지만 크게 출렁였다. 한차례의 여파가 왕도를 휩쓸고 지나갔다.
마탑을 노린 여파가 아니다.
여파가 시작된 곳도, 마탑이 아니다.
시험관을 흔들던 카르디도, 마도구를 쥔 채 통신을 연결하려던 칼트도, 물품의 조달을 위해 계층에 연락을 돌리던 예투알도, 너나 할 것 없이 모두가 일순간 행동을 멈췄다.
멈춘 채, 그들은 창밖을 바라본다.
“···저게 무슨?”
예투알은 당혹을.
까득.
칼트는 이를 갈았으며.
“······.”
카르디는 말없이 눈살을 찌푸렸다.
그들의 시선은 모두 한곳을 향한다.
끽, 끼긱, 끼기기긱, 끽.
그것은 거대한 비틀림이다.
멀찍이 떨어진 이곳에서도 보이는 그것은, 마치 공간 자체가 뒤틀리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뒤틀리는 공간 속에서 구정물이 흘러내린다.
비틀림의 중심.
그곳의 위치를 짐작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아플리아 아카데미.”
아플리아가 어둠에 뒤덮였다.
3.
별은 찬란히 빛난다.
빛나기에, 그림자를 만들어낸다.
그림자는 빛이 크면 클수록 거대해진다.
「아플리아는 별의 요람이다.」
왕도 최고의 마학 아카데미를 꾸밀 때 쓰이는 말이나, 그것은 단순한 수식어가 아니다. 실제로 아플리아에는 별과 관련된 이들이 많다. 그들은 수백 년에 한번 나타날 법한 재능을 가진 이들이다.
「별이 모여드는 곳.」
별빛과 별빛이 공명한다.
공명은 더욱더 큰 빛을 만들어낸다.
“『그렇기에.』”
그늘을 드리워야 할 곳이 있다면.
“『그것은, 필시 이곳이어야만 한다.』”
한평생 그늘을 갈망해온 마학자가 있다.
그는 별의 요람의 중심에 서 있다. 그는 하늘을 향해 손을 뻗는다. 별이 있을 곳을 바라보며 그가 제 본 모습을 드러낸다.
뿌득, 뿌드드득.
매개가 된 인간의 뼈가 뒤틀린다.
육체가 허물어지고, 피부가 찢어진다.
인간의 허물을 찢고 모습을 드러낸 것은 검은 안개에 휩싸인 고대의 리치다.
『아아.』
그가 양팔을 벌린 채 하늘을 바라본다.
앙상한 갈비뼈의 사이에서 검은 수정구가 허공으로 떠오른다. 한평생의 연구 끝에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그것을 바라보며 고대의 리치는 주문을 읊는다.
『공명해라.』
수정구와 수정구가 공명한다.
아플리아의 각지에 배치해 둔 수정구가 공명하기 시작한다. 그것들의 중심에는 세 개의 수정구가 존재한다.
하나는, 별에게 사랑받는 아이에게.
둘은, 별에게 선택받은 아이에게.
셋은, 별의 맥락을 읽는 이에게.
별에게 축복받은 이들의 근처에 있을 수정구가 환히 빛난다. 그것은 그들이 가진 별빛을 자극한다. 검은 수정 구슬을 집어삼킬 거대한 별빛이 범람한다.
『더.』
사랑받는 이.
『더, 더!』
선택받은 이.
『더, 더 찬란한 빛을!』
바라보는 이.
『빛을, 더 찬란한 빛을!』
세 개의 별빛이 공명한다.
빛의 파도가 범람한다. 백금색의 별빛이 끝을 모르고 솟구친다. 이 세상의 근간을 이루고 있을 섭리가 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그리고.
빛이 따르는 곳엔 그림자 또한 생겨나는 법이다.
끽, 끼긱. 끼기긱.
빛의 아래로 드리운 그림자가 드리운다.
『오십시요.』
그것은 섭리에서 벗어난 존재다.
이해해선 안 될 존재다.
이해받을 수 없는 존재다.
존재하여선 안될 존재다.
근간이 섭리를 부정하는 존재다.
『나의 왕이시여.』
그것은, 왕의 자격을 잃은 마(?)의 편린이다.
그림자는 구정물로, 구정물은 손의 형태로, 손은 다시 빛을 향해 뻗어나간다. 빛을 집어삼키기 위해 태어난 존재이기에, 그것은 빛을 갈망한다.
콰득.
별빛을 붙잡고, 집어삼키고, 끌어내린다. 수렁으로, 어둠보다 더 어두운 바닥으로. 자신과 같은 곳으로 별을 끌어내리기 시작한다.
쿵, 쿠웅. 쿠우우웅!
빛이 폭발한다. 그림자는 폭발을 삼킨다.
그림자 속에서 다시 빛이 새어 나온다.
빛과 그림자가 한데 뒤섞이기 시작한다.
『아아, 아아아아!』
고대의 리치는 왕의 도래에 탄성을 내지른다. 환희에 젖은 웃음소리가 울려 퍼진다. 그림자와 빛이 뒤섞이는 곳에 진리가 있다.
그림자는 빛의 매개를 집어삼킬 것이요.
빛의 매개는 그림자의 매개가 될 것이다.
역사상 몇 번이고 반복되었던 일을, 이곳에서 다시 한번 재현한다. 역사상 몇 번이고 반복되었으나, 번번이 실패했던 일을 성공으로 이끈다. 그것이야말로 자신의 역할이다.
드득, 드드득.
고대의 리치 스케발이 손가락을 움직인다.
한순간에 어둠에 휘감긴 아플리아 위로 수정구슬들이 차례로 떠올린다. 그것은 그림자를 매개 삼아 아플리아를 가두는 결계를 만든다.
방해꾼이 있어서는 안 된다.
잿빛 마법사조차 처리하는 데 성공했다.
계획은 완벽했으며 변수는 없었다.
“이번에는 배교자가 아니군.”
아니, 어쩌면 하나.
“아쉬운 일이야.”
어둠이 찾아온 아플리아.
모두가 악몽에 잠겨 정적만이 가득한 아플리아를 한 남자가 가로질러 걷는다. 재앙을 향해 똑바로. 망설임 없이.
한걸음, 다시 한걸음.
조금씩 가까워지는 발걸음 소리에 스케발이 고개를 뒤로 돌렸다.
『인간.』
한낱 인간이 그곳에 서 있었다.
인간은 허리를 세운 채 고개를 들어 왕을 바라보고 있다. 그 오만하기 짝이 없는 모습에 스케발의 검은 안광이 번뜩였다.
『고개를 조아려라, 그분의 앞이다.』
“그럴 수는 없겠군.”
『한낱 인간 따위가···.』
“한낱 인간이기에.”
그가 걸음을 멈춘다.
“인간으로 살고자 결정했기에, 백 년 전 그날 잿더미가 된 내 고향에 맹세했기에.”
그가 제 목덜미를 문지른다.
철컥, 하고 무언가 풀리는 소리가 울린다.
“그 맹세를 지키기 위해 불로의 삶을 견뎌왔기에.”
백 년을 광기 속에서 살아온 인간.
“나는 지금 이 자리에서 판단한다.”
광인(?人), 켈르할름.
“지금이 맹세를 지킬 순간이라고.”
광인과 고대의 리치가 서로를 마주한다.
잠깐의 정적.
직후, 정적을 때려 부수듯 수십 개의 회로가 동시에 빛났다.
한순간에 완성된 회로가 빛을 뿜는다. 푸른 마나와 질척한 흑색의 마나가 뒤섞인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굉음이 아플리아를 후려쳤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