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t the Hero Party RAW novel - Chapter 258
〈 258화 〉 와! 악몽이 두 배!(4)
* * *
아플리아에는 악몽이 살고 있다.
악몽이 가리키는 대상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고 한다. 그 첫 번째는 로셀 반 트리아스다.
로셀 반 트리아스.
잿빛 마탑의 원로 중 하나이자, 잿빛 마법사를 길러 낸 그는 학생들에게 끔찍한 악몽을 선사했다. 지금에 와서야 그 악명이 많이 희석되긴 했지만···.
『로셀 반 트리아스.』
『허어어어어어어어억···!』
아플리아의 졸업생들에게 ‘로셀 반 트리아스’의 이름을 속삭이면··· 그들은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연구실로 달려가곤 한다.
끊임없는 연속 강의.
쉴 틈을 안 주는 산더미 같은 과제.
남들보다 좋은 성적을 받고 어깨에 힘이 좀 들어간 학생들에겐··· 그 정도 성과에 안주하지 말라며 연구실로 납치해가는 악랄함.
그야말로 악몽이란 이름이 어울리는 교수다.
그러나, 지금 아플리아의 악몽은 다른 이를 가리키는 호칭이 됐다. 졸업생들은 믿지 않겠지만··· 놀랍게도 사실이다.
두번째 악몽은 라니아 반 트리아스다.
악몽의 수제자답게, 그녀가 담당한 수업은 과제의 양부터가 심상치가 않다. 젊은 나이에 교수가 된 신임이 의욕이 앞서는 경우가 많다고는 하지만··· 라니아의 경우 딱히 그렇지도 않다.
이정도는 당연히 가능하다.
내가 됐으니 너희도 된다.
그녀의 입장에선 이게 ‘당연한’ 것이다.
사고방식부터가 망가져 있으니, 그 수업이 정상적일 리가 없다. 수업을 듣는 학생들은 피눈물을 흘릴 뿐이다.
『라니아 교수님을 넘는 악몽이 있을까?』
『있을 리가.』
『말이 되는 소리를 해.』
역사에 길이 남을 악몽이다.
그녀보다 더한 교수는 없을 게 분명하다.
학생들은 그렇게 생각하며, 라니아에게 아플리아의 악몽이란 칭호를 달아줬다. 하지만, 그들이 착각한 게 하나 있다면······.
『여러분이라면 가능합니다!』
악몽이 꼭 하나뿐이란 법은 없다는 점이다.
『오늘도 가볍게 몸풀기부터 시작할까요.』
『옆에서 같이 뛰겠습니다. 곁에서 함께 뛰는 이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훈련에 도움이 되더군요. 제 훈련교관님께선 항상 제 곁에서 같이 뛰어주셨습니다.』
『자, 하낫 둘! 하낫 둘!』
악몽이 늘어났다.
순수함과 선함으로 무장한 악몽이 나타났다.
성창의 용사, 갈라할.
오전 수업을 맡은 그가 ‘아플리아의 악몽’이라 불리는 데까진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정신나간 훈련량.
전장의 기사들이나 사용하는 구속 마도구.
시원시원한 웃음을 지으며, 여러분이라면 할 수 있다고 속삭이는 악마의 목소리.
『제가 가르칠 수 있는 건 이것뿐이지만.』
『부디 여러분께 도움이 됐으면 좋겠군요.』
무엇보다도 악랄한 점은, 그 가르침을 거부할 수도 없다는 점이다. 갈라할은 현역으로 활동 중인 용사이며, 그에게 가르침을 받는다는 것 자체가 어마어마한 영광이다.
‘그 효과 또한 확실하다···.’
고통스러운 만큼 효과적이다.
매일같이 근육을 찢어대며 전투 마학과 학생들은 일류 기사의 육체를 향해 다가서고 있었다.
『그립다.』
『르티아 교수님이 너무나도 그립다···!』
『그분만이 유일한 빛이셨다···!』
무뚝뚝했지만, 그 누구보다도 참된 교수였던 어느 인물을 떠올리며 학생들은 피눈물을 흘린다.
『갈라할 용사님을 악몽으로 만든 라니아 교수님을 증오한다. 어째서 이런 시련을.』
『만악의 근원이 아닌가?』
『모든 사건의 중심에는 라니아 교수님이 계신다.』
라니아에게 따가운 눈총이 쏟아진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이.
라니아가 남들의 시선에 신경 쓰는 일은 없었다.
2.
『하나, 둘, 하나 둘!』
창밖에서 기합소리가 들려온다.
창문을 살짝 열고 밖을 바라보면, 운동장에서 학생들과 함께 달리고 있는 갈라할이 보인다. 몹시도 보람차 보이는 표정이었다.
“잘 가르치고 있네.”
갈라할은 아플리아에 잘 적응한듯싶었다.
그 모습을 한동안 바라보다가, 나는 다시 내 테이블로 시선을 옮겼다. 그곳에는 칼트에게 받아온 갈라할과 관련된 서류가 쌓여있다.
사락.
종이를 한 장씩 넘기며 서류를 읽었다.
서류에는 갈라할이 참가한 작전과, 작전에 관한 간략한 정보가 서술돼 있다.
『확인해 보긴 했는데, 저는 딱히 이상한 점을 발견하진 못했습니다.』
칼트는 그렇게 말했다.
전장에서 내 보좌관으로 일했던 칼트가 그렇게 말할 정도면, 이 서류에서 건질게 없는 게 정상이다.
‘하지만.’
칼트가 찾지 못하는 것도 있다.
용사에 관련된 것이라면 더욱더.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곤 한다.
용사가 가진 별빛은 무한하다고. 용사는 무엇이든 할 수 있으며, 용사에게 한계란 없다고. 각오만 있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게 용사라고.
“그렇게 편한 게 있을 리가 없지.”
쓰게 웃으며 나는 보고서를 넘겼다.
용사의 별빛은 결코 무한하지 않다.
별빛은 분명히 소모되며, 완전히 소모한 이후에는 회복될 때까지 휴식이 필요하다. 또한, 용사에게도 분명한 한계는 존재한다.
‘별빛의 절대량은 늘지 않는다.’
그것을 활용하고, 효율을 늘리는 방법이 있을지언정··· 별빛의 절대 총량은 결코 늘지 않는다.
그리고.
내가 기억하는 한, 갈라할이 가진 별빛은 극히 소량이었다. 그 흔하다는 별의 속삭임조차 갈라할은 듣지 못했다. 카일처럼 별빛을 태우며 달리지 못했다.
‘그렇게 달렸다간, 1분도 안 돼서 뻗으니까.’
갈라할은 그런 녀석이었다.
별의 총량도, 무재(??)도 타고나지 못한 녀석.
모두에게 둔재라 불리던 녀석.
그러나, 갈라할은 노력만으로 카일의 발밑까지 따라왔었다. 초인과 비슷한 수준의 강함을 손에 넣었고, 자신만의 기술을 만들어냈다.
‘따라왔지만.’
카일이 되진 못했다.
냉정하고, 잔인한 이야기지만··· 갈라할은 카일과 같은 수준에 결코 오를 수 없었다.
별빛이 부족하니까.
카일과 같은 무재(??)가 없으니까.
클로에 같은 특별함이 없으니까.
그래서, 갈라할은 카일이 되지 못했다.
최강의 용사라 불리는 그 녀석처럼 승리의 상징이 되지 못했다. 나는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알고 있습니다.」
「약했기에 놓쳐야 했고, 부족했기에 놓아버려야 했던 이들이 많습니다. 정말, 많습니다.」
갈라할은 내게 말했다.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제게는, 저만의 방법이 있지 않겠습니까.」
「제게만 허락된 길이 말입니다.」
“그 길이란 게 이거냐. 갈라할.”
나는 손에 든 서류를 보았다.
그곳에는 지난 일 년간 갈라할이 속행한 임무가 전부 정리돼 있다. 그리고, 임무와 임무 사이에는 조금의 간격도 존재하지 않는다.
별빛은 무한하지 않다.
어느 순간 쉬어줘야 한다.
그러나 갈라할은 쉬지 않았다.
쉬지 않은 것뿐만이 아니다. 자신의 수준에 맞지 않은 임무에 뛰어들었다. 그 임무들에는 붉은색으로 작대기가 그어져 있었다.
‘누군가 거부했던 구출 임무.’
갈라할보다 강한 누군가.
아마도 카일과 데스텔이 거부했고, 그렇기에 누군가를 버림 말로 써야만 했던 임무. 갈라할이 뛰어든 것은 죄다 그런 임무들이었다.
버려야 하는 것을 구했다.
갈라할에게 그게 가능할 리가 없을 텐데도.
‘불가능한 것을 이루어냈다.’
닿지 않는 것에 닿고자 했다.
놓아야만 하는 것을 붙잡으려고 했다.
그걸 가능케 하는 방법을 나는 알고 있다.
“거래.”
무언가를 얻기 위해선, 무언가를 버려야 한다.
갈라할이 무엇을 버렸는가.
갈라할과 악수한 순간 나는 깨달을 수 있었다.
“수명을 버렸구나. 갈라할.”
자신의 삶을 버려 누군가의 삶을 구했다.
참으로 갈라할이 할법한 일이었다.
“후우···.”
입가를 비집고 한숨이 새어나왔다.
입안 가득 씁쓸함이 맴돌았다. 나는 종이를 내려둔 채 눈을 감았다. 갈라할이 어째서 은퇴했는가, 하인켈 아저씨가 어째서 갈라할에게 은퇴를 권유했는가.
그 내막을 어렴풋이 알 것만 같았다.
‘이야기를 나눠봐야겠네.’
아플리아의 교수로서의 내가 아닌.
잿빛 마법사로서 대화를 나눌 필요가 있었다.
똑똑.
내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무렵이다.
누군가 교수실의 문을 두들겼다. 혼자뿐인 교수실에 노크 소리는 크게 울려 퍼졌다.
끼이익.
문을 열고 나가보면, 그곳에 서 있는 것은 갈라할이다. 이제 막 수업을 끝내고 올라온 듯 목에 수건을 두른 갈라할이 나를 보며 미소 지었다.
“역시 여기 계셨군요, 라니아 교수님.”
갈라할의 뒤에는 클로에가 서 있었다.
“저번에 말씀 주셨던 교육법. 나름 생각해둔 게 있어 이야기 드리러 왔습니다.”
「갈라할 님이 아플리아에 방문하는 이유 말씀이십니까?」
언젠가 록스에게 들었던 말.
「차기 용사의 상태 확인 및, 육성에 도움을 주기 위함입니다. 자신이 가르칠 수 있는 게 있을 거라고 갈라할 님께서 말씀하셨으니까요.」
진실을 알고 난 뒤, 갈라할의 방문 목적은 내게 조금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그래. 들어와.”
나도 각오를 다질 필요가 있었다.
3.
갈라할에게 직접 가르침을 받는다.
용사에게 배움을 얻는다.
그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클로에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현역으로 활동 중인 용사는 클로에에게 있어 대선배와도 같은 존재다.
그 중에서도 갈라할이라니.
가장 용사다운 용사라 불리는 분에게 가르침을 받을 수 있다니.
‘엄청난 기회고, 어마어마한 영광!’
훗날 용사가 되어야만 하는 클로에에게 있어, 이건 놓쳐선 안 될 기회였다. 클로에는 슬쩍 시선을 늘어트려 갈라할을 바라봤다.
“그래서, 제가 생각한 건 이렇게···.”
“음, 나쁘진 않은데 조금 자극이 모자란···.”
라니아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갈라할의 모습이 보인다. 아마도, 자신의 교육법에 대해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 같았다.
‘뭔가 이상한 단어가 들리긴 하지만···!’
아무튼 괜찮으리라.
그런 생각을 하며 클로에는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 본격적으로 별을 다루는 방법을 배우고, 주문을 발현하는 방법을 배웠다.
앞으로 나아가고 있긴 하다.
하지만, 클로에의 머릿속에는 도저히 자신이 용사가 되는 모습이 그려지지 않았다.
최강의 용사, 카일 토벤.
가장 용사다운 용사, 갈라할.
찬란한 별빛과도 같은 존재들.
모두의 앞에 서서, 누군가에게 희망이 되거나 승리를 가져오는 이들. 하나의 상징이 되는 그들과 자신이 같은 존재가 될 수 있는가.
그것은 꾸준히 클로에를 쫓아오는 의문이었다.
또한, 아직 답을 얻지 못한 의문.
언젠가는 답을 얻어야 하는 의문을 곱씹으며 클로에가 슬쩍 고개를 들었다. 이야기가 어느 정도 마무리됐는지 서로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이는 갈라할과 라니아가 그 자리에 있었다.
“확실히 이 정도면··· 하지만 걱정이 좀 되는군요. 아직 너무 이르지 아니겠습니까?”
“어차피 한번은 겪어야 하고, 기왕이면 네가 있을 때 겪는 게 훨씬 낫겠지. 보여줄 것도 많고.”
“그건 그렇습니다만···.’
“야, 네가 잘 몰라서 그러는데.”
라니아가 장난스레 미소 지었다.
“저 애, 네가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괴물이야.”
“괴물이라뇨?”
“한번 보는 게 빠를걸. 클로에?”
“네, 넵!”
클로에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최근에 완성했다는 그 주문 있지?”
“아, 순환 화염구 말씀이세요?”
“그래 그거. 갈라할에게 한번 보여주게.”
라니아가 앞장서고 갈라할과 클로에가 뒤따라 왔다. 비어있는 주문 훈련실에 도착한 라니아가 마공학 골렘을 가동했다.
“쏴봐. 뒤처리 생각 말고 전력으로.”
“···네? 그때 아플리아 안에서는 절대 쏘지 말라고 말하셨···.”
“괜찮으니까, 그냥 한번 쏴. 뒷감당은 내가 할 테니까.”
머뭇거리면서도 클로에가 손가락을 움직였다.
허공에 그려진 것은 완전한 원의 형태를 이루는 회로다. 한붓긋기로 그려진 회로의 모든 선과 선은 이어져 있다.
찰랑.
클로에의 손가락을 따라 별빛이 범람한다.
범람하는 홍수와도 같은 별빛이, 클로에가 만들어낸 회로에 빨려 들어간다. 회로를 타고 거세게 흐르는 별빛이 완전한 원을 그린 순간이다.
화르르르르르륵!
클로에의 손끝에서 열기가 터져 나온다.
클로에가 발현한 것은 기초 주문인 화염구다. 허나, 클로에의 앞에 떠오른 백금색의 화염은··· 상위 주문인 섬멸을 연상케 한다.
자글거리는 화염.
흘러내리는 불길은 완전한 구의 형태를 그린 채 순환하고 다시 순환한다.
그 열기도, 크기도 기초 주문인 화염구와는 비교 자체가 불가능하다.
“다 쳤으니까 마음 놓고 쏴.”
주문 훈련실에 보호 결계를 친 라니아가 가볍게 손짓했다. 고개를 끄덕인 클로에가 손가락을 튕겼다.
완성된 주문이 발현된다.
백금색의 화염구가 골렘을 집어삼킨다.
열기가 몰아치고 백색의 섬광이 일대를 후려친다.
투확!
몰아친 열기가 가라앉을 적, 그곳에 남은 것은 잿더미뿐이다. 중급 주문 정도는 가볍게 견뎌내는 골렘은 새까만 잿더미가 돼 있다.
“봤지?”
라니아가 엄지로 클로에를 가리키며 미소 지었다.
“저래도 부족하다고 말할 거야?”
“······.”
갈라할은 눈을 크게 뜬 채 클로에를 바라봤다.
눈동자에 스치는 건 놀라움, 당황스러움, 그리고 약간의 씁쓸함이다. 그러나 씁쓸함은 금세 지워지고 그 자리를 엷은 미소가 대체한다.
“···걱정을 덜었군요.”
갈라할이 작게 중얼거린 목소리는 그 누구의 귀에도 들리지 않는다. 이윽고 갈라할은 여느 때처럼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저런 걸 보고도 부족하다고 말할 수가 있을 리가요.”
“그렇지?”
“예, 당장 추진해도 될 것 같습니다.”
라니아가 클로에에게 다가왔다.
그리곤 품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 들었다.
“클로에.”
“네, 네에?”
“너, 방학 동안 일정 없지?”
클로에가 무심코 고개를 끄덕였다.
라니아는 클로에의 어깨를 툭툭 두들겼다.
“체험학습 좀 다녀오자.”
“체험학습···이요?”
“응.”
“어디로요?”
라니아가 짧게 답했다.
“최전선.”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