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t the Hero Party RAW novel - Chapter 451
이 결투에 종지부를 찍고자, 두 자루의 검은 다만 서로를 향해 가속했다.”
역천의 검격이 만들어낸, 세상과 완전히 유리된 공간. 고리의 내부에서 카일은 검을 휘둘렀다. 검을 휘두르며 카일은 무심코 웃음을 흘렸다.”
‘역천으로 조차 결판이 나지 않는다.’”
마왕을 베어냈던 검(劍)이요, 섭리를 거스르는 검격이건만, 그런 일격으로조차 결판이 나질 않았다. 상대 또한 같은 검격을 선보였기 때문이요, 내놓은 답이 다르고, 검로가 다를지언정··· 둘 모두 역천을 이루었기 때문이리라.”
카아아아앙!”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캉, 카앙, 캉!”
역천의 반동으로 인해 팔은 무겁다.”
검에 검기가 담기지 않는다.”
초인의 눈동자로 보이는 미래시조차 흐릿하다.”
캉!”
그러니, 지금 이 순간 결판을 내는 것은 순수한 검투(劍鬪)라는 뜻이다. 검을 휘두르며 카일은 웃었다. 이 검투에는 그 누구도 개입할 수 없으며, 운과 요행과 같은 변수에 기댈 수도 없었다.”
‘그러니, 뛰어넘어야 한다.’”
오롯이 실력으로 증명해야 한다.”
‘그, 가니칼트 반 갈라트릭을.’”
가니칼트 반 갈라트릭을 뛰어넘어라.”
단순히 호각(互各)을 이루는 것이 아닌··· 압도하여서, 뛰어넘어서 다음으로 나아가야만 승리를 쟁취할 수 있다.”
‘이미 길의 끝에 섰다고 생각했는데···.’”
눈앞의 검사는 외치고 있었다.”
더 앞으로 나아가라고.”
자신보다 앞선 곳에 나아가야만, 과거의 내가 도달하지 못한 결말에 닿을 수 있을 것이라고.”
카아아아앙!”
검을 맞부딪칠 때마다 피가 튀었다.”
시야가 흔들렸다. 두 명의 검사는 명백히 한계점에 서 있었다. 역천의 반동. 누적된 부상. 무거운 몸을 끌며 두 사람은 가벼이 검을 휘둘렀다. 검기도, 삶도, 그 무엇도 담기지 않은 날붙이.”
철(鐵)과 철(鐵)이 맞부딪쳤다.”
가벼운 날붙이가 맞부딪치는 지금 이 순간, 역설적으로 카일은 눈앞의 검사의 민낯을 마주한듯한 느낌이 들었다. 지금 자신이 마주하고 있는 것은 한 자루의 검으로 모든 것을 이루어낸 인간이다.”
검의 협곡을 세우고.”
하늘에서 내려온 그릇된 신을 베었으며.”
그 누구도 닿지 못한 경지에 발을 디딘 검사.”
눈앞의 검사야 말로 카일의 우상이었으며, 카일이 이정표로 삼았던 인물이다. 카일은 가니칼트를 통해 성장했다. 그와 검을 맞대었기에, 그가 자신에게 검의 극한을 보여주었기에 그곳에 도달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하고.”
카일은 무심코 떠올렸다.”
‘저 사람은 무엇을 이정표로 삼았을까.’”
당대 최강의 검사라 불린 가니칼트다. 검(劍)에 있어서 그 누구도 가니칼트를 따라오지 못했다. 그렇기에, 가니칼트는 언제나 가장 앞선 곳에 서 있었다.”
캉!”
그 누구도 그를 가르치지 못했다.”
그 누구도, 그에게 넘어야 할 벽이 있다고 알려주지 못했으며, 그 누구도 그에게 다음 경지가 있음을 알려주지 않았다.”
캉, 카아아아아아아아앙!”
그럼에도 가니칼트는 우직하게 나아갔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을 더듬으며 앞으로 향했다. 그 누구도 걷지 않아본 길을 그는 개척해 왔다. 몇 번이고.”
“아아.””
카일이 탄식했다.”
탄식하며, 카일은 웃음을 흘렸다.”
‘그런가.’”
당신은.”
가니칼트 반 갈라트릭은.”
‘언제나 길의 끝에 서 있었던 것이다.’”
길의 끝에 서서 이곳이 자신의 끝인지, 도달할 수 있는 극한인지조차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는 무작정 앞으로 나아갔던 것이다. 그리고, 카일은 그런 가니칼트가 걸어왔던 길을 이정표 삼아 자신의 길을 걸었다.”
그 끝에 그와 같은 경지를 이룰 수는 있으나.”
그를 뛰어넘기 위해선 가니칼트와 같이 어둠을 바라보며 한 걸음 앞으로 내디뎌야만 했다.”
카앙!”
검을 휘두르며 카일은 자신이 걸어왔던 길을 마주했다. 검의 길의 끝에 서 있는 카일의 앞에는 시꺼먼 어둠뿐이다. 마치, 네가 도달한 곳이 끝이라고 외치는듯한 어둠.”
“···하.””
그 어둠을 마주한 채 카일은 웃었다.”
이런 느낌이었겠군, 당신도.”
두렵다. 어둠의 너머에 무엇이 있을지 모른다. 길이 있기는 한 것인지조차 의심스럽다. 그럼에도, 카일은 어둠을 향해 제 발을 밀어 넣었다. 경험은 충분히 쌓았다. 자격은 얻었다.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은 결심과 용기뿐.”
쿠웅.”
카일이 발을 내디뎠다.”
발을 내디딘 지면이 쩌억, 소리를 내며 갈라졌다.”
“···!””
가니칼트의 눈동자가 크게 뜨였다.”
자신과 호각을 이루던 카일의 움직임이 일변했다. 변화는 크지 않다. 고작 해보아야 한걸음. 그러나, 그 한걸음으로 인해 균형이 무너지려 하고 있었다.”
호각을 이루던 검이, 조금 더 기울었다.”
가니칼트는 눈앞의 검사를 바라보며 웃음을 흘렸다. 자신을 진심으로 뛰어넘어 다음으로 나아가려 하는 건방진 녀석이 그곳에 있었다. 처음으로, 자신을 앞지른 검사가 나타난 것이다.”
쿵.”
가니칼트가 앞으로 한 걸음 내디뎠다.”
처음으로, 누군가의 등을 바라보며 걸음을 옮겼다. 더는 나아갈 필요가 없다고, 이 너머에는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하며 걷기를 멈추었던 그가··· 자신의 호적수를 따라 앞으로 나아간다.”
콰직.”
자신보다 앞선 곳에 선 카일을 뒤쫓듯이 가니칼트가 땅에 제 발을 박아넣었다. 어둠 속으로 걸음을 내디디며 그가 검을 휘둘렀다.”
기울었던 검이 다시 호각을 이룬다.”
호각을 이룸과 동시에 카일이 한 걸음 앞으로 내디뎠다. 그를 쫓아온 가니칼트가 이번엔 카일보다 한 걸음 앞선 곳에 섰다. 두 검사는 서로를 거울삼아 앞으로 나아갔다. 쫓고, 추월하고, 따라잡히고, 앞으로, 다시 앞으로······.”
카앙.”
그렇게 끝없이 이어질 것만 같은 추격전은 난데없이 끝이 났다. 큰 궤적을 그리며 휘두른 가니칼트의 검과, 카일의 검이 맞부딪친 순간이다.”
카가가가가가가각!”
칼날과 칼날이 서로를 긁으며 일선을 그렸다.”
그렇게 가니칼트의 검은 카일의 목으로, 카일의 검은 가니칼트의 심장으로 향하려는 순간이다. 카일이 한 걸음 크게 앞으로 내디뎠다. 자세를 낮추며 검을 낮게 끌었다. 그 움직임을 가니칼트는 본 적이 있었다.”
언젠가, 자신에게 닿았던 이.”
카일의 스승이었던 쿤텔과 닮은 움직임이었다.”
스겅.”
가니칼트의 검이 카일의 머리 바로 위를 스쳐 지나갔다. 카일의 검은 가니칼트의 흉골을 끊어내며 빠져나왔다. 한 뼘의 차이요, 고작 한 걸음의 차이였다.”
서걱.”
절삭음과 함께 균형이 깨졌다.”
가니칼트의 자세가 조금 무너진 순간, 완전한 균형을 이루던 역천의 검격이 무너졌다. 역천의 고리가 서서히 삐걱이더니, 이내 일선(一線)이 되어 가니칼트를 향해 떨어졌다.”
챠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
하늘을 양단하며 떨어지는 역천의 검기.”
겹쳐진 역천의 검기가 가니칼트의 몸을 집어삼켰다. 공중에 떠있던 돌바위들이, 검격에 끌려 모조리 땅으로 낙하했다.”
콱.”
역천에 삼켜져 낙하하는 와중에도 검을 놓지 않은 채, 반격하고자 하는 가니칼트이나··· 마지막까지 검을 놓지 않은 것은 카일 또한 마찬가지다.”
콰직.”
추락하는 돌바위를 밟고 카일이 도약했다. 검기에 삼켜져 떨어지는 가니칼트를 향해, 카일이 자신의 검을 찔러넣었다. 푸욱, 하고 카일의 검이 가니칼트의 심장에 깊게 박혔다.”
———————!”
직후, 굉음과 함께 두 명의 검사가 땅에 떨어졌다.”
쿵, 쿠웅, 쿠우우우웅!”
하늘로 내던져졌던 지면이, 돌바위가, 탑의 파편이 차례로 추락했다. 추락하는 것들 사이로 하늘과 땅을 잇는 거대한 선이 그어졌다. 하늘에서 고리를 이루던 역천의 검기가 선이 되어 내리꽂힌 것이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앙!”
선과 함께 추락한 것은 두 명의 검사.”
굉음과 함께 하늘 높이 흙먼지가 치솟았다. 뒤흔들리는 땅. 피어오르는 흙먼지.”
“쿨럭, 켁!””
땅에 칼을 박아넣은 채, 회전하는 세상을 버티고 있던 칼트가 피어오른 흙먼지에 연거푸 기침했다. ”
‘무슨 검 휘둘렀다고 세상이 돌고 도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