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t the Hero Party RAW novel - Chapter 450
미래시와 미래시가 서로를 물어뜯으며 상쇄하는 것이 아닌··· 완전한 호각을 이루어 톱니처럼 맞물려 돌아가기 시작했다.”
캉, 카앙, 캉!”
그리하여 카일의 눈앞에 펼쳐지는 것은 예측이 아닌 예지(豫知)의 영역이다. 정확한 미래가 카일의 눈앞에 펼쳐졌다. 그리고, 그 미래를 보고 있는 것은 카일 뿐만이 아니다.”
스겅.”
가니칼트 역시 마찬가지다.”
두 사람의 검이 기이한 궤적을 그리며 맞부딪쳤다. 검이 맞부딪친 순간, 두 사람은 다음에 이어야 할 검이 무엇인지 판단하지 않았다. 눈앞에 펼쳐진 미래를 신뢰한 채 검을 휘둘렀다.”
카아아아아아아앙!”
판단, 예측, 검로의 선택.”
완성된 미래를 엿보는 지금 그러한 불필요한 과정들은 모조리 생략됐다. 생략됐기에, 두 사람의 검(劍)은 조금 더 빨라졌다. 가속했다.”
1초에도 수십 번의 검격이 오가는 지금, 카일이 느끼는 것은 일체감이었다. 마치 눈앞의 검사조차 자신의 일부가 된듯한 느낌이다. 저 긍지 높은 검사가 어떤 검을 보일지, 어떤 식으로 검을 휘두를지, 다음에는 무슨 검격이 다가올지 모두 알 수 있었다.”
가속된 검이 시간을 가르며 맞부딪쳤다.”
초침이 흐르고 해가 움직이기에 1초가 흐르는 것이 아니다. 검이 맞부딪치기에 시간이 흐르는 것이다. 검이 맞부딪치지 않는다면, 이 멈춰버린 시간은 영원할 것만 같다.”
카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하지만, 두 명의 검사는 이 시간이 영원하길 바라지 않는다. 서로가 다만 서로의 검에 의해 결판이 나기를 바란다. 가니칼트가 휘두른 검이 카일을 밀어냈다. 카일이 휘두른 검이 가니칼트를 밀어냈다.”
검은 충분히 맞부딪쳤다.”
서로의 삶이 쌓아올린 무게는 충분히 맛보았다.”
이제는 이어진 검무(劍舞)에 마침표를 찍을 시간이었다. 밀려난 두 사람이 길게 숨을 내뱉었다. 숨을 내뱉으며 들어 올린 발로 땅을 내려찍었다. 그리하여 두 명의 검사가 취하는 자세는 비슷하지만 다르다. 다르지만 추구하는 바는 같다.”
역천(逆天).”
역천의 검사들이 검(劍)을 들어 올렸다.”
과거, 어느 검사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다.”
검(劍)이 추구하는 바는 무엇인가.”
자신이 추구하는 극한이란 무엇인가?”
백명의 검사에게 묻는다면 백 개의 대답이 돌아올 질문. 자신이 추구하는 검의 극한이 무엇이냐는 그 질문에, 그가 답할 수 있었던 것은 삶의 끝자락에 도달한 순간이었다. 그 순간 그는 이렇게 말했다.”
‘검이란, 베기 위해 존재하는 것.’”
검(劍)이란.”
‘베고자 하는 것을 반드시 베어내는 것.’”
참(斬)해야 할 것을 다만 베어내기 위해 존재하는 것. 그렇기에 형태도, 무게도, 그 어느 것에도 얽매이지 않는다. 제 반신이, 눈동자가, 몸이 떨어져 나가도 상관없는 것이다.”
그것이 가니칼트 반 갈라트릭이 찾아낸 답이다.”
갈라트릭류 무형식(無形式).”
무형검(無形劍).”
그 답을 자신이 쥔 한 자루의 검(劍)으로 펼쳐 보이며 가니칼트는 질문을 던졌다. 카일 토벤, 네가 추구한 검의 극한은 무엇이냐고.”
네게 있어, 검(劍)이란 무엇이냐고.”
그 질문에 카일 토벤은 검을 들어 올림으로써 답했다. 그 자세는 얼핏 보면 가니칼트의 것과 닮았지만 달랐다. 카일 토벤에게 있어 검(劍)이란 하나의 의미만을 내포하지 않았으므로.”
‘동경했다. 갈망했다. 혐오했다. 책망했다.’”
최초의 용사를 동경했기에 검을 쥐었다.”
검을 쥔 채 완벽한 용사가 되기를 갈망했다.”
이것밖에 안 되는 자신의 그릇을 혐오했으며.”
자신이 저질렀던 잘잘못에 스스로를 책망했다.”
‘검이란 내게 족쇄였고, 나를 지탱하는 축(軸)이었으며, 나를 이루는 모든 것이었다.’”
망설이고, 후회하고, 도망치고, 멈춰 서고, 실수를 범하며 살아왔던 자신의 모든 것. 추하고 볼품없지만, 자신이 걸어왔던 길. 그 길을 가로지르는 것이야말로 자신이 쥔 한 자루의 검이었다.”
‘내게 있어 검이란, 모든 것이다.’”
나의 모든 것. 자신(自身).”
그 대답에 가니칼트는 웃음을 터뜨렸다. 좋은 대답이다. 네가 찾아낸 답이 그것이라면, 어디 한 번 내게 보여봐라. 나의 답과 겨루어보자.”
두 사람의 눈에 보이던 미래가 박살 났다.”
서로가 서로의 검로(劍路)를 읽지 못했다.”
그럼에도 상관없다. 나의 검을 휘둘러야 할 길은 분명하게 보이고 있으니. 두 사람은 자세를 잡았다. 서로가 가진 답을 내보이기 위해 칼자루를 움켜쥐었다. 칼자루를 움켜쥐고 발을 내려찍었다.”
갈라진 땅. 튀어 오르는 돌바위.”
솟아오른 흙먼지가 중심으로 빨려 들어갔다. 공기가 요동치고, 공간이 삐걱였다.”
틱, 티디디디디딕.”
정지한 시간 속에서 두 자루의 검이 움직였다. 검이 움직일 때마다 닿는 것들이 쪼개졌다. 검이 그리는 궤적을 따라 공간이 비스듬히 갈라졌다. 휘둘러지는 검(劍)을 축(軸) 삼아 풍경이 재정렬됐다.”
두 개의 축, 두 개의 검, 두 개의 길.”
축과 축이 맞물렸다. 검과 검이 맞부딪쳤다. 길과 길이 겹쳐졌다.”
서걱.”
역천(逆天)의 검이 충돌했다.”
나의 검(劍)은 모든 것을 베어낸다.”
그것이 설령 누군가에게 있어선 하늘일지라도, 신일지라도 상관없다. 내게 하늘이란 다만 베어야 할 것. 뛰어넘어야 할 벽에 불과하니. ”
그러니, 내가 한 자루의 칼로 베어내는 것은 하늘이요, 나의 한계요, 너의 전부다.”
오라, 만마의 주인아.”
오십시오, 나의 주군이시여.”
오늘 나는 당신을 베겠습니다.”
* * *”
나의 검(劍)은 곧 나의 전부다.”
나의 삶, 내가 걸어온 길이야말로 검이 휘둘러져야 할 검로(劍路)다. 검이 휘둘러져야만 나의 시간은 흐른다. 검이 그리는 궤적이 곧 나의 삶이다.”
그러니, 나는 한 자루의 검으로 삶을 이어 너를 베겠다. 너를 베고 한 걸음 더 먼 곳으로 나아가겠다.”
보아라, 마왕.”
나는 더이상 도망치지 않는다.”
오늘, 나는 너를 베어내고 과거의 실수를 바로잡겠다.”
* * *”
같은 적을 마주하여, 같은 대상을 베어내기 위하여 고뇌 끝에 얻어낸 서로 다른 답. 두 명의 검사는 상대를 향해 각자가 도달한 검의 극한을 선보였다. 두 개의 검격, 두 개의 삶, 두 개의 축이 맞부딪쳤다.”
두 자루의 검(劍)이 일선을 그렸다.”
서걱, 하는 고요한 절삭음.”
직후 허공에 그어진 일선을 따라 모든 것이 뒤집혔다. 위에서 아래로. 좌에서 우로. 안에서 바깥으로. 휘둘러진 검의 궤적을 축(軸) 삼아 풍경이 반전하며, 시야에 들어오는 모든 것이 무너지기 시작한다.”
땅에 자리한 것들이 흐름을 거스르기에, 역(逆).”
그것이 끝내 하늘에 닿았기에, 천(天).”
역천(逆天)의 검이 베어낸 모든 것들이 하늘로 내던져졌다. 하늘과 땅이 뒤집혔다. 본래대로라면 그리 끝났을 테지만, 지금 이 순간 하늘을 베고자 휘두른 검은 한 자루가 아니다.”
두 자루의 검, 두 번의 역천.”
뒤집힌 땅과 하늘이 다시 뒤집혔다.”
톱니처럼 맞물리는 역천의 검격이 서로를 물어뜯으며 서로를 비틀었다. 그리하여 땅과 하늘은 회전하기 시작한다. 위에서 아래로, 아래에서 위로, 바깥에서 안으로, 안에서 바깥으로······.”
하늘로 내던져졌던 지면은, 돌바위들은 계속해서 뒤집히는 땅과 하늘 중 어느 곳으로 향해야 할지 알지 못한다. 용솟음친 흙먼지들은 돌고 도는 풍경에 뒤섞여 회오리쳤다.”
카, 가가가, 가가가가각!”
맞물린 역천의 검격은 구부러지고, 비틀리며 회전하기 시작했다. 닿는 것들을 모조리 베어 가르는 검격이 회전하며 만들어내는 것은 거대한 원(圓)의 형태를 이루는 고리다.”
고리의 바깥은 여전히 회전하고 있으나.”
고리의 안은 태풍의 눈처럼 고요하기 짝이 없다.”
고리의 내부, 허공에 떠오른 채 땅과 하늘 어느 곳으로도 향하지 못하는 돌바위들. 내던져진 지면들이 콰직, 소리를 내며 바스러졌다. 누군가 떠오른 지면을 박차고 질주하고 있었다.”
투확!”
휘몰아치는 흙먼지를 가르며 카일이 튀어나왔다. 떠오른 지반을 박차고 도약한 카일이 검을 내려쳤다. 낙하하며 휘두른 검격이 향하는 곳에는 어느새 자세를 잡은 가니칼트가 있다.”
카아아아아아아앙!”
검과 검이 맞부딪쳤다.”
똑같은 거리만큼 밀려난 두 검사는, 망설임 없이 서로를 향해 달려들었다. 역천의 반동으로 하여금 휘두르는 검의 속도는 조금 전에 비하여 한없이 느리지만, 그 날카로움 만큼은 조금도 무뎌지지 않았다.”
캉, 카앙, 카아아앙!”
고리의 안에서 검을 맞부딪치는 두 명의 검사는 불현듯이 깨달았다. 조금이라도 한쪽이 밀리는 순간 균형은 무너질 것이요, 맞물리며 균형을 이룬 역천이 무너져··· 한쪽을 완전히 집어삼킬 것이란 사실을.”
그렇기에, 그렇기에 더더욱.”
두 사람은 조금도 물러서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