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utiful Top Star RAW novel - Chapter (165)
촬영 시작 2개월 만이었다.
속전속결.
“왜 이렇게 짧게 느껴지지?”
“그러게 말이야. 엊그제 촬영을 시작한 것 같은데 벌써 끝나 버렸어.”
“촬영장 분위기가 좋아서 짧게 느껴진 것인지도 모르지.”
스태프들이 주고받는 말이었다.
한국 장편 영화의 촬영 기간이 평균적으로 3개월 내외라는 걸 감안하면, 2개월의 촬영 기간이 아주 빠른 것도 아니었다.
1개월 만에 장편 영화 촬영을 끝내는 경우도 있으니까.
그러나 [플럼범 바이러스>는 스태프들과 출연 배우들에게 유독 짧게 느껴졌다.
그만큼 촬영장 분위기가 화기애애했다.
하루 촬영 시간은 다른 영화에 비해 짧았지만, 훨씬 타이트하게 돌아갔다.
다른 촬영장의 경우, 기다리는 시간이 많았으나, [플럼범 바이러스>는 기다리는 시간이 거의 없을 만큼 촘촘하게 진행되었다.
출연 배우들이 적극적으로 협조해 주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벌써 끝이라니 아쉬워요.”
여주인공으로 열연해 준 멜라니가 우혁에게 진심으로 아쉬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멜라니는 이번 역할을 위해 6킬로그램이나 감량했다.
촬영 시작할 때 이미 평소보다 3킬로그램을 감량하고 시작했는데, 촬영을 하면서 다시 3킬로그램이 빠졌다.
“촬영 힘들었지요?”
우혁이 고마움과 미안한 마음을 담아 멜라니를 바라보았다.
낯선 이국땅에서 낯선 스태프들과 촬영을 하지 않았던가.
“아뇨! 즐거웠어요. 정말이에요. 너무 일찍 끝난 것 같아서 아쉽다니까요.”
진심이었다.
아쉬웠다.
처음에는 걱정이 컸다.
두렵기도 했고.
[어메이징 라이프>에 우혁을 주인공으로 캐스팅하겠다는 욕심에 눈이 멀어 [플럼범 바이러스>에 출연하겠다고 약속은 했으나 말도 통하지 않는 한국에서 아무런 사고 없이 촬영을 잘 끝낼 수 있을지 걱정스러웠다.괜한 걱정이었다.
촬영장 분위기, 너무 좋았다.
할리우드는 스태프들에게서 인간미를 느끼기가 어렵다.
비즈니스 관계.
그런데 한국은 그렇지 않았다.
통역앱으로 소통하는 것이 다소 불편하긴 했으나 의사소통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
그리고 굳이 말을 나누지 않더라고 언제나 밝은 미소로 대해 주는 스태프들과 출연 배우들이 고마웠다.
가장 고마운 사람은 우혁.
촬영팀 전체에서 유일하게 아는 사람이자 극중 남편인 우혁의 배려 덕분에 전혀 힘든 줄 몰랐다.
우혁은 할리우드 스타이면서도 전혀 티를 내지 않았다.
투자자이자 영화를 총괄하는 프로듀서이면서도 늘 겸손했다.
우혁과 영화 작업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호흡이 잘 맞았다.
우혁의 연기력 덕분에.
어떤 상대 배우를 만나느냐에 따라 연기가 잘 될 때가 있고 그렇지 못할 때가 있다.
잘 맞는 배우가 있고, 그렇지 않은 배우가 있게 마련이다.
그런데 그것은 배우의 성향 문제가 아니라 연기력의 차이일 때가 많다.
연기를 잘하는 배우는 어떤 상대 배우를 만나도 호흡을 맞출 수 있다.
우혁이 바로 그런 배우였다.
우혁과 직접 연기 호흡을 맞춰 보면서 그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른 사람과 연기를 하는 걸 보아도 알 수 있다.
우혁과 상대가 되어 연기하는 배우는 다른 배우와 호흡을 맞출 때보다 NG도 적고 연기력도 좋아진다.
“고마워요. 멜라니 당신 덕분에 우리 영화가 세계적인 수준이 되었어요.”
우혁이 말했다.
우혁과 말을 하면 기분이 좋아진다.
입에 발린 칭찬이 아니라 진심이 느껴지는 칭찬을 한다.
마음에서 우러나는 칭찬.
상대를 존중하는 눈빛으로 응시하며.
온화한 미소를 머금고서.
우혁은 좋은 배우이기 이전에 좋은 사람이다.
주변의 사람들이 모두 그를 좋아하는 것만 보아도 그가 좋은 사람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어메이징 라이프>에 우혁을 캐스팅한 것은 탁월한 선택이자 엄청난 행운이다. [플럼범 바이러스> 촬영이 끝난 것은 아쉽지만, 이제 [어메이징 라이프> 촬영을 시작할 수 있다는 사실이 마음을 설레게 한다.“[어메이징 라이프>.”
우혁과 멜라니가 동시에 말했다.
“위대한 마음을 만나다!(Les grands esprits se rencontrent!)”
멜라니가 외쳤다.
“그게 뭐죠?”
우혁이 물었다.
“동시에 같은 말이나 동작을 했을 때 외치는 말이에요.”
찌찌뽕 같은 건가?
우혁은 멜라니에게 ‘찌찌뽕’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그러자 멜라니는 ‘찌찌뽕’이 훨씬 재미있다면서 깔깔댔다.
우혁은 그 모습을 보며 빙그레 웃었다.
“무슨 말을 하려고 했지요?”
멜라니가 우혁에게 물었다.
“[어메이징 라이프>를 만난 건, 저에게 큰 행운이라는 말을 하려고 했어요.”
우혁이 대답했다.
그 말을 들은 멜라니가 우혁을 빤히 쳐다보았다.
“[어메이징 라이프>, 복이 많은 것 같아요.”
“?”
“우혁 씨 같은 배우를 만난 걸 보면 말이에요.”
***
멜라니는 [플럼범 바이러스> 홍보에 적극적으로 임해 주었다.
한국의 예능 프로그램과 북미, 아시아, 그리고 프랑스를 비롯해 유럽 각국을 순회하며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
[플럼범 바이러스> 프로모 영상은 7분 남짓의 짧은 홍보용 동영상 파일이었다.전 세계 뉴스 화면들 몽타주.
각국의 언어로 뉴스를 보도하는 앵커들의 모습들.
“정체불명의 바이러스가 전 세계에 창궐하고 있습니다. 이 바이러스에 걸린 사람은 몸무게가 평소의 자신보다 두세 배 늘어난다고 합니다. 음식을 많이 섭취해 몸무게가 늘어나는 게 아닙니다. 이 바이러스에 걸리면 오히려 살이 빠지는데, 몸무게는 늘어납니다.”
“아스팔트에 선명하게 난 발자국 보이십니까? 킹콩이라도 지나간 걸까요? 킹콩 발자국이라고 하기엔 너무 작지 않나요? 제 발보다 작습니다. 이건 분명, 사람의 발자국입니다. 플럼범 바이러스에 걸린 사람 말입니다.”
“맨홀 같다구요? 아닙니다. 싱크홀입니다. 크기가 작죠? 플럼범 바이러스에 걸린 사람이 만든 싱크홀입니다. 믿을 수 없다구요? 직접 보고 있는 저도 믿기지 않습니다.”
“세계 각국에서는 플럼범 바이러스에 걸린 사람들을 검문검색을 통해 색출한 뒤 격리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합니다.”
“바이러스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아직···.”
“바이러스에 걸린 사람과 접촉하지 않도록 주의하고, 만약 주변에 바이러스에 걸린 사람을 발견할 경우 당국에 신고해 주실 것을 당부드립니다.”
뉴스 화면에 이어.
국적을 알 수 없는 한 소도시.
학교 교문 앞에는 체중계가 놓여 있고, 학생들은 줄을 서서 체중계 위에 올라갔다 내려간다.
체중계를 체크하는 선생님들.
그 옆에는 총을 든 군인들이 서 있다.
겉보기에는 40킬로그램도 안 나갈 것 같은 한 소년이 체중계 위로 올라선다.
체중계의 수치가 100을 훌쩍 넘어선다.
선생님이 눈짓을 하면 공안이 다가와 그 소년에게 총을 겨누고 결박한다.
그 장면에 이어.
“살려줘!”
싱크홀 속의 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린다.
머리 위로 흙이 쏟아진다.
싱크홀 밖에서는 여러 명의 사내들이 삽으로 흙을 싱크홀 속으로 다급하게 퍼 넣는다.
싱크홀 속의 여자는 밖으로 나가기 위해 싱크홀 벽을 기어오르려고 애를 쓰지만 머리 위로 쏟아지는 흙더미 때문에 바닥으로 쓰러지고 만다.
점점 쌓이는 흙더미.
한 줄기 햇살마저 사라지면서 암전되면.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가 타타타타타타!
Plumbum Virus!
플럼범 바이러스!
타이틀이 떠올랐다가 글자들이 아래로 떨어지며 싱크홀을 남기고 사라진다.
한국의 평범한 단독주택.
“여보! 나··· 플럼범 바이러스에 걸린 것 같아.”
공포에 질린 멜라니.
그 말을 들은 우혁이 누가 들을 새라 황급히 창문을 닫는다.
멜라니는 속옷이 비칠 만큼 하늘하늘한 잠옷 차림이다.
깡마른 멜라니의 몸매가 고스란히 보인다.
45킬로그램도 안 될 것 같다.
우혁은 깡마른 멜라니의 몸매를 살핀다.
“무슨 소리야? 플럼범 바이러스라니?!”
우혁이 놀란 눈으로 멜라니를 다그친다.
멜라니가 손에 들고 있던 체중계를 바닥에 내려놓는다.
체중계 위로 올라서는 멜라니의 맨발.
78.
경악하는 우혁!
“여보! 나 이제 어떡해?”
멜라니가 울먹인다.
“체중계가 잘못된 걸 거야. 디지털 체중계는 고장이 잘 나거든.”
그러면서 체중계 위에 올라가 본다.
74.
이럴 수가!
체중계는 고장 난 게 아니다.
우혁은 얼른 체중계에서 내려선다.
“내가 어떻게 당신 몸무게보다 더 나갈 수가 있어? 며칠 전까지만 해도 50킬로그램이 안 나갔어. 그런데 지금은 78킬로그램이야. 어제는 67킬로그램이었는데, 하루 사이에 10킬로그램이 늘었어.”
멜라니가 울먹인다.
당황하는 우혁.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서성인다.
“아기 데리고, 떠나!”
“무슨 말이야?”
멜라니의 말에 우혁이 홱 돌아서서 멜라니를 응시한다.
“당신하고 아기한테 전염되면 어떡해!?”
“그렇다고 당신을 두고 떠날 수는 없어.”
“여보!”
“안 돼!”
“···.”
“살아도 같이 살고, 죽어도 같이 죽어!”
여기까지가 프로모 영상 도입부였다.
러닝 타임 2분 남짓.
멜라니가 플럼범 바이러스 감염자라는 게 이웃에게 발각되면서 우혁은 멜라니와 함께 집을 탈출한다.
타란티노 감독은 러시아 대통령, 레오는 영국 수상, 윌은 미국 대통령, 제니는 GNN 앵커 등으로 카메오 출연을 한다.
우혁의 동생인 천재 괴짜 발명가 데이빗은 플럼범 바이러스를 퇴치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한다.
플럼범 바이러스를 퇴치할 수 있는 약물을 개발해 돈을 벌기 위해서.
데이빗 자신이 플럼범 바이러스에 걸리기도 했고.
데이빗은 천재답게 플럼범 바이러스에 걸렸으면서도 들키지 않는 방법을 고안해 냈다.
몸무게를 가볍게 하는 옷을 개발한 것이다.
형수인 멜라니가 플럼범 바이러스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고 우혁을 통해 예의 옷을 전달한다.
한편 플럼범 바이러스에 대한 공포심은 더욱 증폭되면서 전 세계는 대혼란에 빠진다.
세계 주요 도시에서 폭동이 일어나고, 세계 경제는 대공황에 빠진다.
수면 아래 가라앉아 있던 인종, 종교, 지역, 국가, 민족, 빈부, 남녀 등의 해묵은 갈등들이 겉으로 표출되면서 세계 전쟁의 위기로 치닫는다.
상황은 다분히 국제적이지만 영화의 주된 이야기는 우혁과 멜라니가 위기에 대응하는 것이다.
사랑의 힘으로.
데이빗은 드디어 플럼범 바이러스를 퇴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낸다.
“유레카! 찾아냈어! 드디어 찾아냈다고! 형! 고마워! 형 덕분에 알아냈어! 우하하하하!”
데이빗이 외친다.
프로모 영상에서는 그 방법을 공개하지 않고.
대신 체중계의 수치가 점점 줄어드는 멜라니의 모습을 보여 준다.
죄수들처럼 어두운 공간에 갇혀 있던 플럼범 바이러스 감염자들이 햇살 밖으로 나간다.
감격에 겨워하는 감염자들···.
수많은 청중들 앞에서 강연을 하는 데이빗의 모습이 텔레비전 뉴스에 방송된다.
우혁은 아름다운 초원에서 정상으로 돌아온 멜라니를 가뿐하게 안아 들고 빙글빙글 돈다.
하늘과 구름, 나무와 풀꽃들, 나비와 새들이 평화롭다.
***
“궁금해 죽겠네!”
“바이러스 퇴치 방법이 뭐야?”
프로모 영상을 본 사람들은 궁금해 했다.
인터넷에는 여러 가지 퇴치 방법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이 쏟아졌다.
프로모 영상의 반응은 엄청났다.
백곰은 [플럼범 바이러스> 내용을 처음 들었을 때에도 자신의 느낌을 말했지만 프로모 영상을 보고 나서 더욱 확신에 차서 우혁에게 속삭였다.
“형! 아우라가 어마어마해! 처음보다 더 강렬해진 것 같아.”
백곰뿐만이 아니었다.
일반 네티즌들도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영화 언제 개봉하나여?
-이건 꼭 봐야겠다.
-데이빗의 재발견! 연기 죽이네!
-멜라니 로랑 사랑스러워~~
-역시 할리우드 스타 강우혁! 강우혁이 남주 그 자체인 듯!
[ [플럼범 바이러스> 프로모 영상과 그 반응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