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utiful Top Star RAW novel - Chapter (166)
“형! [플럼범 바이러스>가 베를린 영화제에 초청되었어.”
백곰이 우혁에게 알려주었다.
“그래? 반가운 소식이네! 박 감독님께 말씀드렸어?”
“아니, 아직!”
“어서 알려드려.”
“알았어. 그럴게.”
백곰은 박 감독에게 전화를 걸기 위해 휴대전화를 꺼냈다.
“바이러스 퇴치 방법이 뭔지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아.”
박 감독 전화번호를 찾으며 백곰이 말했다.
바이러스 퇴치 방법은 인터뷰 때마다 나오는 질문이었다.
프로모 영상에는 플럼범 바이러스 퇴치 방법이 공개되지 않았다.
기자들과 네티즌들은 그 퇴치 방법을 추측하며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저도 궁금해요. 엄청!”
송유미가 우혁에게 따뜻한 차를 건네주며 눈을 반짝반짝 빛냈다.
백곰이 놀란 눈으로 송유미를 돌아보았다.
“유미 너도 몰랐니? 나한테 물어보지 그랬어. 그랬으면 알려줬을 텐데···. 형! 유미한테는 알려줘도 되지?”
“그래!”
“유미야, 잠깐만! 감독님하고 통화부터 하고. 예, 감독님! 저예요. 기쁜 소식 알려드리려고요. [플바>가 베를린 영화제에 초청되었습니다. 축하드립니다. 형한테는 얘기했어요. 지금 제 옆에 있는데, 바꿔드릴까요? 잠깐만 기다리세요.”
백곰이 우혁에게 전화기를 건네주었다.
그러고는 유미에게 통화에 방해되지 않도록 작은 목소리로 플럼범 바이러스 퇴치 방법을 알려주었다.
“감독님! 축하드립니다.”
– 축하는 배우님이 받으셔야지요. 축하드립니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 제가 고생한 게 있나요. 배우님이 고생하셨지요. 배우님 덕분에 [길 밖의 새>보다 훨씬 수월하게 작업했습니다. 작업 기간도 훨씬 짧았고요. 베를린 영화제에 초청을 받다니, 그저 놀랍고 감사할 따름입니다. 다시는 영화판에 얼굴을 들이밀지 못할 줄 알았는데 말이에요. 고맙습니다!
박 감독의 목소리에 물기가 묻어 났다.
박 감독은 입봉작인 [길 밖의 새>로 성공을 거두었으나 차기작이 폭망하면서 실패의 쓴 맛을 보았다.
롤러코스트.
입봉작으로 기대 이상의 성과를 올려 천재 감독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러나 두 번째 작품에서 평단과 네티즌으로부터 혹평을 받은데다가 최악의 흥행 성적을 기록하면서 지옥까지 곤두박질쳤다.
그 누구도 박 감독의 재기를 예상하지 못했다.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재기는 불가능했다.
누구보다 박 감독이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재기하려고 애를 써보았지만, 희망이 보이지 않았다.
한 번 실패자는 영원한 실패자.
그것이 한국 영화판 영화감독의 현실이었다.
열 번 성공하고 한 번 실패해도 실패자라는 낙인이 찍히는 마당인데, 입봉작에서 떴다가 두 번째 작품에서 곧바로 떨어진 신인 감독이야 말해 무엇하랴.
깊은 좌절과 절망에 허우적거릴 때, 선댄스 영화제에서 강우혁을 만났다.
하늘이 내려준 동아줄.
아니 목숨줄이었다.
강우혁은 생명의 은인이나 마찬가지다.
한 번도 아니고, 두 번이나 도와주지 않았던가.
[길 밖의 새>로 한 번. [플럼범 바이러스>로 다시 한 번. [플바>는 아직 흥행 성적이 나오지 않아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적어도 폭망은 아니었다.베를린 영화제에 정식으로 초청된 것만으로도 일단 명예는 회복한 셈이다.
– 고맙습니다, 배우님!
박 감독이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을 했다.
“제가 고맙지요.”
우혁이 대답했다.
그때 우혁의 휴대전화 착신음이 울렸다.
타란티노 감독이었다.
– 배우님! 전화 온 것 같네요. 전화 받으십시오.
박 감독이 우혁의 착신음을 듣고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타란티노 감독의 전화를 받았다.
– 강!!
오늘도 술에 취하셨나?
목소리가 크다.
“오늘도 한잔하셨어요?”
– 술은 무슨 술! 내가 술꾼인가? 오늘은 내가 아니라, 강이 한잔해야 할 것 같은데!
“?”
–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에 노미네이트되었소.
아카데미상은 매년 2월 말, 24개 부분의 수상자를 발표한다.
매년 말이면 미국 영화의 제작에 직접 관계하고 있는 현역 영화인 1만여 명이 회원으로 활동하는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 Academy of Motion Picture Arts and Sciences) 회원들이 투표를 한다.
회원들은 자신이 소속해 있는 각 부문에 한해 가장 마음에 드는 후보나 후보 작품 한 편을 적어 낸다.
한편 작품상은 회원이면 누구나 투표할 수 있다.
그렇게 하여 각 부문에서 득표수가 가장 많은 상위 5편(작품상은 8~10편)의 후보 및 후보 작품을 선정해 1월경에 발표한다.
본선 투표는 2월.
다른 부문과 달리 작품상의 심사는 여러 차례 투표가 계속된다.
득표수가 가장 적은 작품을 탈락시키면서 한 작품이 50% 득표수를 얻을 때까지 투표는 계속된다.
그렇게 해서 최종 당선작을 결정한 뒤, 2월 말 시상식에서 영예의 수상작을 발표한다.
지금은 1월.
예비 투표 결과 나왔고, 24개 부분의 후보와 후보 작품이 결정되어 발표된 것이다.
“정말 제가 남우주연상에 노미네이트되었나요?”
– 못 믿겠으면 사이트에 들어가서 확인해 보쇼.
“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 남우주연상 경쟁자가 누군지 알아요?
“레오?”
– 빙고. 그리고 윌.
“화이트, 블랙, 옐로우가 모두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거군요.”
– 뭐 느끼는 거 없소?
칭찬이 받고 싶은 모양이다.
귀여운 타란티노 감독.
“훌륭한 감독님 덕분에 주인공 세 명이 모두 남우주연상 후보에 올랐군요. 아주 잘했어요.”
– 내 영화에 출연하길 잘했지?
“그럼요. 감독님을 만난 건 행운입니다.”
– 또 나왔다, 동양인의 아부근성! 마음에도 없는 소리 하지 말라고!
“진심이에요.”
– 스톤 감독한테 가서도 똑같은 소릴 하겠지.
“맞아요. 스톤 감독님을 만난 건 큰 행운이죠.”
– 잘났다! 스톤 감독님의 [위대한 시민>이 작품상에 노미네이트되었더군.
“정말 기쁜 소식이군요. 이거 정말 술 한잔해야겠는데요.”
– 너무 좋아한다. 쳇! 미안하지만 내 작품도 노미네이트되었걸랑.
“그렇군요.”
– 반응이 왜 이래? 좀 전 반응이랑 너무 다르잖아.
“감독님의 작품이 작품상 후보에 오른 건 전혀 놀랍지가 않았거든요. 당연하니까요. [쓰레기들>이 후보에 오르지 않으면 어떤 작품이 올라가겠어요.”
– 그건 그렇지.
“축하드립니다.”
– 축하는 잠시 뒤에. 자랑 아직 덜 끝났거든. [쓰레기들> 여섯 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었소.
“이번에도 별로 놀랍지 않군요.”
– 스톤 감독의 [위대한 시민>은 겨우 다섯 개.
놀라운 소식이었다.
말이 나오지 않을 만큼.
[쓰레기들: 화이트, 블랙, 옐로우>가 여섯 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었다는 소식도 놀라운데, [위대한 시민>까지 후보에 올랐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그것도 자그마치 다섯 개 부문에.
기대를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아카데미상의 전초전이라 할 수 있는 토론토 영화제에서 ‘관객상(People’s choice award)’을 수상했을 때부터 아카데미에서 선전할 거라고 다들 예상했다.
예상도 했고, 기대도 했지만, 막상 아카데미상에 노미네이트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보니 감격이 밀려왔다.
– 축하해요, 강! 하지만 아직은 샴페인을 터트릴 때가 아니에요. 노미네이트되기만 하면 뭐해. 상을 받아야지. 샴페인은 상을 받은 뒤에!
샴페인, 터트려도 된다.
아카데미상에 노미네이트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충분히 만족하고 감사하니까.
***
베를린 영화제와 아카데미상 수상식 기간이 종종 겹칠 때도 있었으나 이번에는 5일 정도 차이가 났다.
아카데미상은 예년처럼 2월 16일부터 2월 25일까지.
베를린 영화제는 2월 11일부터 2월 20일까지.
시상식은 영화제 마지막 날이다.
두 영화제 시상식에 모두 참석해야 하는 우혁으로서는 다행이었다.
베를린 영화제에서 [플바>가 상영되었다.
현장 반응은 뜨거웠다.
영화가 끝난 뒤 10여 분간 기립 박수가 이어질 정도였다.
-‘플럼범 바이러스’ 퇴치 방법이 미소였다니!
-소문만복래(笑門萬福來)라. 웃으면 복이 온다는 말도 있지.
-‘플럼범 바이러스’에 걸리지 않으려면 기쁜 마음으로 미소를 지어야 된다 이거지? 좋아좋아! 영화 넘 좋다
-참신한 발상+서스펜스+감동+영상미+연기력+강우혁과 멜라니 로랑의 케미♥♥
관람객의 반응은 좋았으나 그것이 흥행으로 연결된다는 보장은 없다.
베를린 영화제에도 영화 마켓이 열린다.
칸이나 토론토만큼은 아니지만 세계 영화제 중에서 두세 번째로 규모가 크다.
[플바>도 당연히 마켓을 열었다.우혁은 [플바> 프로듀서로서 영화 수출에 많은 공력을 들였다.
베를린 영화제에 초청되었다는 소식을 받기 전부터 영화 수출을 준비해 왔다.
해외 수출 전문 인력을 채용하고, 선댄스 영화제와 칸 영화제, 토론토 영화제에 따라다니며 보았던 영화 수출 노하우를 그대로 적용했다.
한국 영화는 수입에는 열을 올리면서 수출에는 매우 수동적이다.
한국의 바이어는 해외 영화를 수입하기 위해서 세계적인 영화제 마켓에 참석한다.
아주 열심이다.
한국 바이어들끼리 경쟁을 하면서 수입 가격을 올린다.
반면 일본은 안달복달하지 않는다.
느긋하다.
단물 다 빠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영화를 수입한다.
한국보다 훨씬 싼 가격에.
미국은 일본보다 더 심하다.
외국 영화 수입에 매우 소극적이다.
문화적 우월감이랄까.
수출에만 열을 올린다.
수많은 민족과 인종이 어울려 살지만, 미국의 영화는 그렇지 못하다.
백인과 영어의 장벽으로 철옹성을 쌓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뚫을 수 없는 것은 아니다.
흥행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해외 영화를 발견하면 득달같이 달려들어 선점한다.
왜냐?
돈이 되니까.
할리우드 스타 반열에 오른 우혁의 티켓파워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
아카데미상 남우주연상에 노미네이트되었다는 소식까지 전해진 마당이다.
미국의 대형 배급사들의 필름 에퀴지션 매니저들이 베를린 영화제에 잠입했다.
[플바>를 보기 위해.베를린 영화제에서 [플바>가 상영되고 한 시간 뒤.
[쓰레기들>을 제작 배급한 곳에서 연락이 왔다.수출 담당 직원은 멘붕에 빠져 버렸다.
미국의 배급사에서 수입을 의뢰할 줄은 몰랐으니까.
담당 직원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계약을 하려고 서둘렀다.
부서장에게 보고를 하고 부서장이 기쁨에 들떠 우혁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계약하지 마세요.”
우혁이 찬물을 끼얹었다.
“계약을 하지 말라구요? 아니, 왜요?”
부서장이 따지듯이 물었다.
한국보다 최소 다섯 배 이상의 수익을 올릴 수도 있는데 계약을 하지 말라지 않는가.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그러다가 계약 안 하겠다고 하면 어쩌려구요!”
“절대 그렇지 않을 겁니다. 영화제 끝날 때까지 느긋하게 기다리시죠.”
북미에서의 성공 여부는 개봉 스크린을 얼마나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
자본의 막강한 힘.
그것이 흥행을 좌우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대형 영화제작 배급사를 잡아야 한다.
[쓰레기들>과 [위대한 시민>이 흥행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도 두 작품 모두 세계 5위권 안에 드는 영화제작사에서 제작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미국의 대형 영화제작사는 배급사를 겸한다.
이들 배급사에는 돈이 될 만한 영화를 찾는 데 귀재들이 포진해 있다.
배급사 간의 경쟁은 숫제 전쟁을 방불케 한다.
[플바>가 돈이 될 거라는 냄새를 한 곳에서만 맡았을 리 없다.경쟁을 시킨 뒤, 스크린 수를 최대한 보장하는 배급사와 계약하면 된다.
– 또 다른 대형 배급사에서 또 연락 왔습니다!
부서장이 우혁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이번에는 [위대한 시민>을 제작 배급했던 영화사였다.
그로부터 20분 뒤 다시 전화가 걸려왔다.
– 디즈니사에서 [플바>를 수입하고 싶다는 합니다!! 이게 무슨 일이죠?
무슨 일이냐고?
흥행 대박의 조짐이라 할 수 있겠지.
[ 흥행 대박의 조짐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