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utiful Top Star RAW novel - Chapter (167)
베를린 영화제 [플럼범 바이러스> 마켓 사무실.
우혁과 수출 담당 직원들이 모두 모였다.
한 직원이 수입 요청 현황 등에 대해 브리핑했다.
우혁은 출연 배우이기 이전에 투자자이자 프로듀서로서 회의에 참가해 보고를 받았다.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수입 의뢰가 들어와 직원들은 잔뜩 고무되어 있었다.
“지금 추세라면 한국영화 중에서 최고의 수출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직원의 브리핑이 끝난 뒤 부서장이 부언했다.
칭찬 내지는 격려를 기대하며.
어때 놀랍지?
부서장은 우혁의 표정을 살폈다.
하지만 우혁의 표정에는 변화가 없었다.
우혁으로서는 전혀 놀랍지 않았다.
우혁의 영화 수출 실적 비교 대상은 한국 영화가 아니라 할리우드 영화였으니까.
관건은 북미 수출.
미국과 한국의 영화 수출입 불균형은 심한 정도를 넘어 극심하다.
한국과 미국 영화의 수준 차이 때문에?
그것도 사실이지만, 그보다 더 큰 이유는 개선 의지 부족.
문제의식 전무.
그러려니.
원래부터 그랬고, 앞으로도 그럴 거니까.
그게 어때서?
당연한 거 아닌가?
미국은 영화에서만큼은 사회주의나 공산주의국가보다 더 심한 폐쇄적이다.
시장 논리에 의해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현상이다?
천만에!
오히려 시장은 오픈 마인드다.
돈만 되면 얼마든지 외국 영화를 수입할 용의가 있다.
그러나 정부, 학계, 영화계 권력자, 언론 등에서 교묘하게 방어막을 치고 빗장을 걸어 잠근다.
쉽게 무너뜨릴 수 없는 철옹성.
지금까지 비영어권 국가의 영화가 미국 영화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한 적이 거의 없다.
단 한 번.
1999년 [포켓몬스터 뮤츠의 역습>이라는 일본 영화가 북미 박스오피스 1위를 찍었다.
전무후무한 대기록이다.
언론에서는 거품을 물었다.
[포켓몬스터가 아이들의 정서를 좀먹게 내버려둘 것인가] [충격! 위기에 처한 미국 영화의 처참한 현실] [미국 영화의 자존심을 짓이긴 포켓몬스터] [미국 영화 이대로 종말을 맞이할 것인가?]만약 한국에서 외국 영화가 1위한 것을 두고 이런 기사를 썼다면?
‘국뽕 기자야, 밥은 먹고 다니니?’
한소리 들을 것이다.
중국과 일본, 유럽의 여러 국가도 자국 영화를 보호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숫제 발악에 가깝다.
그에 비해 한국은?
할리우드 영화라면 사족을 못 쓴다.
북미와 거의 비슷한 시기에 개봉하는 것은 물론이고, 더 빠를 때도 있고, 한국 배급사끼리 피를 튀기며 경쟁한다.
한국은 할리우드의 영원한 봉!
유럽 영화제에서는 한국 영화를 높이 사지만, 정작 한국에서는 유럽 영화를 선호하지 않는다.
오직 할리우드!
그러나 할리우드는 한국 영화를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3류 취급.
그것이 현실이다.
우혁은 할리우드의 콧대를 꺾어 주고 싶었다.
미국의 대형 영화제작 및 배급사 세 곳에서 연락이 온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우혁이 불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 곳 모두 우혁과 인연이 있다.
인연이 없는 배급사와는 접촉할 방법이 없었다.
[쓰레기들: 화이트, 블랙, 옐로우>와 [위대한 시민>이 개봉된 뒤 두 영화사에서는 타란티노와 스톤 감독과 별개로 우혁에게 접촉해왔다.이유는?
캐스팅!
우혁의 연기력과 티켓파워를 확인한 두 영화사에서 우혁을 캐스팅하기 위해 물밑 작업을 벌였던 것이다.
디즈니사도 두 영화사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우혁에게 바라는 것은 캐스팅이었다.
디즈니사에서는 목소리 연기로 맺은 우혁과의 인연을 통해 실사 영화의 주인으로 캐스팅하고 싶어 했다.
그런데 우혁은 갑자기 한국으로 가버렸다.
3사는 우혁을 한국인이 아니라, 자기들이 키운, 할리우드 스타로 여겼다.
우혁이 한국으로 간다고 했을 때, 다들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할리우드에서 주가를 높여 놓고 한국으로 돌아가?
왜?
다음 작품을 한국에서?
도대체 왜?!
인터뷰 때마다 항상 받는 질문이었다.
우혁의 대답은 한결 같았다.
“저는 좋은 작품을 따라서 움직입니다. 좋은 작품을 할 수 있다면 어디든 갑니다. 한국에 가는 이유는 제 마음에 드는 차기작을 찾았기 때문입니다.”
작품만 마음에 든다면, 언제든 할리우드에 돌아갈 수 있다는 의미였다.
‘할리우드 리포터’의 제인 필드와 인터뷰를 할 때도 그렇게 대답했다.
제인은 충분히 알아들었을 테지만, 확인 질문을 던졌다.
“작품이 마음에 든다면 할리우드로 다시 돌아온다는 말씀이지요?”
“그럼요. 어디에 있든, 저는 할리우드를 떠나지 않을 겁니다.”
우혁은 그렇게 대답했다.
그것은 제인에게 대답한 것이 아니라 할리우드 영화사에 던지는 메시지였다.
캐스팅에 응할 준비가 되어 있으니 좋은 작품을 보내라는 메시지.
우혁은 2~3년을 주기로 한국과 미국을 오갈 생각이었다.
2~3년 정도 한국에서 활동한 뒤에 할리우드로 가서 작품을 할 것이다.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어라?
맞는 말이지만, 미친 듯이 노만 젓다가, 멀리 가지도 못하고, 지치는 수가 있다.
제자리를 맴돌 수도 있고.
멀리 가고 싶다면, 시간적 여유를 가지고, 좀 더 튼튼한 배를 준비한 다음에, 큰물이 들어올 때를 기다려야 한다.
그리고.
우혁이 할리우드로 다시 돌아간다고 대답한 숨은 목적이 있다.
[플럼범 바이러스> 북미 배급.우혁을 캐스팅하고 싶어 하는 3사에 우혁은 캐스팅의 전제 조건을 요구했다.
캐스팅하고 싶다면, 그 전에 [플럼범 바이러스> 영화 배급부터 해결해 달라.
[플럼범 바이러스>를 북미 박스오피스 10위 안에 들게 해 달라.‘별 미친놈을 다 보겠네!’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우혁의 요구를 들은 영화사 직원은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그들은 미친 척하고 베를린 영화제에 잠입했을 것이다.
[플럼범 바이러스>를 보았을 테고.보고 나서 본사와 화상회의를 했겠지.
수입하느냐 마느냐.
배급 해결해 주느냐 마느냐.
박스오피스 10위 안에 들어갈 만한 물건이더냐 아니더냐.
캐스팅 계약 체결을 전제로 거느냐 마느냐.
그렇게 해서 가장 먼저 전화가 건 곳이 [쓰레기들>를 제작하고 배급했던 영화사였다.
그 다음이 [위대한 시민> 영화사.
그 다음이 디즈니사.
“미국 3사 중 어느 영화사와 계약을 체결하는 게 좋을까요?”
부서장이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우혁을 쳐다보았다.
오늘의 최대 안건이었다.
“부장님 생각은 어떠세요?”
“판단이 잘 안 서네요. 셋 다 워낙 큰 곳이라서요. 만약 이 결정을 저한테 맡기신다면, 제비뽑기로 결정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다분히 무책임하고 무능한 답변이었다.
실소를 머금게 하는 대답이었으나 회의실에 모여 있는 직원들은 실소는커녕 고개를 끄덕였다.
의견을 묻는 게 의미가 없을 것 같았다.
마음 같아서는 우혁이 그들을 직접 만나 딜을 하고 싶었으나 참기로 했다.
“3사를 만나서 개봉 1주일 동안 스크린 수 4,000개 확보를 요구 조건으로 걸어 주세요.”
“4천 개요?”
우혁의 말에 부서장이 자신의 귀를 의심하며 되물었다.
미국의 영화관 총 스크린 규모는 4만여 개.
미국에서는 영화 한 편당 전국 스크린 수의 10%를 초과하거나 한 영화관에서 1개 스크린을 넘지 못하도록 법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한국은 개봉 영화 한 편이 전국 스크린 수 2500여 개의 50%를 초과하거나 80%를 육박하는 경우도 있지만, 미국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
미국의 경우 전국 스크린 수의 10%를 초과하면 안 된다는 법적 제재 조항이 있기는 하지만, 4,000개를 확보하기가 쉽지는 않다.
그런데.
우혁은 지금, 스크린 수 4,000개 확보를 수입 계약 조건으로 제시하라는 것이다.
1,000개도 많은데, 4,000개라니!
한국 영화 중에서 가장 많은 스크린을 확보한 것은 [디워(D-WAR)>가 세운 2,277개가 최고였다.
[디워(D-WAR)>를 제외하고 500개를 넘은 적도 없다.100개가 넘는 작품은 다섯 작품도 되지 않는다.
그런데 4,000개?
“예! 4천 개! 개봉 1주일 유지!”
우혁이 부서장에게 확인해 주었다.
회의에 참석한 직원들이 눈길을 주고받았다.
너무 무리한 요구가 아니냐는 것이다.
“받아들이는 곳이 있을 겁니다.”
우혁이 여유 있는 표정으로 말했다.
“없으면요?”
부서장이 조심스럽게 물어왔다.
“없으면, 돌아와서 기다립시오.”
우혁이 대답했다.
“조건을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하거든, 흥정도 하지 마시고 미련 없이 일어나십시오.”
도대체 무슨 배짱이람!
부서장은 애가 탔다.
이러다 미국 수출 자체가 날아가는 건 아닐까 싶어서.
“자, 그럼 수고들 하십시오.”
우혁은 자리에서 일어나 밖으로 나가 버렸다.
부서장의 표정에는 먹구름이 잔뜩 내려와 있었다.
직원들의 표정에도.
“이건 너무 심한 거 아닌가요? 다 된 밥에 코 빠뜨리는 거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직원 중 한 사람이 부서장에게 투덜거렸다.
“일단, 배우님 말씀하신 대로 해보자고! 막말로 우리는 손해볼 거 없잖아. 투자자께서 돈을 벌기 싫다는데 어쩌겠어.”
부서장이 직원들을 달랬다.
그런 뒤, 3사 직원을 차례로 만났다.
결과는?
모두 노!
우혁의 말대로 직원들은 미련 없이, 담담하게 일어섰다.
“이게 뭐예요? 결국 이렇게 되고 말았지 않습니까!”
직원이 다 잡은 대어를 놓친 어부처럼 허탈한 표정을 지으며 부서장에게 한탄했다.
“우리는 하라는 대로 했을 뿐이야. 더 이상 신경 쓰지 말고, 다른 국가 수출 업무에 주력해 줘.”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하루 뒤. 디즈니사에서 찾아왔다.
4,000개 확보 조건을 받아들이겠다면서.
부서장과 직원들은 얻어맞은 사람처럼 멍하니 듣고만 있었다.
부서장은 잠시 복도로 나와 우혁에게 전화를 걸어 사실대로 보고했다.
“당장 계약하세요! 얼른요!”
우혁이 채근했다.
그래서 당장 계약했다.
계약을 체결한 뒤, 흥분한 부서장이 만세를 외쳤다.
“강우혁! 만세!!”
수출 성과가 좋으면 인센티브를 준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로부터 1시간 간격으로 두 영화사에서 조건을 받아들이겠다는 전화연락이 왔다.
“죄송해서 어쩌지요. 이미 계약했습니다. 죄송합니다.”
두 영화사 직원이 들은 대답이었다.
우혁은 계약 체결 소식을 듣고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영화관 4,000개를 확보했다는 사실 만으로도 흥행은 이미 보장된 거나 마찬가지였다.
우혁은 3사에서 2,000개 정도를 조건으로 내걸 줄 알았다.
3사 중에서 가장 높은 수치를 조건으로 제시하는 곳과 계약하게 할 생각이었는데, 디즈니사가 스크린 4,000개 확보를 선뜻 받아들인 것이다.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우혁은 한국 영화로 미국의 영화 시장에 팽배한 백인우월주의와 영어권 우대 의식을 허물고 싶었다.
할리우드의 콧대를 무너뜨리고 싶기도 했고.
한국 영화의 미국 진출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고 싶기도 했고.
아직은 속단할 수 없지만, 가능성이 보인다.
북미 박스오피스 10위 진입.
하늘의 별을 따는 일만큼이나 불가능해 보였던 일이 아니던가.
이제 시작이다.
이번 작품으로 시작으로 계속해서 북미 영화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10위가 가능하다면, 1위도 할 수 있는 일.
그렇게 하기 위해서라도 할리우드와 계속해서 작품을 해야 한다.
할리우드 재입성 작품은 디즈니사에서.
2, 3년 후가 되겠지만.
[ 미국 영화관 4천 개 확보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