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utiful Top Star RAW novel - Chapter (194)
아내와 송유미가 헛구역질을 하는 바람에 저녁 식사는 엉망이 되고 말았다.
똑같이 헛구역질을 했지만 아내와 송유미의 표정은 극명했다.
아내는 기대와 희망으로 가득 찬 표정인데 반해, 송유미는 근심과 걱정으로 표정이 매우 어두웠다.
우혁과 백곰도 식사를 하는 둥 마는 둥 하고는 서둘러 저녁 식사를 마치고 설거지를 했다.
“언니, 그만 가볼게요.”
송유미가 어두운 표정으로 가방을 들었다.
“그래, 어서 가! 집에 가서 푹 쉬어.”
아내가 송유미의 등을 어루만져 주었다.
“죄송해요. 저 때문에 식사도 제대로 못하시고.”
송유미가 우혁에게 미안해했다.
“아니에요. 속은 좀 어때요?”
“괜찮습니다.”
“집에 가서 쉬어요.”
“예, 오빠. 언니, 갈게요.”
송유미가 우혁과 아내에게 인사를 했다.
백곰은 송유미 뒤에 엉거주춤 서 있었다.
“형수님, 유미 바래다주고 오는 길에 약 사다드릴까요?”
백곰도 아내에게 물었다.
“아니에요. 이제 괜찮아졌어요. 유미 씨, 잘 바래다주세요.”
“예.”
송유미는 민서와 토토에게 작별인사를 한 뒤 백곰을 따라 밖으로 나갔다.
“식사 제대로 못해서 어떡해, 오빠?”
현관문 밖으로 나오자마자 송유미가 백곰에게 말을 건넸다.
“괜찮아. 배 안 고파. 유미 너야 말로 한 숟가락도 못 먹어서 어떡해? 체한 거야?”
“잘 모르겠어.”
“병원에 안 가도 되겠어? 안색이 안 좋아 보여.”
“그 정도는 아니야.”
“정말 괜찮겠어?”
“응!”
“가다가 약국에 들러서 약 사줄 테니까 먹고 자.”
백곰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차 문을 열어 주었다.
송유미를 조수석에 태운 뒤, 운전석으로 갔다.
백곰은 시동을 걸면서도 조수석의 송유미를 살폈다.
표정이 평소와 달랐다.
언제나 밝은 표정인데 오늘은 어두웠다.
그것도 매우.
단순히 아픈 사람의 표정이 아니었다.
“유미야. 무슨 걱정거리라도 있어?”
백곰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송유미는 고개를 잘레잘레 흔들었다.
걱정거리가 있는 게 분명했다.
백곰은 자기가 뭘 잘못한 게 없는지 돌이켜보았다.
잘못한 게 수도 없이 떠올랐다.
배 아픈 사람 앞에서 밥을 먹은 것도 미안하고, 자기만 아니면 훨씬 근사한 남자친구를 만날 수 있을 텐데 자신이 똥차처럼 가로막고 있는 것도 마음에 걸린다.
오만 가지가 다 미안하지만, 특히 한 달 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플럼범 바이러스>가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하던 날, 너무 기분이 좋아 술을 한잔했고, 그날 밤 송유미와 처음으로 관계를 가진 게 가장 미안했다.
그동안 수많은 기회가 있었지만, 송유미를 지켜주었다.
그런데 그날은···.
술이 웬수다.
잘 마시지도 못하는 술을 두 잔이나 마신 게 탈이었다.
술에 취해 뻗었다가 눈을 떠보니 팔베개를 베고 잠든 송유미가 보였다.
꿈인 줄 알았다.
종종 꿈에서는 송유미와 이상하고 야릇한 짓을 하곤 했으니까.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떠보았지만, 송유미의 모습은 그대로였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둘 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고 있었다는 사실.
그 사실을 확인하고는 기절초풍하는 줄 알았다.
지난밤에 있었던 일들이 하나둘 떠올랐다.
우혁 형과 박 감독은 아카데미 시상식 파티에 참석하지 않고 우리끼리 조촐한 파티를 열었다.
레오와 타란티노 감독 등이 합류하면서 술자리가 무르익었고, 어쩔 수 없이 술을 받아 마시게 되었다.
송유미도 몇 잔을 마셨다.
2차를 가기 위해 옮길 때, 송유미는 졸린다면서 백곰에게 호텔까지 바래다달라고 부탁했다.
다른 사람들은 2차 장소로 가고, 백곰은 송유미를 호텔까지 데려다준 뒤, 일행과 합류하기로 했다.
송유미를 호텔 로비까지 데려다주었는데, 송유미가 객실까지 데려다달라고 부탁해서 객실까지 데려다주었다.
“오빠, 나 잠들 때까지만 옆에 있어 주면 안 돼? 응? 응? 응?”
송유미가 졸랐다.
“알았어. 그럴게.”
“오빠 먼저 샤워해.”
송유미가 욕실에 밀어 넣어서 샤워를 했다.
하라고 해서 하기는 했는데, 왜 하는지 몰랐다.
샤워를 하고 나오자 송유미가 샤워를 하러 들어갔다.
한참 만에 송유미가 나왔고, 침대에 누웠다.
“옆에 누우면 안 돼? 나 잠들 때까지만. 응? 응? 응?”
송유미가 졸라서 할 수 없이 송유미 옆에 누웠다.
심장에서 코끼리가 날뛰는 소리가 들렸다.
송유미가 자는 것 같아서 살그머니 일어나면,
“나 아직 안 자!”
그래서 도로 눕고.
이번에는 확실히 잠든 것 같아서 일어나면,
“어디 가?”
했다.
그러고는 잠이 들었다.
그리고 꿈을 꾸었다.
송유미와 사랑을 나누는 환상적이고 아름다운 꿈을.
눈을 떴을 때, 몸에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송유미가 팔을 베고 있었다.
잠들기 전에는 분명 왼쪽에 있던 송유미가 잠에서 깼을 때 오른쪽에 누워 있는 것도 이상했다.
시간을 확인해 보니 아침이었다.
일어나려는데 송유미가 달라붙었다.
송유미가 이 광경을 보면 기절할 텐데···.
죽이려고 할지도 몰라!
백곰은 걱정이 되어 죽을 것만 같았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비슷한 장면을 본 적이 있다.
술에 취해 동침을 했다가 아침에 일어나 그 사실을 깨달은 여자가 비명을 지르며 놀라는 장면.
뭐라고 빌어야 하지?
술 핑계를 대는 건 남자답지 못해.
무조건 잘못했다고 빌자.
‘유미야, 잘못했다. 내가 죽일 놈이야. 용서해 줘. 아니, 용서하지 마. 때려줘. 경찰에 신고해도 괜찮아. 죄 값을 치를게.’
“깼어?”
송유미가 물었다.
드디어 올 것이 왔다.
“으, 으, 응!”
“난 더 잘래.”
그러면서 백곰에게 찰싹 달라붙었다.
얘가 아직 잠에서 덜 깼구나!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비명을 지를 테지?
백곰은 송유미에게 팔베개를 한 채로 바닥에 떨어져 있는 자신의 옷을 주워 보려고 애를 썼지만 손이 옷에 닿지 않았다.
움직임을 느낀 송유미가 눈을 떴다.
“왜 그래, 오빠?”
“아, 아, 아, 아니야. 더 자.”
“잠은 깼어.”
깼구나!
이제 곧 비명을 지르겠지?
“이대로 더 있고 싶어.”
아직 안 깼네. 잠꼬대를 하는 걸 보니.
“오빠는 이제 내 거야!”
송유미가 여전히 잠꼬대를 했다.
백곰은 송유미의 꿈속 오빠에게 질투심을 느꼈다.
“그런데 오빠?”
“응?”
“왜 이렇게 떨어? 추워?”
송유미가 눈을 말똥말똥 뜨고서 물었다.
완전히 잠에서 깬 눈이었다.
“유미야! 미안해!”
백곰이 울먹였다.
“왜? 뭐가?”
“내가 잘못했어. 경찰에 신고해.”
“신고? 왜?”
백곰은 대답 대신 손가락으로 이불 속을 가리켰다.
들쳐보라는 의미였다.
들쳐보면 모든 사실을 깨닫게 될 테니까.
송유미가 이불을 살며시 들치고 그 속을 보았다.
이제 비명을 지를 차례였다.
그런데 송유미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을 뿐이었다.
이불 속의 참상을 보고도.
“봤어?”
“응!”
“비명 안 질러?”
“왜?”
아직 잠을 덜 깼나?
“내가 너한테 못된 짓을 한 것 같아. 어젯밤에.”
백곰이 이실직고를 했다.
“못된 짓?”
“내가 널···.”
“내가 졸라서 했잖아.”
그렇기는 했다.
송유미가 적극적이었다.
그리고 가끔은 명령을 하기도 했다.
오빠! 움직이지 마. 꼼짝 말래두, 자꾸 이럴래? 가만히 있어!
“유미 너, 괜찮아?”
“응! 오빠는? 싫었어?”
“아니아니아니!”
좋았다.
지금까지 경험한 일 중에서 가장 달콤하고 황홀했다!
“그럼 됐어!”
송유미가 다시 착 달라붙었다.
그러더니 잠시 뒤 송유미가 명령을 했다.
“오빠! 움직이지 마. 꼼짝 말래두, 자꾸 이럴래? 가만히 있어!”
***
백곰은 운전을 하면서 그날의 일을 떠올렸다.
송유미에게 미안했다.
“미안해!”
백곰이 송유미에게 사과했다.
“뭐가?”
“미국에서 널 지켜주지 못한 것도 그렇고, 내가 너 남자친구라는 것도 그렇고, 암튼 다 미안해.”
“그게 왜 미안해? 미안해하면 안 되는 거야. 오빠가 미안해하면 난 어쩌라고!”
“미안···.”
“또!”
미안하다는 말 말고 뭐라고 해야 하나?
“오빠! 날 사랑해?”
그걸 말이라고!
너무나 사랑한다.
“난 오빠를 너무 사랑하는데, 오빠는 벽을 쌓아 놓고 있는 것 같아. 미국에서 벽을 허물어뜨린 줄 알았는데···. 오빠가 날 사랑하는지, 날 책임질 수 있는지 궁금해.”
“사랑···한다. 아니야.”
백곰은 정면을 응시한 채 고개를 가로저었다.
송유미는 그런 백곰의 모습을 보았다.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사랑은 아니란 말이지?
동생, 착한 동생일 뿐이란 말이지.
그럴 줄 알았다.
임신인 것 같은데, 이제 어쩌지?
“부족해. 사랑이라는 단어로는, 내 마음을 모두 다 표현할 수 없어.”
백곰의 말에 송유미는 그예 눈물을 흘렸다.
“유미 널 너무너무 좋아해. 이것도 아닌데···. 약해!”
백곰이 불만스러운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송유미는 그 모습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눈물을 흘리며.
백곰의 시야에 약국이 들어왔다.
약국 앞에 차를 세웠다.
“오빠!”
“응?”
“밥해 줄게. ···나랑, 살자!”
송유미가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예은 언니가 우혁 오빠에게 청혼할 때 했던 말이다.
백곰 오빠에게 먼저 청혼할 것 같아 예은 언니의 말을 기억해 두었다.
“그, 그게 무슨 말이야?”
백곰이 놀란 표정으로 말을 더듬었다.
“나 지금 청혼하는 거야. 오빠한테.”
“말도 안 돼!”
“나랑 결혼하기 싫어?”
“아니아니! 그게 아니라···.”
“약국에 다녀올 테니까 내 청혼 받아들일 건지 아닌지 생각하고 대답해 줘.”
그러고는 송유미가 차에서 내렸다.
백곰은 한 대 얻어맞은 사람처럼 멍한 눈으로 약국으로 걸어가는 송유미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결혼?
하고 싶다.
하고 싶지만, 언감생심!
감히 송유미를 어떻게···.
송유미 부모님을 뵈었을 때, 부모님이 자기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다는 걸 느꼈다.
하긴 어느 부모가 좋아할까.
안정된 직장도 없는, 매니저에 불과한, 어리바리한 뚱보를.
송유미 부모님의 반대가 두려운 건 아니다.
송유미를 행복하게 해줄 자신이 없다.
송유미가 좋은 남자를 만났으면 좋겠다.
송유미를 행복하게 해줄 남자.
송유미가 다른 남자와 결혼을 한다면, 세상을 다 잃은 것처럼 슬프겠지만.
송유미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결혼!
성급하게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송유미에게 좀 더 기회를 주어야 한다.
송유미가 한참 만에 차로 돌아왔다.
송유미는 아무 말 없이 정면을 응시했다.
“유미야! 아무래도 결혼은 좀 신중하게 생각해야···.”
백곰이 어렵게 입을 열었는데 송유미가 무언가를 건네주었다.
“이게 뭐야?”
“임신테스트기.”
“?”
“줄이 두 개면 임신이야.”
임신테스트기를 확인해 보았다.
줄이 두 개였다.
임신!?
“아기 낳을 거야.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분신이니까. 나 혼자서라도.”
송유미가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말했다.
“오빠 아기니까 아기 이름은 오빠가 지어줘.”
아기!?
정신이 번쩍 들었다.
천만 볼트에 감전된 것 같은 충격이 전해졌다.
잠시 동안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가자!”
백곰이 기어를 P에서 D로 옮겼다.
“부모님 허락 받아야지.”
송유미가 그제야 환한 미소를 지었다.
송유미의 부모는 백곰을 썩 좋아하지 않았다.
처음 만났을 때 자기 얘기는 하지 않고, 자기가 모시는 강우혁에 대해서만 늘어놓았다.
강우혁이 출연한 영화와 드라마를 아는지, 어떤 상을 받았는지, 인간성이 어떤지 등에 대해서.
송유미의 부모는 백곰이 매니저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K&B의 대표라는 사실은 몰랐다.
몇 십억 대 재산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송유미도 백곰이 부자라는 사실은 전혀 알지 못했다.
백곰 오빠는 성실하고 착한 사람이다.
무엇보다 자신을 보물처럼 여긴다.
부모를 제외하고 태어나서 그렇게 소중하게 여겨준 사람은 없었다.
그래서 오빠와 결혼하고 싶었다.
하지만 막상 임신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겁이 났다.
백곰 오빠는 결혼 생각이 없는데, 임신이 그의 앞길을 가로막는 건 아닌지 싶어서.
그렇다고 아이를 떼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혼자서라도 키울 생각이었다.
그러자니 앞날이 막막했다.
임신테스트기로 임신이라는 사실을 확인했을 때, 백곰 오빠에게 알릴지 말지 갈등하다가 알리기로 했다.
백곰 오빠가 아이를 떼자고 하면 어쩌나 두려웠다.
그런데, 고맙게도, 백곰 오빠가 부모님 허락을 받으러 가자고 했다.
엄마 아빠가 백곰 오빠를 썩 좋아하지 않는다는 건 안다.
결혼을 반대할지도 모른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백곰 오빠와 결혼할 거고, 알콩달콩 행복하게 살 것이다.
***
백곰이 송유미의 부모님을 만나러 파주로 달려갈 때, 우혁은 아내가 건네준 임신테스트기를 확인하고 있었다.
두 줄이 선명했다.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이 밀려왔다.
고맙고, 행복하고, 기쁜.
활짝 웃고 있는 아내를 조용히 안아 주었다.
한참을, 그렇게, 말없이.
[ 밥해 줄게. ···나랑, 살자!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