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utiful Top Star RAW novel - Chapter (195)
우혁은 아내를 안고서 등을 토닥여 주었다.
“나도! 나도!”
민서가 자기도 안아달라고 보챘다.
왈왈!
토토까지.
우혁은 민서를, 아내는 토토를 안아 주었다.
“민서야, 할머니 할아버지 집에 갈까?”
“응!”
토토도 따라나서겠다고 버둥거렸다.
토토는 여전히 민서의 껌딱지다.
“어머니 아버님께 말씀드리려고?”
아내가 토토를 바닥에 내려주며 말했다.
“말씀드려야지. 당신은 집에서 쉬고 있어. 갔다 올게.”
“아니야. 나도 같이 가.”
“지금 몇 시지?”
“여덟 시 조금 넘었어.”
“시간은 왜?”
“장인 장모님께 전화 드릴까 해서.”
“미국은 지금 새벽 4시야. 이따 내가 전화 드릴게.”
“소식 들으면 기뻐하실 거야.”
“그렇잖아도 민서 동생 만들어 줘야 하지 않겠냐면서 소식 기다리시더라구.”
“민서 동생?”
민서가 아내의 말을 듣고서 끼어들었다.
“민서야! 동생 갖고 싶어?”
아내가 민서에게 물었다.
“응!”
“왜?”
“동생이 있으면 내가 유치원 갔을 때 토토가 심심하지 않을 테니까.”
민서는 올해부터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했다.
그 바람에 민서의 껌딱지 토토가 쓸쓸해졌다.
토토는 민서가 유치원에서 돌아올 때까지 풀이 죽어 지낸다.
민서는 유치원에 가 있는 동안 혼자 있을 토토가 안쓰러웠던 모양이다.
그런 민서가 기특하고 사랑스러웠다.
“착한 거 보니, 당신 딸 맞네.”
우혁이 아내에게 말했다.
“마음씨는 당신을 더 닮았지. 그 아빠의 그 딸이라니까. 유치원 선생님이 민서 착하다고 얼마나 칭찬하는지 몰라.”
민서는 아내를 꼭 빼닮았다.
외모도, 심성도, 영락없는 아내였다.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할머니! 할아버지!”
부모님 집 마당에 들어서자 민서가 외쳤다.
왈왈!
토토가 민서를 도왔다.
토토 소리를 들었는지 어머니가 현관문을 열고 나왔다.
민서와 토토가 할머니에게 달려갔다.
“어이구 내 강아지. 어여 와.”
어머니가 민서와 토토를 반겨 맞았다.
바로 옆집이라 수시로 드나들지만 어머니는 언제나 손녀와 아들 내외의 방문을 반겼다.
“할머니! 엄마가 민서 동생 만들어 준대.”
민서가 할머니 품에 안기며 말했다.
“그랬어? 토토가 있는데 무슨 동생이야. 엄마 힘들어.”
“내가 유치원에 가면 토토가 심심하잖아.”
“토토 심심할까 봐 동생을 만들어? 개미 물 먹이겠다고 비 내릴까.”
“개미?”
“저녁은 먹었어?”
“응! 근데 엄마 토했어.”
“저런!”
어머니가 아내를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아프면 집에서 쉬지 왜 왔어? 어디가 아픈 게야? 체했어?”
“아니에요, 어머니!”
아내가 밝게 웃어 보였다.
어머니가 우혁을 쳐다보았다.
빙그레 웃는 우혁을 보고서 낌새를 차린 어머니가 아내의 손을 잡았다.
“애가 선 게야?”
“예, 어머니!”
“민서 하나 키우기도 벅찰 텐데 뭘 또 만들었어.”
말을 그렇게 했지만 어머니의 표정은 밝았다.
큰 선물이라도 받은 것처럼.
“어여, 들어가자! 어여!”
어머니가 아내의 손을 잡아끌었다.
“할아버지!”
민서가 할아버지 품으로 뛰어든다.
“어여 오너라, 우리 민서!”
여간해서 잘 웃지 않는 아버지는 손녀 앞에서는 하회탈이 된다.
그렇게 이쁘실까?
토토도 아버지에게 달려간다.
아버지는 편애가 심하다.
토토에게는 눈길도 주지 않는다.
너무 가까이 오면 손이나 발로 쓱 민다.
매번 당하면서도 토토는 민서처럼 아버지 옆에 가고 싶어 안달이다.
“이리 앉거라.”
어머니가 아내를 소파로 안내했다.
“속은 가라앉았어?”
“예, 어머니!”
“병원에는 다녀왔고?”
“내일 가보려구요.”
아내와 어머니의 대화를 들은 아버지가 우혁에게 물었다.
“어멈, 어디 아픈 게냐?”
“애가 섰대요.”
어머니가 우혁 대신 대답했다.
아버지는 표정 변화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무릎에 앉아 있는 민서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하회탈 미소를 지었다.
“우리 민서, 동생 생겨서 좋겠구나.”
“좋아!”
“그럼 좋구말구.”
민서보다 아버지가 더 좋으신 듯하다.
입가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
그 시각.
백곰은 송유미와 결혼을 허락받기 위해 송유미 부모의 집을 찾았다.
송유미가 도착 전에 백곰과 함께 갈 거라고 전화를 하기는 했지만 송유미의 부모는 갑작스런 방문이 탐탁지 않았다.
한 번밖에 일면식이 없는 사람이 늦은 저녁 시간에 찾아오는 것이 달가울 리 없었다.
딸의 남자친구로 마음에 썩 드는 사람이 아니었으니 더욱 그럴밖에.
송유미의 모친은 방문한다는 딸의 전화를 받았을 때, 딸에게 핀잔을 주었다.
“시간이 몇 신데 집으로 온다는 거야? 사람이 경우가 있어야지. 너 혼자 와. 네 오빠도 집에 왔어. 괜히 지금 왔다가 오빠한테 야단맞지 말고.”
그 말을 듣고 송유미는 백곰에게 사실대로 말했다.
“다음에 가는 게 좋을 것 같아. 오빠가 집에 와 있대. 우리 오빠, 한 성격하거든. 내가 결혼하겠다고 하면 펄쩍 뛸 거야.”
“가족들 모두 계시다니 차라리 잘 됐네. 어차피 다 아셔야 할 테니까.”
“괜찮겠어?”
“유미처럼 예쁜 아내를 얻을 수 있다면 뭔들 못하겠어.”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애매모호한 태도를 보이던 백곰이 유미의 임신 소식을 들은 뒤로 완전히 달라졌다.
악어가 우글거리는 늪이라도 뛰어들 것처럼 단단하고 확고했다.
유미는 그 모습이 싫지 않았다.
싫기는커녕 마음 든든했다.
아파트 주차장에 차를 주차한 뒤, 한우세트를 들고 송유미 부모의 집에 올라갔다.
송유미가 현관문 비번을 누르고 집 안으로 들어섰다.
송유미의 모친이 두 사람을 맞이했다. 표정이 썩 좋지 않았다.
부친은 무덤덤한 표정으로 소파에 앉아 있었다.
집에 있다던 오빠는 보이지 않았다.
“늦은 시간에 불쑥 찾아와서 죄송합니다.”
백곰이 모친과 부친에게 고개를 숙였다.
“죄송한 줄 알면 하지를 말아야지.”
커다란 덩치의 남자가 방문을 열고나오며 퉁명스럽게 말했다.
송유미의 오빠였다.
태권도, 유도, 검도 유단자이면서 권투, MMA까지 프로 못지않은 실력을 가진 사람답게 몸이 다부졌다.
“오빠, 왜 그래?”
송유미는 안절부절 어쩔 줄 몰라 했다.
“안녕하십니까?”
백곰이 오빠에게 고개를 숙였다.
“이리 와서 앉게.”
부친이 소파에서 바닥으로 내려앉으며 백곰에게 앞쪽을 가리켰다.
백곰은 부친 맞은편에 가 앉았다.
송유미는 그 옆에 앉고.
모친은 다과를 준비하러 주방으로 가고, 오빠는 부친 옆에 앉았다.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잠시 뒤 모친이 다과상을 들고 유미 옆에 앉았다.
“어머님, 아버님! 그리고 형님! 드릴 말씀이 있어서 왔습니다.”
백곰이 자세를 바꾸어 무릎을 꿇었다.
송유미도 백곰을 따라 했다.
“유미와 결혼하고 싶습니다. 허락해 주십시오.”
백곰이 고개를 조아렸다.
“뭐?”
오빠가 소리쳤다.
“결혼을 해? 아닌 밤중에 홍두깨라더니, 이게 무슨 소리야?”
모친이 놀란 눈으로 백곰과 송유미를 바라보았다.
부친 역시 놀랐는지 눈을 크게 떴다.
“결혼 허락해줘.”
송유미가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말했다.
“유미 너, 결혼 안 한다고 했잖아. 혼자 산다며?”
모친이 송유미를 다그쳤다.
“응! 혼자 살 거야.”
송유미가 대답했다.
백곰이 당황해서 송유미를 보았다.
“동수 오빠랑 결혼하지 못하면!”
송유미의 말에 백곰은 비로소 안도했다.
“동수 오빠를 놓치기 싫어. 오빠를 놓치면 평생 후회할 것 같아. 아니, 놓치지 않을 거야.”
“얘가 완전히 미쳤구만, 미쳤어!”
오빠가 비아냥거렸다.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데, 그게 왜 미친 거야? 내 평생 지금처럼 정신 멀쩡한 적 없어. 난 성인이야. 내 인생은 내가 알아서 할 거라고. 가족의 축복을 받으면서 결혼하고 싶지만, 축복해 주지 않아도 어쩔 수 없어. 난 동수 오빠하고 결혼할 거야.”
“유미야!”
백곰이 유미에게 눈치를 주었다.
“동수 오빠는 나를 놓아주려고 해. 내가 좋은 남자를 만나서 결혼하기를 바라는 사람이야. 엄마, 아빠, 그리고 오빠가 날 사랑한다는 거 알아. 내가 행복하길 바란다는 것도. 그렇다면, 동수 오빠하고 결혼하게 해줘.”
“결혼이 애들 장난이니? 갑자기 이렇게 찾아와서 떼를 쓰면 어떡해?”
“떼쓰는 거 아니야. 엄마, 아빠, 오빠가 동수 오빠를 바라보는 눈빛이 싫어. 동수 오빠가 마음에 안 든다는 게 너무 티가 나. 왜? 왜 마음에 안 드는데? 가난해서? 뚱뚱해서? 직업이 마음에 안 들어서? 장래가 불확실해서? 도대체 뭐가 마음에 안 드는데?”
“유미야, 진정해!”
백곰이 안절부절 못하며 유미를 말렸다.
“그래, 말 잘했다. 엄마는 이 사람이 못마땅하다. 가난한 사람한테 자기 딸 시집보내고 싶은 엄마가 세상에 어디 있니? 장래가 불확실한 사람도 마찬가지야.”
모친이 딸을 설득하려 애를 썼다.
부친은 굳게 입을 다문 채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잠시 무거운 침묵이 가로놓였다.
“직업이 매니저라고요?”
오빠가 침묵을 깨며 백곰에게 물었다.
“예, 그렇습니다.”
“내 친구 중에 매니저를 했던 친구가 있어서 잘 아는데, 연예인 뒤치다꺼리, 사람 할 짓이 아니라던데, 적성에 맞아요?”
“예. 제 적성에 꼭 맞습니다. 그리고 아주 재미있습니다.”
백곰의 말에 모친은 듣기 싫다는 듯 모로 돌아앉았다.
“재미있다? 뭐가 그렇게 재미있습니까?”
“연예인들은 사람들에게 기쁨과 행복, 희망과 사랑을 주는 사람들입니다. 따분한 일상에 건강한 웃음과 감동을 주기도 하고, 삶의 의미를 생각하게 하기도 하죠. 그런 연예인을 도우는 일이 재미있고 즐겁습니다.”
“박봉이라고 들었는데···.”
“오빠!”
송유미가 오빠를 만류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저는 만족합니다.”
백곰은 솔직하게 대답했다.
“연봉 2천 넘어요?”
“오빠!!”
“어허!”
송유미와 부친이 동시에 오빠를 힐책했다.
“열 배 정도 됩니다.”
이번에도 백곰은 사실대로 답했다.
지금껏 그의 연봉을 물어보는 사람이 없어서 말한 적이 없었다.
송유미도 그의 연봉이 얼마인지 모른다.
물어본 적이 없었으니까.
송유미는 백곰의 연봉에 놀라서 백곰을 바라보았다.
백곰의 대답에 송유미의 오빠가 이맛살을 구겼다.
“연봉이 2억이라고?”
오빠가 의심의 눈초리로 백곰을 쏘아보았다.
“어허! 거참!”
부친이 오빠를 다시 한 번 힐책했다.
“예, 형님! 보너스 빼고 2억입니다.”
백곰은 사실대로 대답했다.
자랑하려는 것도 아니고, 허풍을 떠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연봉이 다른 사람보다 많다는 것은 안다.
이런 자리가 아니었다면 뒷머리를 긁적거리며 어물쩍 넘어 갔을 것이다.
지금은 사실대로 얘기했다.
송유미를 굶기지 않을 테니 걱정하지 마시라는 마음에서.
“아니, 무슨 매니저 연봉이 2억씩 되나요? 우리가 세상 물정 모르는 사람들도 아니고···.”
모친이 불신 가득한 표정으로 백곰에게 물었다.
“동수 오빠, 우리 회사 대표야.”
송유미가 끼어들었다.
“회사··· 대표? 매니저라며? 회사 대표라는 얘기는 왜 안 했어?”
모친이 놀라서 물었다.
“직업이 뭐냐고 물었지 직책이 뭔지는 안 물어봤잖아. 중요한 것도 아니고.”
“그게 왜 중요하지 않니? 중요하지.”
“나한테는 중요하지 않아. 동수 오빠가 회사 대표이건 아니건 나한테는 상관없어. 오빠는 차도 없고, 집도 없어. 신발을 다 닳을 때까지 신고 다녀서 연봉이 그렇게 많은 줄 몰랐어. 하지만 연봉이 2억이든 아니든 나한테는 큰 의미 없어. 동수 오빠가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 알기나 해? 나한테는 그게 가장 중요해. 다른 건 다 필요 없어.”
“이보게!”
지금껏 침묵을 지키고 있던 부친이 입을 열었다.
“예, 아버님!”
백곰이 부친을 향해 머리를 숙였다.
“내 딸 유미는 티 없이 맑은 아일세.”
“알고 있습니다.”
“세상 사람들은 철딱서니가 없다고들 하지.”
“···.”
“자네를 처음 보았을 때, 자네도 유미만큼이나 티 없이 맑은 사람이더군. 연애야 할 수 있겠지만, 결혼은 안 돼. 굶어죽기 십상이거든. 유미 엄마가 걱정하는 것도 그걸세.”
듣고 있던 모친이 끼어들었다.
“연봉이 2억이나 된다는데 굶어죽긴 왜 죽어요.”
부친은 모친의 말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그런데 오늘 자네 얘기를 들어 보니, 내 딸 유미는 철이 없는데, 자네는 그런 것 같지 않구먼. 그 나이에 회사 대표이고 연봉 2억을 받는다는 게 그 증거일 테지.”
“···.”
“내 딸 유미, 한없이 고운 아이네. 자네가 잘 거두어주게나.”
“고맙습니다, 아버님!”
백곰은 깊이 고개를 조아렸다.
모친이 짧은 한숨을 내쉬고는 송유미에게 물었다.
“저녁은 먹었어?”
“응!”
송유미 오빠가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불쑥 끼어들었다.
“난 이 결혼 반댈세!”
철썩!
모친이 오빠의 등짝을 후려쳤다.
“네 일이나 신경 써. 나이는 비슷한데, 넌 왜 그 모양이야? 결혼은 언제할 거야?”
“매제 될 사람 앞에서 가오 좀 세우려는데 등짝을 때리고 그래. 아이구, 아퍼!”
***
백곰과 송유미는 송유미 부모의 집에서 나와 차에 올랐다.
모친이 송유미에게 자고 가라고 했지만, 내일 출근을 해야 하기 때문에 가야 한다며 백곰을 따라 나왔다.
“미안해, 오빠! 가족들이 오빠한테 너무 무례했어. 나쁜 사람들은 절대 아니야. 그렇다고 좋은 사람들도 아니고. 그냥 평범해.”
송유미가 고개를 떨어뜨렸다.
“내가 네 오빠였어도 그렇게 했을 거야. 이렇게 예쁘고 착한 내 동생을 감히! 나라면 집에 들어오지도 못하게 했을지도 몰라. 어머님 마음도 충분히 이해가 돼. 아버님 마음도. 다들 좋으신 분들이더라.”
“그렇게 생각해 줘서 고마워.”
“앞으로 내가 잘해야지.”
“나도 잘할게.”
“와, 꿈만 같다. 송유미가 내 각시라니!”
“믿어지지 않아. 백동수가 내 신랑이라니!”
송유미가 백곰을 따라하며 환하게 웃어 보였다.
“유미가 많이 아깝다. 유미는 나보다 훨씬 좋은 남자를 만날 수 있을 텐데···.”
“아니! 그럴 리 없어. 아까 말했잖아. 오빠가 아니면 결혼 안 한다니까.”
[ 꿈만 같다 >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