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utiful Top Star RAW novel - Chapter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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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연기를 보면
“우혁 형, 주말 예능 ‘아도’ 알아?”
“아름다운 도전? 알지.”
“‘아도’에서 형을 게스트로 초대하고 싶다는데 형 생각은 어때?”
“글쎄!”
“정 실장님은 형이 연기에만 몰입할 수 있도록 예능 섭외는 거절하고 있어. 형이 예능 출연을 원하면 모르겠는데 그렇지 않다는 걸 알거든.”
“예능은 자신이 없어서 말이야.”
“주말 예능에 출연하면 인지도를 확 끌어올릴 수 있는데.”
“네 생각은 내가 ‘아도’에 출연했으면 좋겠어?
“응! ‘아도’ 볼 때마다 그런 생각했었어. 형이 저기 나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말이야.”
“개그에는 자신이 없는데.”
“게스트는 개그 부담 안 가져도 돼. 웃기는 건 고정 출연자들이 알아서 할 거야.”
‘아름다운도전’은 [서울 가로등> 촬영이 시작된 뒤로 시간이 없어 본 적이 없지만 이전에는 종종 아내와 시청하던 프로였다.
‘아도’는 아내가 즐겨보는 프로 중 하나였다.
“보육원 시절에는 ‘아도’를 꼭 봤어. 개그 프로도 꼭 보고. 그땐 웃을 일이 별로 없었는데 개그나 주말 예능 보면서 웃었어. 아마 요즘도 보육원 아이들은 그럴걸.”
우혁은 개그맨들이 대단한 연기자라고 생각한다.
개그맨을 과소평가하는 이들도 없지 않다. 우스꽝스러운 몸짓과 말투 때문에 실없는 사람으로 여기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개그맨들은 남을 웃기는 사람이지 우스운 사람이 아니다. 다른 사람을 웃게 하기 위해 망가지는 걸 주저하지 않는 사람들.
우혁은 사람을 웃게 하는 재능을 가진 희극인들이 부럽고 존경스럽다.
찰리 채플린의 코미디 영화들을 보다 보면 눈가에 눈물이 맺히곤 한다.
좋은 연기를 보면 눈물 난다.
2차 세계대전과 경제 대공황으로 실의에 빠진 전 세계인들을 위로했던 채플린의 연기는 압권이다.
웃을 일이 별로 없는 현대인들에게 웃음을 주는 희극인들은 찬사를 받아 마땅하다.
아내의 말을 듣고 보니 그들이 얼마나 소중하고 고마운 사람인지 다시금 깨닫게 된다.
‘그땐 웃을 일이 별로 없었는데 개그나 주말 예능 보면서 웃었어.’
그러고 보니 우혁 자신도 과거에 되는 일이 없고 마음이 무거웠던 시절, 개그와 주말 예능을 보며 웃었다. 즐거울 땐 더 즐겁고 싶어서 보았고.
“‘아도’ 출연할게.”
“정말?!”
우혁의 말에 백곰이 놀란 눈으로 우혁을 바라보았다.
“그래.”
“정 실장님한테 야단맞는 거 아닌지 모르겠다.”
“내가 따로 말씀드릴게.”
“아니야, 내가 보고 드려야지. 정 실장님이 형보다 연배가 높지만 엄연히 매니저인데 형이 보고를 하는 건 아니야. 담당 매니저가 없으면 몰라도 이렇게 있는데. 정 실장님이 형한테 전화를 걸어서 의사를 물어보면 또 모를까.”
백곰은 그렇게 말하며 정 실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실장님, 저 백곰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우혁 형이 ‘아도’에 출연하시겠다고 해서 전화드렸습니다.”
– 출연하시겠대?
“예, 실장님!”
백곰은 야단맞을 준비라도 하는지 목을 움츠렸다.
– 출연하시면 좋지. [서울 가로등> 시청률이 높다고는 해도 지상파 주말 예능에 출연하는 것하고는 그 영향력이 다르거든. 며칠 전에 우혁 씨한테 지나가는 말로 넌지시 예능 출연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어봤을 때는 자신 없다고 해서 더 말씀 못 드렸어.
“그럼 출연하는 걸로 알고 준비하면 될까요?”
– 그렇게 해줘. 드라마 촬영 일정 체크해서 나한테 알려주면 ‘아도’ 측하고 조율해서 녹화 일정 잡을게. 계약 등은 내가 진행할 테니까 백 대리는 차후에 방송 컨셉 확정되면 숙지해서 준비해줘.
“예, 알겠습니다.”
백곰은 정 실장과 통화를 끝내고 나서 밝은 표정으로 우혁에게 돌아섰다.
“형이 ‘아도’ 출연하기로 했다니까 실장님도 좋아하시네.”
“녹화 일정이 어떻게 되지?”
“구체적 일정은 나오지 않았어. 우선 출연 의사를 ‘아도’ 측에 전달하면 녹화 일정을 우리 측과 조율할 거야.”
“방송 컨셉은 뭐지?”
“자세한 컨셉은 아직 전달받지 못했어. 걔네들도 보안 때문에 자세한 컨셉은 말해 주지 않아. 출연 확정도 되지 않았는데 자세한 컨셉을 알려줬다가 외부로 노출되면 김이 샐 수가 있거든.”
우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요즘 출연 섭외가 장난 아니게 많이 들어와. 어린이 프로 사회자 출연 섭외도 들어왔어. 잘만 하면 몇 년 동안 고정이 될 수도 있어.”
“그건 좀···.”
“당연히 안 되지. 형이 한다고 해도 내가 말릴 거야. 정 실장님도 보자마자 X 표시 하시더라.”
“차기작으로 할 만한 작품은 없어?”
“아직은! 드라마, 영화 캐스팅 제의가 쏟아지고 있으니까 조만간 좋은 작품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아. 차기작은 영화를 했으면 좋겠어.”
“그러게.”
“열심히 찾아보고, 이거다 싶은 작품 발견하면 곧바로 알려줄게.”
“그래.”
“형! 예전에 뮤지컬도 했었잖아.”
“그랬지.”
“나는 형 노래 정말 좋아. 형이 부르는 조동진의 제비꽃이랑 행복한 사람은 정말이지, 어휴! 정 실장님은 형 노래하는 거 못 봤지? 형 노래하는 거 실장님이 봐야 하는데.”
“실장님이 내 노래하는 걸 봐서 뭐해.”
“형 ‘가면무도회’라는 프로 알지? 거기서 계속해서 출연 섭외가 들어오거든. 적당한 사람 없냐고 말이야. 정 실장님이 형 노래 잘하는 거 알면 형한테 그 프로에 나가자고 할 텐데. 며칠 전에 실장님한테 형 노래 잘한다고 얘기하려다가 참았어.”
“잘 참았다. 앞으로도 계속 참아.”
“형은 그 프로 나가기 싫어?”
“욕먹기 싫어서 그래. 노래도 못하는 사람이 나왔다고 흉볼 거야.”
“절대 그렇지 않아. 다들 깜짝 놀랄걸!”
“촬영장에 가자.”
“형 촬영분 시작하려면 아직 멀었어.”
우혁은 백곰에게 어깨동무를 하고서 걸음을 옮겼다.
***
우혁이 촬영장에 도착했을 때에는 촬영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50만 원 어떻게 융통해 주이소.”
옥자 아버지 이 씨가 건물주 박달재에게 굽실거린다.
옥자가 옥상 난간에서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50만 원? 단 돈 5만 원도 없어. 지금까지 빌려간 거나 얼른 갚어. 월 5부 이자인 거 알지?”
“며칠 내로 한꺼번에 드릴 테니까 50만 원만 더 빌려 주이소.”
“다음 달 계약 만기야? 전세금 1000만 원 올린다고 분명히 말했어. 만기 때까지 안 구해 오면 방 뺄 거야. 이사 간다고 안사람한테는 얘기는 했나? 내가 할까?”
“옥자 엄마한테는 말하지 마이소. 제가 할게요. 50만 원, 아니 30만 원 만 꿔 주이소.”
“7부 이자 아니면 못 빌려줘. 노름돈은 원래 이자가 센 법이야.”
그때 욕쟁이할멈이 아들 박달재 턱 밑으로 얼굴을 쑥 들이밀며 소리를 빽 지른다.
“똥 팔아서 쌀 사 먹을 영감탱이!”
“어이구 간 떨어질 뻔했네. 엄니도 참, 똥 팔아서 쌀 사 먹는 게 뭐가 어때서요. 그렇게 못하는 놈이 멍청한 거지.”
“날도둑놈 같으니! 썩 물러가거라! 써억!”
욕쟁이할멈이 박달재에게 지팡이를 휘두른다.
박달재는 모친의 지팡이를 피해 저쪽으로 달아난다.
이 씨가 박달재를 따라가려 하자 욕쟁이할멈이 두 팔을 벌려 길을 가로막는다.
그러고는 이 씨에게 일갈한다.
“쌀 팔아서 똥 사먹을 인사야! 정신 차려!”
그 말을 들은 이 씨가 한 대 얻어맞은 것처럼 멍한 눈길로 눈을 껌뻑인다.
“어르신 말씀이 맞네요. 저는 귀한 쌀 팔아서 똥 사먹을 인간입니다.”
이 씨는 박달재를 따라가는 대신 은행나무 옆 나무 벤치에 앉아 담배를 태워 문다.
한숨 섞어 담배를 내뿜는데.
“아부지, 이거!”
옥자가 종이 꾸러미를 이 씨에게 내민다.
“이기 뭐꼬?”
“돈!”
“안 된다. 갖다 놔라. 인형 눈깔 달아주고 번 돈 아이가. 내가 아무리 정신 나간 노름꾼이라도 니 돈은 안 쓴다.”
옥자는 벤치 위에 종이 꾸러미를 놓고 달아난다.
“안 쓴다니까.”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종이 꾸러미를 살펴본다.
돈을 확인하고는 담배를 뻑뻑 피운다.
이 씨는 종이 꾸러미를 챙겨 품에 넣으며 혼잣말을 한다.
“오냐. 따따불로 벌어서 돌려주마. 이번이 마지막이다. 내가 다시 노름을 하마 성을 갈 기다. 이번에 본전 찾으마 다시는, 다시는 노름 안 한다.”
이 씨가 빠른 걸음으로 사라지고, 공터에 혼자 남은 가로등이 자신의 발아래를 가만히 내려다본다.
“컷!”
휴식 시간을 가진 뒤 촬영이 재개되었다.
이번 신에는 가로등지기도 등장하기 때문에 우혁도 준비를 했다.
가로등 아래.
옥자모 달성댁과 옥자가 스탠바이를 하고 있다.
“액션!” 소리와 함께 감정을 잡고 있던 달성댁이 옥자의 등짝을 후려치며 울분을 토한다.
“나가 죽어라. 아무 짝에도 쓸모없는 바보 천치가 살아서 뭐하노. 밥이나 축 내지 살아서 뭐하노 말이다. 인형 눈알 붙여주고 하루에 500원도 안 되는 돈을 받아서 3년을 모았는데 그 돈을 노름꾼한테 갖다 바쳐? 천치야, 죽어 뿌리라. 은행나무에다 목이라도 매고 콱 죽어.”
“잘못했어 엄마. 다신 안 그럴게 엄마. 아프다. 아프다.”
옥자가 엄마의 손바닥을 피해 이리저리 달아나며 싹싹 빈다.
달성댁이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넋두리를 늘어놓는다.
“내가 못 산다. 그 돈이 어떤 돈인데 그걸 가져 가노. 이대로는 못 산다. 이 인간을 쥑이 뿌고 나도 죽을란다.”
“엄마! 죽지 마. 죽으면 안 돼.”
“살아서 뭐하노? 무슨 낙을 볼라고 사노? 하나밖에 없는 딸년은 바보 천치고, 남편이라고 하나 있는 건 노름꾼이고, 뭘 바라고 사노 말이다. 꼴도 보기 싫다. 제발 어디 가서 죽어 뿌리라. 니가 죽기 전에는 내가 못 산다. 속 터져서 못 살아. 내 이 인간을 찾아가꼬 죽이야겠다.”
달성댁은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남편을 찾아 사라진다.
혼자 남은 옥자가 가로등을 올려다본다.
‘제발 어디 가서 죽어 뿌리라. 니가 죽기 전에는 내가 못 산다. 속 터져서 못 살아.’
엄마의 목소리가 들린다.
옥자를 내려다보는 가로등.
옥자의 손에는 노끈이 들려 있다.
목을 매는 옥자.
버둥거리는 옥자의 발.
가로등지기가 은행나무를 향해 서 있다.
늘 인자하기만 하던 가로등지기의 눈빛에 이채가 서린다.
이때 집으로 돌아오던 달성댁이 딸을 발견한다.
“옥자야아아!”
달성댁이 신발이 벗어지는 줄도 모르고 달려온다.
툭!
옥자의 목을 매고 있을 줄이 풀어진다.
땅으로 떨어지는 옥자.
가로등지기의 눈에서 이채가 사라진다.
달성댁은 옥자를 부둥켜안고서 오열한다.
“옥자야! 옥자야! 정신 차리라! 엄마가 잘못했다. 엄마가 잘못했어. 니가 죽으마 엄마도 죽는다. 옥자야아아아!”
옥자가 기침을 하며 숨을 쉬기 시작한다.
“옥자야? 엄마다. 정신이 드나? 엄마 알아보겠나?”
“엄···마!”
“오냐. 엄마다, 엄마. 불쌍한 내 새끼!”
달성댁이 옥자를 품에 안고서 아기처럼 어른다.
“엄마! 죽지 마.”
옥자가 울면서 애원한다.
“오냐오냐! 안 죽는다. 우리 옥자가 살아 있는 한 엄마는 절대 안 죽을 기다.”
“커엇!”
엄 피디의 목소리가 갈라졌다.
컷을 외친 뒤 엄 피디는 얼른 고개를 돌리고서 눈물을 삼켰다.
모든 스텝들의 눈시울이 붉게 물들었다.
배우들도 다들 눈물을 훔쳤다.
컷 소리가 났건만, 옥자와 달성댁은 여전히 서로를 부여안은 채 일어나지 못했다.
권 여사가 옥자와 달성댁에게 다가가 등을 쓸어 주었다.
“수고했다. 수고했어.”
우혁의 눈에도 눈물이 고였다.
좋은 연기를 보면 눈물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