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utiful Top Star RAW novel - Chapter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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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에게 필요한 덕목 한 가지를 배우다
“가로등지기다!”
“마술인 줄 알았네.”
“우씨, 깜짝 놀랬잖아.”
“어서 오십시오. 반갑습니다.”
우진석이 앞으로 나와 우혁에게 악수를 청했다.
“반갑습니다. 가로등지기 강우혁입니다.”
“가루지기? 별명이 왜 그래요?”
방문수가 뚱한 표정으로 물었다.
멤버들이 웃음을 터트렸다.
“푸하하하. 가루지기래. 바보 형아.”
“형, 거기서 왜 가루지기가 나와. 가루지기가 아니라 가로등지기야.”
우진석이 웃음을 참으며 방문수를 타박했다.
“별명 긴 게 잘못이지 내 잘못이냐.”
“가로등지기는 별명이 아니라 드라마 극중 인물이야. 형, [서울 가로등> 봤어, 안 봤어? 솔직히 말해.”
우후가 방문수를 다그쳤다.
“서울 가로등을 왜 안 봐. 서울 거리에 널려 있는 게 가로등인데.”
방문수가 위트 있게 받아쳤다.
“정신이 하나도 없으시죠. 죄송합니다. 정식으로 시청자 여러분께 짧고 간단하게 자기소개 좀 해주시죠.”
우진석이 큐시트로 카메라 쪽을 가리키며 우혁에게 부탁했다.
“안녕하세요, 시청자 여러분! 무공해 드라마 [서울 가로등>의 가로등지기 강우혁입니다. 반갑습니다.”
“멤버들에게 제작진이 [서울 가로등> 드라마를 모니터링하고 오라고 했을 겁니다. 다들 보셨나요?”
“문수 형 빼고 다 봤을걸요.”
안세영이 이죽거렸다.
“저희가 가로등지기 강우혁 씨를 모신 이유는 말이죠. 오늘 하루 우리가 가로등지기가 되어 보기 위해서 입니다.”
그때 무대의 조명이 꺼지고 가로등 하나만 켜진다.
우혁을 제외한 멤버들이 모두 화들짝 놀란다.
“만약에 우리가 지나다니는 도로와 골목에 가로등이 없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켜져 있던 가로등마저 꺼졌다.
“불을 왜 꺼?”
“왜 이래? 공포 체험이야 뭐야?”
“빨리 켜.”
멤버들의 원성이 들끓었다.
귀신들이 여기저기 출몰하고, 멤버들이 비명을 지르며 달아났다.
잠시 뒤, 가로등이 다시 켜졌다.
귀신 분장을 한 스텝들이 허겁지겁 달아난다.
“그래서 오늘 저희는 서울 곳곳을 다니면서 가로등이 필요한 곳에 가로등을 설치하고, 깨진 가로등이 있으면 전등을 갈아줄 것입니다.”
“서울에 가로등이 몇 갠데 그걸 언제 다해.”
“사람들의 왕래가 많은 곳은 저희가 갈 필요가 없겠지요. 가로등이 꼭 필요한 후미진 골목이나 으슥한 곳이 있을 겁니다.”
“요즘은 웬만한 곳에 가로등 다 있을 텐데요.”
“과연 그럴까요? 제작진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가로등 없는 곳이 아직도 많다고 합니다. 두 명씩 짝을 지어 오늘 밤 10시까지 가로등을 달아야 할 곳을 찾아주세요.
“서울을 벗어나도 됩니까?”
“서울 행정구역을 벗어나면 안 됩니다. 가로등 설치할 곳을 찾으면 저희 제작진들이 각 구청에 민원을 넣을 겁니다. 그러면 해당 부처에서 현장 조사를 한 뒤 설치 여부를 결정하게 되겠지요. 가로등을 설치하기로 결정이 나면 개 당 10점을 드리는데요, 깨진 가로등을 찾아 신고해도 1점을 드리겠습니다.”
“설치 여부 결정이 나는 데 시간이 걸릴 것 같은데요.”
“그래서 최종 결정이 나면 다시 한 번 모이게 될 것입니다. 점수가 가장 낮은 팀은.”
“벌칙이 있겠지.”
“그렇습니다.”
“벌칙이 뭡니까?”
“제작진이 찾아낸 곳에 가서 랜턴을 들고 해가 뜰 때까지 가로등 노릇을 해야 합니다.”
“해 뜰 때까지?”
“예, 그렇습니다. 저도 그곳이 어디인지 모릅니다만, 얼핏 들은 바에 의하면 무시무시한 곳이라고 합니다.”
“공동묘지 아니야?”
방문수가 넘겨짚었다.
“안 돼!”
“무조건 이길 거야. 무조건!”
다른 멤버들이 탄성 내지르거나 각오를 다지며 승부욕을 불태웠다.
“자, 그럼 우선 팀부터 정하죠. 저희 멤버가 다섯이고 우혁 씨가 오셨으니까 두 명씩 짝을 지으면 딱 세 팀이 됩니다.”
“잠깐만요. 리듬 끊어 죄송한데요. 가로등지기한테 궁금한 게 있어요.”
우후가 손을 들고 발언했다.
“말씀하세요.”
우진석이 발언을 허락했다.
“드라마 보니까 마술을 하던데 그거 진짜로 하는 거 아니죠?”
“그걸 질문이라고 하냐? 이러니까 니가 초딩이라는 소리를 듣는 거야. 당연히 가짜지.”
방문수가 퉁을 주었다.
“방문수 선배님, 잠깐만요.”
우혁이 방문수를 불렀다.
“왜요?”
“뒤에 뭐가 나와 있네요?”
우혁이 방문수의 등 쪽에서 무언가를 꺼내 보였다.
“푸하하하하!”
멤버들이 배를 잡고 웃었다.
우혁의 손에 귀여운 캐릭터 팬티가 들려 있었던 것이다.
“어, 그거 내 팬틴데?!”
방문수가 놀란 눈으로 우혁의 손에 들려 있는 팬티를 바라보았다.
우혁은 방문수에게 팬티를 건네주었다.
“어떻게 한 거예요? 잠깐만···.”
방문수가 바지 속을 들여다보려고 한다.
우진석과 멤버들이 달려들어 말린다.
“방송 중에 지금 뭐 하는 거예요?”
“확인해 보려고 그러지.”
“확인하긴 뭘 확인해요. 집에 가서 하세요. 지켜보는 카메라가 몇 댄데 이 앞에서 추태를 부립니까.”
“우헤헤헤! 웃겨 죽겠어. 캐릭터 팬티야. 우헤헤헤헤!”
안세영이 방문수의 팬티를 가리키며 숨이 넘어갈 것처럼 웃어 댔다.
그때 우혁이 세영의 어깨를 톡톡 쳤다.
돌아보면 빨간색 여성용 팬티가 눈앞에 아른거린다.
“꺅!”
안세영이 놀라서 팬티를 낚아채 품속에 넣는다.
멤버들이 가만 둘 리가 없다.
하이에나 떼처럼 달려들어 안세영에게서 팬티를 빼앗아 이리 저리 돌린다.
“꺄꺄꺄꺄꺄꺄갹!”
이번에는 방문수가 웃음을 터트린다.
“변태야? 왜 여자 속옷을 입고 있어?”
정중앙이 퉁을 준다.
“우리 엄마가 여자 팬티 입으면 운이 좋아진다고 해서 입은 거예요.”
안세영이 변명을 늘어놓았다.
이 마술은 제작진과 짜고 한 거였다. 제작진은 안세영 씨 동생과 방문수의 아내에게 부탁해 아침에 입고 가는 팬티가 무엇인지 알려달라고 했다. 그런 뒤 똑같은 팬티를 구해 몸에 지니고 있다가 빠른 손기술로 눈속임을 한 것이다.
“신기하다. 또 다른 거 없어요? 하나만 더 보여주세요.”
정중앙이 우혁에게 부탁했다.
“그럼 하나만 더 보여 드리겠습니다.”
우혁이 카드 한 세트를 꺼냈다. 카드가 정상적이라는 걸 멤버들에게 확인시킨 뒤 현란한 손놀림으로 카드를 섞었다.
다들 우혁의 손놀림에 감탄했다.
우혁이 손에 들고 있던 카드를 공중으로 흩뿌렸다.
그러자 카드는 사라지고 오색 종잇조각들이 떨어졌다.
“우와와아아아!”
감탄이 터져 나왔다.
우혁은 공중에 흩날리는 종잇조각을 잡기 시작했다.
모두 다섯 개.
멤버들이 모두 우혁의 손바닥을 응시했다.
우혁이 손바닥을 펼치면 종잇조각은 온데간데 없고, 동전 다섯 개가 놓여 있다.
“우와!”
“대박!”
우혁은 멤버들에게 동전 하나씩을 나누어 주었다.
멤버들이 동전을 받아 들고 진짜인지 살펴보았다. 방문수는 깨물어 보기도 했다.
멤버들이 놀란 표정으로 박수를 쳤다.
“소름 돋았어.”
우후가 정중앙에게 자기 팔뚝을 보였다.
안세영은 자신의 팔뚝을 스스로 쓰다듬었다.
우진석이 우혁에게 동전을 돌려주었다.
“가지셔도 됩니다.”
“정말요. 고맙습니다. 기념으로 잘 보관하겠습니다.”
“녹화 끝나면 은행에 가서 확인할 거예요. 만약 가짜 돈이면 소송 걸 겁니다.”
방문수가 동전을 주머니에 넣으며 말했다.
우혁은 빙그레 웃음을 지어 보였다.
“자, 그러면 이제 편을 가르도록 하겠습니다. 간단하게 묵찌빠로 결정하죠.”
묵찌빠 결과 방문수와 정중앙, 우진석과 우혁, 우후와 안세영이 각각 팀이 되었다.
“제작진에서 세 종류의 차량을 준비했다고 하네요. 선택권을 두고 간단한 게임을 하겠습니다. 순위에 따라 차량을 선택할 순서가 정해집니다. 어떤 차를 준비했는지 볼까요?”
모니터로 제작진이 준비한 세 대의 차량이 보인다.
같은 회사의 동일 차종 세 대가 나란히 서 있다.
한 대는 출고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신차, 또 한 대는 중고차, 마지막 차는 폐차 직전의 낡은 차.
“세 번째 차는 너무한 거 아니야. 타고 가다가 퍼지면 어떡해?”
정중앙이 제작진에게 따졌다.
“겉모습은 저렇지만 잘 굴러갑니다. 다만 차창이 없고, 히터가 안 될 뿐입니다. 중간에 있는 차는 히터는 되는데 차창이 없습니다. 참고로 오늘 기온 영하 5도입니다.”
임대호 피디가 설명했다.
“차창이 없다고? 이 겨울에 찬바람 쌩쌩 맞으면서 달리면 입 돌아가.”
“차창이 없는데 히터가 되면 무슨 소용이야. 너무하네.”
멤버들이 투덜거렸다.
“게임 시작합시다.”
방문수가 재촉했다.
“잠깐만요. 그 전에 소개시켜 줄 친구가 있습니다. 재채기야, 어디 있니?”
“안녕하세요?”
우혁의 품에서 재채기가 고개를 내밀고서 인사를 했다.
“재채기다!”
“귀여워!”
멤버들이 호들갑을 떨었다.
“인형이 어떻게 말을 하지?”
“저에겐 유난히 큰 입이 있거든요. 아!”
재채기가 입을 한컷 벌려 보였다.
“소리가 어디서 나는 거야? 인형아, 얘기해 봐. 어서.”
방문수가 재채기를 다그쳤다.
“무슨 얘기요?”
“어른이 시키면 해야지 어디서 말대꾸야. 쪼그만 게.”
“죄송합니다.”
재채기가 겁먹은 소리로 어깨를 움추렸다.
“형! 왜 애를 울리고 그래!”
우후가 방문수를 타박했다.
다른 멤버들이 방문수를 밀어서 저쪽으로 보내 버렸다.
“지금 복화술을 하신 거죠?”
우진석이 우혁에게 질문했다.
“예!”
“다들 보셨죠. 이게 복화술이라는 겁니다. 입술을 움직이지 않고 말을 하는 게 관건입니다. 각 팀에서 한 사람씩 나와서 복화술을 해주세요. 스텝들이 세 명의 복화술을 보고 나서 잘했다고 생각되는 사람에게 거수할 겁니다. 자, 그럼 문수 형 팀부터 시작하시죠.”
방문수가 제작진이 준비한 복화술 인형을 손에 끼우고서 복화술을 시작했다.
“아녀하시으까. 내 이르은 방문수다.”
“이름을 말할 때는 평상시하고 똑같았어요.”
“그렇게 잘하면 니가 해봐. 쉽지 않다니까.”
“그럼 이번에 제가 해보겠습니다.”
우진석이 목소리를 가다듬고 복화술을 시작했다.
“아냐세여. 저느 우지서기미다.”
“입술 움직이는 게 다 보이잖아.”
“보기보다 어렵네요. 다음은 우후 팀.”
안세영이 복화술을 했다. 셋 중에는 가장 괜찮았다.
스텝들의 거수로 순위가 정해졌다.
1위 우후, 안세영.
2위 강우혁, 우진석.
3위 방문수, 정중앙.
이로서 스튜디오 촬영을 마쳤다.
녹화가 끝나자 과도한 리액션은 사라지고 멤버들은 차분한 모습으로 돌아갔다.
“이거 죄송합니다. 저 때문에 차창 없는 차를 타시게 됐네요.”
우진석이 우혁에게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예능 출연이 처음이라고 들었는데 전혀 떨지 않으시고 잘하시네요.”
“여유가 있으시네. 재주도 많으시고.”
우진석의 말에 방문수가 덧붙였다.
“고맙습니다.”
우혁은 두 사람에게 목례했다.
“형, 오늘 멘트 좋더라.”
우진석이 방문수을 치켜세웠다.
“괜찮았어? 감이 점점 떨어져 가는 것 같아서 걱정이다.”
“아니야. 오늘 아주 좋았어.”
“아까 팬티는 어땠어?”
“웃겨 죽는 줄 알았네. 시청자들 반응 좋을 거야.”
“대호가 편집하는 건 아니겠지? 대호야, 팬티 그거 편집하지 마. 시청자들 엄청 좋아할 거야.”
“알았어요.”
임대호 피디가 대답했다.
“세영이는 창피해하는 것 같으니까 물어보고 빼주든가. 그게 훨씬 재미있기는 한데. 이럴 줄 알았으면 나도 마누라 팬티를 입을 걸. 티팬티로.”
“티팬티는 방송 못 나가. 나가도 욕먹어요. 웃기기는 하겠다. 티팬티라니. 큭큭. 생각만 해도 웃긴다.”
“개그맨이 웃기면 성공한 거지 뭐. 웃길 수 있다면 뭔들 못하겠냐.”
찰리 채플린의 말이 떠올랐다.
“배우는 자신을 웃음거리로 만들 용기가 필요하다.”
사람들에게 즐거움과 기쁨을 주기 위해 자신을 웃음거리로 만들 수 있는 용기.
아도 멤버들은 모두 그런 용기를 지닌 사람들이었다.
아도에 출연하길 잘한 것 같다.
배울 점이 있는 사람을 만났을 때의 기쁨만큼 가슴 벅찬 일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