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utiful Top Star RAW novel - Chapter (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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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방 1주일 전
첫 방 1주일 전.
첫 촬영을 시작한 지 1개월이 지났다.
우혁은 지난 1개월 동안 열심히 달렸다.
100퍼센트 만족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준비한 만큼 마음껏 연기를 펼쳤다.
고맙고 다행스럽게도 문 피디가 매우 만족스러워했다.
계획보다 촬영 일정을 앞당길 수 있었고, 사전 촬영 분량이 많아지면서 차후 일정에도 여유가 생겼다.
일정을 앞당긴다는 것은 드라마의 완성도와 직결된다. 피로 누적으로 인한 사고를 줄이는 길이기도 하고.
박예진을 비롯해 타 배우들과의 호흡도 잘 맞았다.
배우들끼리 호흡이 척척 맞아 떨어지면서 촬영장 분위기가 매우 좋았다. 연기도 훨씬 잘 되었고.
문 피디가 화를 내는 일은 거의 없었다. 화를 내기는커녕 싱글벙글 웃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었다.
스텝들의 표정도 밝았다.
스텝들은 삼삼오오 모여 문 피디와 촬영장 분위기에 대해 얘기를 주고받곤 했다.
“문 피디, 웃으니까 너무 귀엽지 않아.”
“옛날에는 촬영장에서 저렇게 웃은 적이 없었어. 근처에 갈 수가 없었다니까. 불곰 같이 인상을 찌푸리고 다니다가 뭐가 마음에 안 들면 불같이 화를 내고 그랬거든.”
“이유 없이 화를 낸 건 아니지. 촬영 일정은 자꾸 딜레이 되는데 배우들 연기가 마음에 안 드니까 화를 냈던 거지.”
“문 피디, 적당히 하는 법이 없잖아. 마음에 안 들면 들 때까지 계속하는 스타일.”
“그렇게 하니까 완성도 높다는 소리를 듣는 거지.”
“대신 배우들이 힘들지.”
“그래서 문 피디하고 한 번 작업한 배우들은 문 피디가 같이 하자고 하면 줄행랑을 친다는구만.”
“그런데 이번 배우들은 문 피디가 다시 하자고 그러면 달아날 사람 없을걸.”
“이번 배우들이 지금까지 중에서 제일 호흡이 잘 맞는 것 같아. 엄청나게 열심히들 하잖아. 호흡 척척 맞고. 문 피디가 기분 좋을 수밖에. 완성도 높은 그림 나오고, 일정 쫙쫙 당겨주는데 어느 피디가 싫어하겠어.”
“그게 다 강우혁이 잘해 준 덕분이야.”
“내 말이.”
“복덩이야 복덩이. 미꾸라지 한 마리가 물을 흐린다는데 이건 그 반대야. 흙탕물을 샘물로 만들고 있잖아.”
“촬영장에 제일 일찍 나와서 준비하는 거 봐. 배우들하고도 두루 잘 지내고.”
“며칠 전에는 보조 출연자하고 도시락 같이 먹더라고. 스텝들한테도 얼마나 잘해.”
“그제는 긴장을 너무 해서 대사를 잘 못 외우는 단역하고 따로 밥도 먹고 연습도 하고 그러더라니까.”
“그런 거였어? 어쩐지 오전에는 버벅거리더니 오후에는 아주 잘하더라니.”
“품성도 좋지만 무엇보다 연기가 좋아. 강우혁 대본 봤어? 그런 대본은 보다보다 처음 본다.”
“그렇게 하니까 NG 한 번 내지 않잖아.”
“주인공이 저렇게 열심히 하니까 다른 배우들도 덩달아서 열심히 하는 거야. 주인공 분량이 주요 조연의 몇 배는 되잖아. 그런데 NG 한 번 안 내고 하는데 열심히 안 할 수가 있겠어.”
“강우혁은 액션 신 대역 없이 다 하잖아. 무술은 대역배우보다 더 잘해.”
“안장 없이 말 타는 거 봤어?”
“활 쏘는 거 봤어? 백발백중이야.”
“칼을 얼마나 잘 쓰고.”
“누가 우리 얘기 들으면 강우혁 팬인 줄 알겠다.”
“나 팬이야. 강우혁 하는 거 보고 팬 됐어. 강우혁 기사 나온 거 있으면 댓글도 달고 그래.”
최근 들어 기사에 달리는 댓글이 매우 호의적이라는 걸 우혁도 느끼고 있었다.
댓글 내용을 보면 자기를 아는 사람이거나 연기를 하는 걸 가까이에서 본 사람이 쓴 것 같은 댓글이 종종 눈에 띄었다.
-강우혁처럼 열심히 하는 배우는 처음 봄. 스텝들한테 인기 짱.
-겪어본 사람은 그를 좋아하지 않을 수 없어요. 인성이 참 좋은 배우예요.
-대박! 강우혁하고 도시락 같이 먹었다!
우혁은 그런 댓글을 볼 때마다 가까운 사람들에게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품게 된다.
보는 눈이 많다는 것을 새삼 느낀다.
그렇다고 해서 가식을 부릴 생각은 없다. 좋은 사람들과 즐겁게 일하고 싶을 뿐.
가식은 스스로를 피곤하게 하고, 언제가는 상대에게 들통나게 마련이다.
운 좋게도 인복이 많은 편이다. 쌓은 덕은 많지 않지만 주위에 좋은 사람들이 많다.
고맙고 또 고마운 부모님, 착하고 사랑스러운 아내, 놀라운 능력과 아름다운 인성을 가진 최고의 매니저, 실력 있는 피디와 스텝들, 형제 같은 친구들과 배울 점이 많은 배우들.
힘들고 시련이 많은 삶이긴 했지만 주변에는 항상 좋은 사람들이 있었다.
그래서 힘들 시간들도 잘 이겨낼 수 있었고, 그렇게 힘든 줄 몰랐다.
권선자 선생님이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다.
“돈이 많고 인기가 많고 배우로서 성공한다고 해서 행복한 건 아니여. 아무리 돈이 많고 인기가 많고 배우로서 성공한다 해도 좋은 사람이 곁에 없으면 행복할 수가 없는 거거든.”
그런 점에서 우혁은 행복한 사람이다.
좋은 사람들과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것.
그 일 덕분에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사람들과도 인연의 끈이 이어진다는 것.
이보다 더 큰 행복이 어디 있을까.
과정은 고통스럽다.
연기 연습을 하다가 잘 되지 않은 때는 재능의 한계를 느끼며 지옥을 경험한다.
특히 대사를 외우는 일은 힘겹다.
아둔한 머리가 원망스러울 때가 많다.
보통 사람이라면 열 번이면 외울 수 있을 텐데 우혁은 스무 번은 외워야 한다.
머리 좋은 배우들 중에는 두어 번 대본을 읽기만 해도 다 외울 수 있다는데 우혁은 그게 되지 않는다.
이런 아둔함이 불쌍해서 추체험 시스템이라는 게 주어졌는지도 모르겠다.
추체험도 결국에 사람으로부터 배우는 일이다.
독서와 영화, 다큐멘터리를 통해 한 사람의 일생을 보고 감동을 받아 인생이 바뀌기도 하듯이 추체험은 그것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한 사람의 자서전이나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보다 훨씬 그 경험의 강도가 세다는 게 다를 뿐이다.
허구의 인물을 통해서도 우혁은 많은 것들을 배워 왔다.
소설, 영화, 드라마를 보며 그 속에 나온 인물의 삶을 통해 단 한 번밖에 살 수 없는 일회성을 어떻게 하면 후회 없이 잘 살 수 있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혁이 형을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
운전을 하던 백곰이 불쑥 말했다.
“저두요.”
어시스트 스타일리스트 송유미가 맞장구를 쳤다.
대본을 읽고 있던 우혁은 고개를 들고 웃음을 지어 보였다.
“두 사람 왜 이래? 우혁 오빠 벗겨 먹으려고 그러는 거지?”
메인 스타일리스트 고현주가 두 사람을 의심했다.
“아니거든요.”
“저두요.”
백곰과 송유미가 차례로 말했다.
“간식 사 달라고 그러려고 이러는 거 아니야?”
고현주가 의심을 거두지 않았다.
“아니었는데, 간식 얘기하니까 간식이 먹고 싶잖아요.”
“저두요.”
“거봐. 이럴 줄 알았어. 휴게소 가까워온다 이거지? 안 돼. 혁이 오빠, 얘들 말 못 들은 척하세요.”
“어쩌지요, 팀장님! 간식 얘기 들으니까 저도 출출하네요, 휴게소에 들려서 닭꼬치 하나 먹고 갈까요, 팀장님?”
“그럴까요? 닭꼬치가 급땡기네요. 호호호!”
“그럼 다음 휴게소에 잠시 들르겠습니다.”
백곰이 안내 멘트를 하자 송유미가 ‘야호!’를 외치고 고현주도 활짝 웃었다.
“참, 형! 타이틀곡 나왔다면서?”
“들어볼래?”
“예!”
백곰 대신 송유미가 대답했다.
우혁은 휴대전화에 저장해 둔 타이틀곡을 틀어서 들려주었다.
드라마 주제곡 작곡 분야에서는 가장 유명한 작곡가가 작곡한 곡이었다.
국악기와 서양 악기의 앙상블이 절묘했다.
가사도 좋고, 리듬도 좋다.
우혁은 벌써 여러 차례 들어보았지만 들으면 들을수록 귀에 착착 감겼다.
“좋다!”
“좋네요!”
“저두요!”
세 사람의 반응이 일치했다.
고현주는 빈말을 하지 못하는 스타일이다.
좋으면 좋다, 싫으면 싫다 직설적으로 말한다.
[서울 가로등> 주제곡은 별로라고 했다.실제로 [서울 가로등> 주제곡은 좋은 반응을 얻지 못했다.
메인 타이틀곡이 아닌 극중 삽입곡으로 사용한 세미클래식의 인기가 좋았다.
“타이틀곡 나왔으니까 타이틀 영상도 곧 완성되겠네.”
백곰이 우혁에게 물었다.
“며칠 안으로는 완성되겠지.”
우혁은 타이틀 전문제작업체에서 제작한 타이틀 영상 시안을 얼핏 보았다. 우혁에게 의견을 물어 보라는 문 피디의 지시에 따라 이 피디가 영상 시안으로 보여주었다.
한 편의 잘 만든 뮤직 비디오를 보는 듯했다.
기존에 찍어둔 영상을 일부 사용하고 타이틀 제작을 위해 따로 촬영에 응해야 했다.
홍길동 역의 우혁과 특재 역의 박예진의 모습이 압도적으로 많이 차지하고 그 외 주요 인물들이 몽타주로 나왔다.
엔딩은 평화로운 하늘을 배경으로 화려한 용포를 입은 강우혁과 왕후 복장을 한 특재가 같은 곳을 바라보는 장면이었다.
문 피디도 흡족해하는 것으로 보아 약간의 수정만 가한 뒤 자막을 입혀 방송에 나가게 될 것 같다.
[서울 가로등> 타이틀 영상에서 우혁은 후반부에 잠깐 나오고 만다.타이틀 영상을 제작할 때만 해도 우혁은 비중이 없는 조연에 불과했으니까.
자막에서 배우들을 소개할 때도 우혁의 이름은 중후반이었다. 배우와 스텝이 워낙 많아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 버려서 자막을 읽을 수가 없었다.
어머니 말에 의하면 몇 번이나 우혁의 이름을 사진으로 찍으려고 했는데 찍지 못했다고 한다.
영화 엔딩 크레딧과 달리 드라마는 읽을 수도 없을 만큼 화면 하단으로 빠르게 지나간다.
[홍길동전>도 마찬가지이겠지만 스텝들의 이름과 출연 배우들이 자막으로 보일 때 배우 중에서는 강우혁이 가장 먼저 소개될 것이다.“시간 정말 빠르다. 1주일 후면 첫 방이라니! 한 달이 휘리릭 지나가 버렸네.”
“그러니까요.”
백곰의 말에 송유미가 추임새를 넣었다.
첫 방송이 나갈 때 어머니와 아버지가 어떤 반응을 보이실지 궁금하다.
그리고 우혁이 다세대 주택 반지하에 살 때 이웃이었던 김씨 아저씨가 기뻐하실 모습을 생각하니 절로 입가에 미소가 떠오른다.
김씨 아저씨는 바쁠 테니 전화하지 말라고 했지만 우혁은 종종 전화를 드렸다.
그때마다 김씨 아저씨는 매우 반가워했고, 동네 사람들에게 자랑하기 바빴다.
다음 주의 촬영지는 김씨 아저씨의 고향 마을 근처다.
촬영장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라 시간을 만들어 한 번 찾아뵐 생각이다. 고양이 나비는 잘 있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첫 방의 시청률이 어떻게 나올지 궁금하다.
초미의 관심사임에도 문 피디를 비롯해 아무도 입을 열지는 않는다.
1위를 할 거라고 호언장담했던 백곰도 시청률 얘기는 입에 올리지 않았다.
촬영도 순조로웠고, 배우들과의 호흡도 좋았다.
하지만 결과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시청률 결과에 대해 다들 초조해했지만 우혁은 담담했다.
어떤 결과든 고맙게 받아들일 것이다.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다.
그렇다고 1위에 대한 욕심이 없는 것은 결코 아니다.
욕심은 있지만 욕심 때문에 애를 태우고 싶지 않을 뿐이다.
애를 태운다고 해서 1위를 못할 드라마가 1위를 하고, 애를 태우지 않는다고 해서 1위를 못하는 건 아닐 테니까.
그동안 1위를 하기 위해 죽을힘을 다했다.
남은 촬영도 그렇게 할 뿐이다.
그렇게 하다 보면 결과는 자연스럽게 따라올 거라 믿는다.
“참 오빠, 내일 제작발표회에 입고 갈 옷 갖고 왔는데 이따가 휴게소에서 좀 봐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