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utiful Top Star RAW novel - Chapter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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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기획사들 일 안 하나?
“조감독님, 제가 만약 대역 배우 역을 모두 소화하면 대역 배우 개런티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대역 배우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걸어가면서 우혁이 조감독 박용구에게 물었다.
“이미 현장에 도착했기 때문에 지불됩니다.”
“다행이네요.”
우혁의 대답에 박용구가 빙그레 웃었다.
‘대역 배우 개런티 걱정하는 배우는 처음 보네.’
무술 감독과 대역 배우들이 모여 있는 곳에 도착했다.
“무술 감독님, 고문기술자 역할을 맡으신 강우혁 배우님이십니다.”
박용구가 무술 감독에게 우혁을 소개했다.
“강우혁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반갑습니다. 홍진섭입니다. 배우님, 연기하시는 거 봤습니다. 문외한입니다만, 연기 잘하시더군요. 특히 눈빛 연기가 압권이던데요. 어디서 본 눈빛이다 싶어서 곰곰이 생각해 보니까 이소룡 영화에서 본 것 같더라구요. 제가 이소룡을 무척 좋아하거든요.”
“과찬이십니다.”
우혁이 가볍게 고개를 숙여 보였다.
두 사람의 인사가 끝나자 박용구가 무술 감독에게 여기 온 목적을 말했다.
“무술 감독님, 배우님께서 액션을 직접 해보시겠답니다. 합을 맞춰 보시고 가능한지 판단해 주세요.”
“아, 그래요? 알겠습니다. 연기 잘하시니까 액션도 잘 소화하실 것 같습니다만, 오늘 액션 조금 거친데 괜찮으시겠어요?”
“할 수 있는 데까지 가보겠습니다.”
“이런 쪽 운동 하신 거 있으세요?”
“아뇨. 군에서 태권도 한 게 전부입니다.”
“하하하! 군대 단증은 이 바닥에서 안 쳐주는데 어쩌지요. 전투화만 신으면 1단 아닙니까. 하하하!”
“대역 안 쓰고 해보겠다는 건 순전히 제 욕심이니까 아니다 싶으면 솔직하게 말씀해 주십시오.”
“알겠습니다. 얘들아, 모여 봐.”
무술 감독이 대역 배우들을 불러모았다.
“이미 저희는 일주일 전부터 합을 맞췄습니다. 시범을 보여 드릴 테니까 보시고 판단을 해주십시오. 저 친구가 고문기술자 역입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무술 감독의 지시에 따라 액션 시범이 시작되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기 위해 구경꾼들이 몰려들었다. 최 감독도 뒤쪽에 서서 팔짱을 낀 채 이쪽을 응시했다. 그 옆에는 설민환이 서 있었다.
“강우혁 저 친구, 무술도 해?”
최 감독이 민환에게 물었다.
“그건 저도 잘 모르겠네요. 하지만 본인이 하겠다고 했으니까 잘할 겁니다. 하지도 못할 걸 하겠다고 나서는 친구가 절대 아니거든요. 하지만 무술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하고 비교하시면 안 되구요. 밥 먹고 무술만 연마하는 사람은 아니니까요.”
민환은 최 감독의 기대치를 낮추려고 애를 썼다. 혹시라도 실망할까 봐.
“아까 강우혁 씨 연기 좋더라고.”
“제가 잘한다고 했지 않습니까.”
“생각을 좀 해봤는데, 우혁 씨 분량을 조금 더 늘리면 어떨까 싶어서 말이야. 민환 씨가 괜찮은지 슬쩍 물어봐줘. 아니, 내가 직접 말할 테니까 옆에서 좀 거들어줘. 그런데 강우혁 매니저는 누구지? 곰처럼 생긴 저 친군가?”
최 감독이 턱으로 백곰을 가리켰다.
“아뇨. 저 친구는 옛날 매니저였구요. 오늘은 그냥 따라온 것뿐이에요. 우혁이 소속사, 매니저 없이 혼자 다니고 있습니다.”
“소속사가 없어. 요즘 연예인 기획사들 일 안 하나? 저런 대어를 못 알아보고 혼자 다니게 냅두는 거 보면 말이야. 장사 참 잘한다.”
뒤쪽에 서 있던 민환의 매니저 정의찬 실장이 살짝 얼굴을 붉혔다.
“기획사 몇 군데 아는데 소개시켜 줘야겠네.”
최 감독의 말에 정 실장의 표정이 굳어진다.
“대역 배우들 액션 진짜 잘하네요.”
민환이 다소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저 동작들을 우혁이가 할 수 있을까?’
“밥 먹고 무술만 하는 사람들이니까.”
최 감독이 민환의 말을 받았다.
우혁은 대역 배우들의 시범을 유심히 지켜보았다.
박용구도 우혁 옆에 서 있었다.
“지금 보니까 배우님 대역 배우 키가 좀 작네요. 장일곤 배우님 키에 맞추다 보니 그렇게 된 것 같습니다.”
박용구가 우혁에게 속삭였다.
우혁은 박용구의 말이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스탑!”
무술 감독의 지시가 떨어지자 배우들이 동작을 멈추었다.
“어떠신가요?”
무술 감독이 우혁에게 물었다. 할 수 있겠냐는 거였다.
“배우님들처럼 잘하지는 못하겠지만, 한번 해보겠습니다.”
우혁이 대답했다.
“이쪽으로 오시죠. 사내1이 주먹을 휘두를 때 몸을 뒤로 피합니다. 오른쪽 뒤에서 몽둥이를 들고 덤벼드는 사내2를 왼발 옆차기로 가격하고, 연이어서 뒤쪽의 사내3에게 뒤돌려차기를 합니다. 우선 여기까지 부분 동작으로 합을 맞춰 보겠습니다.”
연속 동작은 한 컷처럼 보이지만 실제 촬영에서도 여러 컷으로 나뉠 것이다.
부분 동작으로 여러 차례 합을 맞춰 보았다.
“자, 그럼 연속 동작으로 가보겠습니다. 다치지 않도록 거리 유지 잘하시고요. 레디!”
우혁은 비록 리허설이지만 상황에 완전 몰입했다.
좀 더 치열해질 필요가 있다.
어젯밤 이소룡의 일생을 추체험하면서 이소룡이 얼마나 치열하게 살았는지 확인하지 않았던가.
그동안 자신은 연기를 건성으로 했다.
그건 연기도 아니었다. 애들 장난이었지.
우혁은 과거의 자신을 가혹하게 비판했다.
아까 연기를 할 때도 그랬지만 카메라를 과거의 안이했던 자신이라고 여기고, 과거의 자신을 불살라 버리겠다는 생각으로 카메라를 노려보았다.
‘네가 연기자였어? 동태처럼 흐리멍덩한 눈으로 무슨 연기를 하겠다고 설쳐. 목숨 걸 거 아니면 그만 두자. 겉멋이나 부릴 거면 그만 두자고!’
마음속으로 분노를 토했다.
지금 이순간도 마찬가지였다.
목숨이 달려 있는 상황이다. 똥폼 잡을 생각 버리고, 죽기 살기로 싸워야 한다. 사내들은 모두 똥폼이나 잡는 과거의 우혁이다. 저놈들에게 지면, 평생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액션!”
무술 감독의 지시가 떨어졌다.
연속 동작은 순식간에 끝났다.
침묵이 감돌았다.
누군가가 속삭이는 소리가 들렸다.
“강우혁 눈빛 봤어.”
“소름!”
짝짝짝짝!
어딘가에서 박수가 들려왔다.
백곰이었다.
백곰을 따라 몇 사람이 박수에 동조했다.
“군대에서 배운 태권도 실력이 아니신데요. 특히 뒤돌려차기는 예술입니다.”
무술 감독이 놀란 표정으로 우혁에게 말했다.
물론 대역 배우보다 동작이 화려하거나 무술 실력이 좋은 것은 아니었지만 충분히 갈 수 있는 실력이었다.
“밥 먹고 무술만 연마한 사람 같구만.”
최 감독이 혀를 내둘렀다.
“그쵸!”
민환이 놀란 표정으로 입을 다물지 못했다.
“제가 데려온 사람입니다, 감독님!”
“아이고, 예예!”
최 감독은 민환의 귀여운 공치사에 죽을 맞춰 주었다.
민환은 옆에서 짐을 챙기는 스텝의 어깨를 툭 치며 합을 맞추고 있는 무술 장면을 가리켰다.
“저거 좀 봐요. 엄청 멋있어요.”
스텝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마지못해 무술 장면을 보면서 민환을 흘낏거렸다.
민환은 무술 장면을 보며 연신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때 누군가가 민환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정의찬 실장이다.
“나 좀 봐.”
“왜요?”
“잠깐 할 얘기가 있어.”
“저거 봐야 되는데···.”
“잠시면 돼.”
민환은 정 실장을 따라가면서도 연신 무술 장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정 실장은 무리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발걸음을 멈추었다.
“형, 무슨 얘긴데 그래요?”
민환이 정 실장 옆으로 다가오며 물었다.
“강우혁 얘기 좀 하려고.”
“연기 진짜 잘하죠?”
“잘하더라.”
“그동안 제가 왜 회사에다가 강우혁이를 적극 추천했는지 이유를 알겠죠? 노래도 잘하고 춤도 잘 춰요. 뮤지컬 쪽으로 계속 나갔으면 지금쯤 최고 스타가 되어 있었을 텐데···.”
“팀장님하고 통화했다. 강우혁 연기하는 거 동영상으로 찍어서 보냈거든.”
“동영상요? 설마 휴대폰으로? 최 감독님한테 얘기해서 파일 얻으면 되지 허접하게 휴대폰이 뭐예요.”
“동영상 보고 간단하게 회의를 한 모양인데 반응이 좋다.”
“계약하겠대요?”
“우리 회사 알잖아. 쉽게 계약하지 않는 거.”
“그러다 놓칩니다.”
그때였다.
한 남자가 전화 통화를 하면서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직접 만나서 담판을 지으려고요. 찰거머리처럼 찰싹 달라붙어서 회사로 데리고 갈 테니까 계약서 준비해주세요.”
정 실장 뭔가 쎄한 기분이 드는지 그 남자의 말에 귀를 기울인다.
“강우혁 그 친구 꼭 제가 키워보고 싶습니다. 이미 다 큰 것 같기는 하지만요. 좀 전에 액션 리허설 동영상도 보냈으니까 보고 판단해 주십시오. 암튼 저 오늘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 친구 회사 데리고 갑니다. 데리고 갔는데 딴소리하면 저 회사 확 때려치웁니다.”
남자가 정 실장과 민환을 지나쳐 저쪽으로 걸어갔다.
정 실장의 눈빛이 마구 흔들린다.
남자는 국내 3대 연예인 기획사 중 하나인 WOW(와우)의 윤대성 실장이 아닌가.
“멋있다! 매니저가 저 정도 적극성은 있어야지. 어느 기획산지 모르겠지만 흥하겠네!”
민환은 정 실장을 의식하며 말했다.
“강우혁 영입 전쟁 볼만하겠는걸. 최 감독님도 기획사 소개해 준다고 하지, 계약 안 하면 회사 때려치우겠다는 멋쟁이 매니저도 있지. 야호!”
정 실장이 들으라는 듯 민환이 깐족거렸다.
정 실장의 표정에 초조함이 역력하다. 전화 통화를 하며 걸어가는 남자를 연신 흘낏거린다.
민환은 초조해하는 정 실장의 모습이 조금은 고소하고 우습다.
‘그동안 우혁을 추천했을 때 귓등으로도 안 듣더니 후회되시죠? 어서 가서 잡으세요.’
민환은 기분이 좋다.
다른 한편으론 코끝이 찡하다.
하늘이 무심하지 않은 것 같아서 고맙기도 하고.
오늘 따라 구름 한 점 없이 맑다. 구름이 있어도 좋았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