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utiful Top Star RAW novel - Chapter (97)
“엄마?!”
아내가 다시 한 번 엄마를 불렀다.
북받치는 울음을 간신히 참으며.
“그래, 아가야! 내가 네 엄마다. 네 엄마야!”
장모가 손으로 아내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울음을 삼켰다.
장인은 회한에 잠긴 눈을 감은 채 눈물을 흘렸다.
“엄마!”
아내가 운다.
작은 소리이지만 소리 내어 우는 모습은 처음 본다.
첫 아이가 떠났을 때에도 아내는 소리 없이 흐느꼈다.
“오빠, 엄마가 왔어! 우리 엄마가 왔어!”
아내가 흐느끼면서 우혁에게 말했다.
우혁은 아내에게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어머니, 우리 엄마예요.”
아내가 이번에는 어머니에게 말했다.
“그래그래! 엄마가 오셨구나!”
어머니는 눈물을 삼키며 간신히 대답했다.
아내는 장모를 부둥켜안고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아가야! 저분이 네 아빠다! 아빠가 널 얼마나 보고 싶어 했는지 모른다. 널 찾아서 LA를 이 잡듯이 뒤진 사람이다.”
장모가 아내에게 장인의 손을 잡아끌었다.
“아빠가 내 두 손을 잡고 빙글빙글 돌았던 거 기억나요.”
“그걸 기억하는구나. 네가 아빠만 보면 그걸 해달라고 졸랐지. 네 아빠는 두어 바퀴 돌고 나면 어지럽다고 소파에 드러눕고 그랬어.”
장인이 아내의 두 손을 잡고서 웃음인지 울음인지 알 수 없는 소리로 흐느꼈다.
“기억해 줘서 고맙다, 아가야! 아빠가 너하고 놀아주질 못했어. 꼴난 돈 버느라고 말이다.”
“얼마나 고생이 많았니. 엄마 잘못 만난 죄로 얼마나 고생이 많았어!”
장모가 자신을 책망했다.
아내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에요. 저 낳아 주신 것만으로도 고마워요.”
아내가 장모의 등을 어루만져 주었다.
아내는 아직 장모가 자기를 버린 줄 알고 있을 것이다.
버린 게 아니라 잃어버린 거라는 걸 모른다.
아내는 울음을 멈추고 진정을 했다.
그런데도 원망 한 마디 하지 않는 아내가 기특하고 고맙다.
“저 행복하게 잘 살았어요. 고생 안 했어요.”
아내가 장모를 위로했다.
“엄마! 신랑이에요. 한국에서 연기 제일 잘하는 배우예요. 하늘이 저한테 준 최고의 선물이에요.”
아내는 우혁에게 손을 내밀었다.
우혁은 그 손을 잡아주었다.
“나하고 네 아빠가 네 신랑인 줄도 모르고 얼마나 좋아했게. [서울 가로등>을 보고 내가 팬이 됐잖니. 네 아빠는 [홍길동전> 보고 팬이 됐고. 그렇게 좋아하는 배우가 내 사위일 줄이야 누가 알았겠니.”
“이분은 시어머니세요. 저를 친딸처럼 예뻐해 주세요.”
아내가 장모와 장인에게 어머니를 소개했다.
“사부인 고맙습니다.”
장모가 어머니의 손을 잡고 머리를 조아렸다.
“저 아이한테 잘해 준 거 하나 없어요. 내가 복이 많은 사람입니다. 저렇게 심성 곱고 예쁜 며느리를 얻기가 어디 쉬운가요.”
어머니가 장모의 손을 맞잡은 채 말했다.
***
장인 장모를 모시고 집으로 갔다.
“어이쿠! 이게 웬일이야!”
장인이 아버지의 낡은 1톤 트럭, 늙은 소를 발견하더니 반색하며 그쪽으로 다가갔다.
그 모습을 보고 어머니가 민망해했다.
어머니에게 늙은 소는 흉물에 불과하다.
할 수만 있다면 무언가로 덮어 높고 싶은 흉물.
남편이 좋아하니 어쩔 수 없이 두고 있지만 다른 사람이 볼까 봐 남우세스러운 존재.
볼 때마다 눈을 흘기게 된다.
“어머나, 세상에!”
장모도 늙은 소를 보고 놀라워했다.
어머니는 사돈 내외 앞에서 이게 무슨 창피람, 하는 표정을 지었다.
“이 아이, 제 첫 아이입니다.”
장인이 늙은 소를 가리키며 아버지에게 말했다.
“저희가 이민 초기에 트럭을 몰고 다니면서 음식을 팔았거든요. 그때 중고차를 한 대 구입했는데 바로 저 아이예요. 저 아이를 여기서 보내요.”
장모가 아버지와 어머니에게 설명하며 감회에 젖었다.
장인은 늙은 소를 어루만지며 한참동안 구경을 했다.
어머니는 이게 웬일인가 싶어 어리둥절하다.
똥차가 추앙을 받을 줄은 몰랐으니까.
“파실 생각은 없으세요?”
장인이 아버지에게 물었다.
아버지는 허허허 웃기만 했고, 어머니가 아버지 대신 대답했다.
“어이구, 그런 고물은 누가 사겠어요. 공차로 줘도 안 가져가겠네요.”
“아닙니다, 사부인! 1억에 사겠다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1억이라구요? 세상에나! 이 차가 그렇게 값나가는 거예요? 그 돈으로 새 차를 사고도 남겠네요.”
“새 차는 돈 주고 살 수 있지만 이 차는 돈을 주고도 살 수가 없거든요. 전국을 다 뒤져도 몇 대 안 남았을 테니까요. 일종의 골동품 같은 가치가 생기는 거지요.”
“그래요?”
어머니가 놀라워했다.
아버지는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턱을 한껏 세워 보였다.
“운행을 하시나 봅니다.”
“그럼요!”
“저 좀 태워 주시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아버지는 신이 났다.
***
이튿날 오전, 아침 식사를 마친 뒤 사돈지간인 강태공과 이성욱은 늙은 소에게 다가갔다.
강태공이 운전석에 오르며 말했다.
“보기는 이래도 잘 굴러 갑니다. 타시죠!”
“태워 주셔서 영광입니다. 하하하!”
강태공이 늙은 소의 시동을 걸었다.
쿨럭! 쿨럭! 쿨럭!
실패!
“인석이 귀한 손님을 태웠더니 긴장을 했나 봅니다.”
강태공이 변명을 했다.
쿨럭! 쿨럭! 쿨쿨쿨쿨쿨···.
성공!
아버지는 음악을 틀었다.
뽕짝 메들리.
“아, 음악이 너무 좋습니다. 내가 찾던 음악이 여기 있었네요. 딱 제 취향입니다.”
이성욱이 진심으로 좋아했다.
미국에는 없는 음악.
한국의 추억이 깃든 음악.
한국에 가끔 왔었지만 들을 수 없었던 음악.
뽕짝 메들리를 듣자 잊고 있었던 옛 추억이 떠올랐다.
“고향에 온 것 같습니다.”
이성욱이 감회에 젖은 목소리로 말했다.
“자, 그럼 출발하겠습니다.”
아버지가 기어를 1단으로 바꾸고 클러치를 푼 뒤에 엑셀레이터를 천천히 밟았다.
늙은 소가 느릿느릿 움직였다.
강태공은 대로 대신 소로를 달렸다.
“사돈어른! 진심으로 부럽습니다. 이렇게 멋진 차를 갖고 계시니 말이에요.”
“아들이 새 차 사주겠다고 하는데 저는 이 차가 좋아요. 정이 들어서 못 버리겠어요.”
“잘하셨습니다. 이 차 타고 싶어서 한국 자주 오게 될 것 같습니다, 사돈어른!”
“자주 오셔야지요. 그러지 말고 한국에 들어오시는 건 어때요?”
“그러고 싶은 마음도 없지 않은데, 아내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생활 기반도 친구도 모두 거기 있어요. 그것들을 버리기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젠 나이가 먹어서 변화가 무섭네요.”
“하긴 그렇지요. 아무리 고향땅이라지만 30년이 지났으니 낯설지요.”
“딸아이가 잘 있다는 소식을 들었으니 더 이상 원이 없습니다. 게다가 이렇게 좋은 시부모님과 함께 있으니 안심이에요.”
“사돈지간은 멀수록 좋다는 말이 있기는 합니다만, 사돈어른을 뵙고 보니 가까이 살면 좋겠다 싶어서 드린 말씀입니다.”
“저도 사돈어른 뵙고 고향 사람 만난 것처럼 마음이 푸근합니다.”
“신기한 일이에요. 처음 뵌 분인데 전혀 낯설지가 않으니 말입니다.”
“연이라는 게 있기는 있나 봅니다.”
“그러게 말이에요.”
“그나저나 병나게 생겼습니다.”
“왜요?”
“민서가 보고 싶어서 말이에요.”
“그러면 봐야지요. 사실은 나도 우리 민서가 눈앞에 아른거려요. 보고 돌아서면 또 보고 싶어요. 이 차 속도로도 10분이면 가는데 가서 보고 올까요?”
“그럴까요?”
***
그날 오후, 예은은 엄마와 단둘이 입원실에 있었다.
“내가 죄인이다. 내가 죄인이야.”
엄마가 다시 자책했다.
“자책하지 마세요. 엄마 잘못 아니에요.”
예은은 엄마를 위로했다.
어떤 이유로 버렸든 상관하지 않기로 했다.
다 지나간 일이니까.
이렇게 다시 찾아와 주신 것만으로도 고맙다.
“내가 그때 한눈만 팔지 않았어도 널 잃어버리지 않았을 텐데···.”
엄마가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
예은은 순간, 엄마를 쳐다보았다.
“엄마! 좀 전에 뭐라고 하셨어요?”
“좀 전에? 내가 한눈팔지 않았으면 널 잃어버리지 않았을 거라고 했지.”
“엄마···.”
“왜?”
“날 버린 거 아니었어요?”
“버리다니! 버리다니 그게 무슨 말이니? 널 왜 버려!”
엄마가 펄쩍 뛰었다.
“여태 우리가 널 버린 줄 알았던 거야? 이를 어쩌면 좋누!”
엄마가 손으로 자신의 가슴을 때렸다.
버림받은 게 아니라는 사실을 듣는 순간 예은의 눈에서는 기쁨의 눈물이 흘러내렸다.
고맙고 감사했다.
한참을 울다가 엄마는 28년 전 그날의 일을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그 이야기를 우혁은 장인에게서 들었다.
아내와 장모가 입원실에서 얘기를 나누는 동안 우혁은 장인과 휴게실에서 대화를 나누었다.
“아내를 잃어버린 게 8월 14일 오전이라고 하셨나요?”
우혁이 장인의 말을 다 듣고 나서 물었다.
“8월 14일 오전 10시경이었어. 그날은 평생 못 잊어.”
장인이 대답했다.
세실리아 수녀는 8월 15일 오후에 시애틀의 마트 주차장에서 만났다고 했는데?
우혁은 세실리아 수녀에게 들은 말을 해주었다.
“8월 15일 시애틀에서 발견했다고? 트럭을 모는 백인 남자가 우리 해인이를 데리고 있었다니!”
장인은 몹시 놀라며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래서 우혁은 세실리아 수녀님에게 전화를 걸어 두 분이 통화를 하게 했다.
긴 시간 통화를 하고 나서 장인은 허탈한 표정을 지었다.
“그 백인놈이 우리 딸을 납치한 거였어.”
장인은 세실리아 수녀와 통화를 하면서 발견할 때 아이의 몸에 상처는 없었는지 거듭해서 물었다.
우혁도 세실리아 수녀의 얘기를 듣고 그 질문을 했었다.
“아무 상처도 없었어요. 하지만 만약 그때 아녜스 수녀님과 내가 해인이를 그 남자한테서 뺏지 않았다면 그 뒤에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모르는 일이었지요. 위험에 빠진 해인이를 우리에게 구하라는 특명을 주신 게 아닌가 싶어요.”
세실리아 수녀가 우혁에게 대답한 말이다.
아마 장인에게도 비슷한 말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세실리아 수녀와 장인을 말을 종합해서 추측해 보면, 8월 14일 오전 10시경 LA의 대형마트에서 아이를 잃었고, 집으로 혼자 걸어가는 아이를 백인 트럭 운전사가 데리고서 시애틀까지 달려서 마트에 잠시 들른 것 같다.
마트에서 먹을 걸 사거나 화장실에 들렀을 수도 있다. 다행히 두 수녀님이 그 모습을 보면서 극적으로 구출이 된 것이다.
불행 중 다행이었다.
“시애틀까지 갔을 거라고는 꿈에도 모르고 LA만 뒤졌어. LA 지역 신문, 지역 방송에 광고를 했으니 찾을 수가 있나. 아이가 LA에 있었다 해도 찾기가 어려운데 시애틀까지 가 있었으니 어떻게 찾아. 게다가 한 달 만에 한국으로 가 버렸으니···.”
장인은 회한에 잠겨 한동안 말이 잇지 못했다.
“한국에 오길 잘했지. 미국에 있었으면, 그 백인 트럭 운전수를 따라갔으면 어떻게 됐겠어? 미국은 요즘에도 하루에 3000천 건의 미아가 발생해. 미아 문제에 관심이 많아서 잘 알지. 끔찍한 일이 아주 많아. 수녀님이 우리 아이를 살려 주신 거야. 한국에 안 왔
으면 딸아이가 자네를 어떻게 만났겠나. 그리고 자네가 유명한 연기자가 아니었으면 아내가 자네 이름을 검색할 생각도 하지 않았겠지. 자네 아니었으면 우리 내외는 평생 가슴에 한을 안고 살았을 거야.”
장인이 우혁에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우혁은 새삼 배우가 되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이렇게 유명해질 수 있었던 것은 아내의 몸에 잠시 머물다 떠난 아기 요정이 우혁에게 선물한 ‘추체험 데이터베이스’가 결정적 도움이 되었다.
그렇다면 아기 요정이 아내와 장인 장모를 만나게 해주었다고 볼 수 있겠다.
고마운 일이다.
***
그날 저녁, 우혁은 아내에게 그날의 기억을 들을 수 있었다.
아내는 트럭 남자를 어렴풋이 기억했다.
장인 장모를 만나기 전에는 전혀 기억나지 않다가 장인 장모를 만난 뒤 그 기억이 떠올랐다고 한다.
“마트에서 나는 엄마를 나를 버리고 도망간 줄 알았어. 엉엉 울면서 엄마를 찾아 헤매는데 한 친절한 백인 남자가 다가와서 말을 걸지 뭐야. 먹을 것도 줬던 것 같아. 그러고는 어느 순간 보니까 차를 타고 하염없이 달리고 있어. 내가 집에 데려다 달라고 막 우
니까 그 남자가 소리를 빽 지르지 뭐야. 얼마나 무서웠지 몰라.”
그날이 기억이 떠오르는지 아내가 어깨를 움츠렸다.
우혁은 아내의 어깨를 감싸주었다.
“어떻게 이게 갑자기 생각나는지 모르겠네. 다 생각이 나. 자다가 눈을 뜨면 울고, 자다가 눈을 뜨면 울고 그랬던 것 같아. 내가 울면 그 남자가 무섭게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달래기도 했어.”
아내가 하얗게 질린 표정으로 그날의 기억을 쏟아냈다.
안에 담아 두는 것보다 쏟아내는 게 그날의 충격을 떨쳐버리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 우혁은 아내가 다급하게 쏟아내는 말을 조용히 들어주었다.
“화장실에 가고 싶어서 그 남자하고 화장실에 갔다가 트럭으로 돌아오는데, 집으로 가는 길하고 비슷한 길이 보이는 거야. 그래서 막 달려갔지. 그 남자가 나를 붙잡더니 나한테 화를 냈어. 나를 안고서 트럭 쪽으로 가는데 엄마처럼 한국말을 하는 여자 두 사람
이 다가오는 거야. 그분이 바로 아녜스 수녀님이랑 세실시아 수녀님이었어. 수녀님이 그 남자하고 싸운 기억이 또렷해.”
우혁은 떨고 있는 네 살짜리 아내의 등과 어깨, 팔뚝을 어루만져 주었다.
***
장인 장모가 도착한 지 이틀째 되던 날, 미국에서 보낸 택배가 집으로 도착했다.
1톤 트럭 한 대 분량은 족히 되는 양이었다.
그것은 아내가 어릴 때 사용하던 물건들이었다.
인형,
“기억 나! 이 인형 내가 가지고 놀던 거야.”
아내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놀라웠다.
장인 장모가 아내를 얼마나 끔찍하게 아꼈는지 알 수 있었다.
30년이 지나면 물건들을 버릴 수도 있을 텐데 아주 사소한 것까지 모두 모아두고 있었다.
머리핀, 단추 하나까지도 버리지 않았던 것이다.
놀랍게도 아내는 그 물건들을 기억했다.
“어머, 세상에!”
아내가 놀라서 잠시 움직이지 못했다.
아내가 들어 올린 것은, 글 없는 그림책 [눈사람 아저씨>였다.
“이 책은 미국에 도착하자마자 아빠가 사 온 서점에서 사온 책이야. 네가 이 책을 얼마나 좋아했는지 몰라. 뭐가 그렇게 좋은지 그림을 보면서 혼자 깔깔대고 웃기도 하고 그랬지.”
아내는 [눈사람 아저씨>를 품에 품고서 눈을 지그시 감았다.
미국에서 보내 온 물건들은 아내에게 돈으로 따질 수 없는 보물들이었다.
궁궐처럼 넓다고 생각했던 집은 아내의 가족이 미국으로 이민 가서 살던 월세 집이었다.
네 살짜리 아이에게 궁궐처럼 여겨졌을 것이다.
엄마 아빠와 함께 살던 행복한 기억이 그 집을 궁궐이라고 생각하게 한 것이리라.
그런데 장인 장모가 사는 현재 집은 궁궐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크고 화려했다.
우혁과 아내는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백곰이 우혁에게 장인 장모가 엄청 부자인 것 같다고 말했을 때 우혁은 전혀 귀담아 듣지 않았다.
백곰이 그 얘기를 할 때 우혁은 민서 생각에 잠겨 있었다.
민서는 그가 평생에 받아본 선물 중에 최고였다.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우혁뿐만이 아니었다.
아내는 물론이고 어머니, 아버지, 그리고 장인과 장모도 민서를 사랑했다.
장인 장모는 민서가 얼른 커서 미국에 놀러오기를 학수고대했다.
민서가 100일이 지나면 비행기에 탑승할 수 있으니까 그때 가족 모두 함께 가겠다고 약속했다.
미국으로 돌아간 장인 장모는 끊임없이 선물들을 보내왔다.
장인 장모는 우혁과 어머니, 아버지에게 그동안 딸에게 못해 주었던 거 해주고 싶어서 그러는 것이니 이해해 달라며 거듭해서 양해의 말을 했다.
그중에서 가장 놀라웠던 선물은 운전사가 딸린 최고급 세단!
우혁이 일을 나가고 나면 운전면허가 없는 아내가 집에만 있어야 했다.
그것을 안쓰럽게 여긴 장인과 장모가 어머니, 아버지, 우혁에게 양해를 구하고서 차를 구입해 보냈던 것이다.
차에 들어가는 모든 비용은 장인이 해결했다.
우혁에게도 그만한 돈은 있었으나 장인의 마음을 이해하기로 했다.
가장 큰 선물은 우혁이 받았다.
연기자인 우혁에게는 크나큰 선물이 아닐 수 없었다.
우혁은 선물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 채 장인 장모를 만나기 위해 미국으로 향했다.
영화 [길 밖의 새>가 미국 ‘로스엔젤리스한인회’의 초청을 받았던 것이다.
우혁은 박용구 감독과 함께 참가하기로 했고, 일정을 마치고 장인 장모를 만날 예정이었다.
[ 돈으로 따질 수 없는 보물 > 끝ⓒ 길밖의새